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훈이 웃으며 말했다.“실은 한유 그룹 다니고 있어요.”진미영은 깜짝 놀란 듯 의아하게 그를 바라봤다.“한유 그룹이요? 거기 대기업이잖아요.”“운 좋게 입사하게 됐어요.”그들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멀지 않은 곳에서 연정환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주스 한잔을 손에 든 채 연성훈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그는 연성훈의 곁을 지나며 술에 취한 사람처럼 몸을 비틀거렸고 그 탓에 손에 들린 주스는 쏟아지기 일보 직전이었다.“조심해요!”진희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바로 그 순간 앉아있던 연성훈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몸을 피했고 아무도 못 본 사이에 발로 연정환의 다리를 걸었다.넘어지는 척하려던 연정환은 순식간에 중심을 잃더니 의자 쪽으로 몸이 쏠렸다.‘쿵!’그의 머리는 의자 위에 세게 부딪혔고 의자가 뒤로 밀려나는 바람에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쨍그랑!’주스가 담긴 유리컵이 바닥에서 산산조각 났고, 넘어지면서 깨진 유리 파편이 오른손바닥에 박히자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아!”연성훈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진미영과 진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연성훈이 언제 자리에서 일어났는지조차도 몰랐다.“아이고, 우리 정환 도련님 괜찮은가?”연정환이 바닥에 주저앉아 피를 흘리는 모습을 봤음에도 연성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바닥에 웅크리고 걱정스럽게 물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장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넘어지는 척하며 연성훈에게 주스를 쏟으려 했던 건 처음부터 두 사람이 계획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상황을 보며 연성훈이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달려왔다.장건은 재빨리 달려와 연정환을 부축하며 연성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 개자식아, 감히 우리 형을 다치게 하다니 넌 이제 끝장이야.”주위에서 식사하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연정환은 장건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일어섰지만 그 모습은 초라
연성훈은 여자의 손목에 있는 문신을 보고서야 고개를 들어 그녀를 자세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여자는 30대쯤으로 보였는데 아름다운 미모와 달리 싸늘한 분위기를 풍겼다.강미주같은 톱클래스 미녀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글래머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홍연이 이제 연씨 가문에도 손을 쓸 작정인가?’연성훈은 웃으며 연정환을 힐끗 바라봤다. 그는 이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게 분명했고 오묘한 분위기를 보아하니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정도로 여자에게 홀린 것 같았다.“어머, 손이 왜 이래요? 누가 이렇게 만들었어요?”여자는 연정환에게 몸을 찰싹 붙이더니 그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연정환은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낯 뜨거운 듯 얼굴이 붉어지더니 곧바로 연성훈을 째려보고선 입을 열었다.“가자. 병원으로 데려다줘.”그의 말에 장건은 재빨리 그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고 떠나기 전에 죽일듯한 눈빛으로 연성훈을 노려봤다.“너 이제 끝장이야.”연성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왜? 연정환 옆에서 개노릇 하는 게 습관 돼서 날 물기라도 하려고?”“잘생기신 분이 입이 참 거치시네.”글래머러스한 여자가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연정환은 통증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는지 다급하게 말했다.“일단 그만 얘기하고 가자. 이 빚은 내가 나중에 갚을 거야. 너무 아파. 병원으로 데려다줘.”장건은 또다시 연성훈을 노려보고선 재빨리 연정환을 부축하며 자리를 떴다.가게 종업원들은 서둘러 달려와 현장을 정리했고 유리 파편을 쓸어 담는 동시에 바닥도 깨끗하게 청소했다.연성훈은 종업원들이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고 맞은 편에 있던 진희는 그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너무 멋졌어요. 집에 돈 좀 있다고 허세 부리며 잘난 척하는 게 너무 꼴 보기 싫었는데 이제야 속이 후련하네요.”옆에 있던 진미영은 걱정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성훈 씨, 연정환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앞으로 인해에서...”연성훈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결백을
김훈은 연성훈을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를 건넨 다음 입을 열었다.“아저씨, 시영이랑 같이 인사드릴 겸 찾아온 것도 맞지만 실은 논의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연경민은 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지?”“어머님을 통해서 성훈 씨에 관한 일들을 듣게 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상황으로는 취직하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이력서에 감옥에서 징역형을 살다 나온 게 버젓이 적혀있는데 어느 회사에서 이런 사람을 고용하겠습니까?”김훈의 말에 연경민과 조운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 또한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이기도 하다.한때는 연성훈이 무기징역으로 평생 감옥에서 사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출소하고 보니 취직은 할 수 있을지, 결혼은 할 수 있을지 모든 게 걱정되었다.어쩌면 자식 걱정을 멈출 수 없는 게 부모들의 평생 숙제인듯하다.“우리 회사에 들어온다면 성훈 씨의 이력서를 숨길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제 회사니까요.”김훈은 말이 이었다.“때가 되면 어머님이 성훈 씨에게 여자도 소개해 줄 겁니다.”조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회사에서 알게 된 여자가 있는데 외모도 출중하고 여러 면에서 아주 훌륭해요. 성훈이가 사고 쳤던 건 맞지만 형부가 수입이 좋잖아요. 그쪽에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성훈이랑 만나볼 의향이 있다고 했어요.”그 말에 솔깃한 연경민과 조운은 두 눈이 반짝 빛났다.늘 그렇듯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를 거라고 생각한 연경민은 김훈을 보며 물었다.“뭘 해주면 되지?”“그게... 저희 회사에서 초대형 게임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유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한유 그룹과의 협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김훈은 침착하게 말했다.“아저씨가 한유 그룹의 부사장이니 도와줬으면 합니다.”옆에서 듣고 있던 연성훈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한유 그룹의 진짜 사장은 난데.’연경민은 생각에 잠긴 듯 입술을 오므렸다.“난 한유 그룹에서 여태껏 일에 손댄 적이 없
그의 말에 연경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연경민은 누가 봐도 이 일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는 표정이었고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조연희 일가족들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연경민은 이를 악물고 핸드폰을 꺼내 송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됐고 핸드폰 너머로 송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경민 씨, 무슨 일이죠?”나이로 따지면 송빈은 연경민보다 두 살 많다.연경민은 재빨리 물었다.“송 대표님, 연성훈이 누구인지 알죠? 우리 회사에 입사했어요? 대표님 비서직을 맡게 됐다고 하던데요?”송빈이 누구인가, 수많은 비즈니스와 전장을 누비며 이미 이런 일에는 도가 튼 사람이다. 그는 연경민의 말을 듣는 순간 연성훈이 부모님의 걱정을 줄일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맞아요, 지금은 내 비서입니다. 왜요? 마음에 안들어요? 다른 부서로 옮길까요?”“아니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연경민은 목이 메는 듯 울먹이며 말했다.“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옆에서 듣고 있던 연성훈은 어이없다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내 회사인데 별걸 다 고마워하네.’통화를 마친 후 연경민은 곧바로 조운을 바라봤고 두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그들은 연성훈이 일자리를 구할지 못할까 봐 줄곧 걱정했는데, 지금은 번듯한 직장을 구했을뿐더러 대기업인 한유 그룹에 입사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이 시대 최고의 사업가인 송빈의 비서라면 그의 곁에서 많은 걸 배워 눈에 띄는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두 사람은 감격스러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들과 달리 조연희, 유시영, 김훈은 안색이 안 좋았고 믿을 수 없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대기업인 한유 그룹에서, 그것도 송빈처럼 대단한 사람이 왜 징역형을 살다 온 사람을 비서로 뽑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부모님의 얼굴에 드러난 웃음을 보자 그들의 걱정거리가 줄었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번듯한 직장을 찾은 덕
연경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감옥, 범죄자, 이런 말을 꼭 그렇게 강조해야만 속이 후련하니?”화난 듯한 연경민의 모습에 조연희는 멋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시각 연성훈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시작했다.그러던 중 식사가 끝났고 다들 자리를 뜨려고 하자 조운은 마치 연성훈을 결혼시키려고 안달난 사람처럼 방금 언급됐던 그 여자에 대해 물었다.방에서 듣고 있던 연성훈은 골치가 아팠다.그는 밤 11시가 넘도록 게임을 하다가 깊은 잠에 빠졌다....인해의 어느 한 별장.연지석은 서류가 가득 찬 가방을 손에 든 채 별장 입구에 있는 초인종을 눌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나가요.”곧이어 문이 열린 후 잠옷을 입은 중년 남성이 입구로 나왔고 그는 연지석을 보자마자 짜증 가득한 채로 표정이 일그러졌다.“무슨 일이야?”“그게...”연지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중년 남성은 귀찮은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이번 기업 평가는 다른 사람 도움받을 생각하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해. 경민이 손에 있을 때는 문제 하나 없이 잘 돌아가던 회사가 네 손에 들어가자마자 3년 만에 부도 위기에 놓였으니 참 할 말이 없다.”“그게 아니라...”연지석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이번 평가는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그럼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중년 남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연성훈이 돌아왔습니다.”연지석은 곧바로 답했다.중년 남성은 흠칫 놀라더니 또다시 짜증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쩌라고? 걔는 무슨 일 저지를 사람이 아니잖아.”“어쨌든 가문에서 쫓아내자고 제안한 사람이 저였으니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렵습니다. 저번에 우연히 마주쳤는데 죽일듯한 눈빛으로 절 노려봤어요.”연지석은 말을 이었다.“너무 겁나서 와이프랑 아이들을 고향에 돌려보내고 며칠 동안 호텔 신세 졌습니다. 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어 편히 쉴 수조차 없습니다.”중년 남성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그건 네 일이니까
연성훈은 소식을 접한 후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약간 망설였다.그는 빨간 장미가 자신을 속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사실 지금도 연성훈은 빨간 장미를 완전히 믿지 않았고 어쩌면 일찌감치 그의 정체를 알아낸 후 제거하려고 일부러 협력하는 척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알려준 장소도 그를 끌어내기 위해 빨간 장미가 심어둔 함정일 수도 있다.잠깐의 망설임 후 연성훈은 결국 가기로 결정했다.어찌 됐든 두 자루의 칼은 가져와야만 한다. 임설아와 백연아가 지난 3년 동안 못되게 군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임정문은 그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기에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연성훈은 씻으면서도 머릿속에는 홍연의 킬러인 버드맨이 자꾸 떠올랐다.버드맨은 언더그라운드 랭킹 19위에 달하는 실력을 갖췄다.그가 버드맨이라도 불리는 이유는 새 키우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가 등장하는 곳에는 늘 새장도 함께 나타났고 임무를 완수하면 그곳에 새를 남겨두는 게 습관이었다.지금 보아하니 언더그라운드 랭킹에 오른 사람들은 전부 특정한 무언가에 집착하는 변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듯하다.평소 사생활이 문란한 빨간 장미는 자신을 거부하는 남자에게 흥분하고 반드시 갖고 싶다는 소유욕이 생기는 이상한 사람이다.어쩌면 버드맨도 마찬가지다.소문에 의하면 전설의 킬러 1위인 그분에게도 독특한 습관이 있다고 한다.외출 준비를 마친 연성훈은 부모님에게 인사를 건넨 후 아래층으로 내려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핸드폰 너머로 추인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요?”“버드맨이 제 전처와 그 가족들을 납치했어요. 칼 두 자루도 그 사람한테 있으니 지금 가지러 가려고 준비 중이에요.”연성훈은 말을 이었다.“빨간 장미가 주소를 알려줬는데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인해의 심야 파수꾼에게 얘기 좀 해줘요. 주소는 무성로 79번이에요. 제가 11시까지 나오지 않으면 그쪽으로 쳐들어오고 만약 나오면 뒤처리를 부탁한다고 전해줘요.
통화가 연결되자 핸드폰 너머로 주서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윤아, 이제는 내 전화도 씹고 아주 간이 부었네. 여기가 인해라는 걸 잊었어? 너희 엄마랑 아빠도 인해에 있다고 들었는데?”구윤아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주서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누가 우리 집안을 건드리는 거야?”“고객의 개인정보라서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구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래?”주서진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너희 부모님이 사고를 당해도 네가 이런 태도일지 궁금하네.”구윤아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이래도 말하기 싫다는 거야?”주서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구윤아, 이번 일은 내가 똑똑히 기억해 둘게.”말을 마친 후 그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구윤아는 걱정이 밀려왔다.강미주는 그녀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 재빨리 물었다.“윤아 언니, 무슨 일 있어요?”“아무것도 아니야.”구윤아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웃으며 말했다.“우리 오늘 어디 갈까?”강미주는 입을 삐죽 내밀며 생각에 잠겼다.“일단 준비하고 성훈 씨에게 연락할까요? 점심 사달라고 하고 오후에도 같이 놀러 가요. 어차피 돈도 많은데 이럴 때 실컷 부려 먹어야죠.”그녀의 말에 구윤아와 김소희는 두 눈이 반짝 빛났다.“아주 좋은 생각이야!”“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사람인지 종잡을 수 없다니까요.”혼자 중얼거리는 강미주의 말에 구윤아와 김소희도 적극 동의했다.두 사람도 연성훈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있었다....같은 시각 연성훈이 탄 차는 무성로에서 멈췄다. 이곳은 인해에서 인적 드문 곳에 속했고 건물들은 대부분 높이가 비교적 낮았다. 별장이나 전통 한옥으로 가득 찬 교외 지역이지만 집값만큼은 어마어마하다.홍연의 골드 킬러라면 이곳에 단독 주택을 소유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연성훈은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거들먹거리며 무성로 안쪽으로 걸어갔고 곧이어 79번이 적힌 곳을 발견했
그 시각 한옥의 어느 방안.임설아를 포함한 세 명의 여자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머리가 잔뜩 흐트러진 채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짹짹...’그들의 바로 정면에는 웬 새장이 놓여있었고 안에는 품종을 알 수 없는 새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날개를 다쳤는지 새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새장 옆에는 긴 가운을 입은 중년 남성이 120cm에 달하는 긴 칼을 손에 들고 있었다. 바닥을 향한 예리한 칼날은 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반짝였다.“무영!”버드맨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 칼이 왜 그런 이름을 가졌는지 알아요?”맞은편에 있는 그들을 보며 물었다.하루밖에 안 됐지만 이 시간은 임설아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에 충분했고 눈앞에 있는 남자가 웃을 때마다 심리적인 두려움에 휩싸였다.이 변태에게 살해당하지 않을까 매 순간 공포에 휩싸이며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대답 안 해요?”버드맨은 또다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알려줄게요. 칼의 주인은 이 칼을 빼는 일이 극히 드물었어요. 그가 이 칼을 뺐다는 건 엄청 대단한 상대를 마주했다는 걸 의미하죠. 능력 없는 사람과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에요.”말을 이어가던 그는 천천히 긴 칼을 들어 올리더니 칼끝으로 백연아의 목을 겨눴다.백연아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희는 정말 연성훈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그냥 돈 욕심이 나서 칼을 팔았을 뿐이에요. 정말 다 사실이니까 제발 믿어줘요.”“풉.”버드맨은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죽이지 않을 테니까 겁먹지 말아요. 당신들도 연성훈을 원망하고 있다고 오는 길 내내 강조했잖아요. 그 사람을 찾으면 내가 대신해서 죽여줄게요. 어때요? 너무 기쁘죠?”그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구석에 숨어 온몸을 벌벌 떨었고 임설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연성훈과 이혼하고 나서부터 골치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