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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작가: 무솔레
“이건 내 소관이 아니야. 인사팀장을 찾든지 아니면 바로 삼촌을 찾아가.”

남서연은 한바탕 생각에 잠겼다.

백건을 찾아가라?

이것은 마치 그에게 접근하는 핑계 같았다. 다만 이 핑계가 좀 구차하고 미미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일이 바로 해결될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남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했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가방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남우영이 열심히 차를 몰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넣고 한 번 눌렀다.

“여보세요. 삼촌.”

남서연은 소리를 듣고 그를 올려다보며 괜히 마음이 긴장됐다.

휴대전화 저쪽에서 백건이 말했다.

“중요한 서류가 있으니 한 번 다녀가.”

“하 비서 시켜서 보내세요. 나 지금 서연이 집에 데려다주고 있어서 못 가요.”

“아주 중요한 거야. 다른 사람 손에 넣을 수 없어.”

‘아주 중요하다고? 하 비서도 못 믿을 만큼?’

남우영은 너무 궁금했다.

그때 남서연이 옆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집에 늦게 가도 괜찮아요.”

남우영은 싱긋 웃더니 바로 백건에게 말했다.

“좋아요. 지금 당장 갈게요.”

남우영은 방향을 틀었다.

30분 후, 차량은 산 중턱에 있는 별장 리조트에 도착했다.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남서연은 낯설고 궁금해서 물었다.

“오빠 여긴 어디예요?”

“삼촌이 사는 곳.”

남서연은 차에서 내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백씨 가문에서 지내는 거 아니었어요?”

남우영도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걸으며 말했다.

“삼촌 이제 나와서 혼자 살아.”

남서연이 그의 귀를 따라가며 경악해서 물었다.

“왜요?”

“외할머니가 통제욕이 너무 강하고 또 삼촌더러 승아 누나와 결혼하라고 협박하잖아.삼촌이 지금까지는 계속 참으며 살았는데 이제 한계를 건드려서 못 참고 외할머니와 크게 싸우고 혼자 살고 있어.”

“외할머니가 그렇게 무서워요?”

남우영은 벨을 누르고 고개를 돌려 답했다.

“삼촌은 사생활이 전혀 없었어. 일기장도 외할머니가 떳떳하게 꺼내 보는데 무서운 사람이 아니겠어?”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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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서연도 따라서 일어섰다.그러자 백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급히 입을 열었다.“여기까지 왔으니 저녁 먹고 가.”남우영은 고민하며 백건을 바라보았다.그가 식탁 쪽을 가리키자 도우미가 마침 음식을 내오고 있었다.“날이 저물었어. 지금 집에 돌아가면 너무 배고프잖아. 여기서 먹고 가.”남우영이 남서연을 보자 그녀는 여유롭게 말했다.“난 다 괜찮아요.”남우영은 싱긋 웃었다. 그는 백건의 외로움을 마음속으로 동정하며 식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럼 오늘은 삼촌 집에서 저녁 먹자.”남서연은 휴대전화를 꺼내 할머니에게 남우영과 밖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가니 기다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메시지를 보낸 남서연이 소파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고 걸음을 떼는 순간 백건과 부딪힐 뻔했다.그녀는 긴장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백건은 은근 고조된 기분을 감추고 차가운 외모에 비해 뜨거운 눈동자로 부드럽게 속삭였다.“요리사에게 네가 좋아하는 순두부찌개와 족발이랑 새우 만두 준비하라고 했어.”남서연은 살짝 넋이 나가 한참 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이 음식들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을까?분명 방금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어떻게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았을까?“고마워요.”남서연은 말랑말랑한 어조로 한마디 했다.백건은 그녀가 지나가도록 서둘러 자리를 옮겼고 남서연은 그의 곁을 넘어 식탁으로 향했다.그리고 백건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식탁에 앉고 보니 여섯 가지 요리와 국은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였다.남우영은 국자로 국을 떠주며 나무랐다.“삼촌, 이거 너무 뻔한 거 아니에요? 모두 서연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이잖아요.”백건은 말없이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았다.남서연은 볼이 약간 뜨거워지고 수줍은 듯 눈을 내리떴다. 남우영이 건넨 국을 받아 조용히 마셨다.남우영은 뭔가를 눈치챘지만 그저 웃기만 할 뿐 말없이 열심히 음식을 먹었다.백건은 식사 예절이 아주 우아하고 규범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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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서연은 심장이 움찔하더니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꼭 잡은 채 백건이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읽으며 매 글자의 뜻을 모두 이해했다.‘지금 나와 단독으로 만나겠다는 건가? 가야 하나?’남서연은 고민하다가 운전석의 남우영을 돌아보고 떠보듯 말했다.“오빠, 내일 퇴근 후에는 나 집에 데려다줄 필요 없어요.”“왜?”“그게...”야근한다고 하면 남우영이 곧바로 조사해서 거짓말이라는 걸 알 테니 거짓말을 지어냈다.“친구랑 쇼핑하려고요.”“어느 친구? 어디서 쇼핑하는데?”남우영이 묻자 남서연은 자신 없이 대답했다.“회사 동료 다혜랑요. 회사 근처에서 쇼핑할 거예요.”남우영은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그래. 그럼 조심하고 일찍 집에 돌아와.”남서연은 속으로 기뻐하며 남우영에게 기대어 애교스럽게 웃었다.“고마워요 오빠.”남우영은 어리둥절했다.“나한테 왜 고마워해? 재미있게 놀아.”이어 주머니에서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남서연에게 건넸다.“마음껏 사.”“괜찮아요. 나 돈 있어요. 충분해요.”남우영은 웃으며 카드를 남서연의 손에 쥐여주고 사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넣어둬. 오빠 돈 써. 네 돈은 모아서 부자 돼야지.”남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빙그레 웃었다.“고마워요.”그녀는 다시 휴대전화를 보았지만 아직 백건에게 답장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채팅창에 입력 중이라고 떴는데 갑자기 취소되고 조금 있다가 다시 입력 중이라고 떴다.한참이나 메시지를 받지 못하자 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타이핑을 했다.서재에 있는 백건은 휴대폰을 보고 또 보았다. 책상 위에 놓았다가 또 들고 메시지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그녀의 답장을 애타게 기다렸다.‘왜 답장을 안 하지? 나와 함께 나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르는 건가?’뚜뚜.백건은 방금 내려놓은 핸드폰을 빠르게 집어 들고 열어보았다.[좋아요. 하지만 내일 출근해야 해서 퇴근 후에 시간 있어요.]백건은 미간을 구부리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바로 답장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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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우리 둘뿐이에요?”“응.”“그래요.”남서연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서둘러 조수석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맸다.문을 닫은 백건은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떠났다.석양이 서쪽으로 지고 붉은 노을이 하늘에 가득했다.차 안의 분위기는 다소 답답하고 억압되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으니 분위기가 점점 더 어색해졌다.남서연은 그 정적을 깨려고 화제를 찾으려 했지만 너무 떨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몇 번이나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그때 백건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우영이는 네가 나와 꽃 사러 가는 거 알아?”“몰라요. 다혜랑 쇼핑 간다고 말했어요.”백건의 안색이 굳어지며 마음이 좀 언짢았다.꽃을 사러 시장에 가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왜 그의 존재를 숨겼을까? 그와 쇼핑하러 가는 것도 가족을 속여야 하는 일일까?새가 지저귀고 꽃이 향기로운 꽃 시장에 간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다.그들은 모두 처음 와서 이 시장이 6시부터 문을 닫는 것을 몰랐다.차를 세우고 둘러보니 두세 군데 가게에 그래도 녹색 식물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화분 필요하세요?”마감 정리를 하던 사장이 반갑게 인사했다.남서연은 백건과 나란히 가게로 걸어가서 사방을 둘러보았다.백건은 남서연의 곁에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뭐가 맘에 들어?”남서연은 그제야 모든 녹색 식물이 아름답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대나무 같은 녹색 식물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거 예쁘네요.”그러자 백건이 사장에게 말했다.“이 친구가 좋아하는 거 다 포장해 주세요.”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많은 희한한 녹색 식물이 정교하고 예쁘게 생겼다. 처음 본 남서연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이것도 예쁘네요.”“이건 무슨 꽃이에요? 실내에서 키울 수 있어요?”“태양이 조금 필요한 베란다에 심을 수 있어요.”“그것도 사죠.”백건이 말했다.남서연은 구석에 있는 이상한 식물을 보고 얼른 백건의 팔을 잡아끌었다.“오빠. 저것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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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먹고 나니 8시가 넘었고 남서연은 과일도 조금 먹었다.이렇게 큰 집에 그녀와 백건 두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소 긴장되고 어색했다.그녀는 시간을 보고 일어섰다.“시간이 늦었어요. 저 갈게요.”백건은 부랴부랴 일어나 다급하게 남서연의 손목을 잡으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남서연이 그를 뒤돌아보니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조금만 더 앉아 있어. 조금만. 아직 9시도 안 됐으니 조급해하지 마.”남서연은 거절하기 미안하고 또 좋아하는 남자가 붙잡으니 다소 마음이 약해져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래요.”백건은 그녀가 심심할까 봐 물었다.“TV 볼래? 아니면 영화?”남서연은 2초간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애니메이션 영화 봐도 돼요?”백건은 2초간 어리둥절하더니 말했다.“그래. 어떤 애니메이션 보고 싶어?”남서연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녀가 너무 귀엽고 동심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그도 함께 볼 수 있었다.그녀와 함께라면 무엇을 해도 지루하지 않았다.남서연은 생각하다가 말했다.“아무거나요. 사랑을 다룬 애니메이션 아무거나 골라봐요.”백건은 그런 것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었다.그는 평소에도 TV와 영화를 보지 않고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그는 리모컨을 들고 TV를 켰다.자신이 잘 못 골라서 남서연이 지루해할까 봐 휴대전화를 꺼내 하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당장 재미있는 로맨스 애니메이션 영화 하나 보내줘. 꼭 재밌어야 해.”잠시 후 하현우가 영화 링크를 그의 휴대전화로 보내주며 꼭 이어폰을 끼고 보라고 일러줬다.백건은 별생각 없이 거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휴대전화의 링크를 TV에 띄웠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그리 가깝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영화가 시작되면서 남서연은 서서히 몰입했다.영화의 질감은 아름다운데 여주인공의 몸매가 너무 화끈하고 옷차림도 살짝 드러났다.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남녀주인공을 둘러싼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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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우석이 차갑게 웃었다.“대체 무슨 뜻이야? 왜 그 자식을 데리고 와?”“내 약혼자니까!”“허! 정말 재밌네.”남서연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할 말 다 끝났지? 나 바쁘니까 다음에 다시 약속 잡아.”다음에 약속을 잡자는 건 기약이 없는 말로 대충 넘어가려는 심산이었다.남서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가니 백건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그녀는 다가가 손을 뻗어 그가 정리하고 있는 넥타이를 받아 들고 그의 섹시한 목젖을 올려다보며 서투른 손놀림으로 천천히 매어 주었다.백건은 흠칫 놀라더니 뜨거운 눈빛으로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급한 일 있대?”남서연은 얼굴이 뜨거워졌고 가볍게 말했다.“저녁에 같이 식사하재요.”백건의 눈동자가 확 어두워졌다.남서연은 급변한 그의 안색에 싱긋 웃으며 말을 보탰다.“내가 거절했어요.”남자의 얼굴빛이 순간 맑아지더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머리를 잡아 가볍게 키스하고는 속삭였다.“저녁에 정계의 거물들이 초대한 연회가 있어.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까 집에서 나 기다려. 진우석과 단둘이 데이트하러 가지 말고.”데이트라는 세 글자에 남서연은 조금 난처했다.알고 보니, 백건의 마음속에 그녀와 진우석은 이런 애매한 관계였다.남서연은 발끝을 세우고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기다릴게요.”백건은 몸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가 수줍은 모습으로 그에게 먼저 키스하니 심장이 쫄깃해졌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큰 거울로 밀어내어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남서연은 자신의 가벼운 뽀뽀가 역습을 당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거울에 눌려 뜨거운 키스를 받아냈다.이 긴 키스는 남서연의 몇 번의 발버둥으로 겨우 끝이 났다.이대로 키스하다가는 그는 출근하지 않고 곧장 그녀를 끌고 침대로 갈 것이다....저녁.5성급 호텔의 어느 연회장에서 호화로운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현장에는 대부분 정계의 거물들, 고위 관리들, 그리고 안성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있었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3화

    이른 아침,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백건은 잠에서 깨어나 품에 안겨 잠든 여자를 쳐다보더니 급히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음소거를 누르고 발신 번호를 흘끗 보았다.진우석, 그는 진우석이라는 이름을 보자 갑자기 얼굴이 굳어져서 바로 끊어버렸다.핸드폰을 내려놓고 남서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녀를 꼭 껴안고 계속 잤다.몇 분 후, 벨이 또다시 울렸다.극도로 짜증이 난 백건은 품에 안긴 남서연을 살짝 밀어내고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 밖으로 나가 귀에 댔다.휴대폰 너머 진우석의 목소리가 아주 부드러웠다.“서연아, 잘 잤어? 오늘...”백건이 차가운 목소리로 끊었다.“서연이 아직 자고 있어. 무슨 일이야?”진우석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태도가 180도 바뀌어 극도로 불쾌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왜 서연이 전화를 받아?”“나도 받고 싶지 않아. 아까 한 번 끊었는데 계속 전화하니 급한 일인가 보다 했지. 아니면 이렇게 눈치 없진 않겠지?”“서연이 바꿔. 내가 할 말이 있어.”“서연이 지금 자고 있다고 말했잖아?”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 사이에 은은한 불꽃이 튕기고 있었다.진우석은 이를 깨물며 경고했다.“두 사람이 약혼하든 말든 앞으로 서연이 사생활은 존중하길 바랄게. 다시는 서연이 전화 받지 마.”“우리 사이에 사생활은 없어.”백건이 일부러 이렇게 말하자 진우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백건. 말 다 했어?”백건은 느릿느릿 경고했다.“앞으로 내 약혼녀와 거리를 뒀으면 좋겠어. 평범한 친구가 가져야 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더 이상 서연이에게 그 어떤 환상도 갖지 마.”말을 마친 백건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휴대전화를 쥐고 베란다 밖에 서서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이미 깨어난 남서연은 침대에 앉아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비비며 그녀의 휴대전화를 찾고 있었다.“휴대폰을 분명 침대 옆 캐비닛에 뒀는데?”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가서 건네주며 말했다.“진우석이 전화를 두 번이나 걸어왔어. 네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2화

    유미의 안색이 더욱 나빠져 이를 악물고 말했다.“백완자, 말조심해.”정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내가 뭐 잘못 말했나?”유미가 노기등등해서 말했다.“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야. 나와 하준이가 만났을 때 당신들은 이미 이혼한 상태였고 네가 우리 사이에 끼어든 거야.”“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도 만났다고 할 수 있는 거야? 그 병은 여전하네.”유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 주먹을 쥐고 가늘게 떨었다. 어금니가 깨질 정도로 꽉 깨물고 꾹 참으며 말했다.“백건과 승아는 오랫동안 만난 연인 사이고 게다가 서로 첫사랑이야. 결혼 이야기까지 나온 상태에서 남서연이 갑자기 끼어들어 남의 약혼자를 뺏어간 거잖아?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정안은 더 이상 어이가 없어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이봐요. 정말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요점을 일부러 피해 가는 거예요?”“그게 무슨 말이야?”“승아는 처음부터 건이와 연인 사이인 척 연기해서 우리 엄마를 속인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근데 승아는 왜 갑자기 진짜 건이 여자친구 행세를 하는 거지?”유미는 싱긋 웃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눈 밑의 사악한 분노는 이미 파도가 넘실거렸다.유미는 자신이 남하준을 뺏지 못했으니 지금 조카딸이 백건을 뺏어오면 자신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또박또박 말했다.“세상만사에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야. 백건이 마지막에 누구와 결혼할지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말을 마친 유미는 정안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정안은 엄숙해진 태도로 그녀를 불렀다.“유미!”유미가 발걸음을 멈추자 정안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경고했다.“당신 남편은 지금 그 자리에 참 어렵게 올라왔지? 사람은 높은 곳에 오래 서 있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잊기 쉬워져. 자기 분수를 지키는 게 좋을 거야. 당신 집착 때문에 주변의 가장 친한 사람을 망치고 당신 자신을 망치지 마.”유미는 귀담아듣지 않고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정안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1화

    남서연은 대답하지 않았고 방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백건은 불을 끄고 남서연의 몸을 더 꼭 끌어안고 참다못해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하루라도 결혼하지 않으면 그의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익일 점심.정안은 군전 그룹 헬리콥터를 타고 안성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부랴부랴 병원에 와서 병든 어머니를 보았다.서윤아는 정안을 보자 조금 언짢아하며 말했다.“이 정도 부상으로 일을 그만두고 올 필요 없어.”정안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어머니가 하반신불수가 되었는데도 이런 말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오랫동안 병원에서 서윤아와 함께 있었다.저녁 식사 시간, 유미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다시 만난 두 사람은 눈에 쌍심지를 켰다.“백완자?”유미는 흠칫 놀랐고 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일어섰다.“오랜만이네요. 유미 씨.”유미는 피식 웃으며 잘 관리된 정안의 외모를 보았다. 쉰 살이 다 되어 가는 정안이 여전히 소녀스러움을 물씬 풍기자 그녀는 마음이 언짢았지만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이네요.”정안은 유미의 손에 든 음식을 보며 말했다.“우리 집에는 영양사와 요리사를 고용하고 있어요. 요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앞으로 이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유미는 조금 난처해졌다.보온상자를 들고 있으며 놓아야 할지 도로 가져가야 할지 망설였다.서윤아가 다급히 말했다.“유미가 만든 음식 아주 맛있어. 내가 좋아해. 어서 갖고 와.”서윤아의 말을 들은 유미는 활짝 웃으며 급히 걸어갔다. 은근슬쩍 정안을 밀어내고 도시락 뚜껑을 열고 음식을 꺼냈다.“오늘은 어르신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소고기 볶음을 만들었어요.”정안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옆으로 밀려났다.서윤아가 버튼을 누르자 침대 머리맡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녀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대단하다니까. 유미는 권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어질고 요리 솜씨도 좋고. 정말 집 안이나 집 밖에서 모두 훌륭해. 승아가 너처럼 유능한 것 같아.”정안이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60화

    전문 간호사와 재활사가 24시간 서윤아를 돌봐줬다.남서연은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말했다.“어머님, 오늘 밤은 제가 여기서 같이 있을게요.”서윤아가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넌 가서 쉬어. 여긴 날 돌봐줄 사람 있어.”유미가 서둘러 유승아를 밀치며 눈짓을 하자 유승아가 황급히 말했다.“아주머니, 저 내일 출근 안 하는데 오늘은 제가 여기 남을게요.”서윤아가 유승아를 힐끗 보더니 몇 초간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래 그럼. 승아가 여기 남아. 우리 둘이 할 얘기도 있고.”남서연은 난처해서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백건은 점점 지나친 서윤아의 행동을 보고 마음이 불쾌했고 남서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간병인이 엄마를 돌보니까 넌 병원에 남을 필요 없어. 너 힘들어.”남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었다.유승아는 질투 어린 눈으로 백건과 남서연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었다.그때 서윤아가 눈을 감고 힘없이 말했다.“나 괜찮으니까 다들 돌아가.”백건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말을 마친 그는 남서연의 손을 잡고 나갔고 남서연은 뒤돌아보며 서윤아에게 인사했다.“어머님, 저 갈게요. 다음에 또 뵈러 올게요.”서윤아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며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유미와 유승아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기뻐하며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그녀들은 서윤아가 소고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윤아만 잡고 있으면 백건과의 혼사는 결국 이루어질 것이다.돌아가는 길에 남우영이 운전했다.백건과 남서연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기분이 우울해 있었다.남우영은 두 사람을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갈 때, 멀리 국경에 있는 정안에게 전화를 걸어 집안 사정을 말해주었다.밤이 깊어 인기척이 없고 별장의 불빛은 환했다.남서연은 거실 소파에 앉아 두꺼운 의학 서적을 뒤적이며 책에서 요추 재활을 위한 주의사항과 방법을 찾고 있었다.시간이 1분 1초가 흐르자 그녀는 볼수록 피곤해져 자기도 모르게 하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9화

    유미가 다가가 온화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건아, 서연아. 이건 너희들 잘못이야. 어머니 연세도 많으신데 아들과 예비 며느리로서 늘 곁에서 보살펴야 하는 거 아니니? 너희들이 집을 나가고 어머니를 혼자 집에 두니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백건은 안색이 어두워져서 반박하려는데 남서연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병원에서 유미와 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아 그의 충동을 억눌렀다.남서연은 참을 수 있었지만 남우영은 참지 못했다.누가 감히 그의 여동생을 괴롭힌다면 그는 필사적으로 나섰다.남우영은 유승아의 앞에 다가가 악랄한 태도로 고함을 질렀다.“유승아 넌 어떻게 된 거야?”유승아는 어리둥절했다.유미는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자신의 조카를 호되게 꾸짖는 것을 보고 있었다.남우영은 두 손을 허리에 얹고 극도로 분노했다.“서연이가 삼촌의 약혼녀인 건 맞지만 삼촌에게만 속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당신은 다르잖아. 할머니가 점찍은 예비 며느리고, 할머니는 오직 당신만을 며느리로 인정하고 있어. 근데 왜 할머니 며느리로서 옆에서 돌보지 않아서 할머니가 부상을 당하게 만들어? 당신이 그러고도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어?”유승아는 완전히 어이가 없어서 반박하려 해도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유미가 돌진해서 유승아 앞을 가로막고 불쾌하게 말했다.“이게 무슨 개똥 같은 논리야? 네 할머니가 부상을 당했는데 왜 내 조카에게 죄를 물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남우영은 차갑게 웃었다.“나 아주 정상인데요? 방금 삼촌과 서연이가 집에서 할머니를 돌보지 않아서 넘어졌다고 했죠? 그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당신 조카가 아무런 명분도 없이 백씨 가문 며느리의 자리를 차지해서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고 하루가 멀다고 우리 할머니 앞에서 아첨하고 있는데 삼촌과 서연이가 어떻게 그 집에서 살아요?”유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다.유승아는 유미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모, 이 녀석 상대하지 말아요.”유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작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8화

    남서연은 남자의 허리를 껴안고 그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품에 기대어 물었다.“근데 우리 지금 어디 가요? 진짜 오빠 집에 안 돌아가요?”“아직도 그 집에 가고 싶어?”백건이 묻자 남서연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어머님은 날 좋아하시지만 며느리로 인정해 주기엔 부족한 것 같아요. 여전히 오빠가 승아 언니와 결혼하기를 바라세요.”백건은 그녀의 두 어깨를 잡고 살짝 밀었다.“너도 알면서 왜 그런 쓸데없는 노력을 했어?”“노력해봤으니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죠.”백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우리 집에 가자. 부모님 집에서 너와 각방 쓰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다고.”남서연은 볼이 붉어지며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남서연과 백건이 갑자기 떠나자 떠들썩하던 백가네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평소 저녁때가 되면 가장 떠들썩했다.이 집은 남서연이 있어서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하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고 나니 백정우와 서윤아만 멀뚱멀뚱 눈을 뜨고 있었다.서윤아는 빠르게 적응했지만 백정우는 예비 며느리를 그리워했다.그리고 백건을 포기하지 않은 유승아가 항상 서윤아를 보러 집에 찾아왔다. 백정우는 좀 짜증이 나고 불편했지만 내색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함께 낚시하러 나갔다.낚시하러 간 백정우는 십여 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서윤아 혼자 집에 있었다.백건은 그녀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남서연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가서 행복한 동거 생활을 했다.시간이 흐르면서 남서연은 점차 그가 캐비닛에 숨겨둔 사진첩과 그림책은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짝사랑했다는 증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장난스레 말했다.“몇 년 전에 나한테 고백했더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미성년 소녀를 유혹하고 싶지 않았어.”남서연은 그제야 자신이 겨우 23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결혼 적령기였으니 백건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며칠 후의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7화

    남서연이 백건을 위해 설명하려는데 문득 강한 힘이 그녀의 팔을 잡고 의자에서 끌어당겼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백건은 이미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기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과 차가운 눈으로 서윤아를 노려보고 있었다.그는 온몸에 싸늘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풍기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서연이에게 부족한 사람이란 거 아니까 어머니가 쓴소리할 필요 없어요. 난 이 세상에 태어나 가업을 잇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도 사람이고 당신 아들이기도 해요. 내가 좋아하는 걸 가질 자격도 없어요? 난 행복해질 자격도 없어요?”서윤아는 차가워진 얼굴로 백건을 향해 매서운 시선을 던졌다.“네 주제를 알아.”어머니로부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들은 백건은 20여 년 동안 쌓인 고통이 순식간에 폭발했다.그는 나지막이 외쳤다.“나도 내 삶을 사랑하고 영혼까지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게 그런 기회를 주셨나요? 난 어릴 때부터 축구 한 번 해도 공부할 시간을 낭비했다고 욕먹으며 자랐어요.”“난 어릴 때부터 웃을 일도 없었고 옆에 그런 사람도 없었어요. 밤낮으로 온기도 없는 당신의 압박을 받고 다양한 과외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웃을 수 있었겠어요?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겠냐고요?”“이제 겨우 서연이와 만나게 됐는데 당신은 나란 사람이 서연에게 어울리지 않고 서연의 능력이 우리 가문의 사업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요? 대체 언제까지 내 인생을 쥐고 흔들 거예요?”서윤아는 얼굴이 새파랗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백정우가 부랴부랴 호통을 쳤다.“백건. 그만해!”남서연도 백건의 팔을 잡아당기며 긴장한 채 말렸다.“오빠. 그러지 말고 어머님과 잘 얘기해 봐요.”백건은 화를 꾹 참으며 눈시울이 붉어졌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이를 이 집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요. 당신들은 이렇게 좋은 며느리를 얻을 자격도 없어요.”말을 마친 백건은 남서연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화원을 나섰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 백씨 저택을 떠났다.차 안의 공기가 극도로 억압적이었고 남서연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6화

    이른 아침,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고 커튼 사이로 방에 비쳤다.따뜻한 큰 침대에서 남서연은 적나라한 백건의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더니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깜박이며 정신을 차렸다.백건도 그녀의 움직임에 깨어났고 흐릿한 눈동자를 늘어뜨리고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보니 기분이 꽤 좋았다.그는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남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눈을 감고 속삭였다.“굿모닝.”백건은 참지 못하고 얼굴로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뺨을 문지르며 매력적인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깼어?”“네.”백건은 몸을 살짝 뒤척여 그녀의 몸 위에 올라갔다. 그녀의 목에 머리를 묻고 저도 모르게 뽀뽀하고 비볐다.간지러움을 느낀 남서연은 목을 움츠리고 두 손으로 그의 튼튼한 가슴을 밀며 수줍게 말했다. “오빠. 아침부터 이러지 마요.”이 오빠라는 말이 그를 흥분하게 했다그와 남서연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예전에는 남서연을 안고 잠을 자고 그녀와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는 일은 꿈에서밖에 일어나지 않았다.비록 지금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설렘과 소중한 긴장감이 생겼다.그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녀를 사랑할 시간이 부족하고 잠자리도 부족했다.그의 몸도 마찬가지였다.그렇게 탐욕스럽고, 그렇게 절실하고, 그렇게 신경 쓰고 있었다.방금 잠에서 깨어났는데 또 그녀의 몸을 원하고 있었다.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통제 불능이 되는 것을 보고 싶고, 그녀의 수줍은 신음소리를 듣고 싶고, 그녀를 행복한 구름 위에서 흔들리게 하고 싶었다.백건은 그녀의 몸을 따라 내려가서 키스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남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주체할 수 없는 감촉을 은근히 참았다. 두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이불을 꼭 잡아당기며 그의 서비스를 즐겼다.그녀는 백건이 자신의 몸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항상 그녀를 만지고, 키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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