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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작가: 차라
“걱정하지 마. 내 몸은 내가 잘 지켜.”

배은란이 웃으며 말했다.

비록 술집에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그녀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심지어 술집에 있는 물에조차 입을 대고 싶지 않아 항상 물을 챙겨왔다.

“무슨 일 있으면 꼭 나한테 전화하고.”

서민용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오늘따라 자꾸 좋지 않은 예감이 엄습했다.

“알았어.”

배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 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단 말인가.

“아니면... 오늘은 그냥 쉬면 안 돼? 하루쯤 안 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잖아.”

서민용이 배은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그는 조금 전 그 삐딱한 태도의 여자가 마음에 걸렸다. 배은란이 돌아간 뒤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말이다.

“안 돼. 쉬는 만큼 월급도 줄어들잖아. 지금 나한테 제일 필요한 건 돈이야.”

배은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 또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았다.

서민용은 배은란의 결연한 눈빛을 보니 쉬이 결정을 바꿀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알았어. 그럼 꼭 몸조심해야 해.”

서민용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당부했다.

배은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서민용은 길가에 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배은란이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이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배은란은 바로 돌아와 계속하여 일에 집중했다.

그녀는 각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미소를 띤 채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나도 피로하고 불편했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프로다운 태도를 유지하며 맡겨진 일을 최대한 잘 해내려고 노력했다.

서철용과 주호걸은 줄곧 몰래 배은란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민용의 등장부터 배은란이 그에게 보이는 태도까지 모두 지켜보았다.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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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의 서철용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지만, 배은란은 결코 알지 못했다...회상 끝....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배은란의 헌신적인 간호 덕분에 서민용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했다.아침, 배은란은 여느 때처럼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 서민용의 몸을 닦아주었다.얼굴을 다 닦아주었는데도 서민용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민용 씨?” 배은란은 왠지 모르게 불안함이 엄습했다.서민용은 하루 24시간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몸이 불편해 잠은 거의 자지 못했다. 하여 매일 아침 배은란이 오면 그는 눈을 뜨고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가 늘어놓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듣곤 했었다.하지만 오늘은... 배은란이 조심스럽게 그의 눈가를 건드려 보았다.서민용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민용 씨, 빨리 일어나 봐. 나 놀리는 거 아니지? 이런 장난 재미없어.”배은란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감히 서민용의 얼굴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그의 피부엔 여전히 따뜻한 체온이 감돌고 있었고, 숨소리도 고르게 나고 있었다.불러도 깨지 않다는 것 외에는, 잠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몇 번을 시도해도 서민용이 미동도 하지 않자 배은란은 덜컥 겁이 나 주치의에게 연락했다.주치의의 제안에 따라, 배은란은 서민용을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병실 안은 각종 기계들로 가득했고, 네다섯 명의 전문의들이 침대 주위에 모여 있었다.배은란은 문 앞에 서서 망가진 목각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의사들에 의해 제멋대로 주물러지는 서민용을 지켜보았다. 인간의 존엄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배은란은 마음이 저릿해지고 눈가도 따끔거렸다.한때는 누구보다 밝고 명랑한 사람이었는데...의식이 깨어있다면, 이 수치스러운 상황에 얼마나 괴로워할까?어쩌면, 죽음만이 편안해지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녀는 정말이지 그가 없이는 이 세상을 살아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62화

    그는 사장과 여자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감히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서철용은 그들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차갑게 끌어올렸다.“당신들 내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서철용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과 비웃음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어제 바에서 배은란을 구한 사람이 바로 나였거든.”여자와 사장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은란을 구한 이가 서철용이었을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가 직접 찾아와서 따져 물을 줄이야.“당신... 뭘 하려는 거예요?”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철용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사장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서철용의 어조는 냉담하고 단호했다. 사장은 서철용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여자 앞으로 걸어가 한번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팔을 들어 올려 따귀를 후려쳤다. 여자는 반응할 틈도 없이 가격을 당하고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그녀의 뺨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고, 눈에는 충격과 분노가 가득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장을 노려보았다.“당신... 당신이 감히 날 때려?” 여자는 분노에 차올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공포와 불안감이 가득 차 있었다. 사장은 그녀의 분노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경멸과 혐오감이 깃든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 여자가 바로 모든 일의 원흉이다. 사장을 시켜 배은란에게 약을 먹이도록 한 사람 또한 이 여자다. 지금, 그녀는 반드시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당신... 당신들 두고 봐.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여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는 몸을 돌려 옥상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떠날 기회를 줄 리 없는 서철용이었다. 그는 곧바로 여자의 옷을 낚아채 옥상 난간 옆으로 끌고 갔다.“당신 뭐 하려는 거예요?” 여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61화

    “누구시죠? 왜 여기 계시는 거죠?” 사장이 약간 당황한 듯 물었다. 그녀는 서철용과 일면식이 없을뿐더러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서철용이라고 합니다. 당신과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요.” 냉담하고 단호한 서철용의 어조에 사장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서철용의 의도는 알지 못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험한 기운만큼은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하여 함부로 그의 화를 돋우지 않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의 목적을 알아내려고 애썼다.서철용은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는 사장에게 왜 배은란에게 약을 먹였는지, 왜 그녀를 해치려 했는지 따져 물었다.사장은 처음에는 부인하려 했지만, 서철용의 눈빛이 너무나 날카로워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누군가 그렇게 하도록 시켰고,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해명했다.“다른 사람이라고요?” 서철용은 코웃음을 쳤다. “어제 문 앞에서 서민용의 번호를 따가려던 그 여자 말인가요?” 그는 사장을 노려보며 물었다. 진작부터 그 여자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서민용을 바라볼 때 눈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배은란을 향할 때는 심한 적개심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서민용은 수상한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걸 어떻게 아세요?” 사장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철용을 바라보았다. 사장에게 그런 짓을 시킨 사람은 확실히 그 여자였다. 그녀는 이 술집의 단골손님이라 사장과의 관계도 꽤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서철용이 어제 이곳에 왔었던 걸 기억해내지 못했다. 서철용 정도 외모의 남자라면 잊어버렸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그 여자 오늘 또 와요?” 서철용은 사장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네. 매일 옵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 여자가 저한테 시킨 거예요. 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서철용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의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60화

    그는 바 문이 열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계획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는 주호걸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령 그가 주호걸을 무시한다고 해도, 주호걸은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대략 10분 정도 지나자, 주호걸이 바 문 앞에 나타났다. 그가 다니는 학교는 이 근처에 있었으니, 자연히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야구 모자를 눌러쓴 남자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서철용은 온몸에서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아직 밥 안 먹었지.” 그는 손에 든 빵을 서철용에게 내밀었다. 그는 서철용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다. 주말 이 시간이면 분명 한창 꿈나라에 빠져있었을 그가 오늘은 술집 문 앞에 나타났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오로지 배은란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를 배은란이 알아주기나 할까.“입맛 없어. 먹고 싶지 않아.” 서철용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음식이라곤 조금도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아무것도 안 먹으면 무슨 힘으로 싸우려고?” 서철용이 거절했지만, 주호걸은 손을 거두지 않고 여전히 빵을 들고 있었다. 서철용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주호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 그는 빵을 받아들고 순식간에 먹어치웠다.그 후에도 계속 술집 문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그렇게 쳐다보면 누가 감히 문을 열겠어?” 주호걸이 난처한 표정으로 서철용에게 말했다. 문 앞에 서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가까이 다가오겠는가?게다가 서철용의 오늘 차림새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분명 도둑으로 취급했을 것이다.서철용이 고개를 돌려 주호걸을 바라보았다. 주호걸의 말이 옳다. 그의 생각이 짧았다. 그는 옆으로 살짝 떨어진 곳에 있는 잘 보이지 않는 으슥한 장소로 옮겼다. 이곳이라면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그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다. 드디어 3시쯤 되었을 때, 익숙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술집 사장이었다! 배은란의 물에 장난질을 쳐놓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9화

    한편, 서철용은 곧장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배은란이 일하는 바로 향했다.그는 어제 일어났던 모든 일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었다. 배은란이 잘못한 것도 없이 억울함을 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만약 그가 적시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배은란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서민용도 다시 배은란을 찾아가지 않았으니, 서철용이 그곳에 있었던 건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아직 낮시간이라 바는 문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다른 곳에 가고 싶지 않아 계속 그곳에 머물렀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주호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여보세요.” 서철용은 냉담한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지금의 그는 누구에게도 좋은 태도를 보일 수 없었다. 주호걸을 포함해서 말이다.하지만 만약 배은란이 말을 걸어온다면, 아마 다른 모습일 것이다.“어디야?” 전화기 너머에서 주호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서철용을 찾으려 수없이 반복해 전화를 걸었지만,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서철용의 학교는 그와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서철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줄곧 서철용 곁에 있었으니 말이다.서철용이 배은란을 데리고 떠난 후,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할뿐더러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말이다.그는 단지 지금 서철용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그가 해서는 안 될 짓이라도 저질렀을까 봐 걱정이 태산이기 때문이었다.“바에 있어.” 서철용은 주호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어차피 그에게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어제 바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주호걸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었다. 계속 주호걸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바로 찾아올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의 계획을 망칠 수도 있다.또한 그와 주호걸 사이에는 아무런 비밀도 없다. 무엇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8화

    어젯밤은 너무나도 뜨겁고 격렬했다.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다만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부끄러워서 입 밖에 내뱉기가 어려울 뿐이었다.“은란아, 깼어?” 서민용은 배은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배은란에게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의 곁에 있어 주지 못했던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여 이런 상황에서는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응.” 배은란은 행복한 미소가 번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어젯밤의 일이 없었다면, 언제 서민용과 그런 일을 하겠는가.“너 주려고 아침밥 사 왔는데, 다 식었네.” 서민용이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을 쳐다보며 말했다.“지금 먹을게.” 배은란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서민용이 아침 일찍 일어나 그녀를 위해 사 온 음식이라고 생각했다.물론 어젯밤 그가 이곳에 없었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은란아, 술집 아르바이트는 그만두는 게 좋겠어.” 서민용이 배은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어젯밤 내내 술집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어제 어떤 여자가 그에게도 접근하지 않았던가. 배은란의 안전은 더더욱 장담할 수가 없다.그는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배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이제 더는 술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 만약 서민용이 없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하지만 다행히 서민용이 적시에 와주었기에, 큰 화는 면할 수 있었다.그리고 그 사장 역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전에는 사장이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여 술집에서 일하는 것이 떳떳하지는 못해도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 여겼다.하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보니, 어제 사장이 그녀를 바라보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그녀의 물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혹시나 그런 일이 발생할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7화

    “민용아, 난 네가 정말 좋아.” 배은란은 손을 뻗어 서철용의 목을 감싸 안았지만, 입으로는 서민용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서철용은 배은란의 손을 잡고 그녀의 팔을 내려놓으려 했다.하지만 배은란은 예상치도 못한 큰 힘으로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민용아, 나 도와준다고 했잖아?” 배은란의 말투에는 약간의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정말 나 좋아하는 거 맞아? 나랑 사귄 지가 언젠데, 왜 한 번도 날 건드리지도 않는 거야.” 그녀는 서철용의 어깨에 기대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었던지라 서철용은 화들짝 놀랐다.이미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서민용이 이토록 보수적이었을 줄은 전혀 몰랐다.“은란아, 우리는 아직 어리잖아. 나중에 결혼하면 해줄게.”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배은란이 그의 목소리를 알아챌까 봐 감히 크게 말하지는 못했다.“하지만 나 지금 너무 괴롭단 말이야.” 배은란은 연약한 몸을 서철용의 품에 기댄 채 두 손으로 그의 몸을 더듬었다.서철용은 처음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단지 이곳에서 그녀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그 역시 남자인지라 사랑하는 여자의 도발을 참아내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착하지. 잠들면 괜찮아질 거야.” 서철용은 애써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배은란을 눕히려 했다.하지만 배은란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힘을 써도 도저히 그녀를 침대에 눕힐 수가 없었다.몸은 이미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는 간신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그녀를 밀어냈다.하지만 배은란의 공격은 너무나 거셌다. 그녀는 곧바로 서철용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은란아, 이러지 마.” 서철용은 그녀의 키스에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민용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지금을 즐기면 안 될까?” 배은란은 애틋한 눈빛으로 서철용을 바라보았다.약물의 작용 때문인지, 아니면 정신이 혼미해진 탓인지, 그녀의 몸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6화

    “당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배은란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술집에서 일하는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런 잘생긴 남자랑 사귀어?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나한테 넘겨.” 여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배은란은 화가 치밀어오름과 동시에 더없는 무력감이 느껴졌다.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반항할 조금의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여자는 우쭐한 얼굴로 꼼짝도 하지 못하는 배은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서민용은 내 거야. 다시는 그 남자 앞에 나타나지 마.” 그녀가 배은란을 내버려 두고 자리를 뜨려 한 순간, 누군가 그녀의 복부를 걷어찼다.고개를 들어보니 한 남자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감히 이 여자를 함부로 건드려?” 서철용은 다시 여자를 향해 발길질했다.그는 종래로 여자를 때리지 않는다. 하지만 배은란이 괴롭힘을 당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게 누구든 백 배로 갚아주려는 생각이었다.여자는 서철용의 발로 차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나뒹굴었다.“꺼져!” 서철용이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여자는 겁에 질려 간신히 바닥을 기어 도망쳤다.그녀는 본래 강약약강의 표본인 사람이었다.“민용아...” 배은란은 서철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지금의 그녀는 의식이 흐릿한 상태라 눈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선명히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서민용이 돌아와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 배은란의 모습에 서철용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배은란은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라줬다.“그래.” 그는 배은란을 품에 안고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배은란을 품에 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서민용 행세를 해야만 배은란의 곁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배은란의 마음속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따뜻한 품에 꼭 안겨 있으니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민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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