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잃어버린 기억, 그리고 진짜 사랑의 발견: Chapter 1 - Chapter 9

9 Chapters

제1화

신호를 위반한 차에 치였을 때, 나는 자전거와 함께 튕겨져 나갔다.머리가 윙윙거렸고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니 손에 피가 가득 묻은 것이 느껴졌다.그때 멀리서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몰려드는 소리가 들리고, 곧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내 머릿속은 온통 계속 얼마 전 받은 그 영상으로 가득했다.영상은 빛이 어두컴컴한 노래방에서 촬영되었는데,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방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그중엔 내 남자친구인 윤지후도 있었다.평소 나에게 늘 따뜻하고 인내심 있는 남자친구, 게다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소꿉친구인 그가 영상 속에서 만취한 모습을 보였다.그의 옆에 앉아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고 있는 사람은, 같은 과 선배였다.“윤지후, 술 좀 적당히 마셔. 건강 좀 챙겨야지.”여자의 눈엔 걱정이 가득했고, 어두운 조명 속에서 윤지후와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그러나 윤지후는 거부하지 않은 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물었다.“윤지후, 여자친구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까?”윤지후는 술잔을 들고 손을 흔들며 술에 취해 말했다.“아니, 절대 부르지 마. 안 그래도 귀찮아 죽겠어.”“오늘도 겨우 속여서 몰래 나온 거야. 이렇게라도 잠시 벗어나고 있어야 숨이 트이는 기분이야. 걔처럼 귀찮은 애는 정말 처음이야.”영상은 누군가 익명으로 내 이메일로 보냈고, 나는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믿을 수 없었다. 윤지후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줄이야.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라온 소꿉친구였고, 고등학교 시절 공식적으로 연인이 되었으며, 사람들 모두가 우리가 사귀는 것을 알게 되었다.우리 둘은 가족 간의 관계도 좋았고, 졸업까지 1년을 남은 지금,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신혼집을 사 주기로 논의하고 결혼식 준비를 시작한 상태였다.영상 속의 윤지후가 그 말들을 내뱉자, 옆에 앉아 있던 선배가 마치 의도적으로 부추기듯 말했다.“지후야, 여자친구랑 이렇게 오래 사귀었으면 사이가 좋아야 되는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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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때 나는 눈을 떴다.남자는 내가 눈을 뜬 것을 보고 급히 소리쳤다.“의사 선생님, 깨어났어요!”나는 그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머리의 심한 통증 때문에 잠시 정신이 멍했지만, 우선은 그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누구세요?”그 남자의 흥분된 표정이 곧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고, 그 뒤에 또 의아한 표정이 스쳐갔다.“나는 윤지후야.”그는 잠깐 전에 보였던 걱정 어린 표정을 숨기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 발 물러서서 내 병상 옆에 있는 또 다른 남자를 내 앞에 데려왔다.나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왠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얘는 이도현, 네 남자친구야.”“나는 도현의 룸메이트이자 네 이웃이야. 네가 사고당했다고 해서 함께 와준 거야.”병실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고, 나는 이도현이 고개를 돌려 화가 난 눈빛으로 윤지후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러자 윤지후가 그의 팔을 쿡쿡 찔러서 눈치를 줬다.이도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풀고, 윤지후의 말은 무시한 채 내 병상 앞에 쭈그려 앉아 조용히 물었다.“어때? 머리 아직도 아파?”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동작이 상처를 자극하면서 통증이 세게 밀려왔다.“가만히 있어!”도현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조심해, 상처에 무리가 갈 수 있어.”나는 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 내 목소리는 조금 쉬었다.“네가 내 남자친구야?”이도현은 조금 망설이더니 곧 대답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윤지후가 서둘러 말했다.“맞아, 이도현은 네 남자친구야!”“이도현, 그럼 너는 여기서 네 여자친구랑 있어. 선배 쪽에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볼게.”말을 마친 윤지후는 급히 나가며 병실 문을 닫았다. 마치 방 안에 무서운 맹수라도 있는 것처럼.윤지후가 나가자, 이도현은 내게 시선을 돌리며 잠시 망설인 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나는 네 남자친구야.”나는 머리의 상처가 또 아플까 봐 조심스러웠기에, 그냥 가볍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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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윤지후가 화가 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오자, 나는 궁금한 마음에 이도현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도현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고, 윤지후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이도현!” 윤지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는 병실 안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도현 앞에 서서 윤지후를 막았다.“내 남자친구한테 볼 일이라도 있어?”내 말을 들은 윤지후는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도현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윤지후랑 할 얘기가 있으니 여기서 잠깐 기다려.”그 후, 그는 윤지후를 강제로 병실 밖으로 밀어내며 문을 닫았다.문을 사이에 두고 나는 문밖의 소리를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소리가 그다지 크진 않았기에 그들의 대화 내용을 모두 듣진 못했다.“이도현, 너 미쳤어! 정유주는...” “이건 네가 내린 결정이고, 네가 동의한 일이야.”“그래, 잘됐네. 그럼 정유주는 너한테 양보할게. 그런데 정유주가 기억을 회복하게 되면 널 어떻게 볼지 참 궁금하네.”내가 눈썹을 찌푸리며 그들의 대화가 무슨 뜻인지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밖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나는 병실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이미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나는 먼저 이도현에게 달려가 그가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그리고 화가 치밀어 올라 반쯤 땅에 누워 있는 윤지후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이도현보다는 윤지후의 얼굴이 더 심하게 다쳐 보였다. 그의 이마에는 크고 푸른 멍이 생겨 있었고, 입술도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꽤나 낭패해 보였다.“윤지후, 내가 내 남자친구에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일은 네가 먼저 와서 시비를 걸었던 거야. 만약 경찰이 온다면 나는 사실대로 말할 거야.”“우리가 이웃이라고 말했었지. 그럼 부모님도 서로 아는 사이일 거잖아. 너도 두 집안 관계가 어색해지는 건 원하지 않겠지?”내 말을 들은 윤지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젠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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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 여자가 너무 싫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안녕하세요.”그 여자는 나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지후한테서 네가 차 사고 났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아?”그 사람이 나를 걱정하는 걸 보자 나는 불쾌한 마음을 거두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괜찮아요. 기억을 조금 잃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곧 회복될 거라고 하셨어요.”윤지후는 가볍게 웃으며, 그 여자의 어깨에 팔을 올려 친밀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도 그의 눈은 나를 여전히 쳐다보고 있었다.“선배, 정유주랑 뭔 말을 그렇게나 많이 해?”“그나저나, 정유주. 네 부모님이 우리 더러 주말에 같이 집에 오라고 하셨어.”그는 내 앞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며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근데 어쩌지? 나는 주말에 선배랑 전시회 보러 가야 해서 같이 못 갈 것 같은데.”윤지후가 선배라고 부르던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유주야, 미안해. 내가 지후 시간을 좀 빼앗아야 하는데, 괜찮지?”나는 잠시 미간을 찌푸린 후, 한 걸음 물러나며 그들과 거리를 두었다.“그럼요.”“윤지후, 앞으로는 내가 알아서 돌아갈 테니 함께 가줄 필요 없어. 그러니 네 시간은 네 맘대로 결정해.”“게다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한텐 도현이가 있잖아. 안 그래?”“정유주!” 윤지후는 이를 악물며 짜증스러운 눈빛을 보였다.“넌 정말 이도현이 너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난 이도현과 룸메이트로 3년을 같이 살았지만, 이도현이 누구에게 마음을 준 건 본적이 한 번도 없어. 그러 뭔가 문제 있는 게 분명해. 아마 널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는 걸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속이 울렁거렸고 윤지후를 째려보며 말했다.“넌 미쳤어?”윤지후는 비웃으며 말했다.“왜? 내 말이 사실인가 보네. 내가 보기엔...”그 순간, 갑자기 한 사람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윤지후의 시선을 차단했다.이도현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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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날 이후, 나는 이도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계속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나는 또다시 동거를 하자고 제기했다.이도현은 처음에는 여전히 반대했지만, 내 단호한 태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양보했다.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도현을 데리고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도현아, 아까 본 집 정말 햇볕도 잘 들고 좋았어. 다만 층수가 좀 높은 게 문제야.”“어제 본 집은 1층이라서 편했는데 월세가 너무 비쌌어.”나는 살짝 난감했다. 우리는 학생이라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사실...”이도현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나를 바라보았다.“나 학교 근처에 집이 하나 있어.”나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뭐?”“대학에 입학할 때, 부모님이 학교 근처에 집 하나 사주셨어.”나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혼란스러워했다. 잠시 후, 나는 투덜거리며 말했다.“얄미운 부자들.”이도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내 건 모두 네 것이기도 해.”“그 집을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는 아주머니가 있었으니 오늘 바로 이사 갈 수 있어.” 이도현은 잠시 멈추었다가 덧붙였다.“너만 괜찮다면 말이야.”나는 바로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물론이지.”“그럼 같이 짐정리하러 가줄게.” 이도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좋아!”내가 이도현을 이끌고 기숙사로 가려고 하던 찰나, 갑자기 가방 속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엄마?”핸드폰 너머에서 엄마의 다급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유주야, 넌 어떻게 그렇게 큰 사고가 났으면서 집에 연락도 하지 않을 수 있어? 의사 선생님이 기억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면서. 아빠와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부모님이 어떻게 아시게 된 거지?’곧 마음속에서 답이 떠올랐다. ‘윤지후 그놈의 짓이겠지.’“엄마, 아빠, 걱정 마세요.” 나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말하며 목소리를 낮췄다.“저 정말 괜찮아요. 의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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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래, 어릴 때부터 너는 항상 지후랑 결혼할 거라고 떠들었잖아? 너희 벌써 3년이나 사귀었고 사이도 좋았잖아. 이제 곧 졸업하니까 집값이 오르기 전에 우선 신혼집부터 마련해야지.”“잠깐만!” 나는 충격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어릴 때부터 윤지후랑 결혼하겠다고 떠들었다고?’내가 반박하려고 입을 열려던 찰나, 한쪽 팔이 내 어깨를 잡고 나를 옆으로 끌어당겼다.고개를 돌리자 윤지후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시험이 끝나면 바로 돌아갈게요. 유주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쨌든...” 그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제가 유주 남자친구니까 당연히 유주를 챙겨야죠.”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렸다.부모님의 말, 친구들의 반응, 윤지후의 이상한 태도, 그리고...이도현이 전에 보였던 이상한 반응까지.모든 것들이 맞물려 답이 명확해졌다.내 머리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고 사라졌던 기억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모두 기억이 났다.윤지후, 내가 혐오감을 느꼈던 남자가 사실 3년 동안 사귀었던 내 남자친구였다.내가 10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이자, 내가 과거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그리고 이도현은 단지 내가 아는 친구에 불과했다.윤지후와 룸메이트가 아니었다면, 아마 서로 모르는 사이일 지도 모른다.나는 제자리에 서서 손발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얼굴이 얼마나 창백할지 뻔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도현을 보자 그야말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는 절망보다 더 나쁜 감정이 스며 있었다.“유주야, 괜찮아? 몸이 안 좋은 거 아니야?”윤지후는 몸을 돌려 일부러 이도현의 시선을 막았다.“아직 밥 안 먹었으니 배고프지? 두 분도 배고프시죠? 근처에 괜찮은 식당 있는데, 가서 밥이라도 먹을까요?”부모님은 마치 사위 보는 듯 만족한 표정으로 윤지후를 보고 있었다.“그래, 지후 말이 맞아. 우선은 밥부터 먹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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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윤지후는 짜증을 내며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말했다.“그날은 내가 좀 바빠서 그렇게 말했던 거야. 네가 그걸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게다가 이도현이랑 그렇게 오래 붙어 다니다니.”윤지훈은 주먹을 꽉 쥐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앞으로 이도현과 연락도 하지 마. 나도 이번이 아니었으면, 그놈이 널 좋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을 거야.” 윤지후가 혼자서 떠들어대는 말을 듣고,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비웃었다.“바빠서 한 말이라고?”“글쎄, 그게 다는 아닐 텐데?”나는 윤지후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핸드폰을 꺼내었다. 그리고 식사 중에 다운로드한 영상을 재생했다.영상을 보자 윤지후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영상이 끝날 무렵, 그는 간신히 고개를 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자기야, 이 영상은 누가 보낸 거야?”“이거 믿지 마. 내가 술 마시고 헛소리를 한 거야.”나는 핸드폰을 거두고 침착하게 그를 쳐다보았다.“윤지후, 그거 알아? 내가 그날 이 영상을 보고 널 찾으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게 된 거야.”“우리가 알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 나는 어릴 때부터 너를 좋아해서 자주 너한테 붙어 있었잖아. 네가 나한테 고백한 후, 난 너랑 같은 대학에 가서 평생 함께 하고 싶었어.”나는 비웃듯이 말했다.“결국은 내가 너무 어리고, 순진했던 거야. 우리 사이의 그 감정을 너무 믿었던 게 잘못이었어.”“나는 네가 내 사랑을 그 따위로 여길 줄은 몰랐어.”“아니...” 윤지후는 방금 전 짜증이 섞인 표정을 거두고 서둘러 설명했다.“유주야, 너 기억이 돌아온 거야? 예전 일들이 기억난 거지?”“나 진짜 너를 좋아하고 있어. 17살 때 내가 고백했던 그날, 평생 너를 지켜주겠다고 맹세했잖아.”나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물론 나는 17살의 윤지후가 얼마나 나를 좋아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내가 그의 고백을 받아주었을 때, 소년은 너무 기쁜 나머지 나를 품에 안고 몇 바퀴 돌기까지 했다.그 시절의 사랑은 정말 순수했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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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이도현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화면이 어두워진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도현과 함께한 지낸 지난 보름간의 기억이 내 머릿속을 맴돌아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얼마 전의 오해 때문에 정말로 이도현을 사랑하게 된 것이라면, 그것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것이다.그러나 이 시간 동안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너무 깊이 새겨져 있었다.병원 복도에서 그가 나를 끌어안았던 순간, 그와 입을 맞췄을 때의 그 뜨거운 감정.그리고 언제나 나를 향한 사랑을 숨기지 못하는 이도현의 눈빛.나는 이 모든 것을 지나간 일처럼 그냥 흘러가게 둘 수 없었다.나는 기억을 잃기 전 그와 어떤 사이였는지 되새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기억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어제 뭘 먹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동안 이도현과의 모든 일들을 떠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그러나 마지막 날, 이도현이 나를 바라보았던 그 눈빛은 너무나도 슬프고 절망적이었다. 그 순간 내 마음도 깊은 그늘에 가려졌다.“이도현,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며 중얼거렸다.‘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그때 내 룸메이트가 내 침대를 가볍게 두드렸다.“유주야.”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한번 볼래?”룸메이트는 핸드폰을 내게 건네며 학교 포럼에서 올라온 최신 인기 게시글을 보여주었다.“이 사람 너희 과 사번 아니야? 혹시 술에 취한 거 아니야?” 사진 속 이도현은 학교 인공 호수 옆에 혼자 앉아 있었고, 옆에는 빈 술병이 널브러져 있었다.약간 흐릿한 사진 속에서 그의 앞머리가 헝클어져 있고, 호수 옆에 앉아 달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헐, 이도현 술 취한 모습도 진짜 멋있네. 술 취한 미남이네.][왜 구경만 하고 있어? 가서 옆으로 끌어내려야 되는 거 아니야? 취해서 호수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교수님들조차 잘생긴 얼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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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내가 사진 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도현은 여전히 호수 옆에 앉아 있었지만 술은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이도현!”내가 부르자, 이도현은 내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정유주.”그는 술에 취한 듯 흐릿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정말 정유주야?”“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 나는 그의 옆에 앉아 남은 술병들을 치우며 말했다. “그만 마셔.”이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느렸고 조금 바보 같아 보였다.“술 안 마시면 너무 괴로워.”나는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 “왜 괴로운데?”이도현은 고개를 숙이며 내 손을 잡아 그의 가슴에 올렸다.“여기가 너무 아파.”“너 이제 나 버릴 거잖아.”나는 가슴에 작은 가시가 박힌 것 같았고 코끝이 찡해졌다.“내가 왜 너를 버릴 거라고 생각해?”술에 취한 이도현은 평소보다 훨씬 말을 많이 했다.“넌 윤지후를 좋아하잖아.”“난 대학 1학년 때부터 너를 좋아했어. 그런데 너는 항상 윤지후만 좋아했고, 나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았어.”“이번 기회는 내가 몰래 훔쳐온 거야. 어차피 기억을 되찾으면 넌 나를 싫어할 거야.”이도현은 말을 할수록 점점 목소리가 낮아졌다.그의 말을 듣자 나는 예전의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1학년 때 차가운 인상을 가진 데다가 목소리가 매력적인 남자가 첫 수업 시간에 나에게 다가와 함께 과제를 하자고 말했다.그때 나는 남자친구랑 할 거라고 답했다.그 후, 이도현은 과 모임, 윤지후의 친구들과의 모임, 각종 수업에서도 늘 내 주변에 있었다.그런데 윤지후 덕분에 나는 그가 줄곧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날 그 영상이 나와 윤지후 사이의 평온한 관계를 깨뜨리기 전까지, 또 우연히 이도현이 내 ‘남자친구’가 되기 전까지, 나는 그가 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어쩌면 이도현은 그 감정을 평생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을지도 모른다.이런 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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