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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작가: 무솔레
끝난 후, 너무 수줍은 남서연은 백건이 어찌할 수 없는 틈을 타 재빨리 자신의 옷을 챙겨 입고 거의 도망가듯 뛰쳐나갔다.

“서연아...”

백건은 옷을 챙겨 입지 못해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사무실을 뛰쳐나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숨을 헐떡였다.

그녀가 디자인 부서로 돌아왔을 때 여다혜는 급히 걸어가서 책상을 두 손으로 받치고 그녀의 붉어진 얼굴과 약간 불그스름한 입술을 보았다.

“서연아, 왜 그래?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너 점심 먹었어?”

남서연은 마음이 켕겨 감히 여다혜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먹었어. 혼자 먹었어.”

“식당에서 너 못 봤는데? 그리고 평소에는 30분이면 다 먹더니 오늘은 왜 한 시간이나 걸렸어?”

“나... 구내식당이 아니라 밖에서... 멀리 가서 먹었어.”

여다혜는 불쾌해하며 그녀의 손을 두드렸다.

“왜 좋은 곳에 나는 안 데리고 갔어?”

남서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귓가에 있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다음에. 다음에 꼭 데리고 갈게.”

여다혜가 깜짝 놀라 외쳤다.

“너 움직이지 마.”

남서연은 경악에 찬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여다혜는 그녀의 긴 머리를 쓸어올리고 귓불 뒤 목덜미에 닿는 위치를 보며 의아해하며 물었다.

“너 목에 왜 빨간 자국이 있어? 마크 같아.”

“무슨 마크?”

“키스 마크!”

크게 당황한 남서연은 황급히 긴 머리를 풀어 목을 가리고는 화난 척 말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 그냥... 긁은 거야. 모기한테 물려서 난 자국이야.”

모기에 물린 것인지, 키스 마크인지 여다혜는 경험자로서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남서연은 지금 볼이 붉어지고 눈 밑에는 수줍음이 가득했다.

여다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서연아, 너 정말 우리 오빠 안 좋아해?”

“안 좋아해. 자꾸 엮지 마.”

남서연이 나지막이 말하자 여다혜는 어깨를 으쓱하고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그럼 돌아가서 희망이 없다고 오빠에게 말할게. 네 생각하지 말고 빨리 다른 여자 만나라고.”

남서연은 담담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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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은 수심에 찬 얼굴로 남우영을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은 마치 게이 아들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어쩔 수 없어 보였다.남우영은 당황해서 황급히 설명했다.“엄마, 진짜 아니에요. 나 정말 정상적인 남자고 여자를 좋아해요. 나 남자에게 관심 없다고요.”“근데 왜 여자친구가 없어?”“좋아하는 여자를 못 만났어요.”“그러니까,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거지!”정안이 단호하게 말하자 남우영은 손으로 이마를 짚고 소파에 기대어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정안이 생각하다가 말했다.“아니면 내가 소개팅을 잡을까?”남우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나 이제 겨우 스물여섯인데 소개팅이라니. 말이나 돼요?”“스물여섯인 남자가 여자 손도 못 잡아 본 건 말이 돼? 게다가 넌 이렇게 훌륭하고 주변에 많은 여자가 대시할 텐데 여태 모태솔로라니. 분명 문제가 있는 거지.”남서연이 황급히 부추겼다.“맞아요. 작은 엄마 말씀이 맞아요. 오빠는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남우영은 벌떡 일어나 몸을 꼿꼿이 세우고 엄숙하게 말했다.“좋아요. 소개팅 주선해 주세요. 대체 얼마나 좋은 여자를 주선하는지 내가 좀 봐야겠어요.”“분명 예쁘고 대범하고 박식하고 우아하고 재밌는 여자일 거야!”정안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남우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래요. 어디 한번 보고 싶네요.”정안은 그제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 급선무는 동생의 혼사를 해결하고 아들에게 여자친구도 찾아주는 것이었다.앞으로의 나날들이 점점 재미있어지는 것 같았다.밤이 깊었다.남서연은 정안과 남우영에게 하룻밤 묵으라고 권유했지만 정안이 엷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갈게. 이따가 건이가 깨어날 테니까 그때 잘 돌봐줘.”남서연은 백건이 술에 취한 줄만 알고 별생각 없이 대꾸했다.그녀는 정안과 남우영을 배웅하고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들어가니 침대 위의 남자는 이미 없고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깼네? 술에 취해서 샤워한다고? 만약 안에서 넘어지면 위험한데.’남서연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7화

    남우영은 눈을 반짝이며 설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요?”“일단 네가 여자친구를 사귀어야 해.”정안이 엷게 웃으며 말하자 남우영은 멍하더니 잠시 후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엄마, 그냥 내가 여자친구를 찾기를 원하는 거잖아요. 왜 삼촌과 서연이 핑계를 대요?”정안이 불쾌해하며 말했다.“멀쩡한 남자가 스물여섯 살이면 연애를 하는 것도 정상 아니야? 넌 전혀 흥미가 없는 거야? 이 세상에 네 눈에 들 여자가 한 명도 없냐고?”“예쁜 여자는 많지만 다 재미가 없어요. 재밌는 영혼을 가진 여자를 아직 한 명도 만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도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핑계는!”정안은 코웃음을 쳤다.“허허!”남우영은 어이가 없었다.30분 후.차량이 별장 앞마당으로 들어섰다.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남서연은 정안과 남우영을 보고 어리둥절했다.“두 사람이 여기 어쩐 일이에요?”남우영은 뒷좌석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곤드레만드레 취한 백건을 부축해냈다.그러자 남서연은 급히 다가가 부축하며 물었다.“오빠가 왜 이렇게 많이 취했어요?”“취한 게 아니라...”정안이 급히 말렸다.“우영아...”남우영의 소리가 뚝 그쳤다. 그는 즉시 깨닫고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남서연과 함께 백건을 방으로 부축했다.백건을 눕힌 후 남우영과 남서연은 방을 나섰다. 거실로 내려와 정안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 도우미가 차를 가져왔다.“작은 엄마 언제 돌아오셨어요?”남서연이 묻자 정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우영이 외할머니가 다치셔서 보러 왔어.”“맞아요. 심각하게 다치셔서 지금 걷지도 못하세요.”남서연이 걱정하며 말했다.정안은 남서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연아, 우리 엄마 동의 구할 필요 없이 건이와 혼인신고부터 해. 엄마가 일단 결정한 일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야.”“평생 저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으시면 저와 오빠의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남서연이 걱정스레 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6화

    유승아는 고모가 두 대 얻어맞자 깜짝 놀라 가만히 있지 못하고 황급히 문을 열고 내렸다.“왜 사람을 때려요?”유승아가 불쾌해하며 따져 물었다.정안이 남우영에게 눈치를 주자 그는 곧장 다가가 차 문을 당겼다.당황한 유승아가 제지하려 했지만 뒷좌석에 누워있는 백건을 남우영에게 들키고 말았다.“너....”유승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남우영이 백건을 부축해내는 것을 허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미는 분노를 꾹 참으며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백완자, 네가 지금 누구를 때렸는지 알아?”“알아. 범죄자를 때렸지.”정안이 여유롭게 말하자 유미가 버럭 화를 냈다.“건이가 술에 취해서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을 뿐이야!”정안이 뒤에 있는 호텔을 가리키며 따졌다.“여기가 건이 집이야?”유미는 화를 꾹 참으며 말문이 막혔다.유승아는 남우영이 백건을 그들의 차에 데려다주고, 상황이 아무런 여지도 없이 흘러가자 황급히 앞으로 다가가 설명했다.“고모는 정말 건이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을 뿐인데 마침 이 호텔을 지나친 거예요. 고모가 볼일만 보고 가려고 했어요.”정안은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깔보는 시선으로 유승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네 아빠와 내 남편은 가장 좋은 친구야. 네 아빠는 공명정대하고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이야. 넌 왜 아빠에게 좋은 건 못 배우고 하필 네 고모의 더러운 수법만 배운 거야? 승아야. 참 실망이다.”유승아는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며 몸 둘 바를 몰랐다.정안은 또 유미를 바라보며 경고 조로 말했다.“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절대 뺨 두 대로 끝나지 않아.”말을 마친 정안은 뒤돌아 차에 올랐고 남우영은 시동을 걸고 훌쩍 떠났다.남은 두 사람은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하지만 정안의 말 때문에 유승아는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의 자신이 낯설 정도로 추하게 느껴졌다....돌아가는 길에 남우영이 차를 몰며 물었다.“엄마, 근데 어떻게 저 두 사람의 계획을 알고 또 이렇게 빨리 장소를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5화

    유미는 백건의 곁으로 돌아와 남편과 백건에게 한 잔씩 건넸다.백건은 리셉션이 있어서 술과 접대를 피할 수 없었다. 두 시간 후, 리셉션이 끝났지만 백건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하현우가 직접 들어가 찾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하현우가 급히 백건에게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제대로 당황한 그는 급히 남우영에게 전화를 걸었다....30분 후.유승아는 전화를 받고 급히 집을 나섰다.그녀는 길가에서 유미의 차에 올랐고 뒷좌석에서 의식을 잃은 백건을 보고 어리둥절해서 물었다.“고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유미는 시동을 걸고 훌쩍 떠나갔고 차를 몰며 말했다.“사람은 내가 데려왔으니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그게 무슨 말이에요?”유미는 그녀를 째려보면서 말했다.“바보야. 내가 지금 두 사람을 호텔로 데려다주겠다고. 네가 잘 돌봐주다가 건이가 반응을 보이면 잠자리를 가지면 돼. 내일 아침에 내가 경찰 단속을 보낼 거고 기자도 함께 보낼 거야. 그럼 넌 건이 여자친구로서 호텔에서 잠자리를 가진 거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거야.”유승아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고모의 계획에 감탄했다.“세상에! 고모 정말 대단하네요!”유미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그때가 되면 건이는 어쩔 수 없이 너와 결혼할 거야.”“만약 건이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고집하면 기업은 분명 영향을 받을 거고 건이 부모님은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건이를 협박해서라도 너와 결혼시킬 거야.”“물론 보험도 하나 있어. 한 달 후에 네가 임신했든 안 했든 난 네가 임신했다고 대외적으로 말할 거야.”유승아는 들으면 들을수록 설레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고모 정말 짱인데요?”유미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차량은 또 다른 5성급 호텔의 대문 밖에 도착했다.유미가 시동을 끄자마자 유리를 사이에 두고 남우영이 보였다.그녀와 유승아 모두 어리둥절했다.남우영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꼿꼿한 자세로 차량 앞에 우뚝 서 있었다. 남하준과 정안의 장점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4화

    진우석이 차갑게 웃었다.“대체 무슨 뜻이야? 왜 그 자식을 데리고 와?”“내 약혼자니까!”“허! 정말 재밌네.”남서연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할 말 다 끝났지? 나 바쁘니까 다음에 다시 약속 잡아.”다음에 약속을 잡자는 건 기약이 없는 말로 대충 넘어가려는 심산이었다.남서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가니 백건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그녀는 다가가 손을 뻗어 그가 정리하고 있는 넥타이를 받아 들고 그의 섹시한 목젖을 올려다보며 서투른 손놀림으로 천천히 매어 주었다.백건은 흠칫 놀라더니 뜨거운 눈빛으로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급한 일 있대?”남서연은 얼굴이 뜨거워졌고 가볍게 말했다.“저녁에 같이 식사하재요.”백건의 눈동자가 확 어두워졌다.남서연은 급변한 그의 안색에 싱긋 웃으며 말을 보탰다.“내가 거절했어요.”남자의 얼굴빛이 순간 맑아지더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머리를 잡아 가볍게 키스하고는 속삭였다.“저녁에 정계의 거물들이 초대한 연회가 있어.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까 집에서 나 기다려. 진우석과 단둘이 데이트하러 가지 말고.”데이트라는 세 글자에 남서연은 조금 난처했다.알고 보니, 백건의 마음속에 그녀와 진우석은 이런 애매한 관계였다.남서연은 발끝을 세우고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기다릴게요.”백건은 몸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가 수줍은 모습으로 그에게 먼저 키스하니 심장이 쫄깃해졌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큰 거울로 밀어내어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남서연은 자신의 가벼운 뽀뽀가 역습을 당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거울에 눌려 뜨거운 키스를 받아냈다.이 긴 키스는 남서연의 몇 번의 발버둥으로 겨우 끝이 났다.이대로 키스하다가는 그는 출근하지 않고 곧장 그녀를 끌고 침대로 갈 것이다....저녁.5성급 호텔의 어느 연회장에서 호화로운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현장에는 대부분 정계의 거물들, 고위 관리들, 그리고 안성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있었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3화

    이른 아침,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백건은 잠에서 깨어나 품에 안겨 잠든 여자를 쳐다보더니 급히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음소거를 누르고 발신 번호를 흘끗 보았다.진우석, 그는 진우석이라는 이름을 보자 갑자기 얼굴이 굳어져서 바로 끊어버렸다.핸드폰을 내려놓고 남서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녀를 꼭 껴안고 계속 잤다.몇 분 후, 벨이 또다시 울렸다.극도로 짜증이 난 백건은 품에 안긴 남서연을 살짝 밀어내고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 밖으로 나가 귀에 댔다.휴대폰 너머 진우석의 목소리가 아주 부드러웠다.“서연아, 잘 잤어? 오늘...”백건이 차가운 목소리로 끊었다.“서연이 아직 자고 있어. 무슨 일이야?”진우석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태도가 180도 바뀌어 극도로 불쾌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왜 서연이 전화를 받아?”“나도 받고 싶지 않아. 아까 한 번 끊었는데 계속 전화하니 급한 일인가 보다 했지. 아니면 이렇게 눈치 없진 않겠지?”“서연이 바꿔. 내가 할 말이 있어.”“서연이 지금 자고 있다고 말했잖아?”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 사이에 은은한 불꽃이 튕기고 있었다.진우석은 이를 깨물며 경고했다.“두 사람이 약혼하든 말든 앞으로 서연이 사생활은 존중하길 바랄게. 다시는 서연이 전화 받지 마.”“우리 사이에 사생활은 없어.”백건이 일부러 이렇게 말하자 진우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백건. 말 다 했어?”백건은 느릿느릿 경고했다.“앞으로 내 약혼녀와 거리를 뒀으면 좋겠어. 평범한 친구가 가져야 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더 이상 서연이에게 그 어떤 환상도 갖지 마.”말을 마친 백건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휴대전화를 쥐고 베란다 밖에 서서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이미 깨어난 남서연은 침대에 앉아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비비며 그녀의 휴대전화를 찾고 있었다.“휴대폰을 분명 침대 옆 캐비닛에 뒀는데?”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가서 건네주며 말했다.“진우석이 전화를 두 번이나 걸어왔어. 네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2화

    유미의 안색이 더욱 나빠져 이를 악물고 말했다.“백완자, 말조심해.”정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내가 뭐 잘못 말했나?”유미가 노기등등해서 말했다.“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야. 나와 하준이가 만났을 때 당신들은 이미 이혼한 상태였고 네가 우리 사이에 끼어든 거야.”“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도 만났다고 할 수 있는 거야? 그 병은 여전하네.”유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 주먹을 쥐고 가늘게 떨었다. 어금니가 깨질 정도로 꽉 깨물고 꾹 참으며 말했다.“백건과 승아는 오랫동안 만난 연인 사이고 게다가 서로 첫사랑이야. 결혼 이야기까지 나온 상태에서 남서연이 갑자기 끼어들어 남의 약혼자를 뺏어간 거잖아?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정안은 더 이상 어이가 없어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이봐요. 정말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요점을 일부러 피해 가는 거예요?”“그게 무슨 말이야?”“승아는 처음부터 건이와 연인 사이인 척 연기해서 우리 엄마를 속인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근데 승아는 왜 갑자기 진짜 건이 여자친구 행세를 하는 거지?”유미는 싱긋 웃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눈 밑의 사악한 분노는 이미 파도가 넘실거렸다.유미는 자신이 남하준을 뺏지 못했으니 지금 조카딸이 백건을 뺏어오면 자신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또박또박 말했다.“세상만사에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야. 백건이 마지막에 누구와 결혼할지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말을 마친 유미는 정안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정안은 엄숙해진 태도로 그녀를 불렀다.“유미!”유미가 발걸음을 멈추자 정안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경고했다.“당신 남편은 지금 그 자리에 참 어렵게 올라왔지? 사람은 높은 곳에 오래 서 있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잊기 쉬워져. 자기 분수를 지키는 게 좋을 거야. 당신 집착 때문에 주변의 가장 친한 사람을 망치고 당신 자신을 망치지 마.”유미는 귀담아듣지 않고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정안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1화

    남서연은 대답하지 않았고 방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백건은 불을 끄고 남서연의 몸을 더 꼭 끌어안고 참다못해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하루라도 결혼하지 않으면 그의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익일 점심.정안은 군전 그룹 헬리콥터를 타고 안성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부랴부랴 병원에 와서 병든 어머니를 보았다.서윤아는 정안을 보자 조금 언짢아하며 말했다.“이 정도 부상으로 일을 그만두고 올 필요 없어.”정안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어머니가 하반신불수가 되었는데도 이런 말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오랫동안 병원에서 서윤아와 함께 있었다.저녁 식사 시간, 유미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다시 만난 두 사람은 눈에 쌍심지를 켰다.“백완자?”유미는 흠칫 놀랐고 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일어섰다.“오랜만이네요. 유미 씨.”유미는 피식 웃으며 잘 관리된 정안의 외모를 보았다. 쉰 살이 다 되어 가는 정안이 여전히 소녀스러움을 물씬 풍기자 그녀는 마음이 언짢았지만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이네요.”정안은 유미의 손에 든 음식을 보며 말했다.“우리 집에는 영양사와 요리사를 고용하고 있어요. 요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앞으로 이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유미는 조금 난처해졌다.보온상자를 들고 있으며 놓아야 할지 도로 가져가야 할지 망설였다.서윤아가 다급히 말했다.“유미가 만든 음식 아주 맛있어. 내가 좋아해. 어서 갖고 와.”서윤아의 말을 들은 유미는 활짝 웃으며 급히 걸어갔다. 은근슬쩍 정안을 밀어내고 도시락 뚜껑을 열고 음식을 꺼냈다.“오늘은 어르신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소고기 볶음을 만들었어요.”정안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옆으로 밀려났다.서윤아가 버튼을 누르자 침대 머리맡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녀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대단하다니까. 유미는 권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어질고 요리 솜씨도 좋고. 정말 집 안이나 집 밖에서 모두 훌륭해. 승아가 너처럼 유능한 것 같아.”정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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