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협진의 시작되었고, 병원장과 각 과의 의사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있었다.나는 목을 한 번 가다듬고, 준비한 PPT를 켰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이민준, 남자, 다섯 살. 발병 당시 나이는 세 살이었으며, 현재 투석 치료를 받은 지 2년이 되었습니다...”그 순간, 아래쪽 의사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가리키며 손가락질하고 있었다.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고개를 돌려 대형 스크린을 바라봤다.내가 준비했던 환자 상태 설명 자료가 누군가에 의해 ‘불륜 고백서’로 바뀌어 있었다.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회의실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강인아가 아이를 안고 들어왔다.그녀는 내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나를 단상 아래로 끌어내렸다.“너 어떻게 이 정도로 뻔뻔할 수가 있어? 내 남편을 유혹하더니 이제는 내 아들까지 죽이려고 해? 오늘 내가 널 확실히 혼내줄 거야!”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그녀가 들고 있던 노트북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급히 말했다.“민준 어머님, 저를 조금 오해하신 것 같아요. 우리 문제는 나중에 따로 말씀 나누시죠. 지금은 민준이를 위해 교수님들께서 협진 중이니, 여기서 소란을 피우시면 곤란합니다.”그때 머리가 희끗희끗한 여의사가 나서서 강인아에게 말했다.“보호자님, 진정하세요. 지금은 아이의 치료 계획을 논의 중입니다. 임난이 선생님에게 잘못이 있다면 병원장님께 따로 이야기하세요.”그러나 강인아는 전혀 듣지 않았다.“이 여자가 너희들 말이나 듣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남의 가정을 파탄 내지도 않았겠지!”이어지는 강인아의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다.“협진이라니, 임난이 같은 여자가 민준이를 위해서 뭔가를 하겠어? 그 여자는 민준이가 죽길 바라고 있어. 자기 딸 자리를 비워야 하니까!”강인아는 마이크를 잡고 크게 외쳤다.“저는 이민준의 엄마입니다. 오늘 여기서 임난이라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Last Updated : 2024-12-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