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이다은은 엄청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오늘의 면접을 매우 중시했다. 특별히 연한 화장까지 하고 치장을 한 후 30분 일찍 외출했다.길이 막힐까 봐 그녀는 일부러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녀가 막 지하철 입구 밖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나타난 한 그림자가 그녀를 공격했다.녹색 물감이 든 작은 통의 물이 그녀에게 쏟아졌다.이다은은 갑자기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고 비명을 질렀다.“아!”추위가 두피에서 아래로 내려오자 그녀는 온몸이 흠뻑 젖었고 충격적인 얼굴로 그녀에게 물을 끼얹은 사람을 바라보았다.임신한 소이현이었다.지하철 입구를 오가는 사람들도 이 장면을 보고 어리둥절해져서 호기심에 멈춰 서서 구경하고 이것저것 떠들어댔다.이다은은 어금니를 꽉 깨물어 참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눈 속의 액체를 닦아냈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한 번 본 후, 다시 소이현을 바라보았다.만약 그녀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분명 싸대기를 몇 대 때리고 소이현을 땅바닥에 눌러 때려주고 있었을 것이다.이다은은 화가 나서 가슴이 답답했고 입을 살짝 벌리고 숨을 내쉬더니 물었다.“소이현, 너 미쳤어?”소이현은 일부러 몸에 꼭 끼는 옷을 입고 임신한 배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피해자인 척 눈물을 흘리며 이다은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이다은, 감히 내 남편을 꼬드겨? 넌 정말 사람도 아니야.”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지자 모두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했다.이다은은 재빨리 마스크를 꺼내 쓰고 화를 냈다.“어디서 생사람 잡고 있어?”소이현은 억울해하며 울먹였다.“나 두 사람 채팅 기록 봤어. 그런데도 시치미를 떼고 있어?”채팅 기록.이다은은 우스꽝스럽다고 느꼈다. “봤으니 너도 잘 알겠네. 네 남편이 내게 매달렸고 네 남편이 내게 고백했어. 난 이미 분명하게 거절했고 차단까지 했어.”소이현은 배를 움켜쥐고 울먹였다.“네가 희망을 주며 꼬드기지 않았다면 왜 계속 너를 잊지 못하고 매달리겠어?”이다은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이건 그녀가 들어본 것 중 가장 황
M국, 변경.서다인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친오빠라는 자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그녀를 2천만 원에 팔아버렸다!이 암담한 사기 센터에는 전화 사기, 인신매매, 장기매매, 구타와 학대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 이곳은 사람을 풀 베듯 함부로 죽이는 곳이다.서다인은 수려한 미모를 지녀 범죄자들에게 강제로 이끌려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그녀는 죽을지언정 필사적으로 반항하여 혹독하게 두들겨 맞아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고 몸에 온통 상처투성이였다.서다인은 고통과 두려움에 휩싸여 절망의 끝자락에 놓였을 때 문득 남편 남하준이 떠올랐다.“제발 저 건드리지 마세요. 우리 남편더러 돈 보내오라고 할게요... 얼마든지 다 드릴 수 있어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그녀는 울먹이며 애원했다. 이건 최후의 몸부림이나 다름없다.금전 갈취는 그들의 업무 중 하나이다.앞장선 김호영이 화색을 띠며 서다인을 두들겨 패는 부하들을 멈춰 세우고 재빨리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넸다.“네 남편에게 40억 가져오라고 전해! 10원 한 장이라도 모자라기만 해봐. 그땐 여기 있는 우리 애들을 네가 전부 먹여 살려야 할 거야. 몸을 팔아서 손님들 돈을 벌어와야 한다고, 알아들었어?”서다인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고 겁에 질려 눈동자가 흔들렸다.짝사랑한 지 3년, 혼인 신고한 지 1개월이 지났지만 단 하루도 함께 지내지 않은 그녀의 남편이 진짜 40억을 내놓으며 그녀를 구할까?“알았어요.”서다인은 무기력하게 대답한 후 남하준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건 마지막 동아줄이다. 그녀의 생사가 걸린 마지막 전화 한 통이다.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그 순간 서다인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텅 비었다.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나 초조하게 말했다.“저는 남하준 씨 아내 서다인이에요. 실례지만 남하준 씨 바꿔줄 수 있나요?”전화기 너머로 여자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빠 지금 낮잠 자고 있어요. 용건
국가의 안위를 위해 침략자를 몰아내며 피로 물든 전쟁을 이어가면서도 두려운 기색은 추호도 없었다.남하준은 중동 내부전쟁에 참가한 군사의 왕이고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구한 영웅이며 가장 참혹한 전쟁에서 포위를 뚫은 신과 같은 존재인데 눈앞에 있는 연약한 여자가 그의 아내라니, 이건 당최 말이 안 되는 일이다.김호영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부하를 타일렀다.“걱정들 붙들어 매. 남하준이 어떤 사람이야? 권력이 하늘을 찌르고 단지 이름 석 자만으로도 사람을 간담이 서늘해지게 하는데 그런 사람의 아내를 누가 감히 팔겠어? 내가 알기로 남하준은 아직 미혼이야. 아마 동명이인일 거야. 이년 남편한테 계속 연락해서 40억 갖고 오라고 해!”남자들은 계속 남하준에게 연락했다.서다인은 마음이 재가 되어 구석에 털썩 주저앉아 절망감에 휩싸인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얼마나 지났을까.귀가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콰당!”대지가 흔들릴 정도의 폭격 소리였다.서다인은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떴다.방에서 한창 카드놀이를 하며 서다인의 몸값을 기다리던 남자들이 식겁하여 넋을 놓았다.밖에 있던 부하들도 공포에 휩싸여 큰소리로 외쳤다.“보스, 큰일 났어요. 우리 대문이 폭발해버렸어요.”“폭발?”김호영은 겁에 질렸다.“누구 짓이야?”“그게... 군전 그룹 사람들이에요. 어마어마한 군부대가 거침없이 쳐들어와 우리 센터를 포위해버렸어요.”부하는 상공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전투기 헬리콥터도 두 대 더 있어요...”“필레 전쟁에 참여한 군전 그룹을 말하는 거야? 우린 이젠 뒈졌어!”이때 김호영이 가녀린 체구의 서다인을 잡아당기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윽박질렀다.“네 남편이 정말 군전 그룹 수장 남하준이야?”서다인은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김호영은 순간 미친 듯이 후회가 밀려왔다. 그는 서다인에게 총을 겨눈 채 밖으로 나갔다.사기 센터 밖에는 수십 대의 무장 차량이 이곳을 가지런히 에워쌌다.수백 명의 건장한 무장 병사가 강렬한
김호영은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며 끝까지 협박했다.“그럼 도련님 아내분과 함께 죽을 겁니다.”남하준은 살인에 늘 단호한 법이다. 그 누구에게도 협박당해보지 못한 그였기에 두 눈에 살기가 스쳤다!별안간 일곱 발의 탄알이 폭발하는 소리가 서다인의 고막을 울렸다.그녀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온몸에 피가 굳은 듯 제자리에 경직되어서 두 눈만 질끈 감고 있었다.잔인한 참살이 이뤄지고 선홍빛 핏물이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이 순간 그녀가 남하준의 아내란 신분은 단지 우스갯소리에 불과했다. 이토록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남하준이 구한 건 그녀가 아니라 사기 센터에 갇힌 수천 명의 피해자였으니 실수로 그녀를 죽여도 전혀 괜찮겠지?!서다인은 한없이 연약한 몸으로 이런 충격을 견디지 못해 비통한 슬픔에 젖은 채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군전 그룹 본사.M국 최대 규모의 무기 생산 기지이자 삼엄한 경계를 이룬 국영 병기 공장.“안돼...”악몽에서 놀라 깬 서다인은 땀에 흠뻑 젖어서 두 눈을 부릅떴다.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식이 흐트러진 채 사방을 둘러보다가 침대 맡에 서 있는 여자에게 시선이 멈췄다. 의학의 힘을 빌린 정교한 이목구비는 마치 인형 같았고 요염함 속에 은은한 청순함이 돋보였다.여자의 손에 쥔 쟁반에는 온수 한 잔과 전복죽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깼어? 오빠가 먹을 것 좀 가져다주라길래.”백하린이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고마워요.”서다인은 친절하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나른한 몸을 이끌고 겨우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그녀는 종일 물 한 방울도 안 마셔서 지금 허기지고 온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백하린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나더러 네게 음식을 갖다 주라고 하긴 했지. 근데 아쉽게도 네가 대접받을 급은 아니잖아.”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백하린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수중의 음식을 바닥에 내던지고 본인도 잇따라 주저앉았다.물건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문밖까지 울려 퍼졌다. 백하린은 울먹이는 목
남하준이 한없이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 순간 뼈가 시릴 정도로 한기가 감돌았다. 남하준은 진중하면서도 냉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뜻이지?”서다인은 굳건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봤다.“우리 이혼해요.”그녀는 이 남자를 3년 동안 짝사랑하며 바라는 건 단 하나, 순수한 결혼생활뿐이었다.이젠 이 혼인 관계가 더는 순수하지 않으니 그녀도 굳이 타협하며 눈 감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남하준은 서늘한 눈빛에 표정이 일그러졌다.뒤에 서 있던 비서실장 류청이 언짢은 말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름, 서다인, 나이 25세, M국 안성시 출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 성향이 있고 어머니와 오빠는 도박에 빠져 빚이 산더미입니다.”서다인은 놀란 눈길로 류청을 쳐다봤다.류청은 거리낌 없이 계속 말을 보탰다.“서다인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중퇴하고 인터넷으로 만난 남자에게 사기를 당하여 유흥업소에서 몇 년 동안 아가씨로 몸담아왔습니다. 20살 때 해외에 있는 80세 노인에게 시집갔는데 2년도 안 돼 과부가 되었고 재산은 한 푼 상속받지 못했습니다.”“다인 씨는 기껏해야 초등학교 학력이고 이 몇 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인간관계가 문란하고 복잡하며 성매매로 두 번 잡히고 성형을 15번 했습니다. 성병 치료 세 번에 알려진 남자친구만 32명입니다. 최대 5명까지 동시에 사귀었고 원나잇 상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3년 전에 M국으로 돌아와 일부러 어르신을 가까이하며 환심을 사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죠. 그러다 결국 재벌가인 남씨 일가에 시집와서 도련님의 아내로 거듭났습니다.”서다인은 자신의 과거를 듣고 있자니 등골이 오싹해서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곤두섰다.화려한 과거사에 그녀도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류청은 서다인의 신상정보와 과거의 흑역사를 적나라하게 캐내며 야유 조로 말했다.“서다인 씨 같은 사람이 도련님의 아내로 사는 건 하늘이 내린 축복이나 다름없는데 대체 무슨 염치로 이혼을 논하는
남하준은 아찔하고도 강렬한 수컷의 기운을 내뿜었다.“감히 날 협박해?”서다인은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불안감에 떨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제발 사람 강요하지 말아요.”남하준은 싸늘하고도 한없이 짙은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의 얼굴을 담담하게 쳐다봤다.매끄럽고 탱탱한 피부 결과 또렷한 이목구비, 작고 동그란 얼굴은 젖살이 채 빠지지 않아 귀엽고 앙증맞을 따름이었다.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은 백하린의 어릴 때 모습을 조금 닮아 있었다.남하준은 넋 놓고 바라보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살짝 들썩거렸다.“네가 그 여자 어릴 때 모습이랑 비슷해지려고 갖은 수단을 부렸나 봐? 이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겠어. 이래서 할머니가 널 그렇게 좋아하셨구나.”그 여자 어릴 때 모습이라니?남하준이 말한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서다인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남하준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알았어, 네 요구 들어줄게.”그는 이 말만 남긴 채 부하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그 순간 서다인은 어안이 벙벙했다.어떤 요구를 들어준다는 말이지?이혼 아니면 부부로서 잘 지내는 거?...밤이 깊어지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류청이 저녁밥을 방 문 앞까지 가져왔고 서다인은 식사를 마친 후 방 안에서 병법에 관한 서적을 한 권 찾아내 흥미진진하게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피곤이 몰려오자 그제야 씻으러 들어갔다.욕실에서 30분을 씻은 후 갈아입을 옷이 없어 몸에 걸쳤던 때 묻은 옷을 깨끗이 빨아서 욕실 창문 밖에 내걸어놓고는 샤워가운을 두르고 밖으로 나왔다.별안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남하준이 막 상의를 벗고 튼실한 몸매를 드러내며 버젓이 방에 나타난 것이다.건강한 피부색과 탄탄한 근육,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에 간간이 옛 상처가 보여 남자의 매력이 더 물씬 풍겼다. 말 그대로 상남자였다.남하준이 상의 탈의한 채로 화끈한 몸매를 드러내며 그
남하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정색하며 물었다.“이 남하준의 아내가 바닥에서 잔다고? 지금 누굴 능멸하는 거야?”막강한 남성호르몬과 아찔함 속에 스친 무언의 압박감에 서다인은 곧 질식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며 잔뜩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그저... 하준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우리가 함께... 함께 자는 게 마땅치 못하다고 생각했어요.”남하준은 눈썹을 치키며 입꼬리를 말아 올려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난 너한테 아무 감정 없어. 네가 발가벗고 내 앞에서 춤춘다 해도 쳐다보지 않을 거고 터치할 일은 더더욱 없어.”서다인은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고 가슴 깊숙이 있는 가장 연약한 곳을 찔린 듯 숨이 턱턱 막혔다.반박하고 싶었지만 목이 불에 타듯 따가웠고 입만 열면 이 서러운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될까 봐 두려웠다.그녀의 맑고 영롱한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서다인은 결국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침묵했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수정처럼 맑은 눈물이 고인 순간 남하준은 무언가에 홀린 듯 잠시 넋을 놓았다.이어서 그는 옆자리에 등지고 누워 차갑게 명령했다.“불 끄고 이만 자.”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방 안의 조명이 어두워졌다.서다인은 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을 쳐다보며 마음이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자세를 다잡고 편하게 누웠다.커다란 더블침대에 두 남녀는 각자 침대 양옆에 눕고 중간에 아주 넓은 거리를 두었다.이날 밤 서다인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새벽에 너무 피곤한 나머지 끝내 참지 못하고 스르륵 잠들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그녀는 벨 소리에 놀라서 깼다.비스듬히 눈을 뜨니 남하준이 멋진 검은색 군복 세트를 차려입고 위풍당당한 기운이 저절로 차 넘쳤다.이런 게 아마도 한 사람을 짝사랑하는 자의 마음가짐이겠지. 그가 나타난 곳마다 눈부신 아우라가 풍기는 그런 느낌.남하준이 전화를 받고 목소리를 낮췄다.“좋은 아침, 하린아, 무슨 일이야?”서다인은 백하린이 뭐라 말하는지 모르지만 남하
부하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네.”남하준은 속절없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서다인이 말한 남편의 도리를 잘 지키기 위해 이러고 있는 저 자신이 너무 뜬금없게 느껴졌다....사흘 뒤.서다인은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됐다.남하준은 백하린을 만나러 간 그날부터 사흘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서다인은 3일을 꼬박 남하준의 그림자조차 구경하지 못했다.그녀는 기분이 점점 가라앉아 훈련기지에 와서 이곳의 전사들에게 호신술을 몇 수 배우기로 했다.남성호르몬이 폭발하고 양기가 차 넘치는 이곳에서 무술을 배우는 가녀린 그녀는 자연스럽게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훈련장에 건장한 사내들로 둘러싸였고 가까운 곳에서 백하린이 정호 비서실장과 함께 걸어왔다.“벌써 3일째인데 하준 오빠는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예요?”정호가 말했다.“도련님은 아주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계십니다. 오늘 돌아오실 수 있을 겁니다.”백하린은 한창 호신술을 배우는 서다인을 가리키며 눈가에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다.“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요?”“사모님은...”정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하린이 덥석 가로챘다.“사모님은 개뿔! 지금 나더러 사모님이라고 불러라는 거예요? 쟤 따위가 그럴 자격이 돼요? 심보가 고약하고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인데. 오빠가 저 여자 때문에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알아요? 유흥업소에서 아가씨 일까지 했었다고요. 온갖 문란한 짓은 다 하고 다녔는데...”백하린은 정호의 귓가에 대고 오버하며 서다인의 험담을 늘려놓았다.훈련장에서 땀에 흠뻑 젖은 서다인은 며칠 동안 우울했던 기분이 금세 맑아졌다.“고마워요, 선생님.”서다인은 호신술을 가르쳐주신 코치에게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몇 수 더 배우고 싶은데 또 가르쳐주실 순 없나요?”코치가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가르쳐드려야죠.”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정호가 씩씩거리며 다가와 야유에 찬 눈길로 서다인을 노려봤다.“제가 가르쳐드리죠.”서다인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고 코치는 공손하
다음 날 아침.이다은은 엄청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오늘의 면접을 매우 중시했다. 특별히 연한 화장까지 하고 치장을 한 후 30분 일찍 외출했다.길이 막힐까 봐 그녀는 일부러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녀가 막 지하철 입구 밖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나타난 한 그림자가 그녀를 공격했다.녹색 물감이 든 작은 통의 물이 그녀에게 쏟아졌다.이다은은 갑자기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고 비명을 질렀다.“아!”추위가 두피에서 아래로 내려오자 그녀는 온몸이 흠뻑 젖었고 충격적인 얼굴로 그녀에게 물을 끼얹은 사람을 바라보았다.임신한 소이현이었다.지하철 입구를 오가는 사람들도 이 장면을 보고 어리둥절해져서 호기심에 멈춰 서서 구경하고 이것저것 떠들어댔다.이다은은 어금니를 꽉 깨물어 참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눈 속의 액체를 닦아냈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한 번 본 후, 다시 소이현을 바라보았다.만약 그녀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분명 싸대기를 몇 대 때리고 소이현을 땅바닥에 눌러 때려주고 있었을 것이다.이다은은 화가 나서 가슴이 답답했고 입을 살짝 벌리고 숨을 내쉬더니 물었다.“소이현, 너 미쳤어?”소이현은 일부러 몸에 꼭 끼는 옷을 입고 임신한 배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피해자인 척 눈물을 흘리며 이다은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이다은, 감히 내 남편을 꼬드겨? 넌 정말 사람도 아니야.”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지자 모두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했다.이다은은 재빨리 마스크를 꺼내 쓰고 화를 냈다.“어디서 생사람 잡고 있어?”소이현은 억울해하며 울먹였다.“나 두 사람 채팅 기록 봤어. 그런데도 시치미를 떼고 있어?”채팅 기록.이다은은 우스꽝스럽다고 느꼈다. “봤으니 너도 잘 알겠네. 네 남편이 내게 매달렸고 네 남편이 내게 고백했어. 난 이미 분명하게 거절했고 차단까지 했어.”소이현은 배를 움켜쥐고 울먹였다.“네가 희망을 주며 꼬드기지 않았다면 왜 계속 너를 잊지 못하고 매달리겠어?”이다은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이건 그녀가 들어본 것 중 가장 황
그녀는 긴장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어쨌든 그녀는 처음이었다.내일 또 아주 중요한 면접이 있었으니 그녀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다.이다은은 급히 머리를 흔들어 남자의 입에서 입과 혀를 빼내고 숨을 헐떡이며 힘없이 몸부림쳤다.“제발 그만해!”남우영의 키스는 그녀의 목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고 그녀의 잠옷 단추가 하나씩 풀렸다.이다은의 몸은 이미 그의 손에 함락되었고 이성은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었다.“안 돼. 그만!”“아!”이다은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남자의 키스가 그녀의 가슴으로 옮겨지자 그녀는 고개를 약간 젖히고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민감한 피부는 그의 키스에 나른해졌고 그녀는 수줍은 소리를 냈다.남우영은 동작을 멈추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그녀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몸 위에 엎드렸다. 이렇게 급정거를 해야 하는 고통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그는 참느라 미칠 것 같았다.전에 없던 열정과 욕망이 남우영을 괴롭히고 있었다.“나 당신을 갖고 싶어요.”남우영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속삭였다.“난 싫어요.”이다은은 수줍게 대답했다.남우영은 자신이 경험이 없어서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그는 이다은의 입가에 천천히 키스하고 속삭였다.“조심해서 할게요. 어디가 맘에 안 드는지 알려줘요.”“시간이 이미 늦었어요. 내일 아주 중요한 면접이 있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내일을 맞이하고 싶어요.”이다은이 설명했다.“내일 면접은 분명 통과할 거예요.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요.”이다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그렇게 위로하지 말아요. 모르는 일이니까.”남우영은 미칠 것 같은 욕망을 참으며 괴롭게 심호흡했다. 천천히 그녀의 옷을 잡아당겨 단추를 채웠다.그는 이다은의 부드러운 몸에서 일어나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응시하며 단추를 채워주고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주었다.부끄러운 이다은은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로 눈을 감았다.“내일 저녁.”그는 목이 쉬었고 목
“외도와 기만.”기만이라는 말에 남우영은 긴장한 나머지 침을 삼키고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다은은 그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보고 말했다.“너무 무리하지 말고 당신 속마음을 따라요. 세상의 시선 때문에 결혼하지 말고, 대를 잇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평생 얽매여있지 말아요.”남우영은 멍해졌다.“그 말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대체 무슨 뜻이죠?”이다은은 그가 정말 능청 맞는다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물었다.“당신 동성애자죠? 남자 좋아하잖아요. 여자 안 좋아하죠?”남우영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두 손으로 문짝을 짚고 그녀를 가둔 채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어떻게 동성애자예요? 난 여자 좋아해요. 그것도 엄청.”정말 미칠 지경이었다.그가 동성애자라고 말한 건 이다은이 처음이 아니었다.그의 어머니와 사촌 여동생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다만 어머니와 사촌 여동생에게는 증명해 보일 수 없지만 이다은에게는 증명할 수 있었다.그는 화가 나서 입을 벌리고 숨을 쉬며 정중하게 다시 말했다. “나 정말 여자 좋아해요.”이다은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못 믿겠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대꾸했다.“아.”“못 믿겠어요?”그녀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이다은은 그의 뜻에 따라 계속 물었다. “만약 당신이 여자를 좋아한다면, 설마 성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아무 문제 없어요.”남우영은 억울함을 토로할 곳이 없었다. 그는 이다은의 오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 방면의 오해라니.이다은은 마음이 착잡하고 무기력하게 중얼거렸다. “아. 그럼 동성애자도 아니고 몸도 문제없는데 왜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내 몸에 손대지 않는 거예요? 그럼 단순히 내게 관심이 없어서 손대기 싫은 거예요?”“혼자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남우영은 마음이 지쳐 황급히 설명했다.“난 당신을 좋아해요.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요. 첫눈에 반했어요.”“그럼 대체 이유가 뭐냐고요?”이다은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얼굴이 점
그러나 남우영의 반응에 이다은은 자존심이 상했다.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덤덤한 척 말했다.“농담한 거니까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남우영은 목을 축이고는 설명했다.“다은 씨, 난 같이 자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괜찮아요. 설명할 필요 없어요.”이다은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일부러 침착한 척했다.“알아요. 우리 천천히 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우걱우걱 밥을 먹었다.남우영은 그녀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보고 안절부절못했다.“다은 씨...”남우영이 말을 하려는데 이다은이 황급히 끊었다.“밥 먹어요. 이 얘기는 그만 해요.”남우영은 어쩔 수 없이 숨을 내쉬고 밥을 먹었다.식사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웠다.식사 후 이다은은 남우영에게 설거지를 맡기고 혼자 방에 숨어 울분을 토했다.남우영은 거실 소파에 앉아 혼자 멍하니 생각에 잠겨 헤어나오지 못했다.시간은 1분 1초가 지나갔고 밤이 깊었다.이다은이 방 불을 껐다.그러자 남우영은 갑자기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 30분 후 그는 깨끗이 씻고 잠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그는 이다은의 방문 밖에서 배회했다.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들었다가 또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손을 내려놓았다.그는 돌아서려다가 참지 못하고 돌아왔다.그렇게 끝없이 고민했다.그때, 문이 열리자 이다은이 빈 컵을 들고 안에서 나왔는데 그녀는 남우영이 문 앞에서 손을 드는 동작을 보고 어리둥절했다.남우영은 황급히 손을 내려놓고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안 잤어요?”“잤는데 목이 말라서요...”이다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우영이 그녀가 들고 있던 컵을 뺏어갔다.“내가 물 따라줄게요.”“아니...”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남자는 이미 그녀의 컵을 들고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고마워요.”이다은이 손을 내밀며 말하자 남우영은 컵을 그녀에게 주지 않고 그녀 옆을 비집고 방에 들어갔다.“내가 안으로 갖다 줄게요.”이다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가 컵을 들고 방에 들어가 그녀의
남우영은 이다은의 가는 허리를 잡고 눈살을 찌푸리며 참았고 호흡이 가빠졌다.이 여자는, 그녀의 영롱하고 풍만한 몸이 얼마나 부드럽고 매혹적인지 모르고 있었다.감히 그의 품 안에서 꿈틀대다니.정말 미칠 것 같았다.남우영은 손에 든 디저트를 놓고 그녀의 가는 허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녀의 동작을 힘껏 억누르며 은근슬쩍 거리를 두었다.그는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이 물었다.“무슨 일이 그렇게 즐거웠는데요?”이다은은 꽃처럼 활짝 웃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어떤 대기업에서 먼저 전화 와서 나더러 내일 면접 보러 오래요.”남우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진작 이 일을 알고 있었다.“어떤 회사인데요?”남우영은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그러자 이다은은 두 손을 남우영의 목에 걸고 진심으로 감격하며 천천히 말했다.“에이스타 그룹이요.”“나쁘지 않네요.”남우영이 담담하게 답하자 이다은은 불쾌하게 중얼거렸다.“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죠. 에이스타 그룹은 지금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기업이에요.”남우영은 이다은이 진심으로 이 일을 원하고 있으며, 그의 회사를 매우 존경한다는 것을 알았다.“면접 꼭 통과하길 바랄게요.”남우영은 부드럽게 말하며 눈 밑에는 감출 수 없는 온정이 가득했다.이다은은 환하게 웃으며 그의 뜨거운 눈을 마주치더니 갑자기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방종하다는 것을 발견했다.아마도 아침의 깊은 키스 때문인지, 그녀는 남우영과의 관계가 예전처럼 어색하지 않고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다.만약 이혼하지 않기로 했다면 반드시 남우영이 여자를 좋아하게 만들 것이다.이다은은 천천히 손을 내려놓고 흥분을 가라앉히며 부드럽게 말했다.“저녁 준비 끝났으니까 얼른 손 씻고 먹어요.”남우영은 급히 탁자 위의 디저트를 그녀에게 주었다.“이거 사 왔어요.”이다은은 포장 봉지를 보고 경악해서 말했다.“이 원조맛 가게는 웨이팅 시간이 길고 수량도 제한해서 팔고 있잖아요?”남우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난
잊었다면 더 이상 도망갈 필요도 없었다.이다은은 전화를 받아 귓가에 연결했다.“여보세요.”정하늘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다은, 너 어디로 이사 갔어? 너희 부모님이 네가 그 남자랑 나갔다고 하던데.”“그 남자가 아니라 내 남편이야.”“지금 어디야?”“너랑 상관없는 일이야.”그러자 정하늘이 울부짖었다.“이다은!”이다은은 정하늘의 분노를 듣고 가소롭게 느껴졌다.“정하늘, 나 이미 결혼했으니 남편과 함께 사는 건 정상 아니야? 네게 주소를 보고할 필요는 없어.”정하늘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다은아, 내가 너 걱정하는 거 알잖아. 너 그 낯선 남자랑 결혼한 지 얼마나 됐어?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 어떤 사람인지 아냐고? 이렇게 무턱대고 나가서 살다가 그 남자가 너 괴롭히기라도 하면 어떡해?”이다은은 완전히 어이가 없어 또박또박 말했다.“정하늘, 어렸을 때부터 함께 놀면서 자란 정을 생각해서 난 널 친구로 여기고 있어. 하지만 언제까지나 친구일 뿐이니 선을 넘지 마. 넌 나에 대해, 그리고 우리 부부 사이 일에 대해 간섭할 권리 없어. 그 사람이 날 괴롭히든 아니든 네가 걱정할 바가 아니라고. 넌 임신한 네 아내나 잘 챙겨.”정하늘이 갑자기 툭 내뱉었다.“너 아직도 내가 이현이랑 결혼한 것 때문에 화났어?”이다은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 바로 통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고 열차 안으로 들어갔는데 핸드폰이 또 울렸다.정하늘의 전화인 것을 보고 그녀는 다시 끊었다.곧이어 정하늘의 메시지가 왔다.[나 미워하는 거 알아. 나에 대한 복수는 네가 제대로 하고 있어. 나 지금 미치게 후회해. 다은아,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착각하지 마. 나 너 미워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아. 더 이상 나 귀찮게 하지 마.]이어서 정하늘의 메시지 폭격이 일었다.[다은아, 넌 지금 너 자신을 속이고 있어.][넌 전에 분명 나를 좋아했어.][내가 잘못했어. 나 지금 후회해. 매일 이현이와
이다은이 편의점 구석에 앉아 2천 원짜리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이다은 씨, 저는 에이스타 그룹의 인사팀 팀장입니다. 저희 에이스타 그룹 산하의 메가항공연구개발부서에서 다은 씨를 초빙하려고 하는데 혹시...”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다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요즘 사기꾼들이 왜 이렇게 맹목적이야? 사기를 치려면 적어도 기본적인 사전 조사는 해야 할 것 아니야?”그녀는 계속 밥을 먹었다.상대방이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이다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전화를 받고 짜증스럽게 말했다.“에이스타 그룹인가요?”“네. 이다은 씨, 제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왜 전화를 끊으셨죠?”“사기를 치려면 좀 더 그럴싸하게 쳐야죠. 난 에이스타 그룹에 이력서를 넣은 적도 없고 내 학력으로는 그룹의 문턱조차 넘지 못해요. 근데 항공개발부서에서 나를 고용하고 싶어 한다고요? 그런 말을 어느 바보가 믿겠어요?”인사팀 팀장도 자신의 말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위에서 제공한 자료는 확실히 그러했다.그녀가 아무리 인정할 수 없다고 해도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이다은 씨, 만약 제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시면 바로 저희 본사로 와서 면접을 보세요. 제가 에이스타 그룹 전체를 조작할 수 없는 거잖아요?”이다은은 경악하여 손에 든 젓가락이 떨어졌다.그녀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목청을 가다듬었다.“당신이 정말 에이스타 그룹의 인사팀 팀장인가요?”“맞아요.”“메가항공연구개발부서에서 저를 채용한다고요?”“맞습니다.”이다은은 멍해졌다.행운의 번개에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 갑작스러운 행운은 그렇게 비현실적이고 난해하고 믿기지 않았다.그녀는 머리가 텅 비었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에이스타 그룹은 비록 민간 기업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빠르게 발전한 기업이며 인터넷 업계에서는 떠오르는 샛별이었다.산하의 우주항공은 더욱 대단했다.우주항공청에서 유출된 인재들은
결국 순순히 돌아서서 식탁으로 돌아와 의자를 당겨 앉고 테이블 위의 만두를 집어 곧장 입에 넣었다.남우영은 그녀가 마침내 타협하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다은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이다은의 얼굴은 아직 벌겋고 수줍음이 가시지 않았다. 남우영의 잘생긴 얼굴과 건장한 몸매, 성격은 또 그렇게 좋고 자상하면서도 배려심 있는 동성애자 남자를 보며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안 돼. 이대로 이 남자를 포기할 수 없어. 내가 반드시 여자를 좋아하게 만들 거야.’이다은은 마음을 먹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남우영은 우아하게 아침을 먹으며 부드러운 투로 물었다.“이따가 어디 가요?”“고용시장에요.”“내가 데려다줄게요.”“괜찮아요. 당신은 출근하러 가요.”“아니요. 나 급하지 않아요.”이다은은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물었다.“근데 당신 어디서 일해요?”남우영은 아침을 먹는 동작을 멈추더니 침묵을 지켰다.이다은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나 당신 출근하는 곳에 가봐도 돼요? 당신 동료들을 만나고 싶어요.”남우영은 눈빛이 흔들렸다.“그건 좀 곤란할 것 같아요.”이다은은 어쩔 수 없이 입술을 오므렸다.“아.”거절당한 이다은은 약간 서운해했다.아침을 먹은 후, 남우영은 차를 몰고 이다은을 고용시장에 데려다주고 자신은 출근하러 갔다.남우영이 그룹 빌딩 1층에 들어서자마자 맞은편 직원들이 그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그러나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민지가 영양가 있는 아침 식사를 들고 남우영의 앞을 가로막았다.남우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기분이 확 나빠졌다.여민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두 눈에 사랑을 듬뿍 담아 두 손으로 내밀었다.“대표님. 이건 제가 직접 만든 영양가 있는 아침 식사에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지나가던 직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여민지가 대표에게까지 꼬리를 흔드는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남우영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의 손에 있는 물건을 쳐다보았다. 고민
남우영은 다른 손도 벽에 받히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이다은을 올려다보고 숨을 거칠게 쉬며 계속 변명했다.“난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요.”“확실해요?”이다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우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마음이 켕겼다.그는 이다은을 너무 좋아해서 이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맞아요, 확실해요.”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다은은 갑자기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걸고 발끝을 세워 몸을 기울여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남우영은 너무 놀라서 꼼짝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고 동공이 살짝 흔들리며 깜빡거렸다.그는 호흡이 흐트러졌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으며 몸이 긴장되고 경직되었다.여자의 달콤한 입술을 맛본 후,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마음속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 두 손을 그녀의 허리에 얹고 앞으로 다가가 이다은의 풍만하고 부드러운 몸을 벽에 눌렀다.그는 간단한 입맞춤에 만족하지 않고 입을 살짝 벌려 그녀의 입술을 머금고 혀를 내밀었다. 그녀의 입술과 혀를 깊이 탐하며 서로 한데 엉켰다.이다은은 어리둥절했다. 남우영이 게이인지 아닌지,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는 남우영이 피하거나 배척할 줄 알았는데 그가 이렇게 열광할 줄은 전혀 몰랐다.주도권을 장악한 그의 키스는 공격적이고 강하고 열정적이어서 그녀가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음음...”이다은은 그를 밀어내려고 발버둥 쳤지만 온몸에 힘이 빠지도록 키스를 받은 그녀는 주먹을 쥐고 그의 가슴을 때렸다.그녀의 반항이 너무 무력해서 거절이 아닌 환영 같았고 유혹적인 몸부림 소리가 심금을 울렸다.남자는 건장한 몸으로 그녀가 꼼짝 못 하게 눌렀다. 그녀를 삼키려는 듯 깊고 강렬한 키스를 퍼부었다.그는 이다은의 두 손목을 잡고 천천히 위로 당겨 머리 위의 벽에 눌렀다. 그의 키스는 점점 깊어졌고, 점점 욕망적으로 변하면서 몸이 이다은의 몸에 밀착되었다.이다은이 주도했기 때문에 그는 이토록 미친 것이다.이다은은 이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