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 그룹의 큰 출입문에는 연성훈과 강위가 서 있었다.그룹의 CEO가 두 명의 청년을 마주한 채 몸을 떨며 눈물 흘리는 모습에 경비원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한유 그룹 직원들 모두 그가 회사 사장이 아닌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다.그러나 진짜 사장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고, 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그들에게는 송빈이 회사에서 가장 큰 존재로 여겨진다.그런 존재가 지금 한 청년을 향해 공손하게 경례를 올리고 있다.“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연성훈은 미소를 짓더니 송빈과 함께 외쳤다.“한마음 한뜻으로!”두 사람은 멈칫하더니 곧바로 동시에 입을 열었다.“절대 물러서서는 안 된다!”이건 심야 파수꾼이 임무를 수행하기 전, 출정 전, 훈련을 비롯한 모든 상황에서 외치는 구호다.그들은 어둠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줄곧 세상의 평화를 수호했다.말을 마친 연성훈의 미소는 더욱 밝아졌고 송빈은 달려와 그를 꽉 껴안으며 소리쳤다.“그럼 그렇지. 괜찮을 줄 알았어요. 이대로 죽으면 절대 용서 안 하려고 했는데 역시나 살아계셨군요! 정말 다행이에요.”연성훈은 히죽거리며 웃었다.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강위는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무슨 상황인지 이해되지 않았다.송빈과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이렇게 돈독하다니!“일단 사무실로 가서 얘기해요. 부탁할 일 있어서 찾아왔어요.”연성훈이 말했다.“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송빈은 고개를 돌려 강위를 바라봤다.“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소꿉친구예요. 이곳에 출근시키려고요. 연봉은 10억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자세한 건 올라가서 얘기하시죠.”송빈은 방긋 웃으며 답했다.“어차피 회사 사장인데 성훈 씨 마음대로 하세요.”눈앞에 펼쳐진 믿기지 않는 상황에 강위는 기절 직전이었다.인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회사인 한유 그룹이 연성훈 것이라니! 이걸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감옥에 다녀오고, 연씨 가문 직계 가족도 아닌 그가
연성훈이 사무실에 있는 쇳덩이를 맨손으로 부러뜨린 후에야 강위는 마침내 이 모든 걸 믿었다. 그러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였고 그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연성훈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절대 아무에게도 얘기해서는 안 돼.”“알겠어. 그런데 아직도 믿기지 않네.”강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괜찮아, 시간을 줄 테니까 천천히 생각해. 그리고 출근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야. 난 남아서 얘기 좀 하다가 갈게.”강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난 먼저 가볼게. 진짜 꿈만 같네.”강위가 떠난 후 연성훈은 송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난 3년 동안 뭔가 알아낸 게 있나요?”연성훈은 줄곧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다. 송빈이 인해로 돌아와 한유 그룹을 인수한 후 그에게 이 일을 맡겼지만, 지난 3년 동안 기억 상실한 채로 실종되자 송빈과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아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버님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송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아버님이 연씨 가문에 계셨을 때 능력이 출중했지만 직계 가족이 아닌 탓에 아무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버님이 담당했던 회사가 주씨 가문을 한 방 먹이자마자 성훈 씨의 강간 사건이 터졌습니다.”연성훈은 눈빛이 흔들렸다.“그럼 누군가가 아빠를 공격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절 이용했다는 말씀인가요?”“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아직 모든 건 추측에 불과합니다. 이번 사건에 여러 가문이 연루되어 있고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송빈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이 일에 대해 직접 알아볼 계획이면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주씨 가문이 무서운 기세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 추측에 불과하지만 홍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의심됩니다.”연성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요. 한유 그룹이 주씨 가문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나요?”연성훈이 물었다.“예전에는 있었습니다.”송빈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하지만 홍연과의 관계
‘연지석부터 손보면 되는 건가...’연성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중얼거리며 혼잣말했다.만약 이 일이 연경민과 관련이 있다면 처음 연씨 가문에서 그를 내쫓으려고 한 연지석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연경민이 떠난 후 연지석은 자연스레 그가 담당하던 회사를 인수했다.그러나 연지석이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연성훈은 잘 알고 있다. 비록 체스판에 놓인 말에 불과한 존재지만 그를 따라가면 많은 걸 알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생각에 잠긴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강미주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여보세요?”전화를 받은 연성훈이 말했다.“성훈 씨,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핸드폰 너머로 강미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인해에 왔으면서 어떻게 상사한테 연락 한번 안 해? 출근하기 싫어?”강미주는 아직 그의 퇴사 소식을 모르는 듯하다. 막 말을 하려던 순간 강미주가 헤헤 웃으며 입을 열었다.“나 지금 윤아 언니, 소희랑 같이 있는데 올래? 밥 사줘.”“그래, 레스토랑 정하고 알려줘. 내가 그쪽으로 갈게.”연성훈이 답했다.“알겠어, 위치는 카카오톡으로 보낼게.”강미주는 웃으며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강미주는 재빨리 위치를 보내왔고 연성훈은 택시를 잡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자 강미주, 구윤아, 김소희가 보였고 연성훈을 발견한 강미주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인해에는 왜 왔어?”“그냥 볼일이 있어서 왔어.”연성훈은 웃으며 답했다.“왜 이렇게 비싼 레스토랑 골랐어!”“신해 은행 다이아몬드 카드 가진 사람이 밥 산다는데 당연히 비싼 걸 골라야지.”강미주는 그를 째려보고선 메뉴판을 집어 들었고 옆에 앉아있던 김소희와 구윤아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마지못해 자리에 앉은 연성훈은 음식을 주문하는 강미주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그게... 실은 나 회사 그만뒀어.”강미주는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다.“언제? 아빠는 왜 말 안 해줬지?”연성훈은 차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어제 사표
이름을 들은 연성훈은 흠칫 놀라며 물었다.“평소에 여장하며 다니는 그 남자?”“맞아, 그 사람이야. 라이브 방송하면서 화장품 공구도 하던데 여자 팬들이 꽤 있는 것 같더라고. 진짜 이해가 안 되네.”강미주는 욕설을 퍼부었다.“강성에 있었으면 바로 한대 쥐어팼을 텐데.”“성훈아, 그 사람이랑 아는 사이야?”구윤아가 물었다.“인해로 올 때 내 옆자리에 앉았어.”연성훈이 답했다.“아무튼 정말 역겨워. 아현 언니가 주서진 같은 인간이랑 결혼한다니...”강미주는 말끝을 흐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연성훈은 멋쩍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레스토랑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는데 장건과 아주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 남자였다.“어서 오세요.”인사를 건네던 종업원은 장건을 보자마자 두 눈이 반짝이더니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장건 님?”장건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친구랑 밥 먹으러 왔어요. 이분은 연씨 가문 도련님 연정환이에요.”“룸으로 안내해 드릴까요?”종업원의 질문에 답하려던 장건은 순간 강미주 일행들을 발견했다.“정환아, 저기 봐봐. 백아현 약혼식에 참석하려고 강성에서 넘어온 여자들이야.”연정환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확인하고선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레스토랑 입구를 등지고 앉은 탓에 그들은 연성훈이 있는 줄 몰랐다.“어때? 내 말 맞지? 셋 다 미인이라니까.”장건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예쁘네.”연정환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종업원을 보며 말했다.“저기 옆 테이블로 안내해 줘요.”종업원을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죠.”종업원에 이끌려 옆 테이블로 간 그들은 태연하게 말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강성에서 넘어온 미녀 삼인방이잖아.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운명인 건가?”갑자기 들려온 말소리에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장건을 발견한 강미주, 구윤아, 김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같은 시각 연성훈을 발견한 장건과 연정환은 흠칫 놀랐다.“연성훈?”연씨 가문
연성훈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고 강미주를 포함한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들 모두 연성훈의 출신을 알고 있다. 또한 연씨 가문이 강성에서 어떤 세력을 가졌는지, 비즈니스 업계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다.연씨 가문이 전성 그룹을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기에 장건이 내뱉은 ‘여긴 인해야’라는 말에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한발 물러섰다. 만약 이곳이 강성이라면 강미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경 대응했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연성훈이 싸늘한 태도로 반박했으니 다들 놀랄 수밖에 없었고 순간 할 말 잃은 장건은 그저 어리둥절해서 연성훈을 바라봤다.이성을 되찾은 연정환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설마 나한테 하는 말이야? 9년 전 내 앞에서 빌빌 기어다닐 때는 언제고, 이제 감옥 다녀왔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봐? 네 아버지가 한유 그룹 부사장이라서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아?”연정환은 싸늘하게 말했다.“연씨 가문이 한유 그룹 부사장 따위는 쉽게 갈아치울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연성훈은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연정환을 보며 침착하게 말했다.“한번 해봐, 한유 그룹에서 우리 아빠를 해고할지 안 할지 지켜보자고. 주위에 모기가 많아서 그런지 윙윙 소리가 끊이지 않네.”연성훈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로비 매니저가 재빨리 다가와 말했다.“도련님, 여긴 공공장소라서 식사하기 불편하실 거예요. 룸 하나 준비했는데 그쪽으로 자리를 옮기시는 게 어떨까요?”연정환은 매니저의 말을 무시한 채 죽일듯한 눈빛으로 연성훈을 노려봤다.“레스토랑인걸 생각해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는데 앞으로 조심해. 어차피 너도 인해로 돌아왔으니까 곧 다시 만나자.”연성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연정환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매니저를 따라 룸으로 이동했고 장건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봤다.“비행기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전 세계에 9장밖에 발급되지 않은 카드라서 신해 은행에서는 그 권한이 막강하다.어차피 카드는 카카오톡 계정과 연동되어 있어 다른 사람에게 주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연성훈은 웃으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구윤아에게 건넸다.구윤아는 조심스럽게 카드를 건네받더니 곧바로 가방에 넣었다.강미주는 부러움이 담긴 눈빛으로 카드를 바라보더니 곧바로 비싼 메뉴 몇 개를 더 주문했다.다른 사람의 방해가 없으니 그들은 화기애애하게 밥을 먹었고 식사가 끝날 무렵 강미주는 같이 놀러 가자는 백아현의 연락을 받았다.연성훈은 인사를 건넨 후 자리를 떴고 구연아는 인사이동을 위해 급히 신해 은행으로 달려갔다.그렇게 둘만 남은 강미주와 김소희는 차를 타고 백아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연성훈은 일단 집으로 가서 낮잠을 잔 후 저녁쯤에 연지석을 찾아가 당시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여보세요.”“여보세요. 사장님, 전 인해 쪽의 담당자 오혁이라고 합니다. 대표님께서 이쪽으로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핸드폰 너머로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인해로 넘어오기 전 연성훈은 창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주겠다고 약속했다.“이렇게 합시다. 제가 카카오톡을 추가할 테니 모든 자료를 넘겨주고 일단 대기하세요. 해결되면 제가 연락드릴게요.”“알겠습니다.”오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연성훈에게 자료를 보냈다. 이런 사소한 일을 직접 해결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자연스레 다시 송빈에서 자료를 넘겼고 간단한 설명을 마친 후 핸드폰을 거두었다.집으로 돌아가려던 연성훈은 그제야 진미영과의 저녁 약속이 떠올랐고 마지못해 PC방으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강성의 어느 아파트 단지, 오혁이 소파에 앉아 전화를 끊었다.잘생긴 얼굴에 스포츠머리인 그는 전화를 끊은 뒤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스승님, 사장님께서 이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 하십니다. 이제 저희는 뭘 하면 되죠?”“홍연을 죽여!”
여자의 표정을 본 오혁은 입을 삐쭉이며 말했다.“스승님, 당시 상황을 제가 직접 목격했잖아요. 수많은 실력자한테 포위당했고, 심지어 그분은 메인 포지션을 담당해서 생각하신 것보다 훨씬 많이 다쳤을 겁니다. 제가 실력자가 아니었다면 스승님조차도 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분이 대단한 건 저도 알고 있지만 살아있을 희망은...”오혁이 말끝을 흐리자 여자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농담입니다. 농담.”오혁은 재빨리 설명을 덧붙였다.“혹시 그분 좋아하십니까?”여자는 싸늘하게 답했다.“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이제 정말 출근하기 싫어요.”오혁은 울상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심야 파수꾼으로 복귀하면 부자라면서요. 아무것도 안 하고 스승님한테 빌붙어서 살고 싶어요.”“그 사람 찾으면 돌아갈 거야.”여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고 오혁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언제 찾을지 알고 이렇게 계속 버티고 있냐고! 만약에 진짜 죽었으면 난 평생 이렇게 일해야 하는 거야? 참 비참한 운명이네.’여자는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사진을 거두더니 입을 열었다.“얼른 자자, 저녁에 계속 움직여야지.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그 말만 없었다면 진작에 그 새끼 처리했을 거예요. 감히 킬러 5위인 나한테 손가락질하며 이래라저래라 윽박지르다니.”오혁은 욕설을 퍼부었고 여자는 이를 무시한 채 테이블 위에 놓인 칼 두 자루를 챙겨 자리를 떴다.“스승님, 전 언제쯤 그런 칼 받을 수 있는 거죠? 저도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싸우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건 스승님이 홍연에서 주어 온 단검이잖아요!”“다시 한번 말하는데 심야 파수꾼은 눈에 띄게 행동해서는 안 돼. 과시하며 자랑하려고 칼을 메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여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이제 돌아가면 넌 바로 복귀해.”말을 마친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오후 내내 PC방에서 게임하던 연성훈은 4시쯤 되자 진미영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여보세요.”
12시쯤 PC방에서 나온 연성훈은 고개를 들더니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 시간에 움직이는 건 오랜만이네.’말을 마친 그는 어느 고급 아파트 단지로 걸어갔다.연지석의 거처를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비록 그가 연씨 가문의 회사 하나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호화로운 대저택에 살 만큼 넉넉한 수입이 아니었다.연성훈은 모든 감시 카메라를 피해 성공적으로 연지석의 집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한 순간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아무도 없나?’집안에서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자 그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떴다.‘내일 다시 와야겠다.’연지석은 인해 강변 뷰를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살고 있었다.연성훈은 강변을 따라 걷다가 어느 얕은 여울을 발견하고선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더니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엄청난 양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핏자국 끝에는 시체 한 구가 누워있었다.‘뭐지?’연성훈의 얼굴에는 경찰을 부를지 말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남자의 손등에 새겨져 있는 연꽃 문신을 발견한 그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는데 자세히 보니 붉은색의 연꽃이었다.‘레드 킬러가 죽은 건가?’순간 연성훈의 얼굴에 기쁨이 차오르더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역시 2번의 수법이야!’2번은 심야 파수꾼에서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등을 내줄 수 있는 믿음직한 전우였다.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을 때부터 매우 기뻤고, 이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까지 했으니 그 황홀함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정도다.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추인혜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결되자 추인혜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또 무슨 일이에요?”“2번 찾았어요.”“뭐라고요?”추인혜는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말요? 지금 어디에 있죠?”“홍연 시신 한 구를 발견했는데 2번이 한 게 틀림없어요.”연성훈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저번에 발견한 시신도
“연성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거거든. 탁일우가 널 원망할 거야.”채형우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백 명 이상의 최고급이 홍연에 가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연성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말했을 텐데요. 전 이미 심야 파수꾼에서 해고당했다고요.”그때, 윤연서가 권투 장갑을 끼고 채형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크라임 시티로 유배되고 나서 언젠가 이렇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윤연서는 채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는 고양이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채형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그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이 건 우리 할아버지 대신에 때린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살려주고 스승에게까지 데려갔는데 당신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채형우는 그녀에게 맞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윤연서는 주먹을 쥐고 또 한 번 때렸다. 아마 채형우의 이마를 노린 듯했다.“이건 우리 아버지 대신에 때린 거고요. 양아들인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쓰다뇨... 그날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집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 아버지께서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그녀는 연속으로 주먹을 날리며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시켰다. 채형우는 점점 힘이 빠져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땅에 쓰러져 버렸다.연성훈은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형우가 계속해서 구걸했지만 그의 부하들이나 친척들은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도와줘!”채형우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고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연성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이제 그냥 보내드리죠?”윤연서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녀의 권투 장갑 위에 빛을 내는 발톱 같은 무기가 나타났다. 손으로 한 번 긁자 채형우의 목에는 세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연경에 있는 지하 카지노에서.지하 카지노는 여전히 예전처럼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부자들의 천국이었다.알려진 대로 지하 카지노는 3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4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4층은 T 박사의 대형 실험실이었다.T 박사는 실험실에서 그 철제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두드렸고 그러자 상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음?”T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빛을 벽에 비추었다. 그러자 곧 벽에 파란색의 빛 막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긴 했지만 수상하게 생긴 문자였다.“재밌네...”T 박사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훈이 일어났다.“무슨 일이죠?”제이훈이 물었다.“여기에 있는 내용을 심야 파수꾼 쪽에 전달해 줘.”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이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북전에 갈 생각은 없어?”T 박사가 물었다.제이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곳은 아니라서요.”“그곳이 주요 전장이 될지도 모른다면?”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탁일우 그 어르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어.”이 말을 들은 제이훈은 잠깐 침묵하더니 실험실을 나갔다.“허허!”T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색 제복이 있었고 심야 파수꾼의 전용 복장과 똑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옷도 이제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재미없을 테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로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사님, 무슨 일이죠?”“응, 여기 와서 용골 몇 개 가져가. 연성훈이 연경에 오면 연성훈 한테도 주고.”T 박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윤연서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윤연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이미 지난 원한이니까 전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어요. 그저 채형우만 죽이면 돼요.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연성훈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다른 놈들 잘 지키고 있으세요.”사실 윤연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교차로에서부터 그녀는 바로 죽여버리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다치게 할 뿐이었다.연성훈이 한 손을 휘두르자 옆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의 칼이 날아가서 연성훈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연성훈은 바로 칼을 들고 채형우에게 돌진했다.“연성훈, 너 진짜 해보자는 거야? 심야 파수꾼 대표로 우리와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거냐? 넌 네가 오늘에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채형우가 소리쳤다.“후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연성훈은 이렇게 욕하며 칼을 휘둘렀다....한편, 여주 시내의 한 빌라에서 어떤 노인이 흔들의자에 누워 있었다. 의자는 살짝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홀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노인은 뭔가 즐거워 보였다.벽에는 서예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눈에 보아도 누가 그린 것이지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었다.주의 깊게 보면 그의 팔에는 보라색 연꽃 문신이 있었다.쿵! 쿵! 쿵!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노인은 그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도우미가 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피곤한 것 같아보이는 허남천이 나타났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홀로 들어가 노인 앞에 다가가 경건하게 말했다.“변우현 어르신!”변우현은 허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초라해?”“연성훈을 피하느라요. 인해에서 밤새 차를 몰고 왔어요.”허남천이 씁쓸하게 말했다.“별것도 아닌 놈을 상대로 이 꼴이라니... T 박사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변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홍연은 내가 직접 너한테 맡긴 거지만 사실 그동안 크게 실망했어. 홍연은 네 손에 있으면서
“지금부터 누가 움직이면 누굴 죽일 거예요, 알겠죠?”연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연서와 채형우의 대화 속에서 그는 상황을 대충 파악했고 그녀가 그의 팀원인 만큼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채형우 같은 사람은 딱 연성훈이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자식, 말은 잘하네.”연성훈의 말을 듣고 최고급 고수 중 한 명이 이렇게 비웃었다. 그러고는 원기를 폭발시키더니 바로 연성훈에게 돌진했다.그때, 연성훈은 순식간에 그 사람의 눈앞으로 다가갔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렸다.그의 속도에 상대는 전혀 반응할 틈이 없었고 그대로 날아가 인공호수에 떨어져 버렸다.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런 연성훈을 본 채형우는 깜짝 놀랐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를 지었고 채형우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윤연서 혼자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특급이 두 명이었기에 상황이 달라젺다.“이 자식아, 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아? 만약 진짜로 우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그 후과를 고려해야 할 거야!”채형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무슨 후과요?”연성훈이 이렇게 비웃으며 물었다.“후과라고요? 당신은 제 앞에서 후과를 논할 자격도 없어요.”연성훈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 자신감은 채형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너... 도대체 어떤 누구야?”채형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성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제 이름은 연성훈이라고 합니다!”예전 같았으면 연성훈은 ‘심야 파수꾼 제로’라고 같이 말했을 거지만 이제는 심야 파수꾼을 떠났으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채형우는 충격에 휩싸였다.연성훈이 뎀프시를 죽인 사건은 지하 세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천”차트 3위가 바뀌었고 뎀프시는 사라졌다. 다들 그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연성훈을 바라보며 채형우는 목이 막혀왔다.“전 심야 파수꾼 제로 연성훈... 네가 크라임 시티 사람들을 도
여기 건물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지만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들은 곧 인공호수 위쪽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대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때 한 노인이 손을 뒤로 젖힌 채 안에서 나왔다.채형준을 본 그는 급히 물었다.“방금 온 사람은...”이어 그의 시선은 뒤에 있는 윤연서를 향했다. 순간, 윤연서를 알아본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윤연서!”말을 마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갔다.윤연서는 그를 막지 않았고 채형준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쪽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연성훈은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20~30명이 줄지어 나와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연성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더니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모두 최고급이네. 이씨 가문이랑 별다를 게 없군...”이들은 보기만 해도 지하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기에 모두가 채씨 가문 사람인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채씨 가문 사람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평지 앞에는 몇 층의 계단이 있었고 계단 위에는 큰 별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때 계단 위에서 몇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노인이 이었는데 그는 70~80세로 돼 보였지만 기색이 매우 좋았다. 다가오는 발걸음도 매우 안정적이었다.‘특급!’연성훈은 그를 보자마자 살짝 움찔했다.윤연서가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위에서 윤연서와 연성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동으로 연성훈을 걸러내고 윤연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전부터 예쁘게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50대 후반이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네. 역시 우리 선배님의 유전자야, 대단해!”윤연서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비추며 말했다.“이젠 예전 일에 대해서 결말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당신을 불쌍히 여겨서 데려온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 할아버지를 해
탁일우가 말을 마치자 방주원이 이어서 말했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사실 오래된 거야. 그 당시 두 가문은 여주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채씨 가문의 가주인 채형우랑 윤씨 가문 집주인인 윤한, 즉 윤연서의 할아버지는 선후배 사이였어.”이 말을 들은 이석구가 놀라며 말했다.“이 두 가문의 가주가 선후배 사이라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왜 사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된 거죠?”“이때 문제가 생겼어.”방주원이 말했다.“그들은 선후배일 뿐만 아니라 사실 윤한이 채형우를 자기 스승한테로 데려간 거였거든. 고아였던 채형우를 말이야.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던 채형우를 윤한이 발견한 셈이지. 그때 채형우가 아마 7, 8살쯤 되었을걸? 윤한이 채형우를 불쌍하게 여겨서 데려간 거야.”“채형우는 뛰어난 무술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지. 그는 윤한보다 조금 늦게 무술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특급에 도달하는 시간은 비슷했어.”방주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채형우는 인성에 문제가 좀 있었어. 무술을 배우고 나서는 종종 다른 사람을 괴롭혔고 그들의 스승은 이를 보고 윤한을 더 좋아하게 된 거야.”“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두 사람이 특급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용골이 같은 거야.”방주원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두 사람의 스승은 용골을 모두 윤한에게 줬어. 채형우도 그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고.”“하지만 약 40년 전에 말이야. 북전이 많이 혼란스러웠어서 심야 파수꾼의 주력이 모두 북전으로 갔어. 그때 채형우가 윤한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핑계로 윤한에게 독을 먹였지.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몰래 윤한의 가족들을 다 죽여버렸어.”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의 현실판 농부와 뱀의 이야기라고 보면 돼. 윤연서 혼자 남겨진 건 그때 윤연서가 여주에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국 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크라임 시티로 유배당했어.”강백호는 그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윤연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 채로 담담하게 서서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특급이었지만 상대는 그들의 원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대머리 남자의 뒤에서 한 키 큰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대머리 남자는 멈칫하더니 윤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침을 삼키며 얼굴에 약간의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저희는...”연성훈이 입을 떼려던 찰나,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곳은 절대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뛰어내리세요. 만약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면 살려줄게요. 죽어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여자분은...”그는 이렇게 말하며 입술을 핥았다.“제 옆에 딱 붙어있으면 되겠네요.”이 남자들은 분명 윤연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외딴곳이었기에 평범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역시, 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저질이네.”연성훈이 윤연서에게 말했다.“응?”연성훈이 채씨 가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그 몇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그들은 원래 두 사람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연성훈이 채씨 가문을 언급했다는 건 연성훈이 채씨 가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머리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말했다.“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저희는 말이죠...”연성훈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그쪽도 당장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살아남으면 말해줄게요.”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때 윤연서는 선글라스를 벗고 대머리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채형준, 나 기억해?”대머리 남자 채형준이 윤연서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당황한 듯하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윤연서, 너... 너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지 않았어? 왜 여기 있는 건데?”윤연서가 차분하게 말했다.“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말이야...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인해 심야 파수꾼 기지 안에서.두 사람의 큰일 났다는 말에 추인혜의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이석구는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하지만 채씨 가문의 가주는 특급이지만 “천”차트에 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윤연서 씨가 뎀프시보다 약하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아.”방주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일부 가문에 대한 정보는 심야 파수꾼 내부에서도 기밀 자료야. 우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문들도 있거든.”“네?”추인혜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그게 무슨 소리죠?”방주원이 추인혜를 보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하 세계는 심야 파수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처럼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일반 세계의 다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거지.”“저번 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든. 그때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게다가 심야 파수꾼도 북전과 다른 전선들을 더 중시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그리고 좀 지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어.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손대지 않도록 규칙을 세웠고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거나 심야 파수꾼의 감옥에 들어가게 말이야.”방주원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당시 가문에 특급인 사람이 있는 가문들과 협상을 했었어. 그중 하나가 채씨 가문이고. 일반 세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한 한 숨어서 지내라고 했어. 또 숨어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그중에는 연경에 있는 도성호네 도씨 가문이랑도 협상했었고. 도씨 가문은 숨어 살기로 했고 또 더 이상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방주원이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특급만을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사업을 진행하니까 일반인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거지.”“또 우리랑 약속도 했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를 도와주기로.”방주원이 말했다.“만약 성훈이가 채씨 가문에게 손을 대면 그들은 아마 심야 파수꾼이 지
서서히 들어오는 차를 본 몇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곧 차 문이 열리고 방주원과 탁일우가 차에서 내렸다.“어르신!”탁일우를 봉 강백호가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우리한테 심야 파수꾼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하러 오신 건가요?”그러자 탁일우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맞고 싶어서 근질거리지, 아주?”강백호는 웃으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그러자 탁일우의 시선은 옆에 있던 진서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어? 특급으로 된 거야?”진서원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진서원은 탁일우가 좀 원망스러웠다. 소속된 분대가 많은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는 크라임 시티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서원은 탁일우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서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탁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황슬기에게 돌리며 물었다.“너한테 맞는 뼈는 찾았어?”황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못 찾았어요. 연성훈이 돌아오면 그와 함께 찾아볼 겁니다.”탁일우는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연성훈이 돌아온다고? 지금 여기 없다는 거야?”“네!”황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연서 씨랑 함께 여주에 있어요. 윤연서 씨의 복수를 돕는다고 하더라고요.”이 말에 이석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맞아요, 어르신. 심야 파수꾼에 있는 자료 중에 채씨 가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데요?”“채씨 가문!”이 말을 들은 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네 말은 성훈이가 지금 윤연서 씨랑 채씨 가문 사람을 찾으러 여주에 갔다는 거야?”“네. 그 사람들은 윤연서 씨의 원수라고 하더라고요. 보스가 윤연서를 데리고 복수하러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두 사람의 반응에 추인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탁일우와 방주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방주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일 났어!”...한편, 연성훈은 윤연서와 함께 터널을 천천히 지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