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904 챕터

제771화

지우는 좀 난처해서 정안을 돌아보자 정안은 그녀를 밖으로 떠밀었다.“빨리 가.”“그래. 나 가볼게.”지우는 걸음을 재촉해 남태준을 따라잡았다.두 사람이 문을 나서 차에 올라타자 지우가 그에게 주소를 알려 주었다.가는 내내 지우는 차창 쪽으로 얼굴을 돌렸고 차 안은 조용하고 답답했으며 분위기는 다소 경직되었다.남태준은 그녀를 몇 번이고 돌아보았지만 지우는 언제나 무뚝뚝한 기색을 유지했다.“무슨 급한 일이야?”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의 일을 관심했다.그러자 지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네.”“내가 도와줘?”“아니요. 고마워요.”그리고 다시 침묵이 흘렀다.차량은 한 건물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지우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문을 닫으면서 남태준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고마워요.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봐요.”그녀는 문을 닫고 돌아서서 빌딩으로 달려갔다.남태준은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지우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다.다시 고개를 들어 이 웅장한 빌딩을 한 번 보니 가슴 가득 걱정이 퍼졌다.지우가 만약 곁에 없다면 그녀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물어보지 않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눈앞에 있으니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었다.편집장 사무실 안.지우와 편집장은 소파에 앉아 손에 든 책 두 권을 보고 있었다.여민재의 안색이 유난히 어두웠는데 그는 화가 난 듯 손에 든 책을 힘껏 가리켰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한 글자도 빠짐없이 표절이잖아. 표절하더라도 적어도 주인공 이름은 바꿔야지.”지우는 책을 덮고 심호흡하더니 꾹 참고 말했다.“이 책 언제 업데이트됐어요?”“1년 전.”여민재는 소파에 기대어 말했다.“네 것보다 석 달이나 빨랐어.”지우는 책을 소파에 내동댕이치고 말했다.“표절이 확실하네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가 원작이에요. 표절했더라도 이 사람이 나 표절한 거라고요.”“문제는 이 책이 네 것 보다 석 달이나 먼저 나왔다고. 이 사람이 네 책을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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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지우는 일어나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편집장님이 아무리 취소해도 나 상관 안 해요. 독자들과 약속했던 그 날 난 어김없이 나갈 거예요. 단 한 명의 독자가 온다고 해도 절대 실망해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여민재가 급히 따라붙었다.“지우야. 일단 가지 말고 다시 얘기해. 일부터 해결해야지.”“편집장님의 해결책은 내가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하고, 책을 절판하는 거잖아요?”“아직 이 일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때 조용하게 처리하는 게 맞아.”여민재가 걸으면서 말했다.엘리베이터 옆에 와서 지우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편집장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하지 않은 일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좋아. 그럼 증거는?”“원고가 있어요. 그것도 증거가 될까요?”“물론 불가능하지.”지우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는 걸어 들어갔다.그러자 여민재도 따라 들어가서 그녀를 설득했다.“좋아. 난 너 믿어. 하지만 저쪽에서 너보다 석 달 먼저 업데이트했어. 판사가 널 믿어줄까?”“이 작가를 만나고 싶어요.”지우는 대체 어느 대단한 작가가 그녀 책의 초반부 원고를 훔쳤는지 보고 싶었다.이야기의 후반부는 완전히 달랐다.“그 작가는 너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 소속 계약사에서 대표 변호사를 보내 이야기 나눈 거야.”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지우가 빠르게 걸어 나갔다.“그럼 얘기할 것도 없겠네요. 표절로 소송 걸어주세요.”“지우야. 좀 이성적으로 행동해.”“저 지금 아주 이성적이에요.”“너 이거 지금 네 앞날 가지고 장난치는 거다?”여민재가 걸으면서 말했다.“너만 다친다고!”지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화난 여민재가 지우의 팔을 홱 잡아당겨 그녀가 앞으로 가지 못하게 했다.조금의 준비도 하지 못한 지우는 그대로 그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그녀가 막 똑바로 서서 여민재의 손을 힘껏 밀치려는데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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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그는 지우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알지 못하자 지우의 회사에 가서 다시 여민재를 만나 일의 경위를 알게 되었다.그리고 지우의 책을 가지고 집에 돌아갔다.이번에 그는 마침내 지우의 필명과 그녀가 어떤 책을 썼는지 알게 되었다.로맨스 소설이라곤 읽어 본 적이 없는 남태준은 방에 숨어 몰래 그녀가 쓴 글을 읽었다.지우의 책에서 남자 주인공은 그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었다.그는 하룻밤을 꼬박 지새워 지우가 표절당한 책을 완독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마지막 결말이 너무 비극적이었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향해 각자의 길을 걷다가 결국 평생 후회하게 된다.남태준은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눈시울이 젖었고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웠다.아침 햇볕이 따스한 아침, 정안 결혼 시기의 전야였다.지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안과 함께 친정에 가려고 했다.문을 열자마자 앞에 꼼짝 않고 서 있는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눈을 들어 남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남태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책을 건네주었다.자신의 책을 본 지우는 그의 손에 든 책을 확 낚아채며 강렬한 반응을 보였다.“왜 내 책을 읽어요?”“읽으라고 쓴 거 아니야?”지우는 할 말이 없었지만 마음이 다소 언짢았다. 정확히 말하면 난처했다.“이 책. 나 다 봤어.”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하자 지우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마치 잘못이라도 발각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이 책을 읽었으니 다행이지 그 전에 책을 봤더라면 그녀는 정말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할 것이다.남태준이 단호하게 말했다.“고소해. 이길 수 있어.”지우는 경악해서 그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편집장은 그녀가 100% 질 거라고 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고 달갑지 않은 마음에 끝까지 고소하겠다고 했지만 그녀 자신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그는 왜 이렇게 자신만만할까?“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요.”“내가 도와줄게.”“나 때문에 직권 남용할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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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너 완자 친구잖아. 돕는 건 당연하지.”남태준은 쓸쓸하게 웃어 보였다.“그리고 완자 실력으로도 충분히 너 도울 수 있어.”지우는 한바탕 실망감이 몰려왔다.결국, 그녀는 이 남자에게 미련이 남아 있고 여전히 기대하고 있었다.1년 전, 갑자기 헤어진 후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알아야 했는데 왜 아직도 그에게 환상을 품고 있을까?지우는 자신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고마워요.”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하고 즉시 문을 닫았다.문을 잠그고 문짝에 등을 기대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은은한 고통이 밀려와 시선이 눈물로 흐려졌다.지우는 자기 일로 결혼하는 정안의 기분을 영향주고 싶지 않았다.결혼식 날, 그녀는 정안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들러리가 되었다.화이트 웨딩드레스를 입고 세련된 메이크업을 받은 정안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공주님 같았다.그녀는 남하준의 팔짱을 끼고 꽃과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로맨틱한 정원 잔디밭을 걸었고 꽃잎이 아름답게 흩날렸다. 그야말로 로맨틱함의 극치였다.하객은 많지 않지만 모두 절친한 친구이고 동료였다.이날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정안과 남하준은 선서를 읽으며 서로 애틋하게 바라보는 눈에는 눈물이 반짝였다.남하준은 흥분에 차서 말했다.“우리 드디어 결혼했네.”그 순간,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친척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지를 교환하고 키스를 나눴다.그들의 결혼식은 번잡한 사회자도, 다른 촌스러운 게임 코너도 없이 매우 올곧았다.그리고 남하준의 들러리는 그가 1년 전에 초빙한 새로운 비서인 엄서준이었는데 겨우 23살로 지우보다 네 살이나 어렸다.젊고 활기차며 준수하게 생겼다.식이 끝나자 곧 식사 시간이 되었다. 정안은 예쁜 한복으로 갈아입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며 하객들의 축하를 받았다.잔디밭의 반대편에는 서정적인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음악 무대가 있었다.지우가 식탁에서 뷔페를 먹고 있는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우 씨 오늘 아주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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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현혹할 만큼 매력적이었다.“나와 만나려면 세 가지 요구를 들어줘야 해.”엄서준은 흥분해서 물었다.“뭐죠?”“첫째, 결혼부터 하고 연애하기.”엄서준은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즐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결혼 후 처가살이해야 하고 자식은 무조건 내 성을 따라야 해.”엄서준은 갑자기 안색이 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셋째, 네 월급카드와 모든 수입은 나에게 맡겨야 해.”엄서준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 그는 굳은 미소를 지으며 지우의 손을 잡고 넥타이를 천천히 내리치며 그녀의 손을 밀쳐내려 했다. “누나, 우리 안 맞는 것 같네요.”누나라는 호칭이 나온 걸 보니 어려움을 알고 스스로 물러난 것 같았다.지우가 엄서준의 넥타이를 놓으려는 순간, 갑자기 거친 힘이 그녀의 팔을 잡고 억지로 잡아당기더니 엄서준에게 1m 떨어지게 했다.엄서준은 움찔 놀라 남태준의 냉엄한 눈빛을 보니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는데 당장이라도 그를 목 졸라 죽이려는 것처럼 분노로 가득 찼다. 그는 놀라서 벌벌 떨며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지우는 팔이 좀 아픈 것 같았다.남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그의 쓸쓸함이 느껴졌다.그는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남태준은 눈빛으로 엄서준을 쫓아내고 몇 초 동안 가만히 서 있다가 지우의 팔을 잡고 두말없이 민박 쪽으로 향했다.지우는 남자의 힘이 너무 세서 팔이 좀 아픈 것 같았다.그의 발걸음이 너무 빨라서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발걸음이 매우 불안했고 잔걸음으로 뛰어야만 그에게 끌려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남태준, 뭐 하는 거야!”지우는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긴장해서 소리쳤다.남태준은 대답도 없고 멈추지도 않았다.민박 건물로 들어가려 하자 지우는 힘껏 손을 빼내고 악을 쓰며 발로 땅을 짚고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지우의 반항을 느낀 남태준은 더는 끌지 않고 돌아서서 그녀를 보았다.그는 오늘 몸에 꼭 맞는 맞춤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훤칠하고 빼어나며 기품이 넘쳤다.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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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뜨거운 기류가 번지고 있었다.지우는 입술이 약간 부풀어 오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남자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고 입술은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몸을 삼키듯 입을 맞추었다.지우는 그를 벗어나려 했지만 키스에 몸이 축 늘어지고 발에 힘이 빠졌다.그녀는 남태준의 건장한 몸을 밀어낼 수 없었지만 그가 자신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그녀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바늘에 찔리는 듯 아팠다.그녀는 불안정한 숨결로 울먹이듯 말했다.“제발. 그만 해요!”그는 동작을 멈추더니 그녀의 목에 머리를 파묻고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럽고 헐떡이고 있었다.순간 지우는 그의 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미안해.”그는 이성을 되찾고 나서야 자신이 이렇게 거칠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지우 때문에 그는 통제력을 잃었다.남자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지우의 눈물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천천히 떨어졌다.“미안해. 지우야.”남태준이 다시 한번 나지막이 중얼거렸는데 목소리가 너무 슬프고 괴로워 보였다.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지우도 반응하고 남태준의 가슴에 손을 얹어 그를 뒤로 밀어냈다.지우는 그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을 머금고 민박집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뛰어갔다.후회막심한 남태준은 두 손으로 머리를 긁어모으고 벽으로 가서 이마를 벽에 박고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벌써 1년이 지났는데 그는 여전히 지우를 잊을 수 없었다.정말 미칠 것 같았다....결혼식이 끝나고 남하준은 정안과 아들을 데리고 신혼여행을 갔다.남태준은 출근 후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상급 책임자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여 여러 번이나 그를 찾아 이야기를 나눴고 계속 사직서를 돌려주려 했다.그의 동료 진연우도 화들짝 놀랐다.그 누구도 퇴사할 수 있지만 남태준이 퇴사할 거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진연우는 그를 찾아가 노기등등해서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일을 그만둬? 뭔 불치병에라도 걸렸어?”“아니.”“그럼 왜 그만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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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남태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진연우를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럼 난 내 여자친구에게 나와 어머니 중에 선택하라고 강요했어야 했을까?”진연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자신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쉬워 여자친구에게 뼈아픈 선택을 강요하는 건 확실히 이기적인 행동이었다.진연우는 순간 남태준의 결정을 이해했다.“그 여자 그렇게 사랑해? 네 일을 그만둘 만큼?”“응.”“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없어.”“이미 1년이 지났어. 전 여자친구가 아직도 너 좋아한다고 확신할 수 있어?”남태준의 안색이 굳어지더니 불확실한 표정으로 진연우를 바라보았다.그의 표정에서 생각을 읽은 진연우가 놀라며 물었다.“너 설마 상의도 안 해본 거야? 너만 일 그만두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아직 못했어. 먼저 어머니 허락을 받고 싶어.”진연우는 차갑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정신 차려. 헤어진 지 1년이야. 그 여자는 이미 네게 아무 감정도 없을지 몰라.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외로움을 타는지 몰라? 지난 1년 동안 이미 남자를 몇 명이나 만났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 있을지 몰라.”남태준은 침묵하며 가슴이 꽉 조여왔다.정안의 결혼식 피로연 당시, 지우가 엄서준과 다정하게 시시덕거리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떠올랐다.지우는 더 이상 1년 전처럼 단순하고 내성적이면서도 발랄하던 여자가 아니었다.그녀는 전에도 남태준을 별로 사랑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더 무감각해지지 않았을까?진연우는 멍한 표정의 남태준을 보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일단 충동적으로 일 그만두지 말고 잘 생각해봐.”집에 가는 길, 남태준은 생각이 많고 마음이 어지러웠고 머릿속은 온통 지우뿐이었다.한 유서 깊은 과자 가게를 지나며 그는 지우가 예전에 이 브랜드의 수제 쿠키를 가장 좋아했던 것이 생각나서 차에서 내려 두 상자를 샀다.남씨 본가에 도착한 그는 봉투 하나를 들고 들어와 거실을 훑어보고 나서 다시 2층 지우의 방을 보았다.저녁이 되자 모두 거실에 앉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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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먹구름이 막 떠오르려는 아침 햇살을 가렸고 안개가 자욱했다.지우는 손에 꽃을 들고 산 중턱 무덤가에 서서 어머니의 묘비 사진을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1년 동안 그녀는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썼고 어머니를 본 지 오래되었다.“엄마, 나 어제 돌아왔어. 가서 지성이도 만나고 왔어. 지성이 잘 있더라. 모범수라 감형도 받았대.”지우는 다가가 꽃을 비석 앞에 놓고 돌바닥에 앉아 어머니의 비석 옆에 기댔다.그녀가 먼 산을 바라보니 환경이 아름답고 평화로웠다.“여기 아주 깨끗하고 아름답네.”지우가 살짝 웃으며 감탄했다.“엄마 여기 있는 것도 어쩌면 좋은 일이야.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벗어나, 걱정에서 벗어나 매일 산과 경치를 보며 조용히 보내잖아.”“나 이번에 돌아와서 수빈이를 찾아야 해.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지우의 기분이 우울해지더니 말투도 가라앉았다.“근데 수빈이 부모님은 수빈이가 안성에 가서 일하고 있대. 내가 연락할 방법이 없네.”“수빈이가 정말 내 원고를 훔친 사람일까?”그녀의 어머니는 당연히 대답할 수 없었다.지우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또 말했다.“내 컴퓨터에 손을 댄 사람은 수빈이뿐이야. 다른 사람은 정말 생각나지 않거든. 게다가 표절한 부분이 마침 내가 마을을 떠나기 전에 썼던 내용이야. 그 후 줄거리는 완전히 달라.”“하지만 수빈이는 어릴 적부터 나와 친자매처럼 자란 친구인데 설마 수빈이가 내 책을 표절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근데 난 지금 수빈이를 찾을 수가 없어. 엄마. 나 앞이 막막해.”“그리고... 나 그 사람 만났어.”지우는 고개를 숙이고 남태준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고 목소리가 무거워졌다.“그 사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분명 내 신분이 자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나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엄마. 너무 보고 싶다!”지우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어머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아무런 대꾸도 받지 못해도 말을 하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다.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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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그럼 온라인에서는? 왜 나 모두 차단했어?”“미안. 근데 지우야. 너 진짜 무슨 일 있어?”지우는 송수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라고 해도 별것 없었다.지우는 이런 일방적인 우정을 유지하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수빈아. 역광 네가 쓴 거야?”송수빈은 침묵했다.그녀의 침묵은 지우에게 고문이었다.지우는 차마 믿을 수 없었고 심장이 찌릿찌릿 아파 나며 괴롭고 화가 났다.“그러니까, 역광을 정말 네가 쓴 거라고?”“맞아.”지우는 허탈하게 웃으며 눈시울을 적셨다.“제일 친한 친구가 내 책을 훔쳤다니. 정말 생각도 못 했다. 나...”지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수빈이 말을 끊었다.“하지만 내 책이 너보다 석 달 먼저 업데이트 됐어. 누가 누구 책을 베꼈는지는 뻔하지 않아?”지우는 쓴웃음을 지었다.“송수빈 너 원래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었니?”송수빈은 다시 침묵했다.지우는 서서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휴대전화를 꽉 쥐고 화를 억눌렀다.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나 이 책 십여 만자 넘게 써서 컴퓨터에 저장했어. 옆에 있는 사람 조심하라던 말 틀린 것 하나 없네.”송수빈은 당당하게 말했다.“지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오리지널이고 내 책을 베낀 건 너야. 그리고 우리 우정을 생각해서 너 고소하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 회사에서 계속 너 물고 늘어지고 있는 거야. 내가 이미 회사에 사정해서 네가 사적으로 배상하고 사과문 올리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할 수 있어. 우리 서로 추하게 법정에 서지 말자.”지우는 냉소를 지었다.“송수빈. 네가 지금 우리 우정을 걱정하고 있어? 내가 너보다 매정한 사람인가 보네.난 지금 당장 너 죽이고 싶거든. 기다려. 법정에서 다시 보게 될 거야.”모진 말을 마친 지우는 전화를 끊었다.송수빈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열불이 났다....안성, 남성대호텔.지우는 체크인하자마자 소송용 서류를 준비해 회사에 변호사를 선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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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말한 사람은 임다희였다.그녀는 값비싼 맞춤 제작 드레스에 아주 화려하고 성대하게 차려입었다.아마 레드카펫을 밟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 같았다.그녀 옆에는 준수하고 멋진 정장 차림의... 여자가 있었다.지우는 그녀와 인사하기 싫어서 그저 덤덤하게 바라보았다.“남자친구 바꿨나?”임다희가 변호사를 힐끗 쳐다보자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 명함을 내밀었다.“전 지우 씨 변호사예요. 그쪽이 말씀하신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임다희는 가볍게 대답하고는 변호사의 명함을 받지 않고 지우를 새침하게 바라보며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자아냈다. “태준이가 애초에 그쪽을 좋아한 건 아마 나를 좀 닮아서였을 거야. 신선감이 떨어졌으니 분명 재미도 잃은 거고. 결국 꿩은 영원히 꿩일 뿐이지 봉황이 될 수는 없으니까.”지우는 주먹을 천천히 쥐며 참고 있자니 심장이 쥐어뜯는 듯 아팠다.“가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옆에 있던 잘생긴 여자가 명령조로 말하자 임다희는 순간 공손해졌다.“좋아.”임다희는 여자를 따라 돌아섰다.“임다희!”지우가 차가운 소리로 부르자 임다희가 멈칫하더니 몸을 돌렸다.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임다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물었다.“그 드레스 얼마짜리야?”임다희는 득의양양하게 웃더니 조롱했다.“네가 엄두도 못 낼 가격이지.”“천만 원?”지우가 묻자 임다희가 코웃음을 쳤다.“이런 촌뜨기가. 천만 원도 맞춤 제작이라고 할 수 있어? 이 드레스는 해외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거고 가격은 3천만 원이야. 게다가...”3천만 원, 지우는 지난 일 년 동안 꽤 많은 원고료를 모았다.이 정도 돈은 배상할 수 있었다.지우는 두말없이 탁자 위의 커피를 집어 임다희의 드레스에 휙 뿌렸다.변호사는 충격을 금치 못했고 임다희는 놀라서 뒤로 물러서다가 그녀 옆에 있는 여자와 부딪쳤다.이어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분노와 공포가 어려 있었다.“아악!”커피숍 안의 모든 사람이 임다희를 주시했다.여자 연예인을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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