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유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임지유의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점점 초조해지며 임지유를 밀치기 시작했다.한때 나를 밀치고 꼬집던 손들이 이제는 임지유를 향해 뻗어갔다. 상황이 다급해지면서 그들은 힘 조절을 하지 않았고, 임지유는 이리저리 밀려 비틀거렸다.“그만 좀 해요! 내가 애초에 바람난 여자 때리자고 할 때 성선우랑 엮이고 싶어서 따라온 건 당신들이 아니에요?”임지유는 몰려드는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당신들은 내가 성선우한테 차이고 뜯어낼 것이 없을까 봐 내 편에 서는 척했으면서! 이제 와서 책임 떠넘기려고요? 늦었어요. 죽더라도 다 같이 죽어야지.”임지유는 자신의 친척들에게 날카로운 말을 쏟아냈다.“그나저나, 내연녀를 처리하자고 얘기하고, 플래카드 걸고, 옷 벗기고 동네를 돌게 하자는 거, 다 당신들 아이디어였잖아!”임지유의 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현장은 금세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뭐라고? 도와준 게 우리 잘못이라고?”“네가 성선우 꼬실 때 우리도 덕 본 거 있니?”“책임 떠넘기려고? 그런 건 안 통해, 이 망할 년아!”그들의 싸움은 마치 개싸움처럼 치열했고, 나는 오빠와 함께 그 모습을 멀찍이 서서 지켜보았다.그 와중에 임지유는 흥분한 친척들의 틈을 간신히 헤치고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아윤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임지유가 내 쪽으로 다가오기도 전에 오빠가 그녀를 막아섰다.“용서해 달라고? 네가 우리 부모님 유품을 가지고 나를 무릎 꿇게 할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니? 네가 내 옷을 찢고 나를 동네 망신 주려고 할 때는?”내 말을 듣고 오빠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임지유의 목을 움켜쥐었다.“임지유, 네가 참 대단하다.”나는 오빠가 정말로 임지유를 목 졸라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경찰서였다.“오빠, 법으로 처리하게 놔둬요.”내 말에 오빠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임지유는 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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