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61 - 챕터 1570

3011 챕터

제1561화

줄곧 말이 없던 침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폐하, 신이 목숨으로 장담할 수 있습니다. 낙청연은 여국을 위협하지 않을 겁니다.”확신에 차서 자신만만하게 내뱉은 침서의 말에 온심동은 순간 압박을 느꼈다.침서는 목숨을 걸고 장담했지만 온심동은 그럴 수 없었다.황제는 미간을 구긴 채로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렇다면 이 일은 일단 그냥 놔두겠다.”온심동은 순간 긴장돼서 초조하게 말했다.“폐하, 낙청연에게 벌을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낙청연은 분명 여국의 기운에 영향을 줍니다. 적어도 제례 때는 낙청연이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됩니다.”낙청연은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온심동은 그녀에게 벌을 내리는 것 대신 그녀를 제례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온심동을 보았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랑심을 보았다.“그러면 이자는? 이자는 만족인데 앞으로 대제사장의 곁에 있을 사람인가?”“대제사장은 어찌 그녀의 말을 그리 믿는 것이지?”“설마 제사를 지낼 때 이자는 참석할 수 있단 말인가?”온심동은 차가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며 확신에 차서 말했다.“랑심은 현재 내 부하다. 이미 여국인이 되었지.”“그녀는 더 이상 만족인이 아니다!”“제례에도 당연히 참석할 것이다! 난 랑심이 과거를 청산하고 완전히 여국인이 되게 할 것이다!”낙청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이제 하령은 없고 온심동은 무공이 뛰어나지 않으니 옆에 무공이 강한 사람이 그녀를 지켜줘야 했다.그리고 랑심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랑심과 낙청연은 원한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온심동은 자신을 향한 랑심의 충심을 의심하지 않았다.만족인의 실력이 어떤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고 랑심의 실력은 더더욱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낙청연은 우스운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참으로 우습군. 대제사장은 내가 여국의 기운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는데 대제사장이 잘못 안 것 같군.”“이 랑심이야말로 여국을 불길하게 만드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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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온심동은 안색이 흐려졌다. 그녀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더니 랑심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떠나가는 랑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온심동은 랑심과 그녀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듯했다.그렇게 낙청연과 침서도 곧 떠났다.돌아가는 길에 침서가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이 있느냐? 조금 전에 폐하에게 했던 말을 들어 보니 네게 이미 계획이 있는 것 같더구나.”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온심동은 랑심과 협력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저희는 지금부터 아무것도 할 필요 없습니다.”침서는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확신하느냐?”“제례는 일 년에 한 번뿐이다. 이번 기회에 온심동의 명성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면 다음 제례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온심동을 그 위치에서 더욱 빨리 끌어내릴 기회지.”“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내가 도와줄 일이 있다면 얘기하거라. 내가 도와주마.”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온심동은 제가 만족의 왕이라는 약점을 폐하에게 알렸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제례를 망치려 한다는 걸 온심동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지요.”“그래서 그전에 절 처리하려고 한 겁니다.”“이번에 온심동은 분명 저와 당신을 경계할 겁니다. 지금 이때 뭘 하든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온심동에게 잡힌다면 오히려 그 기회를 틈타 저희가 그녀를 해치려고 했다고 폐하에게 알릴 수도 있지요.”“차라리 아무것도 안 해서 온심동이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그 말에 침서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항상 나보다 총명했지. 그러면 네 말대로 하겠다.”오늘 낙요가 본인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생각에 침서는 내심 기뻤다.“그러면 전 이만 쉬러 가겠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침서는 살짝 놀랐다.“오늘 밤 궁에서 묵을 것이냐?”“앞으로 당분간은 궁에서 지낼 겁니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갈림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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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예전에 친구를 도와 환명대진(換命大陣)을 써서 그녀가 빼앗겼던 운명을 다시 찾아주고 남의 것을 바꾼 적이 있다.”“운명을 바꾼 사람이 부작용을 겪거나 진법을 만든 사람이 부작용을 겪는데 난 당연히 내가 견뎠지.”낙랑랑의 생활은 어렵사리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 그녀의 것이었다.그런데 어떻게 그녀가 부작용을 겪게 하겠는가?우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내가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네가 원했다면 이미 그 방법을 썼겠지. 이렇게 오랜 시간 홀로 그것을 견디지는 않았을 텐데.”우유는 화제를 돌렸다.“며칠 뒤면 제례인데 뭐 안 할 거냐?”낙청연은 간식을 먹으며 창가에 기대어 밖을 바라봤다. 그녀는 느긋하게 말했다.“급하지 않다.”“참, 온심동 곁의 랑심이라는 자를 아느냐? 두 사람은 언제 알게 된 것이냐?”우유가 대답했다.“며칠 됐을 것이다. 랑심이라는 자가 먼저 온심동을 찾은 듯했다.”“그자는 도성에서 많은 사람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명성을 얻었다.”“온심동은 그자의 실력을 보고 그자를 곁에 남겼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랑심은 이번에 뭘 할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도성에서 몇 달 동안 숨어있다가 지금 이때 갑자기 튀어나오다니.“네가 나 대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혹시 랑심이 홀로 있을 때가 있다면 그녀를 데리고 날 만나러 오거라. 온심동에게 발각되지 않게 조심하고.”우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우유는 말하면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제례처럼 큰 자리에서 네가 반드시 손을 쓸 줄 난 알고 있었다.”“제사 일족은 현재 탁장동을 제외하고 온심동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도성의 권력가나 귀족들은 말할 것도 없지. 그들과 온심동 사이에는 이익이 없다.”“그리고 8대 가문에서 제일가는 해씨 집안과 꼴찌인 모씨 집안도 온심동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이번 제례에서 일이 생긴다면 온심동은 대제사장으로서의 위엄을 철저히 잃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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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주위에 아무도 없자 우유는 랑심을 엄호해 몰래 낙청연의 방으로 향했다.방문을 닫은 뒤 우유는 마당 밖을 어슬렁거리며 망을 봤다.랑심은 안절부절못하며 방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의자에 앉아 한가하게 차를 마시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역시나 왔구나.”랑심은 분노와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온심동을 찾으면 그녀와 연합하여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아니면 온심동이 네가 조종당하는 일을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한 것이냐?”“내가 알려주마. 온심동은 네가 무엇에 조종당하는지조차 모른다.”“만약 네가 나에게 조종당한다는 걸 온심동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 당장 널 죽일 것이다.”랑심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것은 그녀의 목적이 맞았다. 낙청연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부 맞춘 것이다.“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날 여기로 부른 것이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네게 살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나 대신 일을 하나 해준다면 일이 끝난 뒤 네게 해독약을 주겠다. 그러면 넌 자유를 되찾게 되겠지. 하지만 앞으로 절대 여국에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널 조종하는 그 약물은 내가 독자적으로 만든 것이라 나 말고는 아무도 널 구할 수 없다.”그 말에 랑심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내게 자유를 주겠다고?”랑심은 낙청연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믿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하거라.”“어차피 네게는 다른 선택이 없을 테니 말이다.”낙청연의 무심한 말투와 덤덤한 눈빛을 보니 랑심을 괴롭히는 것에 흥미를 잃은 듯했다.어쩌면 랑심이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 해독약을 주려는 걸지도 몰랐다.랑심은 더욱더 굴욕감을 느꼈다.하지만 이러한 상황이기에 낙청연의 말이 더욱 믿음직스러웠다.“내가 뭘 했으면 하는 것이냐?”낙청연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녀는 랑심이 동의할 줄 알았다.“가까이 와보거라.”랑심은 두 걸음 나아가서 허리를 굽혔다.낙청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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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온심동은 살짝 긴장됐다.낙청연은 며칠간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온심동이 이곳의 모든 걸 손수 준비했기에 낙청연은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그러니 별 탈 없을 것이다!곧이어 온심동은 긴장을 조금 풀고 말했다.“제례를 시작하겠습니다!”온심동은 방울을 달고 붉은 실로 감은 목검을 들고 흔들기 시작했다.검무가 끝난 뒤 장검을 휘두르자 대야 안의 부적에 불이 붙었다.“폐하, 황후 마마, 향을 올려 천지에 제사를 지내십시오.”“천지신들의 가호로 내년 여국은 재앙이나 화가 없고 모든 게 순조로울 것입니다!”곧이어 황제와 황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앞으로 나와 향을 한 대 들고 절을 한 뒤 향로 안에 향을 꽂았다.그런데 그 순간, 폭발음이 들렸다.향안 위 향로가 폭발하며 날아가 황후의 몸에 부딪혔다.“아!”황후가 바닥에 쓰러졌다.주위는 삽시에 혼란스러워졌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들어 황후를 일으켜 세웠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황제는 긴장한 어투로 황후에게 물었다.“황후, 다친 데는 없소?”황후가 소매를 걷어올리자 팔에서 피가 흐르는 게 보였다.조용하던 제례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사람들은 대경실색하며 의논이 분분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왜 갑자기 폭발했답니까?”“불길한 징조인가 봅니다.”“그동안 제례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건 거의 처음이군요.”온심동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조금 전에 물건을 잘못 둔 것 갔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폐하!”황제의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분노를 억눌렀다.“어서 정리하거라! 제례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네!”온심동은 신속히 점검했지만 그저 그 향로만 중점적으로 확인했다.향로 안의 물건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온심동은 서둘러 사람을 시켜 향로를 새로 가져오게 했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제례를 계속 이어갔다.이번에도 황제가 먼저 향을 올렸고 황후는 상처를 입어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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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낙청연의 말에 사람들은 경악했고 황제 또한 놀랐다.그날 낙청연은 대전에서 확실히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황제는 믿기 어려웠다. 낙청연의 말이 이렇게 영험하다니?낙청연의 말은 너무 정확했다. 심지어 대제사장도 그녀보다 못했다.다른 사람들도 놀랐고 다들 낙청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온심동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낙청연을 노려봤다.“요녀인 네가 한 짓이지!”온심동은 돌아서서 황제에게 말했다.“폐하, 전 낙청연이 여국의 기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 모든 건 낙청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폐하께서는 절대 낙청연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낙청연은 이 기회를 빌려 절 모함하는 겁니다!”“낙청연은 나쁜 마음을 먹었습니다!”낙청연은 코웃음 쳤다.“우습군! 성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한 건 대제사장이 요구한 것이 아닌가?”“난 성지에 단 한 걸음도 들어간 적이 없는데 말이다.”“이것마저 내 탓이라 하다니 참 이상하군.”“여기 있는 사람들이 멍청해서 다 속아 넘어갈 줄 아는 것인가?”“대제사장이라는 자가 실력은 없는 것 같군!”온심동은 버럭 화를 냈다.“닥치거라!”온심동은 화를 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분명히 이 모든 건 낙청연이 한 짓일 것이다.하지만 온심동은 낙청연이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온심동은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낙청연을 경계했다. 그런데 낙청연은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바로 그때, 황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됐다. 여기는 너희가 싸우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둘 중에 누가 더 실력이 강한지는 상관없다. 짐은 오늘 이 제례를 순조롭게 진행하는 사람에게 상을 줄 것이다!”온심동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폐하, 제가 처음부터 다시 제례를 진행하여 속죄하겠습니다!”낙청연이 곧바로 막았다.“조금 전에 두 번이나 사건이 터졌습니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심각했지요. 폐하께서 또 한 번 대제사장에게 맡기신다면 아마...”낙청연의 의미심장한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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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황제가 제사를 마치고 나니 황후의 차례가 되었다.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그로 인해 황제는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모두 제사를 지냈으니 제례 또한 끝났다.그 자리에 있던 해 영감이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대제사장과 관련이 있는 듯 하군요.”“대제사장의 실력은 전대 대제사장과 차이가 너무 큽니다. 그리고 대제사장 스승의 시험도 통과하지 못했지요.”“이러한 실력으로는 대제사장의 자리를 얻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해 영감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온심동의 실력에 의문을 품은 건 해 영감뿐이 아니었다.온심동은 바짝 긴장해서 불안에 떨었다.황제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이 일은 다음에 얘기하지.”“오늘은 일단 제례를 순조롭게 끝내야 한다!”말을 마친 뒤 황제는 온심동을 바라봤다.“대제사장, 성수를 하사할 시간이다. 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온심동은 다급히 앞으로 나섰다.“네! 절대 문제없을 겁니다!”곧이어 성수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고 성지로 진입했다.낙청연은 참여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대제사장의 자리는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례에 문제가 생기면 대제사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그렇게 여러 번 문제가 생기다 보면 온심동은 대제사장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성수를 하사하는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다.성수를 얻은 사람들은 다들 들떴고 황제와 황후에게 감격했다.그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복이었다.그러나 오직 낙청연만이 그것이 독약보다 더 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들 중 한 사람이 낙청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아토!그는 오늘 가면을 바꿨지만 낙청연은 단번에 그를 알아봤다.아토가 성수를 마시려 한다고?그럴 순 없었다!대열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고 아토도 곧 성지로 들어갔다.낙청연은 보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의 팔을 잡았다.그녀는 벙어리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물러나라고 눈치를 줬다.그런데 고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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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낙청연은 꿈쩍하지 않았다.고묘묘는 낙청연을 차갑게 바라보다가 목청을 높였다.“무릎 꿇으시오!”낙청연이 고묘묘에게 무릎을 꿇을 리가 없었다.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수를 하사받는 건 여국이 날 받아들인다는 의미인데 공주가 이렇게 거만하게 내게 무릎 꿇으라고 하니 오히려 성수를 받고 싶지 않아졌소,”낙청연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감히 공주에게 저런 말을 하다니, 낙청연은 배짱이 두둑했다. 온심동은 황제와 황후가 가장 아끼는 공주였고, 대제사장 온심동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귀한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고묘묘는 적개심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봤다.“낙청연, 당신이 성수를 원한다고 해서 내가 하사하는 건데 받지 않겠다니? 지금 장난하는 것이오?”“정말 건방지군!”그녀의 호통 소리에 사람들은 움찔했다.하지만 낙청연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반박했다.“공주는 내게 성수를 하사하려는 것이오? 아니면 이 기회를 빌려 날 무릎 꿇게 할 생각이오?”“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다들 알 수 있겠지!”“난 성수를 받을 생각이지 무릎 꿇을 생각은 전혀 없소!”고묘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호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이자를 누르거라!”“오늘 당신은 이 성수를 마셔야 하오. 무릎 꿇고 싶지 않아도 꿇어야 하지!”호위 몇 명이 와서 낙청연의 어깨를 누르며 그녀를 무릎 꿇리려 했다.온심동은 옆에서 의기양양하게 구경을 했다.낙청연은 저항하면서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다.호위 몇 명이 낙청연의 어깨를 눌렀지만 그녀를 무릎 꿇릴 수는 없었다.“오늘은 제례지. 공주라는 신분이 존귀하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가 신들의 노여움을 살까 두렵지 않소?”낙청연이 매서운 어조로 위협했다.바로 그때 황제가 호통을 쳤다.“묘묘! 그만하거라!”“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서둘러 끝내자꾸나.”사람들은 성수를 하사받은 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무릎을 꿇으며 은혜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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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낙청연은 하마터면 그곳으로 돌진할 뻔했지만 참았다.낙청연은 벙어리를 신경 쓴다는 걸 들킬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고묘묘가 분명 벙어리를 난처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그러니 갈 수 없었다.낙청연은 참고 또 참았다. 그러나 고묘묘가 벙어리를 희롱하는 게 보였다.고묘묘는 손을 뻗어 벙어리의 팔을 주물럭대며 일부러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왜? 낙청연은 만질 수 있는데 난 만지면 안 되느냐?”“내가 무슨 짐승이냐? 왜 그렇게 날 두려워하는 것이냐?”벙어리가 또 한 번 뒷걸음 쳤지만 고묘묘는 더욱 거리를 좁혔다.“벙어리면서 참으로 건방지구나. 감히 날 거절하는 것이냐?”“이리 오너라!”벙어리는 꿈쩍하지 않았다.“내가 이리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묘묘는 거만한 자태로 도도하게 명령을 내렸다.“내 오라버니의 명령에만 따르는 것이냐? 이따가 오라버니에게 널 내어달라고 하겠다!”“오늘부터 넌 내 사람이다. 네가 또 피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그 말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고 긴장 때문에 손에 땀이 났다.아토는 벙어리고 융통성도 없으며 무뚝뚝했기에 고묘묘의 손에 들어간다면 절대 편히 지내지 못할 것이었다.낙청연은 기회를 잡아 진익에게서 벙어리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벙어리는 고묘묘 때문에 연신 뒷걸음질 쳤다.의식이 끝난 뒤 황제는 연회를 시작한다고 선포했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황제는 고묘묘를 불렀고 고묘묘는 그제야 벙어리를 놓아주었다.낙청연은 몰래 안도했다.사람들은 그곳을 떠나 화원으로 향했다.침서가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아요야, 참 대단하구나.”“이번에는 또 어떤 수단을 쓴 것이냐? 어떻게 한 것이냐?”낙청연은 그의 말에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그녀는 엄숙한 표정으로 침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런 장소에서는 절 아요라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침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걱정하지 말거라. 아무도 없을 때만 부르니 말이다.”“뭘 그리 긴장하는 것이냐? 가자꾸나.”다행히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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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침서는 낙청연이 맞은편을 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왜? 마음이 아프냐?”낙청연은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옮겼다.연회가 시작되자 화원에서 음악이 울려 퍼졌다. 노래와 춤이 더해지자 아주 떠들썩해졌다.하지만 연회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은 제례에서 있었던 일을 잊지 않았고 사석에서 그 일을 의논했다.노래와 춤의 영향을 받아 의논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온심동은 그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의자에 앉은 온심동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이 연회가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오늘의 연회는 유난히 길었다.참지 못한 황후는 팔을 다쳐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돌아가서 쉬려 했고, 황제가 그녀를 만류했다.“황후, 오늘 준비된 가무는 아주 훌륭하오. 짐이 황후에게 한 잔 올리겠소!”황후는 덤덤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신첩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술을 마시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다음에 시간이 나면 폐하와 함께 한잔하겠습니다.”“신첩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황후는 궁녀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홀로 남겨진 황제가 아직 술잔을 내려놓지 않은 걸 발견했다.황후가 떠나자 황제는 그제야 천천히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감히 황제를 이렇게 대하는 건 황후뿐일 것이다.황후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제멋대로 굴었다.황후가 떠난 뒤 고묘묘도 자리를 떴고 떠나기 전에 벙어리를 희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묘묘가 떠나자 낙청연은 안도했다.잠시 뒤 황제도 떠나려고 준비했다.황제가 몸을 일으켰는데 둥근 무대 위로 누군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는 매혹적인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드리워져 있었으며 가느다란 허리와 발목을 드러내놓고 있었다.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은방울이 울렸다.순간 넋을 놓은 황제는 다시 자리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감상하기 시작했다.낙청연 또한 시선을 사로잡혔다. 그 여인은 해 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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