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도 육성민에게 이혼을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그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약해져 먼저 화해를 구하고 그를 달래며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내가 이번에도 예전처럼 화를 내는 줄 알았다.[성민 씨, 이번엔 진심이야. 이혼해. 내일 아침 9시 반에 구청 앞에서 보자.]육성민은 1초도 안 돼 답장을 보내왔다.[그래, 네가 이렇게 떠나고 싶어 하니 내가 협조해줄게.]나는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나와 임수경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육성민이 소유정을 데리고 왔다.육성민과 소유정은 대학 다닐 때 사귀었다가 오해로 헤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몇 년이 지났지만 육성민은 여전히 소유정을 잊지 못했다.나는 소유정의 품에 안겨 있는 강아지를 보며 할머니의 죽기 전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구석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육성민은 내 앞을 지나다가 나를 힐끗 보았다.그런 그를 보며 나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잠깐만, 수경이도 이혼해야 하는데 육성훈 씨가 아직 오지 않았어.”육성민은 눈살을 찌푸렸다.“신미아, 너 혼자 이혼하자고 한 것도 모자라 굳이 온 집안을 휘저어야 만족하겠어?”이 말을 들은 임수경은 화가 나서 욕을 했다.“제가 이혼하려는 거지 미아랑 상관없어요. 성민 씨 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두 사람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네요.”소유정은 빙긋 웃으며 조용히 한마디 했다.“임수경 씨, 우린 좋은 마음에 한 말인데 왜 욕을 하세요?”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성민이는 단지 임수경 씨가 신미아 씨의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말이에요. 감정적으로 성훈이와 이혼하지 말라고요.”나는 소유정을 바라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육성민은 벙어리인가 봐요? 언제부터 소유정 씨가 대변인이 됐어요?”소유정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육성민을 바라보았다.“미안해, 성민아, 내가 말을 잘못해서 신미아 씨를 화나게 했어.”그러자 육성민이 나지막하게 경고했다.“신미아, 그만해.”나는 그를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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