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밤, 나는 어제 입었던 끈 나시 원피스를 다시 입고 밖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속옷조차 입지 않았다.계단 입구를 막 나섰을 때, 내 시야 끝으로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나는 모른 척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상태로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간 뒤, 잠시 멈춰 서서 신발을 고쳐 신는 척 허리를 숙였다.그러고는 뒤를 몰래 힐끔거리며 살폈다. 남자는 서서히 내게 다가와 약 2m 거리에 멈추더니 역시 신발 끈을 매는 척하며 쭈그려 앉았다.그 거리는 내가 일부러 감춘 부분을 보기엔 충분했다.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신발은 고쳐 신어야 했다.30초쯤 후, 나는 몸을 일으키고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 내 안에 있는 묘한 흥분감이 점점 고조되었다.특히 치마 아래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은 나에게 마치 몰래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듯한 짜릿한 감각을 선사했다.오늘의 경험은 어젯밤과는 또 다른 쾌감을 가져다주었다.이윽고 나는 길모퉁이 한 가게 앞에 멈춰 섰다.그곳은 우리 집 소유의 가게로 최근에 리모델링 중이라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가게의 통유리에는 거울처럼 보이는 반전 필름이 붙어 있어 바깥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었다.나는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살핀 뒤, 외부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열쇠로 문을 열어 안에 들어갔다.에어컨을 켜고 1인용 소파를 통유리 앞쪽으로 밀어 방진 덮개를 걷어냈다.그러고는 이내 원피스도 벗고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바깥에서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볼 수 없었고 나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나는 다리를 유리창에 뻗은 채 가볍게 다리를 벌려 스트레칭 자세를 취했다.그때,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통유리 앞에 나타났다.그는 키가 족히 190cm에 달할 정도로 컸고 거대한 몸은 가로등의 빛마저 차단해 나를 그림자 속으로 가뒀다.바로 조금 전 내 뒤를 따랐던 그 남자였다.나는 숨을 죽이고 그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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