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움찔하더니 벌떡 일어나 앉아서는 날 노려봤다.“잔소리 좀 그만해. 걷는 것도 트집, 앉는 것도 트집, 옷 안 갈아입고 침대에 눕는 것도 트집이잖아.”그는 담배를 탁 끄더니 성질을 부렸다.“다희야, 너 나가서 한번 봐. 나처럼 마누라 옆에 붙어사는 남자가 몇이나 되는지. 전 세계를 뒤져도 없을걸? 복에 겨워도 너무 겨운 줄 알아.”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마누라 옆에 붙어산다고? 뻔뻔하게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나는 그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젊은 시절, 자유분방하게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그의 모습에 반했었다.그는 항상 음악에 대한 꿈이 있다고 말했지만, 음악 꿈은 꿈만 꾼 게 아니었다.몇 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 예선에서 탈락한 후, 그는 좌절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는 세상이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다.그 후로 그는 집에서 기타를 치거나 잠만 자면서 살이 엄청나게 쪘다.부모님이 체면 불고하고 제자들에게 부탁해 일자리를 구해주지 않았으면 그는 아직도 침대와 한 몸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그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다희야, 나리처럼 이해심 좀 가져 봐.”그러고는 억울하다는 듯 덧붙였다.“나도 사람답게 살아야 할 거 아니야?”그 순간, 나는 그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느꼈다.내 얼굴이 굳어지자, 그도 입을 다물었다.한참 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투덜거리며 신발을 갈아 신었다.“너랑 결혼해서 좋을 게 뭐야? 집에 와도 따뜻한 밥 한 끼 못 먹는데.”그는 문고리를 잡고 나가려다가 뒤돌아보며 말했다.“나 출근한다. 다희야, 너도 잘 생각해봐. 맨날 나랑 시비 걸지 말고.”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숨을 헐떡이며 밖으로 나가는 꼴이 한심했다. 튀어나온 배 때문에 가방이 제대로 걸쳐지지도 않았다.아직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이미 중년의 모습이었다.젊은 시절 우리 집 앞에서 밤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소년은 온데간데없었다.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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