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준을 뒤로하고 시간을 보자 어느덧 열 시가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한 연성훈은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옆 비상계단 입구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를 듣게 되었다.“아인 씨에 대한 내 마음, 정말 모르겠어?”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계단 입구에 옹졸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입을 열고 있었고, 그의 맞은편에는 훤칠한 키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인이 있었다. 방금 들린 아인이라는 이름이 바로 이 여자를 가리키는듯싶다.아인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방 매니저님, 제가 누구랑 만날 처지가 아니에요. 졸업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지금은 일에만 집중하고 싶어요.”‘방 매니저? 이 자식이 방혁이야? 내 직속 상사?’연성훈은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고 방혁은 아인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인 씨, 사회생활이 어려운 게 아니야. 난 영업팀 매니저고, 우리 삼촌은 회사 임원이야. 나랑 만나면 아영 씨가 영업팀 대리직 다는 건 일도 아니라고. 무슨 뜻인지 알지? 우리 삼촌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한 아영 씨의 미래는 보장되어 있다니깐?”아인은 무안해하며 답했다.“그래도 전... 제힘으로 천천히 올라가고 싶어요.”방혁은 그녀의 완곡한 거절을 눈치채지 못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직도 이해를 못 했네. 입사하기도 어려운 우리 회사에서 혼자 힘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건 꽤 어려울 것 같은데, 내가 널 해고하는 건 아주 쉬워.”“매니저님...”그의 말에 아인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 고민해 봐. 오늘 퇴근하고 나랑 영화 보러 갈래? 회사 말고 다른 곳에서 천천히 얘기 나눠볼까?”방혁의 제안을 듣자마자 아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연이은 거절에 짜증 난 방혁은 분노를 드러내며 아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어머, 거절당했는데도 막무가내로 굴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봐요?”연성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자 방혁과 아인의 시선은 전
방혁은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이마에 식은땀이 잔뜩 맺혔다.‘고작 신입사원 한 명 때문에 대표님이 직접 연락까지 하다니, 대단한 사람인 건가?’그는 앞에 있는 아인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재빨리 비상계단에서 뛰쳐나왔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서 있는 연성훈을 향해 달려갔다.“성훈 씨,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뭔가 오해하신 모양인데 전 그저 다음번부터 일찍 나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 거예요.”다급하게 말하는 방혁의 모습을 보며 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렸다.“됐어요. 첫날부터 지각하는 사람은 매니저님 밑에서 일할 자격이 없어요. 나도 내 행동이 부끄러운데 매니저님은 오죽하겠어요? 차라리 그만두는 게 현명한 선택이에요.”방혁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로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굽혔다.“지각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다음부터 조심하면 되죠.”연성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에잇, 아니에요. 그냥 그만둘래요.”“풉.”계단에서 나온 아인은 두 사람의 모습이 우스운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으나 이내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연성훈을 힐끗 보고선 서둘러 사무실로 달려갔다.연성훈이 줄곧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자 정말로 그만둘 것 같다는 불안감이 밀려온 방혁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마저 줄줄 흘러내렸다.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른 직원들과 달리 이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만약 연성훈이 그만둔다면 삼촌과 함께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붙잡기로 다짐했다.방혁은 연성훈을 끌어당기며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실수했어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연성훈은 굽신거리는 그의 모습이 우스운지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알겠으니까 사원증 줘요.”그만둔다고 해도 추인혜는 온갖 방법으로 그를 다시 데려올게 분명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회사에 취직시키거나 다른 신분을 찾아줄 게 뻔하다.하지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곳에 온 이
아인은 한숨을 내쉬었다.“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절 해고하겠대요. 솔직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떨어진 건 맞지만 아직 인턴 기간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매니저님 정말 너무하네.”또 다른 여직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해고당한 거야?”“아직 해고된 건 아니에요. 그런데... 무조건 스카이 클럽에 가서 빚진 돈을 돌려받으라고 했어요.”아인은 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었다.“돌려받지 못하면... 바로 해고하겠대요.”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우보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이건 자진 퇴사를 강요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스카이 클럽에서 빚진 16억은 이자만 15%야. 물론 그걸 받아낼 수 있다면 인센티브가 어마어마하겠지만 누가 감히 그걸 건드릴 수 있겠어...”“아니면 그냥 눈 딱 감고 매니저님 여자 친구 하는 건 어때?”다른 여직원이 말을 이었다.“어쩔 수 없잖아. 삼촌이 임원인데 괜히 심기 잘못 건드렸다가 잘릴 수도 있어.”16억에서 15%의 인센티브를 떼어준다면 2억에 달하는 큰돈이다. 직장인에게는 하룻밤에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니?연성훈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돈을 줍는 거나 다름없는 일인데 왜 여태껏 아무도 안 하고 있었어요?”“성훈 씨는 이제 막 입사해서 모를 수도 있는데 스카이 클럽의 사장은 연경의 모든 클럽을 손에 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에요. 신원불명인 인물이기도 하고 업계 자체가 워낙 흉흉한 데다가 배후의 세력이 너무 많아서 감히 엄두조차 못 내고 있어요. 저희 회사에서도 여러 명이 수금하러 갔었는데 잇달아 사고를 당해서 지금은 전부 병원에 입원했어요.”우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그 돈은 솔직히 못 받는다고 봐야죠. 지금 아인이를 난처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저런 요구를 하는 게 틀림없어요.”연성훈은 눈빛이 흔들렸다.‘신원불명? 홍연이나 블랙 섀도우? 아니면 언더그라운드 출신인가?’그는 고개를 들더니 아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회사에서 나온 연성훈과 아인은 곧장 스카이 클럽으로 향했고 가는 길에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이름은 임아인이고 최근에 졸업한 대학생이었다.그러니 사회생활이 서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임아인은 연성훈이 편한 듯 자신의 개인사까지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국내에서 알아주는 명문대인 연경대를 졸업한 그녀는 공기업에 취직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암투병하게 된 어머니 때문에 거액의 치료비가 필요했다.평범한 가정 출신인 사람에게 공기업이 안정적인 직장인 것은 맞지만 갓 입사했을 때는 연봉이 그리 높지 않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영업의 길을 택했고 가능한 한 빨리 돈을 벌기 위해 지성 그룹에 입사했다. 그래도 기본급과 여러 수당을 합하면 꽤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까.다만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된 터라 모든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이리저리 치이며 힘든 회사 생활을 했다. 그렇게 수다를 나누는 동안 차는 어느새 클럽 입구에 도착했다.그러나 밤에 오픈하는 클럽 특성상 대낮에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리 빨라도 오후가 되어서야 문을 열 듯했다.임아인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이제 어떡하죠?”연성훈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아무래도 오후에 나올 것 같은데 근처에서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요?”임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점심시간이라 두 사람은 근처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오후 한 시쯤에 다시 스카이 클럽으로 향했다.그 시각 클럽의 문은 열려있었지만 사람은 적었다. 두 사람은 클럽 입구를 향해 다가갔고 임아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성훈 씨, 정말로 돈 받아낼 수 있을까요?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오는 사람마다 사고를 당했다고 하던데...”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겁내지 마요. 서류는 다 챙겼죠?”“네.”임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다 챙겼어요.”“빚진 돈을 받으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이따가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지켜봐요.”
목소리를 들은 연성훈은 흠칫 놀랐다.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에 유심히 살펴보니 일행 중에 황수빈이 있었다. 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두 팔 벌려 여자를 껴안은 채로 이쪽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저 자식이 술 마시고 도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성매매까지 하는 건가? 여자 연예인만 상대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가리는 게 없네.’연성훈은 어이가 없었다.“도련님, 지금 바로 갈게요.”우지혁은 연성훈이 안중에도 없는 듯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고 연성훈은 재빨리 달려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돈이 없는 게 아니라 갚을 생각이 없는 거잖아요. 이번에 돈 못 받으면 대표님이 저희를 해고할 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갚아요.”우지혁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연성훈을 보고 표정이 싸늘하게 돌변했다.“야, 사람 말 못 알아들어? 돈이 없는데 어쩌라고. 기분 잡치지 말고 당장 꺼져.”곧이어 우지혁의 싸늘한 시선은 바로 옆에 있는 임아인에게 멈췄고 그는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돈 받고 싶은 거면... 다른 방법이 있긴 해. 이 여자애가 오늘 나랑 술 마시고 하룻밤 자면 고민해 볼게.”임아인은 아무렇지 않게 노골적인 말을 내뱉는 우지혁의 모습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그건 안 돼요.”연성훈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빚을 졌으면 그걸 갚는 게 당연한 도리잖아요. 무조건 오늘 갚아야 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연성훈의 말을 듣고 순간 분노가 치밀어오른 우지혁은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뚫어져라 그를 노려봤다.“야, 예전에 너희 회사에서 돈 받으러 왔던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몰라? 너도 병원 들어가고 싶은 거야?”말을 이어가던 그는 갑자기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곧바로 멀지 않은 곳에서 웨이터들이 우르르 달려오기 시작했고 연성훈과 임아인은 순식간에 포위되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잔뜩 겁을 먹은 임아인은 재빨리 연성훈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예쁜 아가씨 체면을 봐서 내가 선심 쓴다. 게다가 오늘은 귀한 손님이 있으니까 마
손을 뻗는 행동을 보니 이런 일이 자주 있는듯싶었다.‘아참, 이 자식 부잣집 도련님이었지.’우지혁도 잘나가는 사람이라 소문났지만 황수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지성 그룹에서 곧 해고될 직원이 어떻게 황수빈과 아는 사이인지 짐작조차 못 했다.뺨을 한 대 얻어맞고도 우지혁은 조금의 성깔도 없이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었다.황수빈이 싸늘하게 말했다.“빨리 가서 형님에게 사과해.”연성훈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사과는 됐어. 내가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거든? 스카이 클럽에서 우리 회사에 16억의 빚을 지고 있는데 아직도 안 갚아서 직접 수금하러 왔어.”연성훈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말을 들은 황수빈은 어리둥절했지만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돌려 우지혁을 바라보며 호통쳤다.“사람 말 못 알아들어? 빨리 돈 갚으라고.”우지혁은 정신을 못 차리는 듯 황수빈과 연성훈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 바로 사장님에게 전화하겠습니다.”“됐어. 내가 직접 할게.”말하던 황수빈은 핸드폰을 꺼냈다.그렇게 30분 후, 수표를 무사히 손에 넣은 연성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황수빈을 바라봤다.“먼저 갈게.”곧이어 멍때리고 있는 임아인의 어깨를 툭툭 쳤다.임아인은 지금 머릿속이 너무 어지러웠다. 회사의 큰 골칫거리나 다름없는 스카이 클럽을 이렇게 손쉽게 처리하다니!그녀는 황수빈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딱 봐도 거물급 인물인 것 같았고, 그런 사람이 연성훈을 두려워하는 눈치였다.임아인은 그를 따라 클럽 밖으로 나왔다.급히 뒤따라 나온 황수빈은 마른 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형님, 연경에 오셨으면 연락이라도 주시지. 미리 알았더라면 제가 모시러 갔을 거예요.”연성훈은 웃는 듯 마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쳐다봤다.“대낮부터 클럽에서 여자랑 놀고 있다니, 참 잘하는 짓이다.”황수빈은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누나랑 할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해줘요. 클럽 온 거 들키면 정말 다리 한쪽이 부러질 수도 있어요. ”“얘기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임아인은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손에 든 수표와 멀어지는 연성훈의 뒷모습을 번갈아 봤다.회사의 골칫거리였던 빚이 연성훈에 의해 너무도 쉽게 해결되자 허탈한 느낌마저 들었다.이건 그녀가 지성 그룹에 입사하고 따낸 첫 실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인센티브만 해도 무려 2억, 연성훈에게 반을 나눠줘도 1억이라는 큰돈이 생긴 거나 다름없기에 집안 형편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한결 놓였다.아침에 방혁이 연성훈에게 쩔쩔매는 모습과 방금 전 황수빈의 공손한 태도가 떠오른 임아인은 연성훈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손에 수표를 든 채 재빨리 택시를 잡고 무사히 회사로 돌아갔다.30분 후, 임아인이 돌아온 모습을 본 영업 2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여직원 한 명이 다가오며 물었다.“너랑 같이 갔던 연성훈 씨는?”우보현은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없는 거 보니까 당연히 병원 들어갔겠죠. 가지 말라고 했는데 듣는 척도 안 하더니. 쯧쯧.”임아인은 그들의 대화를 듣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성훈 씨는 잠깐 볼일 있어서 다른 데 갔어요. 돈은 저희가 받아왔어요. 여기 수표요.”“응?”순간 영업2팀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고 우보현은 멍하니 다시 물었다.“뭐라고? 네가 돈 받아왔다고?”임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받아온 건 아니고 성훈 씨가 해결했어요. 전 그냥 가만히...”“아니, 잠깐만. 그러니까 그 돈을 전부 돌려받은 거야?”방금 전까지 연성훈이 병원에 갔다느니, 잘난척한다느니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우보현은 돈을 수금했다는 임아인의 말을 듣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맞아요. 여기 수표요.”임아인은 수표를 건네줬다.재빨리 건네받아 그걸 확인하던 우보현은 허탈한 표정으로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고 영업2팀은 순식간에 쥐 죽은듯한 정적이 찾아왔다....같은 시각, 이 상황에 대해 알 리 없었던 연성훈은 황슬기에게 연락해서 그녀를 픽업한 후 함께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술을 마신
황수빈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로 재빨리 몸을 피했다.“누나, 나 좀 도와줘.”황윤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넌 맞아도 싸!”“어르신, 이제 됐어요.”연성훈은 그를 말리며 앞을 가로막았다.“어르신이 말씀하신 후로 줄곧 예의 바르게 대했어요. 전에는 정말로 몰랐던 거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성훈아, 괜히 편들지 마.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하며 키우니까 버릇 나빠졌어. 매일 밖에서 술 마시고 사고 치는 저런 자식은 맞아 죽어도 싸.”황영호는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지금도 술 냄새가 나는데... 이 자식이 대낮부터 또 술 마시러 나간 거야? 오늘 네 다리만 부러뜨릴 게 아니라 은행 카드도 부러뜨려야겠어.”그 말을 들은 황수빈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연성훈은 다급하게 황영호를 말리며 입을 열었다.“어르신, 제가 지성 그룹에서 일하는데 오늘 수빈이 덕분에 큰일 하나 해결했어요. 수빈이 없었더라면 엄청 곤란했을 거예요.”그의 말을 듣고서야 화가 누그러진 황영호는 황수빈을 보며 호통쳤다.“성훈의 체면을 봐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줄 테니까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얼른 방으로 꺼져. 난 성훈이랑 잠깐 할 얘기가 있어.”“네, 지금 바로 꺼질게요.”황수빈은 손을 거두는 황영호의 모습을 보고 재빨리 마당으로 달려갔다.“버릇없는 자식.”황영호는 욕설을 퍼부었다.그래도 효심 있는 황수빈의 모습을 보면 뼛속부터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생각에 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들어가서 얘기하자.”황영호는 연성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3년 동안 찾아오지 않은 건 너무 서운한데?”“지난 3년 동안 저랑 슬기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어요. 심야 파수꾼과 관련된 일이라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그들은 안으로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눴고 황영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지성 그룹에 출근하는 거니? 은폐할 신분이 필요한 거면 신해 은행이 훨씬 낫지. 내가 그쪽에 얘기할 테니까 출퇴근 없이 편하게 하고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