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뎀프시는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렸다.연성훈은 더는 이 사람과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 곧바로 등에서 칼을 빼냈고 눈앞의 남자를 처리한 후 위층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쓸 계획이었다.“제로, 당신이 제로야?”숀 뎀프시는 표정이 돌변하더니 와인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큰소리로 울부짖었다.“위에서 듣고 계시죠?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임...”펑!갑자기 귀를 째는듯한 굉음이 들리더니 곧이어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성훈은 본능적으로 위층에 있는 사람이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가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그의 예상이 맞았다. 위층에 있던 남자는 숀 뎀프시가 내뱉은 ‘제로’라는 말을 듣고선 정면 돌파가 아닌 도망을 택했다.연성훈은 표정이 살짝 바뀌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숀 뎀프시를 바라봤다.“나 죽이면 안 돼.”숀 뎀프시는 광기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우리 할아버지가 1세대 별빛 훈장 수여자야. 네가 날 죽이면 심야 파수꾼에서 무조건 내란이 일어날 거라고!”“증거는?”연성훈은 그를 쳐다보며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하긴 3년 전에도 증거를 안 남겼는데 지금 증거가 있을 리가 없지. 감히 2번에게 손을 대고 도겸을 죽게 만들다니, 넌 죽어도 싸.”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숀 뎀프시는 어안이 벙벙했다.“할아버지? 그 노인네랑 지옥에서 만나게 될 거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연성훈은 싸늘한 웃음과 함께 칼을 빼냈고 반짝이는 칼날이 스치자 숀 뎀프시의 몸과 머리가 순식간에 분리되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 남아있다.“뒤처리 부탁해요. 전 저 사람 쫓으러 갈게요.”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저 인간이 2번을 다치게 만든 장본인일 거예요. 여긴 추 의사한테 맡길게요.”“저도 프로예요. 여긴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추인혜는 침착하게 말했다.연성훈은 말없이 별장에서 뛰쳐나오더니 남자가 도망간 방향으로 달려갔고 어둠 속의 그는 마치 먹이를 쫓는 한 마리의 치타처럼 매우 빨랐다.“
연성훈은 뒷좌석으로 넘어가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다 봤는데 책임지지도 않고...”점점 차가워지는 추인혜의 얼굴을 보자 연성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옷을 갈아입은 후 차에서 내렸다. 뒤따라 추인혜도 옷을 갈아입고 차에서 내렸고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겼다.연성훈은 대충 씻고 병실로 향했다.그를 발견한 황슬기는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됐어?”“숀 뎀프시는 내가 죽였는데 너한테 손을 댄 그 자식은 도망가는 바람에 놓쳤어.”연성훈은 말을 덧붙었다.“숀 뎀프시가 임씨라고 하는 걸 얼핏 들었는데 아무래도 제이훈은 아닌 것 같아.”황슬기는 숀 뎀프시가 죽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슬기야, 나한테 이런 걸 숨길 필요는 없어.”연성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당분간 몸조리 잘하고 있어. 완벽하게 회복하면 같이 싸우자. 우리가 도겸이를 대신해서 복수해야지.”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연성훈, 추인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천천히 잠이 들었다.연성훈, 추인혜, 명소민은 그녀가 잠이 든 걸 확인하고서야 병실에서 나왔고 그는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집으로 향해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침대에 눕자마자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백아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깜짝 놀란 연성훈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이렇게 늦게까지 안 자고 있었어?”“카톡 엄청 많이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서...”백아현이 말을 이었다.“혹시 화 난 거야?”“내가? 내가 왜 화를 내?”연성훈이 답했다.“하루 종일 바빠서 핸드폰 볼 겨를이 없었어.”“그랬구나.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까... 난 우리 가족이 널 겨냥했던 일 때문에 화난 줄 알았어.”말하던 백아현은 별안간 한숨을 내쉬었다.“시간 괜찮으면 내일 점심에 같이 밥 먹을까?”“좋아.”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래, 축하 파티해야지. 내가 살 테니까 미주 씨랑 다른 사람들도 불러.”“아니, 내 말은 너랑 단둘이
집을 나선 연성훈은 택시를 타고 플라워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레스토랑 입구에서 내렸고 백아현과의 약속 시간인 12시보다 5분 정도 앞당겨 도착했다.점심시간이 되자 레스토랑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입구에 서 있는 연성훈을 보고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성훈 씨, 또 식사하러 오셨군요.”연성훈은 플라워 레스토랑의 블랙 골드카드를 가지고 있을뿐더러 정장 차림으로 드나드는 유명 인사들과 달리 너무나 캐주얼한 옷차림에 눈에 띄었고 유하준과 다툰 적도 있으니 레스토랑 직원들은 자연스레 그를 알아보게 되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몇 층에서 식사하실 건가요? 미리 자리를 남겨드릴게요.”매니저는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전 사장님이 성훈 씨는 저희 레스토랑의 귀빈이라고 몇 차례 강조하셔서 웬만한 건 저희가 다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백아현이 단둘이 밥을 먹자고 했으니 조용한 환경을 원하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에 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답했다.“룸으로 주세요. 층은 상관없어요.”연성훈이 답했다.“그럼 5층으로 예약해 드릴게요.”매니저는 웃으며 답했다.“고마워요.”연성훈이 다급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별말씀을요.”말을 마친 매니저는 플라워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오가는 사람들은 연성훈이 누구인지 궁금한 듯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보곤 했다.플라워 레스토랑은 인해의 유명 인사들이 오가는 곳이다. 그러니 이곳에 어제 연씨 가문의 연말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 더구나 연성훈이 당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니 그를 알아보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연성훈은 이런 시선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2분이 지나자 차 한 대가 멈췄다. 그곳에서 백아현이 내렸는데 옅은 메이크업과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우아하기 그지없었고 몸에 배어있는 단아함이 더해지자 여신 강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녀는 연성훈에게 다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오래 기다렸지?”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어쩌면 내일, 임무 수행 중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운명이다.백아현은 빨간 장미 같은 여자가 아니다. 방심한 틈에 죽이는 게 두렵지 않았다면 진작에 빨간 장미를 꼬셨겠지만 백아현은 그렇게 무책임한 태도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연성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막 입을 열려던 찰나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백아현. 내가 너 이 자식 만나러 올 줄 알았어.”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백기현이 그곳에 서 있었고 그는 연성훈을 힐끗 보고선 백아현을 보며 호통쳤다.“당장 나와!”백아현의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논게 틀림없다.“오빠!”백아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성훈이 이제 누명도 벗었는데 왜 이래요.”“뭐가 됐든 채령이랑 관계를 맺은 사람이야. 절대 안 돼. 그리고... 네가 너무 아까워.”백기현의 말에 백아현은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아깝다고요? 솔직히 성훈이가...”“백아현, 왜 이렇게 순진해? 정말 이 모든 걸 연성훈이 했다고 생각해? 아직도 모르겠어? 쟤는 송빈 씨에게 이용당하는 거야. 한유 그룹을 키우기 위해 연성훈을 이용해서 연씨 가문을 무너뜨린 거라고.”말을 이어가던 백기현은 연성훈을 힐끗 쳐다봤다.“다이아몬드 카드? 아니, 지금 누리고 있는 것까지 전부 다 송빈 씨가 준 게 틀림없어.”연성훈은 마음속으로 그를 비웃었다.많은 사람이 백기현처럼 생각하고 있겠지만 어찌 보면 잘된 일이다. 처음부터 이 모든 게 송빈의 계획이라고 몰아가고 빠져나갈 작전이었으니까.백아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오빠, 그게 뭐가 중요해요? 내가 성훈이를 좋아하고 있다니까요!”“백아현. 다시 한번 말하는데 절대 안 돼.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반대할 거야. 채령이랑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 너랑 만난다고 소문나면 주위 친척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니? 채령이 입장은 생각해 봤어?”백기현은 말을 이었다.“지금 당장 나와.”그는 고개 돌려 연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전에
연성훈이 물었다.“전화로 못 할 게 뭐 있어요?”그는 빨간 장미를 만나는 게 두려웠다. 너무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으니까.심야 파수꾼 제로라는 걸 몰랐으면 빨간 장미와 관계를 맺어도 전혀 상관없었겠지만, 그녀가 알게 된 후로 연성훈은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관계를 맺다가 살해당하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어떤 행동을 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런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에 연성훈은 최대한 그녀를 만나지 않으려 했다.“보고 싶어서 그러잖아요. 문자를 보내도 답장 안 하고 나한테 먼저 연락도 안하고...”핸드폰 너머로 빨간 장미의 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해요. 계속 이러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연성훈이 말했다.“가만있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요? 덮치기라도 할 건가?”빨간 장미가 말했다.“X발.”연성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할 말 없는 거면 끊을게요.”“에잇, 말하면 되잖아요.”빨간 장미는 장난기를 거둔 뒤 정상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허남천,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네?”연성훈은 눈빛이 흔들렸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아는 건 아닌데...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로 봐서는 크라임 시티에 있을 가능성이 커요.”빨간 장미의 말에 연성훈은 미간을 찌푸렸다.“확실해요?”“아마도요. 연락을 해봤지만 매번 받는 피드백 속도가 너무 느렸거든요. 밖에 있다면 이렇게 늦지는 않았을 거예요.”빨간 장미가 진지하게 말했다.“과연 나올까요?”연성훈이 재차 물었다.“약속 잡고 있으니까 일단은 기다려야죠.”빨간 장미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참, 최근에 홍연이 닌자와 뎀프시 가문이랑 연합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어쩌면 뎀프시 가문이랑 손을 잡았을 수도 있어요.”“증거 있어요?”연성훈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증거가 있다면 뎀프시 가문을 상대할 때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진다.“증거를 남겼을 리가 없죠.”빨간 장미가
검은색 승용차는 아우디 A6로 꽤 비싼 차였지만 앞에 있는 빨간색 페라리여서 두 차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컸다.“아우디 차주는 정말 재수가 없네요.”“이 정도로 세게 충돌한 거면 배상금이 어마어마할 텐데.”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연성훈이 미간을 찌푸리고 상황을 지켜보던 그때 앞차의 운전석에서 아주 건장한 남자가 내려왔는데 그는 선글라스를 낀 채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남자는 아우디 차 문을 두드리며 호통쳤다.“열어! 문 열어!”차창 너머로 보이는 뒤차의 운전석에는 예쁜 여자가 앉아있었고 나이는 서른 살쯤처럼 보였으나 화장기 없는 청순한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머리가 조금 헝클어져 있었고 교통사고로 인해 머리를 부딪힌 듯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뒷좌석에는 서너 살 된 아이가 누워 있었는데 의식을 잃은 듯 호흡이 가빠지는 걸 보니 많이 아파 보였다.건장한 사내의 고함을 들은 운전석의 여자는 재빨리 차 문을 열었고 그러자 남자는 다소 거칠게 그녀를 차에서 끌어 내렸다.몇 사람들은 여자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했다.“저 사람 유미 아니에요?”“어머, 맞는 것 같아요.”연성훈은 혼란스러워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미가 누구예요?”“최근 2년 동안 활동을 많이 한 건 아닌데 예전에는 지상파 드라마 주연배우 맡을 정도로 유명했어요. 여자 연예인의 인기는 금방 식잖아요. 요즘에는 전현아가 제일 잘나가요.”전현아의 이름을 듣는 순간 연성훈은 표정이 살짝 바뀌었는데, 전에 경매의 진행자가 바로 그녀였다.“맞아요. 갑자기 치고 올라오더니 유미가 하던 핫한 예능 프로그램 두 개를 다 점령 했잖아요. 그 바람에 유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졌어요.”이 말을 들은 연성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스포츠카로 시선을 돌렸다.스포츠카의 조수석에 한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그녀는 연성훈을 힐끗 보고선 아연실색했다.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연성훈은 뛰어난 관찰력으로 한눈에 알아봤는데 그 여자는... 전현아다.이
교통사고 현장에는 점점 더 많은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유미는 이를 악물고 차 쪽을 향해 소리쳤다.“현아야, 배상금은 내가 얼마든지 지급할 테니까 일단 아이랑 병원에 갈 수 있게 말 좀 해줄래?”조수석에 앉은 전현아는 마침내 차 문을 열었고 그녀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역시나 인기가 하늘을 치솟았다.“유미 언니, 아무리 제가 미워도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건 너무 하잖아요.”전현아는 입을 막으며 억울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배우라는 직업에 걸맞은 전현아의 연기력에 연성훈은 혀를 내둘렀고 그 시각 유미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봤다.“현아야,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난 복수할 생각도, 마음도 없어. 그저 아이랑 같이 병원에 가고 싶은 것뿐이야.”“하지만 교통사고는 경찰이 와서 해결해 줘야 하는데 어떡하죠?”고민하는 전현아의 모습에 연성훈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경매할 때는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양아치가 따로 없네.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나 봐, 쯧쯧.’현장에는 아무래도 전현아의 팬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듯하다.“프로그램 뺏겼다고 불만 품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진짜인가 봐요.”“그러니까 말이에요. 현아 씨, 절대 선처해서는 안 돼요. 차로 칠 생각을 한다니 당장 신고해야죠.”“지금 연기하는 것처럼 드라마를 찍었으면 폭삭 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참 안타깝네요.”적지 않은 이들이 유미를 비꼬았다.외톨이가 된 유미는 감정이 곧 무너질 듯 간신히 이를 악물고 전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현아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 속이 후련하니? 제발 아이만큼은 살려달라고 내가 빌고 있잖아.”전현아는 입을 삐쭉이며 답했다.“아이가 아픈 건 나도 알아요. 그런데 교통사고가 났으니까 당연히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도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현아야, 됐어. 쟤랑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남자는
남자가 또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전현아가 다급하게 말렸다.“오빠, 그냥 보내줘요. 목숨 달린 일 맞잖아요.”옆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말했다.“현아 씨는 마음이 너무 여려.”“이렇게 쉽게 놓아주다니 참 착하네. 유미 씨는 감지덕지해야지.”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연성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아치 같은 전현아에게 이렇게 많은 열성 팬이 있다니, 역시 외모지상주의가 맞았다.그는 택시를 불러 세웠고 여자아이를 뒷좌석에 앉힌 후 재빨리 조수석에 올라타 기사님에게 말했다.“인해 제일병원으로 가주세요.”택시는 곧바로 시동을 걸었고 연성훈은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는 유미의 이마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기사님에게 물었다.“혹시 휴지 있으세요?”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휴지를 꺼내 연성훈에게 건네줬다.“일단 이거로 닦아요.”“처음 본 사이에 이렇게 도와주다니 정말 고마워요.”휴지를 건네받은 유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듣자 하니 그쪽에서 유미 씨를 알아보고 일부러 운전으로 장난질했다는 거죠?”연성훈이 물었다.“유미 씨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건가요?”유미는 한숨을 내쉬었다.“연예계에서는 물갈이하는 게 흔한 일이에요. 현아가 처음에 데뷔했을 때 저는 한창 상승세를 달리고 있었고 어디를 가나 주목받는 존재였어요. 이제 현아의 무명 시절이 지나고 유명해지니까 그때 겪었던 서러움들을 다 저한테 푸는 거죠. 사람들 앞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착하고 순직한 척하지만 다 알면서 일부러 저러는 거예요.”말을 하던 유미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고 그 모습에 연성훈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연성훈이 유미와 함께 병원으로 향하던 그때 교통사고 현장에 남아있던 건장한 남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현아에게 물었다.“왜 이렇게 쉽게 풀어줘? 이건 네 스타일이 아니잖아.”전현아는 입을 삐쭉이며 답했다.“저 사람 송빈이랑 친한 사이예요. 괜히 송빈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