신호를 위반한 차에 치였을 때, 나는 자전거와 함께 튕겨져 나갔다.머리가 윙윙거렸고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니 손에 피가 가득 묻은 것이 느껴졌다.그때 멀리서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몰려드는 소리가 들리고, 곧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내 머릿속은 온통 계속 얼마 전 받은 그 영상으로 가득했다.영상은 빛이 어두컴컴한 노래방에서 촬영되었는데,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방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그중엔 내 남자친구인 윤지후도 있었다.평소 나에게 늘 따뜻하고 인내심 있는 남자친구, 게다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소꿉친구인 그가 영상 속에서 만취한 모습을 보였다.그의 옆에 앉아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고 있는 사람은, 같은 과 선배였다.“윤지후, 술 좀 적당히 마셔. 건강 좀 챙겨야지.”여자의 눈엔 걱정이 가득했고, 어두운 조명 속에서 윤지후와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그러나 윤지후는 거부하지 않은 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물었다.“윤지후, 여자친구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까?”윤지후는 술잔을 들고 손을 흔들며 술에 취해 말했다.“아니, 절대 부르지 마. 안 그래도 귀찮아 죽겠어.”“오늘도 겨우 속여서 몰래 나온 거야. 이렇게라도 잠시 벗어나고 있어야 숨이 트이는 기분이야. 걔처럼 귀찮은 애는 정말 처음이야.”영상은 누군가 익명으로 내 이메일로 보냈고, 나는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믿을 수 없었다. 윤지후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줄이야.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라온 소꿉친구였고, 고등학교 시절 공식적으로 연인이 되었으며, 사람들 모두가 우리가 사귀는 것을 알게 되었다.우리 둘은 가족 간의 관계도 좋았고, 졸업까지 1년을 남은 지금,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신혼집을 사 주기로 논의하고 결혼식 준비를 시작한 상태였다.영상 속의 윤지후가 그 말들을 내뱉자, 옆에 앉아 있던 선배가 마치 의도적으로 부추기듯 말했다.“지후야, 여자친구랑 이렇게 오래 사귀었으면 사이가 좋아야 되는 거
Last Updated : 2024-12-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