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는 내가 들었던 모든 가방, 입었던 모든 옷, 심지어 착용했던 모든 귀걸이까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김소현은 친절하게도 비교표까지 만들어 놓았다. 한쪽에는 내가 착용했던 물건 목록이, 다른 한쪽에는 그녀의 물건 목록이 적혀 있었다.그리고 각 물건의 가격까지 비교해 놓았다.주윤아 :에르메스 가방 3000만 원, 까르띠에 팔찌 8백만 원, 불가리 목걸이 1200만 원, 샤넬 재킷 2000만 원...김소현: 천 가방 2000원, 옷 7000원, 신발 7200원, 액세서리 착용 안 함, 화장품 사용 안 함...나는 서류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물었다.“이게 무슨 뜻이야? 나랑 너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낭비벽이 심하고 네가 얼마나 검소한지 보여주려는 거야? 내 자리를 차지하려고?”자신의 속셈이 들통나자 김소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전무님. 오해세요. 우연히 회사 재무제표를 봤는데 우리 회사 분기 순이익이 겨우 2억이 조금 넘더라고요. 그런데 전무님이 착용한 물건들만 해도 2억이 넘는 것 같아서...”그녀는 말을 이어갈수록 자신감이 붙었는지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단호하게 말했다.“전무님, 우리 회사 수익이 낮은 건 전무님이 낭비하셨기 때문이에요!”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강유민을 돌아보았다.“너도 그렇게 생각해?”강유민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전에 없이 차가웠다.“윤아야,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아들, 내가 진작에 말했잖니. 저 여자 친구는 안 된다고. 결혼도 안 했는데 네 돈을 저렇게 쓰는데 결혼이라도 하면 우리 집안 거덜 나겠다!”이문희는 마치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솔직히 이문희는 처음부터 나를 싫어했다. 처음 인사드리러 갔을 때 내가 먼저 설거지를 하지 않았고 비위를 맞추려 애쓰지 않았기 때문이다.강유민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예전처럼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윤아야, 지난 몇 년간 나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으니 그걸로 만족해. 네가 쓴 돈은 돌려받지 않을 테니 그냥 떠나.”
Last Updated : 2024-12-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