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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1051 - Chapter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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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할머니는 내 요리 솜씨가 별로라면서요?”“별로지. 그래도 난 네 할미잖니. 아무리 맛없게 해도 우리 손주 자신감 불어넣어 줘야지 않겠어?”“...”“띠리링...”이때 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 받는 핑계로 더는 할머니와 옥신각신하지 않았다. 어차피 할머니를 이기지도 못하니까.“형, 나 아파트 입구야. 형이 출입문 카드를 안 줘서 못 들어가고 있어. 동명 형도 여기 있어. 무려 30분이나 기다렸다는데.”전호영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할머니는 어젯밤 가족 단톡방에서 무릇 관성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 전부 리조트에 돌아가라고 통보를 내렸다.큰형수님 친정 식구들이 처음 방문하시니 무조건 집에 돌아가 잘 접대하라고 하셨다. 이는 큰형수님에 대한 존중과 중시라고 했다.어쨌거나 큰형수님은 장차 전씨 가문의 안방마님으로 거듭날 분이니 차츰차츰 위엄을 쌓아가야 한다.“너 참 빨리도 왔네.”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일구한테 너희 마중 가라고 할게.”너무 이른 시간이라 강일구와 숙희 아주머니도 아직 하루 토스트에 나가지 않았다.“알았어.”빨리 왔다는 형의 말에 전호영은 센스 있게 바로 전화를 끊고는 도어에 손을 올리고 맞은편 차에 있는 노동명에게 말했다.“형, 나는 아침밥 챙겨오느라고 빨리 왔다고는 하지만 형은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나보다 더 빠르잖아요. 우리 형이 아까 내가 참 빨리도 왔다면서 칭찬하던데 아무래도 8시 이후에 오길 바랐나 봐요. 그럼 동명 형이 더 오래 기다릴 거잖아요. 말해봐요, 우리 형 또 어떻게 건드렸는지?”노동명이 마른기침을 하더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엄마가 친구 집 딸을 우리 집에 데려와서 나랑 엮으려고 하셔. 실은 오늘 손은경 씨랑 종일 함께 보내라는 걸 내가 싫어서 너희 형이랑 바비큐 파티한다고 대충 둘러댔거든. 엄마는 그래도 한사코 손은경 씨를 데리고 가라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만 너희 형이 가족 이외의 젊은 여자를 곁에 두는 걸 싫어한다고 방패막이로 삼아서 겨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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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하예정이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녀는 노동명과 전호영이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문을 닫았다.뒤돌아보니 할머니가 어느새 사람들에게 아침을 먹으라고 손짓하고 계셨다.전태윤은 애처가이다 보니 하예정이 좋아하는 음식을 잘 알고 있어 전호영에게 죄다 그녀가 잘 먹는 음식만 골라오게 했다.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노동명까지 불쑥 찾아와도 다 함께 먹기에 충분했다.배불리 먹은 후 할머니가 노동명에게 분부했다.“동명아, 너 지금 예진이네 집으로 가서 우빈이랑 예진이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가.”노동명은 두 눈을 반짝이더니 곧장 왜 본인이어야만 하냐는 표정으로 물었다.“할머니, 바비큐 파티하는 사람 모두 몇 명이에요?”“몇이나 돌아올진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튼 가족 단톡방에 관성에 있는 사람들 전부 리조트에 돌아가라고 통지했어.”“...”왠지 전씨 일가의 가족모임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노동명은 단지 친구들 네댓 명이 모여서 바비큐나 먹고 술이나 마시면서 리조트의 봄의 경치를 감상하려 했는데 어쩌다가 전씨 일가의 가족 모임으로 변해버린 걸까?“출발해, 시간이 얼마 없어. 도착하려면 길에서 한 시간 정도는 걸려.”시내 지역에 차가 막혀 시간이 오래 걸린다.“나랑 예정이는 태윤의 차 탈게. 호영이는 예진의 월세방이 어딘지 모르니 동명이 네가 가서 예진이랑 우빈이 데리고 와. 갈 사람이 너밖에 없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출발해. 오늘 바비큐 파티하자고 한 사람 너야.”노동명은 금세 수긍하며 차 키를 챙기고 가면서 말했다.“할머니, 저는 그저 친구들 네댓 명 모여서 소소하게 바비큐 파티나 하자고 한 건데 할머니가 판을 크게 벌이셨잖아요. 전씨 가문의 잘생긴 남자들 모임으로 돼버렸네요. 내 마음도 몰라주고, 나 자괴감 든단 말이에요.”할머니가 그를 꾸짖었다.“자괴감 들면 얼굴에 난 그 칼자국 좀 지워. 우빈이가 네 얼굴만 보면 너한테 안아달란 말도 못 하잖아. 어린애가 대담하니 망정이지 겁쟁이였다면 너 보고 놀라서 울어버렸을 거야. 꿈에서도 너 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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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서원 리조트는 전태윤의 할아버지가 아내를 위해 정성껏 지은 사랑의 보금자리이다 보니 대지면적이 매우 넓다. 리조트의 풍경은 할머니의 취향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할머니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좋아해 서원 리조트를 원림처럼 지어놓았다.리조트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전씨 일가의 도련님들은 평소 각자의 별장에 지내다 보니 명절 때에야 리조트로 돌아와 어르신과 함께 며칠 지낸다.그 외엔 도련님들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오늘 그들은 전부 돌아왔고 다들 일찍 도착했다. 몇 명은 부모님과 함께 아침 식사까지 다 마쳤다.부모님 세대는 오늘 무슨 약속이 잡혔든 간에 모두 미루고 얌전히 어르신이 돌아오길 기다렸다.하예정은 처음 전태윤과 함께 서원 리조트로 돌아왔는데 오는 길에서 할머니에게 리조트의 풍경을 전해 들으며 이미 동경에 푹 빠져 있었다.“할머니, 저랑 태윤 씨도 나이 들면 리조트에 돌아와 지낼 거예요. 노후 생활이 지루할 틈이 없겠어요.”할머니는 서원 리조트가 면적도 크고 경치도 이쁘며 산기슭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가 있어 한가할 때 낚시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인근의 몇 개 산도 전부 전씨 일가의 것인데 그중 하나만 공원으로 만들었고 나머지는 전부 과수원이다.“부부가 함께 리조트에서 노후를 보내야 지루하지 않지, 이 할미는 혼자라서 아무리 예쁜 곳도 감상할 마음이 없구나.”할머니를 위해 아름다운 리조트를 만들어 주어 봄이면 함께 꽃구경하고, 여름이면 함께 연꽃도 보고, 가을이면 함께 등산하고 겨울이면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줄 그 남자가 이젠 없다.“예정아.”할머니는 하예정의 손을 꼭 잡았다.“너는 평생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산과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가 있길 바란다. 태윤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거라. 부부 사이에 약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지만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항상 서로 믿고 배려해 줘야 해. 늙으면 곁에 남는 사람이 결국 한 이불 덮고 잔 배우자라는 걸 알게 될 거야.”부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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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어르신은 말하면서 하예정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아직 태윤이랑 결혼식도 안 올렸으니 나중에 결혼식 치르고 나서 아이 가져도 충분해. 그동안은 둘만의 시간을 마음껏 보내.”부부가 피임만 안 하면 아이는 조만간 생길 테니까.하예정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도 순리에 맡길 뿐 전혀 조급하지 않았다.“태윤아.”할머니가 불쑥 운전하는 전태윤을 불렀다.“이진이는 움직이기 시작했어?”“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그저 걔 회사에 있을 때만 지켜보지 퇴근한 후에는 뭘 하든 상관 안 해요.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인데 언제까지 제가 맏형이라고 지켜보겠어요.”할머니는 말문이 턱 막혔다.“할머니 지금 여운초 씨 말씀하시는 거예요?”하예정이 물었다.“저 그분 뵀어요.”할머니는 그녀가 여운초를 만난 걸 진작 알고 계셨다. 하예정이 연회에서 여운초를 도운 일도 모조리 알고 있다. 단지 그녀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모른 척할 뿐이다.하예정이 연회에서 여운초를 도와 선뜻 나섰고 다음 날 바로 누군가 장소민에게 전화를 걸어 이간질했다. 장소민에게 된통 혼 난 온씨 사모님은 뜻밖에도 그녀가 며느리를 엄청 아낀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곧이어 장소민이 며느리를 매우 아낀다는 소문이 이 바닥에 쫙 퍼졌다. 대다수 사람들은 장소민과 하예정이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여기지만 아무도 감히 장소민 앞에서 하예정을 험담하진 못했다.어르신은 며느리 장소민의 처리 방식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제집 며느리가 아무리 탐탁지 않아도 결국 집안 사정인 것을, 외부인이 쪼르르 달려와 설왕설래할 자격은 없다.전씨 일가가 오래 부귀하려면 가정이 화목해야 해고 그중에서 며느리를 들이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집안에 현명한 여자가 들어와야 훌륭한 자식을 키울 수 있다. 어르신은 아들들에게 신붓감을 골라줄 때 집안 배경은 안 볼 테니 성품이 좋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해 두셨다.그녀의 며느리들은 전부 성품이 올곧다. 이젠 손주며느리 차례인데 여전히 애초에 며느리를 고르던 표준으로 선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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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할머니는 리조트 대문이 활짝 열리자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뒤돌아보니 노동명의 차에 하예진과 주우빈이 타고 있었다.그의 차 뒤에는 성씨 일가 세 가족이 따라왔다.성기현은 임신한 아내를 보살펴야 한다. 유청하는 슬슬 입덧이 시작되어 먹는 음식을 죄다 토한다. 그녀는 종일 침대에 누워 움직이기 싫어하니 외출하기가 불편했다.성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은 집에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이경혜는 작은아들을 부르지 않았다. 이경혜 부부만 나서도 충분하니까.전태윤은 뭇사람들을 데리고 야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리조트의 집사 양씨 아저씨가 눈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전태윤이 차 문을 열고 안에서 내리자 양 집사는 할머니를 도와 차 문을 열어주고 부축하려 했지만 할머니가 필요 없다면서 그의 손을 밀쳤다.그렇게 하면 괜히 허약해 보이니까. 할머니는 아직도 한창이신데 말이다.“어르신.”양 집사가 웃으며 공손하게 인사했다.할머니는 하예정이 옆에 다가오자 그녀에게 말했다.“예정아, 이분은 서원 리조트의 양 집사야. 우리 리조트에서 20여 년간 일했고 태윤이네 사촌 형제들이 커가는 걸 지켜봐 오신 분이야.”양 집사는 총집사라 아래에 수많은 작은 집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리조트의 역할 구분이 아주 명확하여 직종마다 담당 집사를 한 명씩 두고 있다. 그들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양 집사에게 전달해 처리하도록 한다.서원 리조트의 관리 방식은 전씨 그룹과 같다고 할 수 있다.“안녕하세요, 집사님.”양 집사는 리조트에 20여 년간 몸담으며 전씨 일가의 몇몇 도련님들이 커가는 걸 지켜봐 왔기에 이 리조트의 어르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예정은 후배로서 양 집사에게 먼저 인사를 올렸다.“안녕하세요, 사모님.”양 집사가 웃으며 반겼지만 하예정은 그가 지금 자신을 아래위로 훑어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리조트에서 본인이 꽤 유명해진 듯싶었다.노동명이 주우빈을 안고 가까이 다가왔다.“이모.”우빈이는 곧 울 것처럼 입을 삐죽거리다가 하예정을 보자 두 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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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앉아있는 중이다.장소민은 다정하게 하예진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예진 씨, 이후엔 그냥 오시면 돼요. 이렇게 많이 사 오실 필요 없어요.”하예진도 미소 지었다.“별로 산 것도 없어요. 조촐하게나마 준비한 것뿐이에요.”장소민은 하예정의 품에 안긴 주우빈을 보며 활짝 웃었다.“우빈이 한번 안아봐도 돼?”하예진을 도와 크고 작은 짐들을 들어주던 노동명이 한마디 끼어들었다.“아줌마, 우빈이 사람 엄청 가려요. 아무튼 나한텐 안기지 않으려고 했어요.”장소민은 두 손 가득 물건을 들고 있는 노동명이 마치 하예진의 짐꾼 같아 보였다. 사실 양 집사가 진작 마중 왔었다. 하예진과 이경혜가 물건을 아무리 많이 사 왔어도 양 집사가 알아서 아랫사람들에게 분부해 집안으로 옮길 수 있다. 굳이 손님으로 온 노동명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노동명은 지금 잘 보이려고 애쓰는 걸까?현명한 사람은 진작 눈치챘지만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장소민은 웃으며 노동명에게 말했다.“동명아, 우빈이는 네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 너한테 안 안기려는 거야. 부디 너희 엄마 말씀대로 그 칼자국 좀 지워.”전씨 일가와 노씨 일가는 사이가 매우 돈독하여 장소민도 윤미라가 아들에게 수없이 권유한 걸 잘 알고 있다. 작은 성형수술로 칼자국만 지우면 기존의 잘생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장가 못 갈 걱정도 없을 테고 36살까지 싱글로 지낼 리도 없다.전에 두 엄마가 함께 모이면 각자 제 아들이 무드가 없다고 원망할 따름이다. 여자한테 대시하는 법이 없어 평생 노총각으로 지낼까 봐 걱정이었는데 어느덧 전태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소정남마저 전태윤이 선 자리를 주선한 덕분에 심효진과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인데 노동명만 여태껏 아무런 목표가 없다. 윤미라는 마음이 초조해 흰머리가 날 지경이고 자신이 원수를 낳았다고 망언까지 내뱉었다.우빈이는 장소민에게 너무 잘 맞춰주었다. 장소민이 두 팔을 벌리자 아이는 냉큼 그녀 품에 안겼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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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이경혜는 서로 편히 대화하려고 집안에 들어간 후 하예진 옆에 나란히 앉았다.그녀는 어르신의 손에서 종잇장을 건네받고 하예진과 함께 쭉 훑어보더니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날짜로 골랐다.“사돈 어르신, 이날로 하시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니 우리 모두 준비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경혜는 하예진과 함께 고른 날짜를 가리키며 어르신께 말했다.동생이 없으니 이경혜가 가장 역할을 담당해 조카의 결혼식을 책임졌다.아무도 하예정을 얕잡아보지 않게, 무조건 으리으리하게 시집보내야 한다.어르신과 장소민 일행은 이경혜가 선택한 날짜에 아무 의견이 없었다. 사돈이 어느 날을 선택하든 전부 할머니가 고심 끝에 고르신 좋은 날들이니까.마침내 전태윤과 하예정의 의견도 물었다.하예정은 아무 의견이 없었고 전태윤은 양가 어르신이 선택한 날짜를 보더니 속으로 묵묵히 계산해 보았는데 결혼식 당일은 하예정의 마법의 날이라 첫날밤을 보낼 수 없어 그에게 불리했다.그는 불쑥 반대표를 내던졌다.“이날은 안 돼요. 다른 날로 바꿔요.”어르신이 의아한 듯 물었다.“왜 안 돼? 가장 가까운 날은 고작 열흘 뒤라 시간이 빠듯할 거야. 이날이 딱 좋아. 우리 양쪽 모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이날 뒤에 날짜는 또 너무 멀어서 가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네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다면 우리도 아무 의견 없어.”전태윤은 가을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막 설이 지났는데 가을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그럼 첫 번째 날로 해요. 열흘 뒤에 3월 중순이라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결혼하기 딱 좋아요.”할머니는 열흘 사이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건 실로 조급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그다지 변경하고 싶지 않았다.“태윤아, 너희 처형이랑 이모님이 골라주신 날짜가 왜 안되는지 한번 말해봐 봐! 이 날짜들은 할미가 작년에 스님을 모시고 정성껏 고른 좋은 날들이야.”스님은 당연히 전태윤과 하예정이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할머니께 자주 말씀드렸던 그분일 것이다.할머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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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소정남의 옆에 앉아있던 심효진이 머리를 갸웃거리고 막연한 표정을 지은 노동명을 보더니 입을 막고 웃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이야말로 한 부류의 사람이다.소정남은 IQ와 EQ 모두 높아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 고문 역할을 담당한다.한편 성소현과 예준하도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성소현이 함께 얘기를 나눠줬으니 망정이지 예준하는 진작 의자에서 일어나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그는 이런 자리를 제일 두려워한다. 어르신을 보면 그의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의 할머니도 종일 그들 형제의 혼사만 신경 쓰고 계신다.다행히 예준하의 할머니는 전씨 할머니처럼 고생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맏형수에게 전적으로 이 일을 맡겼다.모연정은 중매인이 될 잠재력이 있으니까.소정남은 노동명을 노려보다가 말했다.“이렇게 꽉 막혀서 대체 뭘 할래.”“난 꽉 막히지도 않았고 딱히 할 일도 없어.”소정남은 고개를 홱 돌려 심효진과 알콩달콩 얘기를 나눌 뿐 더는 노동명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노동명은 어안이 벙벙했다.소정남은 대체 무슨 뜻인 걸까?잠시 몸을 숨겼던 양 집사가 다시 나타났다.그는 전태윤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 오븐과 식자재 전부 준비해 놓았어요.”전태윤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하예정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어르신들께 말했다.“할머니, 저희 그럼 바비큐 하러 갈게요.”“그래.”전태윤은 이경혜 부부에게도 여쭤보았고 그들 부부가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하예정과 친구들을 데리고 집 안에서 나왔다.그림 같은 풍경의 정원을 거닐면서 성소현이 하예정 옆으로 다가왔고 전태윤도 마침 하예정의 손을 놓아주었다. 두 자매가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었고 그는 이참에 예준하에게 다가갔다.예준하를 초대한 건 전태윤인데 여태껏 제대로 맞이하지도 못했다.“예정아, 너랑 태윤 씨 결혼식이 뒤로 미루어졌으니 나도 선뜻 투자에 관해 얘기할 수 있게 됐어. 안 그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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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준하 씨, 쟤네 둘 웃는 게 조금 이상해 보이지 않아요?”친구가 뒤따라오지 않자 성소현은 예준하와 나란히 걸으며 가끔 고개 돌려 두 친구를 힐긋거렸다.그녀들이 이미 사랑하는 사람과 속닥거리는 모습에 성소현은 실로 부러울 따름이었다.가장 부러운 건 그래도 하예정이었다.하예정의 남편이 그녀가 수년간 짝사랑해 온 전태윤이니까. 전태윤은 성소현에게 얼음장처럼 차갑고 눈길 한번 안 줬다. 하여 그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평생 자상함이라곤 모르는 남자라고 여겼었다.다만 하예정을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본 후에야 성소현은 깨달았다. 전태윤은 자상함을 모르는 게 아니라 오직 하예정에게만 자상하다는 것을.물론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성소현은 인제 전태윤에 대한 마음을 철저하게 접었다.그가 하예정을 위해 성소현을 선뜻 누나라고 부를 때, 이 남자는 더이상 본인 소유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좋은 남자가 많고 많으니 성소현도 굳이 전태윤에게 목을 매달 이유가 없다.전태윤이 하예정에게 잘해만 준다면 그녀는 부부가 백년해로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할 것이다.예준하는 봄날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난 이상한 줄 모르겠는데요.”“내가 괜한 생각했나 봐요.”성소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물었다.“태윤 씨가 준하 씨 초대했죠?”“네. 저랑 태윤 씨 꽤 친하거든요. 제가 홀로 관성에서 외로울까 봐 태윤 씨가 이리로 불렀어요. 함께 모여서 재미있게 놀자고 하데요.”예준하는 사실 소정남과 더 친하다.두 회사의 비즈니스 왕래는 기본적으로 소정남이 책임지고 있으니까.“저는 또 준하 씨가 주말마다 A시로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비행기 타고 두 시간 남짓하면 금방 도착하잖아요.”“그건 그렇죠. 하지만 관성 쪽 사업을 장기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보니 집에 별일 없으면 거의 안 돌아가요. 오가는 것도 피곤하잖아요. 주말에 휴식할 때면 종일 집에 누워 자거나 친구들 몇 명 불러 등산 혹은 축구를 즐기는 편이고, 오늘처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여름이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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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좋아요.”“준하 씨네 집도 리조트겠죠?”예준하가 머리를 끄덕였다.“우리 편하게 말 놓을까요? 앞으로 이웃으로 지낼 텐데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그래, 그럼 말 놓을게.”예준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도 태윤 씨네 집처럼 리조트 형식이야. 이름은 예진 리조트야.”그는 주변 풍경을 쭉 둘러보면서 성소현에게 말했다.“태윤 씨네 할머니랑 우리 할머니의 안목과 취향이 다 비슷한 것 같아. 모두 같은 세대 사람들이라 미적 관념이 동일한가 봐. 우리 예진 리조트와 서원 리조트가 엄청 비슷하거든.”굳이 차이점을 따지자면 예진 리조트가 좀 더 크다.성소현도 주변 풍경을 쭉 둘러보았다.“난 예전에 꿈에서라도 이런 곳에 살고 싶었어.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져 조용하고 아늑하잖아. 경치도 일품이고 면적도 엄청 커서 한 달 동안 지내도 갑갑하지 않을 것 같아.”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이 바로 전태윤의 집이기 때문이다.그녀는 한때 전태윤을 깊이 사랑해 서원 리조트의 여주인으로 되고 싶었다.예준하가 다정하게 말했다.“나중에 기회 되면 우리 예진 리조트로 가서 구경도 하고 며칠 지내도록 해.”성소현은 사색에서 빠져나와 웃으며 답했다.“A시에 관광지가 많아 나 자주 놀러 가. 너희 집안에서도 펜션을 꾸렸잖아. 나 매번 놀러 갈 때마다 너희 집 펜션에서 숙박하는 걸 좋아하거든.”다만 그땐 예준하를 몰랐다.“나중에 또 A시로 놀러 오면 언제든지 연락해. A시에서의 모든 비용은 내가 쏠게. 공짜로 가이드도 해주고, 모든 관광지를 구경시켜 주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게 해줄게.”성소현은 별생각 없이 바로 대답했다.“그래, 그럼 그때 가서 예정이랑 효진 씨도 불러야겠어. 두 사람 식탐 왕이니까 함께 맛집 돌아다니면 우리도 덩달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좋아.”예준하는 성소현이 뭐라 말하든 전부 오케이였다.성소현은 그가 대가족 출신이다 보니 교양 있고 온화하며 의젓하다고 생각했다.큰오빠는 그녀에게 예준하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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