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백아현은 발견하지 못했다. 바닥에 앉은 그녀는 무릎을 안고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9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해줘.”연성훈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얘기했다.“앞의 6년 동안의 일은 얘기해줄 수 없어. 하여튼 감옥에 있은 건 아니야. 후에 내가 다쳐서 기억을 잃고 강성의 한 사람이 날 구해줬어. 그리고 나는 그 분의 딸과 결혼했고 데릴사위가 되었지. 얼마 전에는 바로 이혼했고... 이건 네가 다 아는 일이잖아.”“그래서, 정말 누명을 쓴 거야?”백아현이 다시 물었다.“백채령을 강간한 게 아니라는 거지?”연성훈이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그건 더 이상 해명하기 싫어. 네가 믿지 않으면 나도 방법이 없으니까...”“널 믿어!”백아현이 얘기했다.“난 항상 네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넌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렇지 않으면 강성에서 내가 너를 따로 불러낼 리가 없잖아! 하지만 의심되는 것도 사실이야. 그때의 일은 증거가 명확했어. 호텔의 CCTV까지, 네가 백채령을 부축해서 호텔로 들어간 게 찍혔거든.”백아현이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그래서 의심을 안 할 수도 없어. 너무 모순되는 거야!”연성훈은 길게 숨을 내뱉고 백아현의 옆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내가 이번에 인해로 온 이유가 바로 내 누명을 벗기 위해서야. 나는 억울하게 모함받은 거니까!”백아현은 잠시 굳었다. 고개를 돌려 연성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위험할지도 몰라.”위험?연성훈은 그저 웃어넘겼다. 일반인도 상대하지 못한다면 심야 파수꾼 제로라는 이름에 걸맞지 못하다는 것이다.백아현은 연성훈이 입을 다물고 있자 또 질문을 던졌다.“연성훈, 정말 나와 주서진의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어 줄 수 있어? 전에는 네게 희망을 품지 않았었는데 네게 다이아몬드 카드가 있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희망을 가져보려고. 넌 알잖아. 난 주서진을 좋아하지 않아! 오히려 싫어해!”“강성에서 이미 승낙한 일이잖아. 나는 뱉은 말을 지키는
상대방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백기현은 이를 꽉 물고 온몸에 힘을 팍 주었다.소매를 걷어 올린 백기현의 굵은 오른팔에는 야구방망이를 꽉 쥐어서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났다. 그리고 연성훈을 향해 걸어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백아현은 이미 아연실색했다. 백기현의 성격이 어떤지는 백아현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게다가 백기현이 얼마나 연성훈을 증오하는지도 잘 알았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백기현은 항상 연성훈의 이름을 잊지 않았다.백채령과 있을 때, 그는 항상 자신이 백채령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그러니 백기현이 연성훈을 보게 된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백기현이 어떻게 자신이 학교에 있는 것을 알았는지, 또 어떻게 따라온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백아현은 연성훈의 팔을 붙잡고 소리쳤다.“성훈아, 얼른 도망가라니까! 도망가!”연성훈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그는 이미 백기현에게 경고를 날렸다.백씨 가문에게 악감정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9년 전, 백씨 가문은 연성훈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백씨 가문의 어르신도 그랬고, 백기현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연성훈을 산 채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했다.만약 심야 파수꾼이 되지 못했다면 연성훈은 무기 징역으로 감옥에서 한평생 썩을 것이다.인해에 돌아온 연성훈은 그들에게 복수하려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일의 증거가 완벽한 데다가 피해자가 본인 가문의 사람이었으니 그들이 가해자인 연성훈에게 복수하려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백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복수하지 않는 것은 연성훈이 정한 자기의 기준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백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향해 걸어오는 시비를 다 받아준다는 뜻은 아니었다.백기현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백아현이 연성훈의 팔을 당기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거의 달리듯이 걸어왔다.한마디도 하지 않던 백기현은 바로 앞까지 다가와 야구방망이를 높이 쳐들고 연성훈을 향해 후려쳤다.진정한 사나이는
연성훈은 그런 협박 앞에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에요. 여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오빠죠. 그래서 본인이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서 백아현을 주서진에게 시집보낼 정도로. 백아현이 주서진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걸 알면서, 심지어 백아현이 주서진을 엄청 싫어하는 것도 알면서 말이에요. 여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지!”백기현의 동공이 살짝 떨렸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부끄러움에 화를 내기 시작했다.“너 이 새끼가 뭘 알아!”연성훈은 길게 한숨을 내뱉고 얘기했다.“백기현 씨. 당신이 나한테 시비를 걸든지 말든지 나는 관심이 없어요. 여전히 내 태도는 같아. 나에게 시비를 걸면 그 후과를 감당해야 할 거야. 이건 협박이야. 그러니까 명심해.”백기현은 비웃더니 얘기했다.“참 무섭네. 넌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연씨 가문에서도 이미 제명되었어. 제명 되지 않았다고 해도 너는 그저 연씨 가문의 방계일 뿐이야. 내가 너를 해치우는 건 식은 죽 먹기야.”말을 마친 백기현은 또 백아현을 보면서 얘기했다.“아현아, 당장 돌아와. 내가 운전해서 널 데려다 줄게.”백아현의 미간은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그녀는 백기현을 보며 물었다.“오빠, 혹시 나를 미행한 거예요?”“흥.”백기현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이 자식이 인해로 왔다는 것을 들은 다음에 네가 이 자식을 만나러 올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네 차에 GPS를 달아놨지. 멍청한 짓 하지 마. 이 자식이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내일 주서진과 약혼식을 올릴 건데 오늘 이 자식을 만나러 와?! 너도 적당히 해!”연성훈의 입가 근육이 바르르 떨렸다. 속으로는 대단한 동생 바보 났다고 감탄하는 중이었다.이를 악문 백아현이 대답했다.“오빠, 오빠가 너무 했어요.”“내가 너무하다고? 넌 연성훈을 찾아오면서 채령이 생각은 해봤어? 연성훈이 채령이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알아? 넌 채령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고?!”백기현은
전화를 마친 연성훈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이건 주서진과 백아현의 약혼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백씨 가문에서 백아현과 주서진의 혼인을 추진하는 것은 주씨 가문의 사업 때문이다. 백씨 가문의 사업에 문제가 생겨서, 혹은 주씨 가문과 충돌이 생겨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주씨 가문과 합작해야 했다. 그리고 혼인은 가장 확실한 합작 방법이다.하지만 주씨 가문의 사업이 은행과의 합작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은 여전히 이 약혼식을 진행하려고 할까? 대답은 아니다, 였다.백씨 가문이 어떻게 방법을 찾을 것인지는 연성훈과 상관없는 일이다. 연성훈은 이미 판을 다 짜놓았으니 이제 주씨 가문이 밤새 바삐 돌아 챌 일만 남았다. 그러고 나면 내일 약혼식을 올릴 생각도 없을 것이다.약혼식이 급하게 취소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백씨 가문 사람들이 주씨 가문의 사업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되면 백아현을 주서진에게 시집 보내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화가 나도 아무것도 못 하는 주서진의 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연성훈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주서진 일가족이 홍연과 관계가 있으니 홍연 쪽에서는 주씨 가문이 몰락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홍연이 있는 곳에는 연성훈이 꼭 따라붙을 것이다. 주씨 가문 사람들과 싸우는 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다. 코를 매만진 연성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현재의 연성훈이 할 일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2번의 행적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다.연성훈이 학교에서 떠나려고 할 때 갑자기 여덟, 아홉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연성훈을 향해 걸어왔다.대부분 사람들이 경비원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다른 한 사람은 안경을 낀 대머리 남자였고 적어도 사, 오십 대처럼 보였다.“교장 선생님, 이 자식입니다. 아까 운동장에서 싸우려던 놈이요!”한 경비원이 연성훈을 가리키며 얘기했다.순간 놀란 연성훈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리고 속으로 욕설을 가볍게 내뱉었다. 백기현은 차를 타
중년 여자는 그제야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연성훈을 쳐다보았다. 미간을 살짝 좁힌 여자는 연성훈이 눈에 익다고 생각했지만 또 누구인지 떠올리지 못하는 듯했다.이곳에서 장사하면서 매일 만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9년 전의 사람을 떠올리기는 힘든 일이었다. “얼마 벌지는 못해요. 가격을 인상하면 학생들이 사지 못하니까.”중년 여자가 대답했다.연성훈이 고민하더니 얘기했다.“하나 주세요.”연성훈이 말을 마치자 옆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울렸다.“이모, 호떡 하나 주세요.”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연성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옆의 사람을 확인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놀라서 굳어버렸다.검은 드레스를 입은 예쁜 여자가 책을 들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연성훈을 본 여자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서 굳어버렸다.“당신이 왜 여기에...?”...강성. 정원 아파트. 임설아의 집.백연아, 임설아와 임시아 세 여자는 소파에 누워서 벌벌 떨었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임설아와 임시아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거실 텔레비전 앞에는 백훈이 누워있었다. 백훈은 자기 허벅지를 끌어안고 계속해서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그의 몸은 온통 피로 물들었다. 게다가 허벅지에서는 피가 심하게 흘러내렸다.그리고 그들 앞에 서 있는 롱코트의 남자는 비수를 손에 들고 여전히 온화한 표정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아직도 이 검을 어떻게 가진 것인지 안 알려줄 겁니까?”남자는 눈을 예쁘게 접으며 물었다.임설아의 집에 온 남자는 백연아를 포함한 네 사람에게 이 검을 어디서 가진 것이냐고 물었다.백연아는 돈을 갖기 위해서 연성훈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그저 대대로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중년 남자가 비수를 꺼내 들어 눈 깜빡할 사이에 백훈의 몸에 칼자국을 여러 개 놓았다.임설아 등 세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방금 비명을 지르자 남자는 또 백훈을 찔렀다.백연아는 벌벌 떨면서 얘기했다.“이 검을
인해에 있는 연성훈은 강성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을 알 리가 없었다.사실 현재의 백훈에게 있어 연성훈에게 연락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성대 그룹의 하성국을 찾아갔다.전에 성대 그룹에 가서 그들을 방해한 탓에 하성국은 그들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그 시각 연성훈은 분식집 앞에 서서 검은 드레스의 여자를 보며 의아해하며 물었다.“당신이 왜 여기에...”이 여자는 바로 그가 전에 클럽에서 만났던 진비비였다.진비비는 교과서를 안고 말했다.“난 이 학교의 선생님이에요. 당신이야말로 여기서 뭐 해요?”연성훈은 마른기침을 하고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전에 이 고등학교에 다녔거든요. 한번 와본 것뿐입니다.”진비비는 연성훈 옆에 서서 어색하게 그를 쳐다보며 얘기했다.“그, 전에 저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건 죄송하게 생각해요.”전에 클럽에서 진비비가 연성훈을 찾아와 술을 마시는 바람에 주지훈의 오해를 사 유화 클럽의 사람들과 모순이 생기지 않았던가. 그 당시의 진비비는 연성훈이 크게 다칠까 봐 걱정했다.연성훈은 손을 저었다. 그 일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진비비는 이를 꽉 물고 물었다.“오늘 저녁 시간 돼요? 그날 일 때문에 죄송해서요, 물론 당신은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불편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제가 밥이라도 한 끼 살게요.”“그저 지나가는 일일 뿐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요.”연성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주지훈과 연애하는 여자니 연성훈은 그녀와 너무 많은 접촉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진비비는 그 대답을 듣고 굳어버렸다.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도, 선생님이 된 지금도 항상 많은 남자들이 진비비에게 매달렸다. 모든 남자들은 진비비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래서 진비비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면 거절한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처음 클럽에서 만났을 때부터 진비비에게 관심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애당초 클럽에서 진비비는 거의 자기를 잡아먹어달라고 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
연성훈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뒤돌아봐요!”전화기 너머로 섹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성훈이 몸을 돌려 뒤를 보자 멀지 않은 곳에 붉은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긴 다리와 완벽한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그녀는 가는 곳마다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바로 빨간 장미였다!연성훈의 표정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그쪽으로 걸어간 연성훈이 빨간 장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물었다.“나를 미행한 겁니까?”연성훈의 눈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을 본 빨간 장미가 급하게 해명했다.“당신이라는 남자는 정말 분위기를 못 읽네요. 마침 이 주변에 일이 있어서 온 거라고요.”“아.”그제야 연성훈은 경계심을 풀었다. 또 호떡을 한입 베어 물고 물었다.“무슨 일인데요? 그 노인네가 나오기라도 하겠대요?”“그를 꾀어내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에요.”빨간 장미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아까 전화를 받았는데, 당신이 흥미를 가질 만한 소식이 있어요.”“음?”연성훈의 눈썹이 까딱였다.“홍연은 장미의 색깔로 킬러의 등급을 매겨요. 옐로우 킬러가 가장 낮은 등급이에요. 그다음은 블루, 레드, 골드 순서예요. 그 외에 우리처럼 색을 정하지 않는 킬러들은 더욱 뛰어난 최고급 킬러라는 뜻이죠.”빨간 장미가 얘기했다.연성훈은 흘깃 빨간 장미의 가슴께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장미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매우 이목을 끄는 장미였다.빨간 장미는 연성훈의 표정을 눈치채고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어때요? 예뻐요? 촉감이 어떤지 만져보고 싶지 않아요? 꽤 좋을 거예요.”그렇게 말한 그녀는 입술을 천천히 핥으며 연성훈을 유혹했다.놀란 연성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호떡을 한입 베어 물어 그 충동을 가라앉혔다.이 여자는 매우 위험한 사람이다.“독이 있을까 봐 못 만지겠네요. 만지고 죽고 싶지는 않거든요.”연성훈은 한편으로 호떡을 씹으며 얘기했다.“홍연의 등급 제도에 대해서는 잘 알아요. 그런데 갑자기
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빨간 장미가 입을 열고 물었다.“그곳으로 가려는 이유가 당신의 검 때문인가요, 아니면 전처를 구하기 위해서인가요?”묵묵히 있던 연성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결과는 같잖아요.”말을 마친 그는 빨간 장미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얘기했다.“다른 일이 없으면 저는 먼저 가볼게요.”사실대로 얘기하면, 빨간 장미는 매우 유혹적이었다. 게다가 계속 연성훈을 유혹하니 그는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정말 참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만약 빨간 장미가 연성훈의 신분을 모른다면 다를지도 몰랐다. 하지만 빨간 장미는 연성훈의 신분을 잘 알고 있다. 두 사람은 명목상으로는 합작이지만 사실 연성훈은 홍연의 사람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홍연의 사람이 진심으로 합작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배신하고 자기를 죽이려는 것인지, 어떻게 알 방법이 없으니까! 만약 유혹에 넘어가 버리면 침대 위에서 죽을지도 몰랐다. 그 상태로 죽는다면 연성훈은 죽어서도 부끄러워하며 후회할 것이다.하여튼, 연성훈은 말을 마치고 빨간 장미가 입을 열기 전에 몸을 돌려 도망쳤다.빨간 장미는 그런 연성훈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였다.“괜히 사람을 달아오르게 만들어 놓고 뭐 하는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또 섹시하게 붉은 입술을 혀로 적셨다.두 사람의 거리가 어느 정도 멀어진 후에야 연성훈의 미간이 펴졌다.그는 자기의 검이 임설아 집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3년 동안 전혀 발견하지 못한 일이다.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임정문이 돌아간 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기에 그 후에 연성훈은 집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다.연성훈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구해주는 거야. 임정문 씨가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 이번 일을 마치면 나도 모든 빚을 다 갚는 거야.”따르릉.연성훈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진미영이 걸어온 것이었다.전화를 받은 연성훈이 얘기했다.“여보세요?”진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