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Chapter 51 - Chapter 60

1609 Chapters

제51화

“사실인지 아닌지는 들어가 보면 알게 되겠지.”하지만 김신걸은 이대로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이때 안쪽에서 문이 열리고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깬 듯한 여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희야?”“안 돼!”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 원유희가 본능적으로 김신걸의 탄탄한 허리를 끌어안았다.그 충격에 뒤로 살짝 물러선 김신걸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문틈으로 바깥 상황을 확인한 여채아 역시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그녀가 깜짝 놀란 이유는 다름이 아닌 조한과 상우와 똑같게 생긴 남자의 얼굴 때문이었다.저 남자가 바로 세쌍둥이의 아빠라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음산한 눈빛에 여채아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엄마, 얼른 들어가세요!”혹시나 김신걸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까 두려웠던 원유희가 그의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하지만…….”“괜찮아요. 괜찮아.”여채아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원유희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텔레파시를 보냈다.‘아이들부터 지켜주세요…….’그 눈빛을 읽은 걸까 말없이 문을 닫은 여채아가 부랴부랴 아이들 방문부터 걸어잠근 뒤 다시 현관문에 귀를 바짝 가져다댔다.“남자 품에 안기는 게 그렇게 좋아?”정수리 쪽에서 들리는 음침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원유희가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미…… 미안. 우,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워서…….”솥뚜껑 같은 손을 뻗어 원유희의 뺨을 움켜쥔 김신걸이 말했다.“너희 집 사정 따위에는 관심없어.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일에 방해된다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까 알아서 해!”턱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원유희의 가슴이 다시 불안감으로 뛰기 시작했다.“알, 알겠어.”“휴대폰은?”“휴대폰…….”주머니를 더듬거리던 원유희가 대답했다.“집에 두고 나왔나 봐…….”다음 순간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움켜쥔 김신걸이 그녀를 계단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악!”잔뜩 겁에 질린 원유희는 반항 조차 할 수 없었다.“살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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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멈칫하던 김신걸이 묘한 눈동자로 원유희의 배에 있는 흉터를 바라보았다.다급하게 손으로 흉터를 가린 원유희가 말했다.“아, 1년 전에 맹장수술 받았었거든…….”흉터는 복부 중앙이 아닌 살짝 옆으로 비껴나간 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여전히 탄탄하고 하얀 피부는 아무리 봐도 아이 셋 엄마라고는 볼 수 없었다.제왕절개 수술 자국으로 보일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원유희의 심장은 터질 듯 콩닥거렸다.김신걸이 살짝 멈칫하던 그 순간, 아파트 아래에서 펑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다음 순간 건물 전체에 귀청이 째질듯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미간을 찌푸린 김신걸의 눈동자에 순간 살기가 스쳤다.“내가 김명화를 너무 과소평과했네.”이때 바닥에 벗어둔 재킷 주머니에 든 휴대폰이 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소파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원유희를 힐끗 바라본 김신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여보세요.”“대표님, 명화 도련님께서 차로 복도를 들이받으셨습니다. 그 충격으로 차 앞 범퍼에 불이 났고 그래서 경보음이 울린 것 같습니다. 명화 도련님께서는 의식을 잃으신 상태입니다.”전화를 끊은 김신걸이 차가운 눈동자로 원유희를 바라보다 코웃음을 쳤다.“너 때문에 목숨까지 걸 줄은 몰랐어. 언제까지 이렇게 나올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갑작스러운 사고에 흥미가 사라진 걸까 말을 마친 김신걸이 집을 나섰다.문이 닫히고 나서야 잔뜩 긴장하고 있던 원유희는 힘없이 소파에 드러누웠다.떨리는 손으로 흉터를 만지던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 다행이야.’사실 김신걸과 관계를 가지는 건 별로 두렵지 않았다.뭐든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니까.하지만 2년 전 그날 밤을 다시 떠올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김신걸은 미친 듯이 그녀를 증오하고 있는 상태. 악마 같은 김신걸이 어떤 식으로 그녀를 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한참을 누워있던 원유희가 벌떡 일어났다.‘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명화가 뭘 어떻게 했길래 경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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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이 정도 다쳐서 형을 막은 거면 싸게 먹힌 거지 뭐.”그녀를 위로하려는 듯 밝은 김명화의 목소리에도 원유희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어제는 왜 왔어?”“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지. 내가 가서 다행이었지 뭐. 아, 여권은 어떻게 됐어? 정말 내가 안 도와줘도 되겠어?”“여권은 이미 재발급 신청했어. 이틀 뒤면 나올 거야.”“하루라도 빨리 형한테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꼭 그렇게 될 거야.”‘꼭 그렇게 될 거야. 아이들이랑 김신걸이 찾을 수 없는 먼 곳으로 숨어버릴 거야.’“언제 떠날 거야? 내가 비행기 티켓 알아봐줄게. 걱정하지 마. 형이 알아낼 수 없는 안전한 티켓으로 구할 테니까.”“그래, 고마워.”통화를 마친 원유희는 기대감에 부풀었다.끝없는 터널을 걷다 드디어 빛 한 줄기가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었다.오후쯤, 여채아는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틈을 타 다급하게 원유희의 아파트로 향했다.원유희가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로 아파트에 들어간 그녀는 딸이 부탁한 휴대폰을 남기고 조용히 아파트를 나섰다.그녀가 아파트를 나서던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여자의 그림자가 보였다.‘원수정?’여기서 원수정을 만나게 될 거라 생각지 못한 여채아가 다급하게 덤불 뒤로 몸을 숨겼다.장을 봤는지 식재료를 잔뜩 든 기사와 함께 아파트로 들어가는 원수정을 바라보던 여채아가 굳은 얼굴로 돌아섰다.‘원수정과 만나는 건 아직 안 돼…….’얼마 후, 퇴근하고 아파트로 돌아온 원유희는 문을 열자 왠지 이상함을 느꼈다.맛있는 음식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자극하고 곧이어 주방에서 원수정이 달려나왔다.“고모?”“왔어? 마침 잘 왔네. 식사 준비 다 끝났으니까 얼른 손 씻고 와.”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향해 원수정이 미소를 지었다.고모가 아파트를 찾아온 것도 모자라 식사까지 차려줄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원유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손을 씻고 식탁 앞에 앉았다.원유희가 상다리 부러질 듯한 진수성찬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자 그녀의 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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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유희야.”원수정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원유희는 수심으로 가득한 고모와 시선을 마주했다.“다들 내가 재벌가 며느리가 됐다고 남 부럽지 않게 사는 줄 알지만 지금의 삶을 위해 난 많은 걸 포기했어. 평생 아이는 낳지 않기로 그이랑 약속했거든.”‘두 분 재혼한 지도 꽤 오래 되셨는데 왜 아이가 없나 했더니…… 그런 거였구나?’“그러니까 유희야, 여기 남으면 안 되겠니? 어떻게든 여길 떠나려고 하는 거 알아. 이기적인 거 알지만…… 고모 곁에 있으면 안 될까? 너까지 떠나면 내 곁에는 정말 아무도 없어.”원수정의 애원 섞인 눈빛에 원유희도 난처할 따름이었다.“고모, 저도……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거예요. 세월이 흐르고 신걸이 마음이 풀리면 다시 돌아올게요. 네?”아이만 없었다면 원유희도 기꺼이 고모 곁에 남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있는 한 김신걸이 고모를 괴롭힐 일은 없을 테니까.하지만 그녀에게는 지켜야 할 세 아이가 있다.‘그러니까 고모 죄송해요…….’“그래. 네가 무슨 자격으로 너한테 이런 부탁을 하겠니. 나 때문에 지금 네가 기도 제대로 못 펴고 살고 있는데……”원수정이 고개를 숙이자 원유희가 다급하게 부정했다.“아니에요. 고모 잘못이 아니에요…….”‘이 비극은 전부 김신걸 그 자식 때문이에요.’’원유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던 원수정이 말했다.“그래. 고모 걱정은 하지 말고 멀리 떠나. 떠나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 그 악마 같은 애한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고모는 만족이야.”“고마워요.”식사를 마친 원수정이 떠나고 원유희는 바로 욕실로 향했다.욕실 서랍, 새 휴대폰을 확인한 원유희가 미소를 지었다.도망갈 때 사용할 휴대폰까지 챙겼지만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내가 아이들이랑 떠나면 엄마는 어쩌지? 여기서 혼자 외롭게 지내시게 두는 게 맞는 건가?’그녀의 어머니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다는 걸 알고 있는 원유희였기에 말년에라도 편하게 지내시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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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나 못 믿어?”수화기 저편에서 김명화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그럴 리가…… 명화는 지금까지 날 도와줬잖아…….’결국 원유희는 김명화의 제안에 응했다.모든 준비는 김명화가 대신 한다고 했으니 원유희는 바로 엄마에게 자세한 계획을 알렸다.그리고 행여나 김신걸이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챌까 이틀 내내 아이들을 만나러 가지고 않았다.김명화가 예약한 항공편은 밤 12시. 최대한 김신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밤 시간대로 정한 것이기도 했다.드디어 디데이.저녁 10시쯤. 원유희는 최대한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핸드백 하나만을 챙겼다.위치 추적 장치가 들어있는 휴대폰은 집에 남겨둔 채 원유희는 비상 계단으로 아파트 뒷문을 나섰다.먼저 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김명화를 바라본 순간, 벅차오르는 기분에 원유희의 발걸음도 빨라졌다.김명화가 조수석 문을 열고 고개를 끄덕인 원유희가 차에 탔다.두 사람을 태운 포르쉐는 그렇게 공항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긴장 풀어.”김명화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원유희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사실 전에…… 공항에서 신걸이한테 다시 잡힌 적도 있어서…… 아직은 좀 불안해.”“오늘은 그럴 일 없을 거야. 형 지금 회사에서 야근 중이라 너한테 관심도 없을 걸?”김명화의 말에 원유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이번에는 제발…….’차량은 빠르게 달려 한산한 도로로 들어섰다. 어차피 공항은 교외에 위치해 있으니 원유희도 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눈 좀 붙일래? 도착하면 깨워줄게.”“이 상황에서 내가 잠이 올 리가 없잖아?”고개를 끄덕인 김명화는 다시 운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차창에 기댄 원유희는 검은 어둠 속에서 멀어지는 나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가는 나뭇가지들이 지금 이 순간은 그녀를 위협하는 악마의 손가락처럼 느껴졌다.‘왜 분명 떠나는 건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이유없는 불안감에 원유희의 숨이 점점 가빠지기 시작했다.그리고 잠시 후, 빠르게 달리던 포르쉐가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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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발끝부터 올라오는 한기에 원유희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나…… 나한테 왜 이래?”“왜 이러냐고? 재밌잖아? 너 설마…… 내가 정말 널 위해 형을 배신할 거라 생각했던 거야?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김명화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충격으로 커다래진 원유희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항상 그녀에게 친절한 김명화를 보며 김신걸과는 참 다르다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었어. 두 사람 전부 악마였다고!”“아이고, 우는 거야? 가여워라…….”김명화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던 순간, 거칠게 손을 쳐낸 원유희가 차문을 거칠게 열었다.“으악!”문에 부딪힌 김명화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그리고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와 원유희를 차에서 끄집어냈다.그가 원유희의 뺨을 날리려던 그때, 누군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고개를 돌린 김명화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물었다.“형?”“벌은 내가 직접 줄 거야.”김신걸이 거칠게 손목을 뿌리쳤다.“형, 이거 토사구팽이야. 나 아니었으면 원유희 이 계집애 꼼짝없이 도망쳤다고.”김명화가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내가 정말 몰랐을 거라 생각해?”차가운 눈빛으로 김명화를 노려보던 김신걸이 차 앞에 서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원유희를 향해 말했다.“타.”이미 차에 포위된 원유희가 도망칠 곳 따위는 없었다.이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마 잔혹한 고문이겠지.하지만 그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건 바로 믿었던 김명화의 배신이었다.‘나에게 했던 말들, 그 미소들…… 전부 가짜였다고?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믿었던 김명화가 그녀의 마지막 탈출 계획을 짓밟아 버렸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에 손에 끌려가 듯 롤스로이스에 타고 차량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구석에 웅크린 채 줄 끊어진 인형처럼 앉아있던 원유희는 턱에서 느껴지는 거센 힘에 의해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동자와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마주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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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그를 건드린 어떤 사람도 가만둘 그가 아니었다.원유희는 부들부들 떨며 한쪽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돌아가면 벌을 받을 마음의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였다.지금 그녀의 엄마와 아이들이 공항에서 그녀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여채아는 병아리 같은 아이들을 거느리고 공항에서 음식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었다.세쌍둥이는 조그마한 입속에 음식을 볼이 미어지도록 넣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외할머니, 엄마는 언제 와요?”조한이 물었다.“너무 오래 기다렸어요.”상우가 말했다.“외할머니, 엄마가 안 오는 거 아니에요?”유담이 걱정스레 물었다.“아니야, 엄마 곧 오실 거니까 우리 조금만 더 기다리자.”여채아는 마음대로 원유희에게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원유희가 전화를 기다리라고 했기 때문이다.4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이미 두 시간이 다 돼간다.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롤스로이스가 어전원에서 멈추자 원유희는 어둠 속에서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그림자를 보며 불안감에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김신걸이 몸을 돌리더니 음침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도와줘?”“아…… 나 혼자 내릴 수 있어…….”원유희는 황급히 차에서 내리다가 발을 삐끗하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다.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요염하게 차려입은 손예인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신걸 오빠, 왔어? 한참이나 기다…….”뒤에 있는 원유희를 본 그녀는 말을 삼켰고 눈빛에 적의로 변했다.손예인을 본 원유희는 이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김신걸이 자신을 향한 벌을 면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하지만 익숙한듯한 손예인의 모습을 보니 처음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그럴지도 몰랐다. 그녀는 지금 김씨 가문의 며느리 신분이니 자연스럽게 이런 장소에 드나들 수 있었다.“누가 오라고 했어?”김신걸은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손예인은 곧 나긋나긋한 태도를 보였다.“신걸 오빠. 방금 남월만을 지나다가 오빠 생각이 나서 와봤어. 오빠가 없길래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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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원유희는 그들의 일에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녀와 그녀가 아끼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만 않으면 된다.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휴대폰은 김명화의 조수석 밑에 숨겨져 있었다.엄마한테 연락하지 않았는데 계속 기다리고 계실까?그녀는 고개를 들고 먼 곳에 있는 경호원을 보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그럴 줄 알았더라면 구석에 서 있을 걸 그랬다.하지만 그녀는 엄마에게 세 시간 동안 그녀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다리지 말고 돌아가라고 했다.원유희는 김명화에게 걸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는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다. 어전원에 와서 그녀를 구하고 김신걸이 그녀를 해치지 못하게 차로 벽을 들이 받았다…… 이 모든 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연기력으로 연예계에 진출하지 않는 게 아까울 정도라고 생각했다.참으로 불가사의했다.김씨 가문에서 김신걸만 고집스럽고 포악한 변태인 줄로 알았는데 김명화 역시 진심이 왜곡된 것 같았다.그녀는 재수 없게도 한꺼번에 두 사람이나 만난 것이다…….얼마나 서 있었을까, 물방울이 콧등에 떨어졌다.곧 두 방울, 세 방울, 네 방을 떨어지더니 점점 더 많아졌다…….원유희는 고개를 살짝 들고 칠흑 같은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가로등의 불빛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양을 볼 수 있었다커다란 유리창 앞에 훤칠한 키를 뽐내고 있는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김신걸은 손에 와인 잔을 들고 알 수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가녀린 그녀가 비에 흠뻑 젖은 채 비참한 모습을 지켜보았다.손예인은 와인 잔을 손에 들고 쑥스러운 듯 다가갔다.“봐. 정말 비 오잖아. 하나님도 저 여자가 마음에 안 드나 봐. 신걸 오빠, 기분이 좀 좋아졌어?”김신걸은 잔에 든 술을 원샷하고 사냥감을 노리듯 빗속에 있는 사람을 노려보았다. “돌아가.”“뭐? 신걸 오빠…….”손예인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더 많은 일이 생기길 기대하고 있었다. 일부러 섹시한 옷을 입고 왔는데 한 번도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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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원유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욕조 안에서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다.하지만 욕조에서 나오자마자 목덜미를 잡혔다.“악! 하지 마…….”원유희가 비명을 질렀다.몸은 세면대 앞에 눌렸고 공포에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깨끗한 거울에 비쳤다.김신걸의 악마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네 모습을 봐. 거절하는 척하며 즐기는 거잖아.”“아니야…… 김신걸, 날 놔줘, 그만해…….”원유희는 치욕감에 눈을 감고 거울에 비친 비참한 모습을 감히 볼 수 없었다.“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너도 알잖아.”김신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원유희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2년 전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했다. 그녀는 김신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눈물이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원유희는 침대에 던져졌고 옷가지가 거의 다 벗겨졌다.손가락힘마저 다 빠져 겨우 침대 옆으로 기어가려 했다.하지만 목적을 이루지도 못했는데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고 침실에 있던 희미한 빛 줄기 마저 사라졌다. 그림자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원유희의 몸에 비췄다.악마의 손아귀가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목을 잡더니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도록 했다.원유희의 등이 남자의 튼튼한 가슴팍에 밀착했고 흉근과 복근이 느껴졌다. 남자의 힘과 뜨거움을 느낀 그녀는 더 두려워졌다.“안돼…….”원유희가 발버둥 쳤다.그녀는 그게 뭔지 몰랐지만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신걸은 그녀의 목을 잡은 채 놓아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손을 천천히 아래턱까지 올리더니 그녀가 얼굴을 들 수 있도록 턱을 추어올렸다. 원유희는 그렇게 그를 쳐다보게 되었다.동시에 기다란 손가락으로 약을 그녀의 목구멍에 밀어 넣고 있었다.“읍!”원유희는 더 격렬하게 발버둥 치며 두 다리로 마구 찼다.“삼켜!”김신걸이 명령했다.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삼켰고 그 조그마한 알약은 그녀의 식도를 따라 내려갔다.그제야 겨우 풀려났다.원유희는 한편에 옹크리고 죽기살기로 기침을 했다. 눈물과 침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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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하지만 계속 전화기를 꺼놓을 수 없어 저녁에 다시 켰다.원유희의 그 번호로 다시 전화할 수 없다면 새 휴대폰은?여채아는 이것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원유희가 전화를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그러니 집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점심이 지나자 도우미가 방에 들어가 상황을 살펴보았다.침실에 들어가 침대 위의 광경을 본 도우미는 놀라 소리를 지를 뻔하다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마음을 추스르고 난 후에야 겨우 입에서 손을 뗐다.어수선한 침대 위에는 여자 한 명이 누워 있었다.비참한 몰골을 한 여자는 이미 생기를 잃어갔다.밖으로 드러난 팔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빨간 자국이 나 있었는데 뽀얀 피부에 특별히 눈에 띄었다.도우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펴보았다.김 대표님이 어젯밤에 여기를 떠났는데 여자가 여기에서 자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예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이런 상황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해 해림에게 보고했고 해림은 송욱에게 전화를 해 빨리 오라고 했다.방에 들어선 송욱도 침대 위에 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얼굴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보니 얼굴색은 그저 잠을 자는 것으로 보였다.침대 머리 옆에 놓인 탁자 위에는 하얀 알약이 있었다.이것은 잠자리에 복용하는 약(피임약)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하지만 침대 위에 있는 여자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기에 미처 먹지 못한 것이다.송욱은 원유희에게 검사를 한 후 몸에 있는 흔적을 제외하고는 혼수상태에 빠질만한 부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녀는 단지 잠을 자고 있는 듯 숨결마저 고르게 들려왔다.아주 많이 피곤한 뒤에야 나타나는 그런 수면 증세였다. 몸이 거덜 나 당장 휴식이 필요한 그런 수면 증세였다.송욱은 방에서 나와 말했다.“괜찮아요. 자고 있는 것 뿐이에요.”“잔다고요? 24시간이 지나가는데요?”해림은 김 대표님이 떠난 시간으로 계산해서 말했다.“알아요. 좀 더 기다려 봐요. 도우미에게 지켜보라고 하고요. 내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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