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양지원은 찻잔을 들고 별장을 떠나는 차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만 남기고 떠나다니. 우리가 꽤 믿음직스러운가 봐.”신기할 따름이었다.위층에 누워 있는 사람은 양지원의 딸 라이벌이었고, 연정훈은 양지원의 사위가 될 뻔했던 사람이었다.그런 여자를 돌봐주어야 한다니,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양석진은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오늘 아침 일찍 양지원이 구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돌렸다고 양창수가 알려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 짐작하고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으며 한시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위층에 올라가서 그 여자아이를 돌보고 있어. 링거를 다 맞고 나면 링거를 뽑아줘.”양석진이 명령하듯 말했다.양지원은 사람 돌보는 일을 싫어했다. 안시연이 꽤 마음에 들었지만, 소현정의 딸이라는 생각만 하면 또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반박하려는데 피곤함에 찌든 양석진의 얼굴이 보였고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그래.’‘내가 하지 뭐.’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몸을 일으켰다.“오빠, 방에 돌아가 눈 좀 붙이지 그래요?”양석진이 눈을 떴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았고 양지원은 이미 뒤돌아서 계단으로 오르고 있었다.한참이 지나고 양석진은 시선을 거두고 1층의 객실로 걸음을 옮겼다.위층으로 올라간 양지원은 벽을 붙잡고 겨우 서 있었다. 그녀는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어 안시연이 묵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안시연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고 양지원은 그녀의 손등을 살폈다.그녀는 한평생을 살도록 링거를 뽑아본 적이 없었기에 미리 구상을 해봐야 했다.다행히 너무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흠.’‘그렇게 어렵지는 않네.’이런 생각을 하며 양지원은 안시연의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잠에서 깬 안시연은 드디어 환각이 사라졌음을 발견했다.그리고 실눈으로 주변을 살폈다.?!양지원이었다.꿈속이라 생각한 그녀는 빠르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한번 상대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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