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비싼 와인으로 한 병 주세요.”연성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웨이터는 잠시 넋을 잃은 채로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에서 제일 비싼 와인은 가격이 1억입니다.”옆에 있던 강미주는 흠칫 놀라더니 곧바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강미주는 줄곧 방민규를 싫어했고 대학 시절 그녀에게 끈질기게 매달린 탓에 혐오의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방민규는 예전부터 강미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룸메이트를 공략했고 밥을 사주면서 되레 그들과 친해져 지금까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듯하다.이번 식사 자리도 하연과 이수영을 통해 알게 되어 여기까지 따라온 게 틀림없다.강미주도 연성훈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신해 은행의 다이아몬드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와인 한병의 가격이 그에게 얼마나 가소로운 금액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하지만 방민규는 다르다. 아직 그룹의 경영진이 아닐뿐더러 연봉이 수억에 달하는 것도 아니었다.방민규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 알 수 있다시피 현재 그의 월급은 매우 평범하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면 무조건 자랑했을 성격이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그의 존재가 별 볼 것 없다는 걸 증명했다.몇백만 원의 와인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1억은 연봉에 버금가는 금액이었다.연성훈은 웃으며 웨이터에게 말했다.“와인 가져와요.”웨이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을 떠났고 옆에 있던 하연과 이수영은 충격의 기색이 역력한 채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그들 모두 연성훈이 돈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방민규가 그에게 망신을 주려고 와인 값을 반씩 부담하자고 제안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연성훈이 말하고 나서야 비로소 충격을 받았다.방민규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렸고 입을 벙긋하며 말하려던 찰나 연성훈이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1억이면 인당 오천만 원이네요. 설마 돈 없는 건 아니죠?”연성훈은 받았던 모욕을 그대로 방민규에게 돌려줬다.그의 말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
연성훈은 빙그레 웃으며 방민규에게 말했다.“민규 씨 얘기하는 거 듣고 순자산만 수백억 있는 줄 알았어요.”“그게...”방민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연성훈이 받았던 수모와 굴욕이 곧이곧대로 그에게 돌아오자 민망함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그럼 이렇게 하죠.”연성훈은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와인 마시자고 제안한 사람도, 금액을 반씩 부담하자고 제안한 사람도 민규 씨잖아요. 전 민규 씨의 제안에 따른 것뿐이에요. 와인을 오픈했으니 당연히 저한테 돈을 이체해야겠죠? 일단 줄 수 있는 만큼 이체하고 남은 건 차용증을 쓰죠.”방민규는 자리에 앉아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순순히 천만 원을 이체하고 사천만 원의 차용증을 썼다.카드를 긁은 웨이터는 곧바로 와인 한 병을 들고 와 모두에게 한 잔씩 따라주었다.강미주는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오랜만에 만난 김에 건배할까?”이미 벌어진 일에 체념한 방민규는 마지못해 잔을 들고 와인 한 모금을 마셨으나 오늘따라 술이 괴로울 정도로 쓰게 느껴졌다.오천만 원, 월급으로 따지면 반년 넘게 헛수고한 셈이다. 괜히 허세 부리다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꼴이 되었다.연성훈은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통쾌해졌다. 한참을 먹던 방민규는 민망한지 전화를 받는 척하다가 회사에 일이 있다고 말하고선 자리를 떴다.하연과 이수영은 잠깐의 충격 후 계속 강미주와 대화를 이어갔지만 연성훈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듯 끊임없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훑어봤다.그렇게 점심 식사 후 오후에 출근해야 하는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그들이 떠나자 강미주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성훈 씨, 대단한데? 방민규가 난처해서 몸 둘 바 몰라하는 모습을 보니까 속이 뻥 뚫렸어.”“내 앞에서 허세 부리는 걸 어떡해.”연성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곧이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아참, 나한테 돈 쓰는 게 괜찮다며? 그럼 와인 값 오천만 원은 계좌로 이체해 줘.”
눈에 안 띄는 곳에 자리 잡은 것도 맞지만 김훈이 기분이 좋지 않은 탓에 그들 모두 연성훈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아는 사람이야?”강미주는 사진을 찍는 그의 모습을 보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방금 들어간 저 사람 내 사촌 동생 남자 친구야.”강미주는 어리둥절했다.“당장 찾아가서 한 대 때려도 모자랄 판에 왜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어!”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답했다.“상황이 좀 복잡해. 너도 알다시피 인해로 돌아오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상당히 큰 편견을 가지고 있어. 이런 얘기를 직접 말해줘도 듣지 않을 거야. 오히려 내가 그들을 해친다고 생각하겠지.”강미주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연정환이든 장건이든 사람들 앞에서 강간범 소리를 들먹이며 난처하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녀는 연성훈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곳은 성훈 씨에게 너무 적대적이야. 그냥 우리랑 같이 강성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인해가 번화하고 대도시인 건 맞지만 강성도 있을 건 다 있고 비슷해. 여기보다는 강성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더 편할 거야.”연성훈은 고개를 돌려 강미주를 바라보더니 무의식적으로 또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이번에는 강미주가 재빨리 몸을 피했다.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난 어느 도시에도 속하지 않는 떠돌이야.”“뭐래.”강미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연성훈을 째려봤다.사실 연성훈은 줄곧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심야 파수꾼이 된 후 세계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했으니 떠돌이가 맞는 말이다.비록 지금은 인해로 돌아왔지만 모든 건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일 뿐이고 임무가 내려지면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해를 떠나 특정된 도시로 옮길 것이다.게다가 추후에 심야 파수꾼으로 복귀할 생각이니 지금이나 그때나 떠돌이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그리고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한때 최강자였던 연성훈마저도 3년 전에 죽을뻔한 위기에
그러더니 조연희를 바라보며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모, 이 일은 저랑 상관없어요. 어제 제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김훈 씨는 회장님을 만날 수조차도 없었을 거예요.”“시치미 떼지 마. 네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조연희는 큰 소리로 말했다.“넌 나한테 좋은 사위가 생기는 게 꼴 보기 싫은 거잖아. 내 사위가 대박 나는 게 그렇게 배가 아프니? 질투심으로 가득한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부모님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그들을 밖으로 내쫓고 싶은 연성훈이다.친척이고 뭐고 연성훈은 이미 그들에게 치가 떨렸다.도움을 준 사람에게는 받은 것 그 이상으로 보답하고 깔보며 무시하는 사람은 애초에 상대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연성훈은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조연희를 보며 말했다.“됐어요. 마음대로 생각해요.”조연희가 다시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유시영이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엄마, 이제 그만해요!”깜짝 놀란 조연희는 어리둥절해서 유시영을 바라봤고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오빠, 나랑 잠깐만 나가서 얘기하자.”연성훈은 한때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철부지 여동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나가서 좀 걸을까?”유시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시영은 먼저 밖으로 나갔고 연성훈은 조연희를 힐끗 보더니 따라서 나갔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고마워.”유시영이 입을 열었다.“응?”연성훈은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인해로 돌아온 후로 유시영은 줄곧 그에 대해 큰 적대감을 드러냈기에 고맙다는 말을 한 게 믿기지 않는 듯 귀를 의심했다.“오늘 여명 그룹에서 진 회장님이 말해줬어. 우리가 진 회장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다 오빠 덕분이라고. 오빠가 연락한 거라며?”유시영의 질문에 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건 일도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이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유시영이 먼저 나간 후 연성훈이
같은 시각 연성훈의 아파트 단지 아래, 연성훈과 유시영은 단지 안을 거닐며 산책하고 있었는데 유시영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연성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시영아, 우리가 외동이라 형제자매가 없잖아. 난 지금껏 마음속으로 너를 친동생으로 생각했어. 그래서 말한 거야. 김훈이 너랑 안 어울린다고.”유시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런 말 하지 마. 오빠가 전에 나한테 잘해준 건 사실이지만 난 오빠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걸 용서할 수가 없어. 그때 내가 중학생이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날 어떻게 괴롭혔는지 알아?”연성훈은 흠칫 놀라며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이제야 왜 유시영이 그에게 깊은 적대심을 품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유시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영아, 믿을지 말지는 너에게 달려있지만 그 일은 나도 모함을 당한 거야. 이번에 인해로 돌아온 것도 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야.”유시영은 멍하니 듣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연성훈의 말을 믿지 않는 게 분명하다. 유시영은 만약 그가 정말로 결백한 사람이라면 9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나한테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나랑 김훈 사이의 일은 오빠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엄마가 오늘 말을 심하게 해서 내가 대신 사과하러 나온 거야. 겸사겸사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었고. 조금 있다가 엄마 모시고 갈게.”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려던 연성훈은 유시영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다시 넣었다.지금 그 사진을 보여준다면 일부러 김훈과 헤어지게 하려고 계획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되레 김훈을 미행했다며 비난받을 수도 있으니 일단은 모르는 척 이 일을 넘기기로 했다.한참의 정적 후, 유시영은 연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쨌든 할 말은 다 했으니 먼저 들어갈게.”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집으로 돌
날이 어두워졌다. 인해의 깊은 밤은 더없이 험난하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클럽 안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고 호르몬이 폭발한 젊은이들이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흥에 취해 있었다.사람들 속에서 오혁은 피 묻은 칼을 손에 쥐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무 완성. 이제 돌아가서 자도 되겠다.”말을 마친 그는 클럽을 나왔다.같은 시각 인해의 어느 한 교외 지역은 가로등이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 주변에 비해 유난히 어두웠다.어둠 속에는 검은 옷을 입고 긴 칼 두 자루를 등에 업은 단발머리 여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느새 칼집에서 빼낸 칼이 오른손에 들려있었고 싸늘하고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은 죽일듯한 기세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그곳에는 단발머리 여자와 같은 옷차림을 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들은 모두 양손에 칼 두 자루를 들고 있었다.그 뒤에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이 서 있었다.“좋아.”단발머리 여자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너희들이 나에게 칼을 겨누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네.”“2번!”이때 키 큰 남자가 걸어 나오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단발머리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국성이다.“이 사람은 홍연이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누군지 상관없어요.”2번은 싸늘한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저 인간이 3년 전 우리를 상대로 한 포위 탄압 작전에 가담했어요. 저 사람 아버지까지 모조리 죽여버릴 거예요. 7번의 복수는 반드시 내가 직접 할 거예요.”“우리랑 같이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가자. 일단 가서 천천히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아.”전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게다가 연성훈도 돌아왔어.”“안 믿어요.”2번의 말투는 여전히 싸늘했다.“끝까지 그날의 진실을 숨기든지 아니면 심야 파수꾼으로 복귀하지 않게 말렸어야죠.”말을 마친 그녀는 긴 칼을 빼내며 침착하게 말했다.“막지 마요. 오늘 반드시 저 사람 죽일 거예요.”전국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뱉었지만 할머니의 팔순 생신인 만큼 찾아오는 친척들도 많기에 조운은 가는 길 내내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사실 연성훈의 일이 터지고 난 후로 사람들은 돈을 빌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줄곧 싸늘한 태도로 그들을 대해왔다.연씨 가문과는 아예 왕래를 끊었고 조운의 친척들은 그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꽤 말이 많았다.연경민이 한유 그룹의 CEO라서 많은 친척들이 자신의 아이를 한유 그룹에 입사시키고 싶었지만 연이은 연경민의 거절로 인해 그들마저도 불만이 가득했다. 당연히 그중에는 조연희와 유시영도 포함되었다.사람들 모두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는 게 틀림없다.게다가 연성훈까지 돌아왔으니 그의 일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에 의해 거론될 것이다.연경민과 조운은 연성훈이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감정이 격해서 사람들과 다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조운은 계속 신신당부했다.“엄마, 저 이제 다 컸어요. 이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조운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난 듯 급히 입을 열었다.“아참, 이번에 가서 큰삼촌에게 여자 친구 소개해 달라고 할까? 이참에 한 번 만나봐.”연성훈은 어리둥절했다.“오늘 같은 날에 그건 좀...”연성훈은 결혼한 적 있다는 걸 부모님에게 숨겼다. 말을 꺼내면 두 사람의 걱정이 더 커질 테니 강성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숨기기로 결정했다. “한번 만난다고 어디가 덧나는 건 아니잖아.”조운은 말을 이었다.“괜찮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행동해. 외숙모 친척이라서 내가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꽤 예쁘게 생겼어.”연성훈은 골치가 아팠다. 그러나 27살에 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사람이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그들에게는 일찍 장가가서 결혼하는 것도 일종의 효도다.연성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개팅이
그 외 김훈도 자리에 있었는데, 그들은 웃고 떠들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연성훈은 미소를 지으며 나정옥을 향해 다가간 후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말했다.“할머니, 저 왔어요.”잡담을 나누며 떠들썩하던 테이블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지더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연성훈을 향했다.나정옥의 주름이 자글한 얼굴은 곧바로 굳어졌고 웃고 있는 연성훈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정옥은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재빨리 연성훈의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가 우리 손자 좀 볼까?”연성훈도 마음이 울컥했다. 그도 감성적인 사람인지라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걸 돌려주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졌다.나정옥은 예전부터 연성훈을 많이 아꼈다. 늘 마음속에 이를 간직했던 그는 웃으며 말했다.“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나정옥은 연성훈의 손을 잡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괜찮아, 돌아왔으면 됐어. 이제야 우리 가족이 다 모인 것 같구나.”조준호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콧방귀를 뀌었다.“일단 앉아 계세요.”연성훈이 급히 말했다.나정옥은 자리에 앉고서도 연성훈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9년 만에 돌아온 연성훈이 갑자기 또 사라지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연성훈은 웃으며 조준호와 조이를 바라봤다.“형, 누나.”조이는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성훈아, 그래도 이모부가 능력이 있어서 다행이야. 집안 형편이 좋으니까 우리 아빠가 너에게 여자 친구도 소개해 주고 참 별 볼일이네. 형편이 별로였다면 이번 생은 망한 거나 다름없을 텐데...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됐어. 앞으로는 사고 치지 말고 제발 사람답게 살아. 법을 어기는 행동도 절대 하지 말고. 알겠지?”연성훈은 눈빛이 흔들렸지만 개의치 않은 듯 나정옥의 옆에 앉았다.시간이 지나자 호텔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친척이었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탓에 연성훈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그와 달리 사람들은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