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재웅은 못 본 척했고 짜증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연기 그만 해! 그냥 그림일 뿐이잖아.”‘그림일 뿐이라. 그것은 세진이 가장 그려왔던 모습이고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그리움이었는데, 이렇게 다 사라졌어.’재웅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이혼 서류를 내 얼굴에 던졌다.“용건만 말하지.”나는 절망에 빠져 고개를 들었다.“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재웅이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웃었다.“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게? 그래서 나랑 이혼하려는 거야?”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허재웅, 막 말하지 마.”재웅이 비웃었다.“나는 또 네가 어디서 피를 구해다가 터뜨린 줄 알았더니, 정말 유산한 거였네? 아이 내 거 아니지?”나는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허재웅, 너무 한 거 아니야?”재웅은 차갑게 웃으며 이혼 서류를 뒤적였다.“허세진은 양육권은? 수술은 끝났겠지? 손 이어놓는 거야 쉽겠지. 내가 온다고 얘기 안 했어? 앞으로 우리 허씨 집안을 계승할 건데, 기본적인 것도 안 되어 있네. 날 보러 안 오나?”나는 마음이 아파 너무 화가 났다.“못 와, 다시는 너 아빠라고 못 부른다고.”재웅이 눈썹을 찌푸렸다.나는 한 글자씩 말했다.“죽었어. 죽, 었, 다, 고!”병실에 정적이 흐르고 서 있던 재웅의 얼굴에 당황함이 깃들어 있었다.이때 청아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서연 언니, 양육권 내놓기 싫은 건 이해하는데, 이렇게 아들 갖고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 않아요? 친아들인데?”청아가 ‘친아들’이라는 말을 강조했다.재웅은 청아의 말에 홀려 표정이 어두워졌다.“송서연!”재웅은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세진이 나한테 안 넘기는 건 내가 뭐 폭로할까 봐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무슨 말이야?”나는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뭘 폭로한다는 거야?”“허세진, 내 자식 아니잖아!”이 말을 들은 나는 머리가 터져버리는 것 같았다.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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