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2442장

Author: 십육인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11-01 16:30:11
경찰은 점잖게 말했다.

강자풍은 조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며 의기양양하던 남자를 힐끔 보다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고 옆에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채수연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그만 교실로 돌아가세요. 여온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채수연은 마음속으로 걱정이 되어서 무슨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자신이 여기서 끼어들 주제가 아닌 것 같아 고개만 끄덕였다.

“강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저희 반 모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강자풍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당겼고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두 경찰관은 강자풍의 뒤를 따르며 남자를 불렀다.

“류 선생님도 경찰서에 함께 가 주시죠.”

남자는 겁에 질린 눈으로 강자풍의 우뚝 솟은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기가 꺾여 뒷걸음질쳤다.

“저, 저기 이 일은 그냥 여기서 그만두죠.”

남자는 왠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물러서고 싶었다.

강자풍과 경찰은 남자의 말을 듣고 동시에 걸음을 멈춰 세웠다.

“류 선생님, 그만두라는 게 무슨 뜻이죠?”

경찰이 물었다.

남자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붉어진 뺨을 만졌고 겁에 질린 얼굴로 강자풍을 쳐다보았다.

“고소하지 않을게요. 그냥 오늘 내가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말래요. 지금 바로 회사로 가 봐야 해서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남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도망치듯 돌아섰다.

“잠깐만요! 류 선생님!”

경찰관이 남자를 불러 세우고는 엄한 표정을 지었다.

“류 선생님, 방금 경찰에 신고하셨잖아요? 우린 이미 사건을 등록했어요. 이렇게 그냥 가 버리며 됐다고 하면 그냥 되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되면 우리 경찰의 일을 방해하고 가짜 사건을 신고한 혐의로 경찰 쪽에서 당신을 고소할 수도 있어요. 정말 그러길 원하시는 거예요?”

경찰의 말을 듣자 남자는 갑자기 태세를 전환해 비굴한 자세로 돌변했다.

“그, 그럼 같이 경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43장

    경찰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러세요? 강자풍이 당신 아들을 때리기라도 할까 봐요?”“그, 그게, 내 아들을 때리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구요!”남자는 자신이 하는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두 경찰관은 서로를 쳐다보았고 이 일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잠시 후 강자풍을 심문하던 경찰이 무거운 얼굴로 취조실에서 나왔다.그 류 씨 성은 가진 남자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제일 먼저 달려갔다.“경찰관님, 어떻습니까? 이제 저 강자풍을 잡아넣는 거예요?”“강자풍은 처음부터 당신을 때렸다는 것을 선뜻 인정했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해명할 의사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남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렇지만 뭐예요?”“류 선생님, 강자풍이 지금 당신과 당신 아들을 고소하려고 합니다.”“...뭐라구요? 나랑 내 아들을 고소한다고요?”“네.”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강자풍은 그의 변호사를 불렀어요. 아마 곧 도착할 거예요.”“...”“류 선생님, 아드님이 기여온이라는 아이를 괴롭혔고 류 선생님도 그 아이에게 언어 폭력을 행사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그, 그게...”남자는 우물쭈물하며 눈알을 굴렸다.“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어떻게 어른이 어린아이한테 그럴 수 있겠어요? 아니에요. 그 강 씨 성을 가진 사람이 헛소리하는 거예요. 그 사람 가족이 다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뻔해요. 경찰관님, 절대 강씨 성 가진 그놈한테 속으시면 안 돼요. 난 여자아이를 괴롭힌 적이 없어요...”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서 문 앞에서 누군가 후다닥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경찰관님.”채수연이 사건을 맡은 경찰에게 곧장 다가가서 자기소개를 했고 손에 든 USB를 건넸다.“경찰관님, 수사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지고 왔어요.”경찰은 채수연이 건넨 USB를 받아 다른 동료에게 전달해서 내용을

    Last Updated : 2023-11-0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44장

    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그의 제안에 내심 놀랐지만 곁으로는 여전히 온화하고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저녁 시간 괜찮아요. 하지만 그러면 제가 너무 방해되지 않을까요?”“아닙니다.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아무 문제없어요.”“네, 그럼 알겠습니다.”채수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음속으로는 강자풍의 집에 갈 때 무슨 선물을 들고 갈까 생각하고 있었다.드디어 유치원 마칠 시간이 되었다.강자풍은 제시간에 유치원 정문에 나타났고 채수연은 기여온의 손을 잡고 강자풍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강 선생님, 제가 일이 아직 조금 남아서요. 우선 여온이 데리고 먼저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일 보세요.”강자풍도 별말 없이 기여온을 데리고 돌아섰다.채수연은 약간 실망한 눈빛으로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았다.그러나 계속 그렇게 멍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질서정연하게 유치원 아이들을 학부모들의 손에 넘겨주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남아 있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일이 거의 다 끝날 때쯤 하늘도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그녀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강자풍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살짝 실망해하고 있던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이 전화한 줄 알고 화들짝 놀라 쳐다보았으나 집에서 온 전화였다.채수연은 가방을 들고 집에서 온 전화를 받으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엄마, 오늘 저녁은 집에서 안 먹을 거야. 기다릴 필요 없어.”그녀는 전화를 끊으며 유치원 정문으로 걸어갔다.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그러나 잠시 후 강자풍의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을 생각을 하니 그녀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녀는 택시를 잡으려고 정문 밖으로 걸어갔는데 갑자기 검은색 승용차가 한 대 다가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채수연이 의아한 눈으로 자세히 보니 잘생기고 온화한 강자풍의 얼굴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채 선생님, 타세요.”

    Last Updated : 2023-11-0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45장

    강자풍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채수연도 잠자코 침묵을 지켰다.차가 멈췄을 때 채수연은 말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침묵이 가득한 차 안에서 그녀는 정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차에서 내린 채수연은 기여온을 안으려고 했지만 강자풍이 그녀보다 한 발 더 빨랐다.“제가 할게요.”강자풍은 단호하게 앞으로 나와 기여온을 품에 조심스럽게 안고 갔다.“채 선생님, 이쪽으로 오세요.”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채수연은 강자풍을 따라 들어갔다.그녀는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강자풍이 사는 집이 특별히 호화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보통 사람들이 이렇게 큰 집에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집안 배경을 떠올렸다.그의 친형 강어는 한때 F국을 주름잡던 거물이었다.나중에 강어가 하는 사업이 불법적인 거래와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한때 누구도 무시 못 할 거물이긴 했다.강자풍은 그의 친동생이다.그러나 오늘날까지 그가 F국에서 자신의 사업을 번창시키며 사는 이상 그의 시업은 강어가 했던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채수연은 마음 놓고 그와 왕래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채수연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혹을 나름의 논리로 정리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얼굴에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다.현관에 들어서자 강자풍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모두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도련님과 선생님 오셨네요. 아, 채 선생님 맞으시죠? 어서 들어오세요.”채수연은 강자풍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나와서 극진히 대접해 줄 줄은 몰랐다.뭔가 대우받는 느낌이 들어 그녀는 마음이 몹시 흡족했다.“고맙습니다.”채수연이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 강자풍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왔다.“어, 강자풍 이제 왔어요? 오늘 밤 귀한 손님이 오신다던데 내가 괜히 온 건 아닌지 몰라.”익살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농담을 던지며 다가오는 남자를 보고 채수연은 발걸음을 멈칫했다.그녀는 고개를 들

    Last Updated : 2023-11-0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46장

    오늘 저녁은 그녀에게 찾아온 뜻밖의 기회였다.그녀는 강자풍과 단둘이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자풍의 친구도 함께 할 줄은 몰랐다.이것이 그녀가 찜찜하게 여기는 단 한 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식사하는 내내 그녀는 온화하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기여온을 살뜰히 챙겨주는 자신의 모습을 어필하려고 했지만 강자풍은 식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기여온을 돌보느라 자신에게는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기여온은 얌전히 앉아서 강자풍이 세심하게 까 준 새우와 조심스럽게 가시를 발라낸 생선을 야무지게 받아먹고 있었다.강자풍은 기여온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세심하게 돌보았다.채수연은 이 모습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보통 사람들은 저렇게까지 어린아이를 돌볼 수가 없다.자신은 유치원 선생님이니까 직업 정신으로 모든 아이들을 살뜰히 돌보는 거지만 강자풍에게는 그것을 능가하는, 말하자면 신의 영역에 근접한 인내심이 장착되어 있는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후 강자풍은 채수연을 거실로 안내했다.가사도우미는 정교하고 가지런하게 차린 먹음직스러운 디저트와 차를 준비해 두었고 채수연은 그제야 자신이 강자풍과 오붓하게 얘기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그러나 강자풍은 기여온을 옆에 끼고 앉아서 기여온의 작은 접시에 과일을 일일이 담아 주며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여온아, 과일 많이 먹어야 건강해져.”기여온은 온순한 성격대로 작은 머리를 끄덕이며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우리 여온이 참 착해.”채수연은 웃으며 기여온을 칭찬했다.“비록 여온이가 말은 할 줄 모르지만 말도 너무 잘 듣고 예쁘고 귀여워요. 강 선생님이 평소에 이렇게 세심하게 보살펴 주신 덕분이라고 믿어요.”채수연의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강자풍이 입을 열려고 입술을 움찍거리는데 이반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맞아요. 자풍이는 여온이 친부모보다 여온이한테 더 잘

    Last Updated : 2023-11-0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47장

    ”여온아, 블루베리 맛있어?”기여온은 큰 눈을 깜빡거리더니 손을 들어 블루베리를 집어 강자풍의 입에 쏙 넣어 주었다.강자풍은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블루베리를 받아먹었다.새콤달콤한 블루베리는 입안에서 터지며 달콤한 향내를 풍겼다.마음이 사르르 녹는 달콤한 이 느낌, 이 순간 강자풍은 누구보다 더 이런 감정을 잘 알고 있다.이반은 이 광경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강자풍의 옆에 휙 앉았다.“자풍, 당신 마음속에 정말 채 선생님이 들어가 있는 거 아니에요?”“제발 그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내가 어떻게 여온이 선생님을 좋아할 수 있겠어요.”강자풍이 정색을 하며 부정했다.“아, 그거 아쉽네. 안 그랬으면 강자와 강자가 만나는 거라 당신이 한 단계 성장할 기회가 되었을 텐데.”이반이 안타깝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당신 성격에 아쉬워할 사람도 아니지.”강자풍은 이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자세히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채수연 선생님을 알아요?”강자풍의 물음에 이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채 선생님 아버지와 두어 번 만난 적이 있어요. 채 선생님은 이전에 비즈니스 모임에서 한 번 본 적이 있구요.”“그래요?”강자풍은 건성건성으로 말하며 기여온에게 시선을 돌렸다.보아하니 그는 채수연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이반은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채수연의 아버지는 F국의 부동산 재벌이에요. 아마 당신도 그분 이름을 들어봤을 거예요. 아무튼 채 선생님은 그 집 금지옥엽이에요. 그분은 줄곧 자신의 딸이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기를 원했죠. 하지만 채 선생님은 지금 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죠. 편하고 좋은 자리가 있는데 그걸 마다하고 유치원 선생님을 택한 거죠. 어때요? 채 선생님 성품이 이만하면 좋다고 할 수 있지 않아요?”“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채 선생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을 뿐이지 성품이 고상하다거나 그

    Last Updated : 2023-11-0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48장

    강자풍의 말에 이반은 곤혹스러운 듯 눈썹을 찡그렸고 멀지 않은 곳에서 강자풍의 말을 듣고 있던 채수연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대하고 있었다.이제 상황이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강자풍은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마음을 알고 일부러 저녁 식사 초대를 한 것이었다.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뻔한 일이었다.채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었다.심장은 밖으로 튀어나올 듯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이런 느낌 처음이었다.그녀는 귀를 쫑긋 세우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강자풍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강자풍의 입에서는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그녀의 모든 기대와 환상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채 선생님을 우리 집에 초대한 이유는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채수연의 심장이 갑자기 움직이기를 거부한 듯 식어갔다.나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고?그녀는 강자풍이 있는 쪽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감히 앞으로 나가 강자풍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그가 하는 말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차라리 그의 입을 막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왔다.“강 선생님.”그녀가 다가와 강자풍과 이반의 대화를 끊었다.강자풍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이반을 쳐다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그녀에게 향했다.“채 선생님, 전화 다 하셨어요?”“네, 집에서 전화가 왔네요. 언제 오냐고.”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한쪽에 앉았고 기여온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여온아, 선생님한테 와. 선생님이 여온이한테 할 말이 있어.”기여온은 강자풍을 한번 쳐다보았고 강자풍은 기여온의 뜻을 알아차린 듯 기여온을 내려놓았다.기여온은 천천히 채수연의 옆으로 걸어갔고 채수연은 다정하고 살가운 모습으로 기여온을 옆에 앉혔다.채수연은 기여온의 보드라운 손을 잡았다.“여온이 정말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야. 선생님은 여온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길 바라. 그

    Last Updated : 2023-11-0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49장

    방금 강자풍이 한 말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강자풍이 지금 무슨 뜻으로 이렇게 묻는 건지 선뜻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다시 부푼 기대가 떠올랐다.“남자친구... 없어요.”채수연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심장이 쿵쾅쿵쾅거렸다.“그거 참 잘 됐네요. 채 선생님처럼 상냥하고 좋은 분이라면 저도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아요.”“...”채수연이 더욱 어리둥절해했다.이반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강자풍은 방금 채수연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의아해하고 있던 두 사람의 귓가에 강자풍의 목소리가 들렸다.“이반, 가장 친한 친구로서 난 이제 모든 성의를 다했어요. 그러니 이렇게 좋은 분을 위해 자리도 마련해 줬으니 앞으로의 일은 본인이 잘 알아서 하세요.”“...”“...”“내가 연애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좋은 여자를 당신한테 소개해 주지는 않았을 거예요.”“...”“...”강자풍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채수연과 이반의 궁금증이 풀렸다.채수연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강자풍이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물었던 이유가 이반 때문이었다는 것을.이반은 강자풍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강자풍의 눈에서 그의 본심을 읽고는 재빨리 태세를 전환하며 소탈하게 웃었다.“자풍, 당신 정말 이러기예요? 내가 아무리 채 선생님한테 관심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 되죠. 채 선생님이 무안해하시잖아요.”강자풍은 얼른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채 선생님. 난 둘이 서로 알고 지냈으면 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을 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채수연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환상과 기대가 이미 두 번이나 물거품이 되었지만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아니에요. 괜찮아요. 강 선생님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신지 몰라서 좀 당황스러웠을 뿐이에요. 이반을 소개해 주시려고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하신 거예요?”강자풍은 고개를 끄덕

    Last Updated : 2023-11-0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50장

    이반은 바로 강자풍의 행동을 꼬집었다.강자풍도 부인하지 않았지만 이용했다는 이반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채 선생님은 정말 좋은 여자예요. 항상 당신 주변에서 꼬리치는 여자들보다는 훨씬 더 나아요. 처음 본 사이도 아니고 이미 아는 사람이니까 얼마나 좋아요. 당신은 채 선생님 아버지도 알고 있잖아요. 어쩌면 좋은 인연이 될지도 몰라요.”이반은 이맛살을 찌푸렸다.“자풍, 정말 자리라도 깔아서 중매 서시게요? 하지만 이건 당신이 분명히 알아야 할 거예요. 채 선생님이 관심 있어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걸요.”“난 채 선생님이랑 잘 알지 못해요. 아마 선생님도 기껏해야 내 외모에 대해 호감을 가질 뿐이잖아요. 이런 피상적인 것들은 감정이라고 할 수 없어요.”강자풍은 냉담하게 채 선생님과의 선을 그었고 가사도우미를 불러 기여온을 방으로 데려가 잘 준비를 하게 했다.이반은 강자풍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외모에 대한 끌림이 있어야만 영혼의 교류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자풍, 당신은 여전히 너무 어려. 이쪽 방면으론 내가 전문가니까 잘 가르쳐 줄게요.”“이런 걸 배울 필요가 있어요?”강자풍은 생각에 잠기며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좋아하는 여자를 눈앞에서 대면하게 되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다 알게 되죠. 세상에 이런 것도 모르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 안 그래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이반은 약간 놀랐다.강자풍의 말이 옳았다.이 세상에 이런 것도 모르는 바보는 없다.사랑은 그냥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이튿날 강자풍은 여느 때와 같이 기여온을 유치원에 보낸 후 회사로 출근했고 채수연은 어김없이 기여온의 사진들을 강자풍에게 전송했다.강자풍은 매번 이렇게 신경 써 주는 채수연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강자풍이 이렇게 예의 바르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 자신과의 거리를 두기 위한 것임을 채수연도 잘 알고 있었다.이날 점심시간에도 채수연은 기여온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강자풍에게 보냈고

    Last Updated : 2023-11-03

Latest chapter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