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 희망은 곧 산산조각이 났다. 강선우는 그렇게 말한 후,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이 터무니없는 추측에 웃음을 지었다. 그는 다시 일에 몰두했다. 나는 가슴이 얼어붙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 강선우는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흘이나 지났는데도 내가 보낸 절박한 구조 요청을 장난으로만 여겼다. 갑자기 강선우는 복원 도구를 내려놓고 작업복을 벗었다. “잠깐 나갔다 올게.” 강선우는 작업실을 나가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고 내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러자 강선우는 끈질기게 전화를 걸었고, 계속 반복하면서 점점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강선우, 이제야 그 여자의 시신과 나를 연결시킨 거야?’ 전화를 받을 리 없자 그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정가을, 제발 그만 장난치고 답 좀 해줘.”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우리 화해하자.”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강선우는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졌고, 미친 듯이 내 친구들, 부모님,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지금 가을과 연락이 안 되는데, 혹시 가을에게 연락이 닿으면 꼭 저한테 연락하라고 전해주세요.”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모두 같았다. “죄송해요, 저도 가을과 연락이 안 돼요.” 강선우의 머릿속에 갑자기 비 내리던 밤의 전화 통화가 떠올랐다. “선우! 누가 날 쫓아오고 있어! 교외 공업단지 풀밭이야! 빨리 신고하고 날 좀 구해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나의 겁에 질린 숨소리와 빗소리가 그의 기억 속에 되살아났다. 강선우는 그제야 내가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강선우의 얼굴은 급격히 창백해지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가을에게 원한을 가질 사람이 없잖아. 그렇게 따뜻하고 남에게 잘 대해주는 애인데, 누가 걔를 해치려 했겠어?” “게다가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경찰에 먼저 신고했을 텐데, 왜 나한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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