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시하는 소씨 가문 가족들에게 미리 연락해 지아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알렸다.그는 지아를 곁에 앉히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소씨 가문은 아주 큰 가문이고, 여러 산업을 이끌고 있었어. 원래 우리 가문은 번창하고 있었지만, 큰형이 신장병을 앓기 시작한 이후로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지.”“큰형은 오랫동안 외국을 떠돌았고, 넷째는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어. 오빠들이 모습을 감추던 와중에 시영이는 세상을 떠났고, 내가 사고를 당하면서, 우리 집안은 사실상 시월이가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셈이야.” “그럼 아버님, 어머님은요?”“소씨 가문의 사업은 너무 커서, 아버지는 세계 각지의 사업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으셔. 어머니는 월이를 낳은 후로 계속 요양하시면서 외출도 하지 않으시지. 심지어 내가 자살을 시도했던 일도 걱정하실까 봐 말씀드리지 않았어.”시하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오늘은 단지 우리 가족끼리 만나는 자리니까 너무 부담 가질 거 없어.” 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린 그 배후에 있는 자를 밝혀내는 게 목적이잖아요. 진짜로 시댁에 인사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제가 왜 긴장하겠어요?” “하긴.”“참, 이 집사님이 어머니께 너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어머니께서 장말 기뻐하셨대.” 지아는 소씨 가문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상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으니, 사모님께서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하셨을지 짐작이 가요.” “지금이라도 오빠가 다시 일어나 주니, 정말 기쁘시겠죠.” “오빠, 진상을 조사하는 것 외에, 제가 사모님의 건강도 돌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네 의술이 훌륭하다는 걸 깜빡 잊을 뻔했어! 내 동생 지아야, 그럼 부탁 좀 할게. 어머니께서 너를 만나면 틀림없이 아주 좋아하실 거야. 그리고 앞으로는 너의 양어머니인 셈이니 호칭을 바꾸는 게 어떨까?”지아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소씨 가문의 자녀들은 다 훌륭한 사람들이야. 사모님도 분명히 우아한 어른이시겠지?’ 지아는 미리 정성스럽
차가 서쪽 교외 호숫가에 다다르자, 멀리서부터 아름다운 호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잔잔한 바람이 갈대를 스치고, 물새들이 무리를 지어 호수 위를 날며, 연잎 위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와 호숫가에 흩어진 꽃잎이 고요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더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그렇지? 어머니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조용한 곳에서 요양하셔야 하거든. 아무래도 주변 환경이 좋아야 어머니 마음도 편안하실 테니까.”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통일된 복장을 한 고용인들이 정돈된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멈추자마자, 깔끔한 인상의 중년 여성 집사가 차 문을 열며 공손히 인사했다.“셋째 도련님,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셨군요.”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곳은 ‘집’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소씨 가문의 오래된 본가는 도심 한 가운데에 있었지만, 요양에는 적합하지 않아 부모님께서 이곳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자녀들에게는 그다지 정이 있는 장소가 아니었으나, 그들 형제자매에게는 부모님이 계신 곳이 바로 집이었다. 사실 이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이 이곳에 계시는 이상, 이곳이 집이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특히 소씨 가문처럼 부유한 가문에서는 부모님이 집안의 중심이자 뿌리였다. 즉, 부모님이 머무르는 곳이 그들의 안식처인 셈이었다. “임 집사님,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건강해 보시여서 정말 다행입니다.”임현숙은 시하의 어머니를 오랜 세월 보필했던 믿음직한 사람으로, 소씨 가문의 자녀들을 손수 키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고용인들이 휠체어를 내리자, 지아도 무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임 집사님, 소 선생님과 무무입니다.” “전화로 들었습니다. 소씨 가문의 큰 은인이시라고요... 소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모님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네.”지아는 상대가 자신의 출신을 의식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임현숙의 태도는 무한한 감사로 가득
지아는 눈앞의 귀부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단정한 면 소재 원피스를 입은 채, 머리를 단정히 뒤로 묶고 있었다. 얼굴에는 화장기 하나 없었지만, 젊어 보이는 피부 덕분에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서른다섯 살 쯤의 언니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조경숙의 눈동자는 약간 흐릿했고, 먼지가 낀 보석처럼 빛을 잃은 상태였다. “사모님께서는 매일 자녀들 걱정으로 눈물을 흘리시다가 눈이 망가지셨어요. 하지만 시하 도련님께서 다시 일어섰으니, 사모님께서도 마음이 놓이실 겁니다.” “시하야, 이 엄마한테 얼굴 좀 보여주렴.” “어머니, 저 여기 있어요.”시하가 그녀의 치마를 살짝 잡아당겼다. 조경숙은 몸을 숙여 어린 시절처럼 시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우리 시하가 이렇게 컸구나. 이 엄마는 잘 볼 수 없지만 말이야.” 그녀는 겨우 윤곽 정도만 식별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사물을 볼 수는 없었다.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어요?”시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조경숙을 잡았다. “사모님께서는 도련님의 감정이 더 나빠질까 걱정하시면서 비밀로 하자고 하셨습니다. 시월 아가씨 외에는 아무도 몰랐지요.” “아버지도 모르시나요?” “네, 대표님께서는 요즘 너무 바쁘신 탓에 지난 6개월간 집에 오지도 못하셨거든요.” “됐어요,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자고요.”“시하야, 오늘 친구를 데려왔다고?”조경숙의 시선이 지아 쪽으로 향했다. 지아는 조경숙의 이야기에 넋을 놓고 있었다.‘이 일에도 소시월이 관련되어 있다니...!’ ‘어디를 가든 그 여자의 이름이 들리는 게 어쩐지 꺼림칙해.’하지만 지아는 조경숙의 질문에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사모님,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니, 이분이 바로 소희 선생님이에요. 제 불면증과 마음의 병을 고쳐준 사람이죠.” “정말 명의이신가 보네요. 그동안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명의들이 시하를 진찰했지만, 병이 호전되기는커녕 악화하기만 했거든요. 소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사모님, 과찬이세
지아는 잠시 후 눈썹을 찌푸렸다. “어때?”시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지아가 손을 거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께서는 몸이 아주 허약하세요. 아무래도 출산 때 몸이 많이 망가진 것 같아요. 천천히 조리하면 조금 나아지실 거예요.” “제 몸은 이제 조리로 나아질 상태가 아니에요.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살면 그만인 거죠.” “어머니, 그게 무슨 소리세요!”시하는 조경숙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단호히 말했다.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꾸나.”“배도 고플 텐데, 이만 안으로 들어가시죠.” 지아는 곧장 조경숙을 부축하며 물었다.“여긴 참 아름다워요. 하지만 오랜 시간 혼자 계시면 아주 적적하시겠어요.” “저는 원래 조용한 걸 좋아해요. 게다가 우리 소씨 가문은 단합이 잘 돼서 자식들이 자주 찾아오거든요. 그래서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시하 오빠가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으니, 앞으로 사모님의 곁에서 계속 함께 할 거예요.” 시하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단지 식사하러 왔을 뿐, 함께 머물겠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지아와 지내며 그녀가 침착한 성격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굳이 나서지는 않았다.조경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네요. 아들이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있어서 늘 걱정했는데, 이제부터 함께 지낼 수 있다니 정말 좋아요. 더군다나 선생님과 아이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네요.” 조경숙은 곧장 임현숙에게 객실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언젠가 시하 오빠의 다리도 다 나을 날이 올 거예요.”“자녀분들이 이렇게 출중하신데, 사모님께서도 몸을 잘 돌보셔야 하고요, 아셨죠?” “그래요,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낫다는 건 저도 잘 아니까요.” “조심하세요, 앞에 계단이 있어요.”지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계단 쪽으로 다가가자 계단 앞에 달린
조경숙은 몸이 약해 매일 잠깐씩 잠을 잤다. 시하는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야 지아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물었다.“지아야, 솔직하게 말해줘. 어머니 상태는 어때?” 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모님께서도 중독된 증상이 있었어요. 게다가 사모님의 눈도 과도한 눈물로 망가져 버린 게 아니라, 독으로 인해 망막이 손상된 것 같아요.” 시하는 얼굴 가득 분노가 서렸다.“대체 어떤 새X가 겁도 없이 우리 어머니까지 해치려 한 거지?!” “오빠, 듣기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오빠와 사모님의 검사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일 거예요. 그 사람은 손을 써서 모든 걸 덮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거고, 소씨 가문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일 거예요.” “지아야,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저는 그 사람이...”지아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난처한 표정은 임현숙이 급히 달려왔다.“큰일 났습니다!”“도련님, 방금 전화가 왔는데, 시언 도련님께서 오시는 길에 사고를 당했고, 시월 아가씨는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답니다!” “뭐라고요?!”시하는 걱정돼 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지아가 빠르게 그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임 집사님,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둘째 형한테 교통사고가 났는데, 왜 월이까지 다친 거죠?” “제가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시언 도련님은 여기로 오던 길에 시월 아가씨와 만나셨고, 같은 차를 타고 오다가 사고가 난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둘째 형에게 그렇게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을 줄이야!’ “일단 병원에 가봐야겠어요.”“소 선생은 우리 어머니의 곁에 있어 줘. 어머니께서도...” “천천히요.”지아가 시하를 붙잡았다.“이럴 때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해야 해요.”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둘째 형과 월이가 다쳤어! 우리 소씨 가문은 더 이상 어떠한 위기도 감당할 수 없다고!” 다급한 상황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것은 누구나 알 만한 이치였다. 하지만 어둠
흰색 정장을 입은 채 다가오는 남자, 그는 전반적으로 온화하고 세련된 느낌을 풍기는 소명담이었다. “먹이를 너무 많이 주면, 과식한 물고기들이 소화불량에 걸릴 뿐만 아니라, 수질도 나빠질 수 있거든.”“뭐든 적당한 게 가장 좋은 법이잖아? 선을 넘으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겉으로는 물고기에 대해 걱정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지아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다. 지아는 무무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공식적인 미소를 띠었다.“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저희 아이가 아직 철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쪽은...?” “소명담이라고 합니다. 오늘 시하 형님께서 의사인 친구분을 모셔 왔다길래 와봤는데, 그쪽인가 보군요. 젊은 나이에 시하 형님의 만성적인 두통을 치료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무래도 저를 과하게 칭찬한 모양이네요. 시하 오빠의 병은 마음의 매듭에서 비롯된 거예요. 그래서 그 매듭을 풀자마자 깊은 잠을 자게 된 것뿐이고요.” “절대 제 의술이 대단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명담이 지아를 유심히 살폈다. “이렇게 젊고 겸손한 의사는 드문데 말이죠. 그래서 시하 형님도 특별히 대하시는가 봅니다.” 눈앞의 여인은 평범한 외모에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도 없었지만, 솔직히 기품이 넘쳤다.‘나를 마주하면서도 전혀 물러서지 않잖아? 저 눈동자도... 정말 아름답네.’ “저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지아는 이 주제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명담이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왜 시하 형님은 안 보이죠?” 지아는 명담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만약 이번 일이 저 남자와 관련이 있다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걸 거야.’ “방금 시언 도련님과 시월 아가씨께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갔어요. 정말 큰 일이죠... 도련님과 아가씨께서 어떤 상황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으니까요!” “어떻게 그런 일이! 시언 형님과 월이는 괜찮은 겁니까?” “구체적인 상황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
조경숙이 명담의 손등을 두드렸다.“명담아, 네가 나를 걱정해 주는 건 잘 알지만, 지난 6개월간 그렇게 많은 의사들이 왔다 갔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어. 내 눈은 아마...” “큰어머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꼭 좋아지실 거예요.”“우선 앉아서 물 한잔하세요.” 조경숙이 물잔을 받아서 들었다.“명담아, 이렇게 자주 와줘서 늘 고맙게 생각해. 네가 없었으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지 모르겠구나.” “큰어머니, 큰어머니를 돌볼 수 있다는 건 제 복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부끄럽습니다.”지아는 조용히 옆에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명담에게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조경숙을 바라보는 눈빛은 결코 가식적이지 않았다. ‘만약 저게 연극이라면, 정말 대단한 수준인 거야.’ 조경숙은 물을 다 마시고 나서야 옆에 있던 지아와 무무의 윤곽을 보았다. 그녀가 지아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소 선생님, 이리 와보시겠어요?” “사모님.”지아가 얌전히 조경숙의 곁에 섰다. “사양하지 말고 앉으세요. 부디 여기가 소 선생님의 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전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정말 즐거웠거든요.”“참, 시하는 어디 갔나요?” 지아는 조경숙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찾았다.“시하 오빠는 객실에서 쉬고 있어요. 제가 사모님 곁에 있어 드릴게요.” “그래요, 그럼 저랑 여기저기 좀 걸을까요? 시하는 저녁 먹을 때쯤 깨우면 되니까요.” 조경숙의 얼굴에는 어머니의 자애로움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 얼굴은 지아가 다소 어색함을 느끼게 했다. 심지어 조경숙이 말을 걸 때마다, 나이가 많지 않은 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아는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조경숙의 얼굴에는 인위적인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일부 부잣집 사모님들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갖은 노력을 들이지만, 그런 얼굴은 지속성이 훌륭하지 않아서 단번에 알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소씨
한참을 돌아다닌 후, 지아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상황은 좀 어때요?”시하의 목소리에는 다소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별로 좋지 않아. 내가 도착했을 때 둘째 형이 팔을 심하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 월이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는데, 아직도 의식이 없고.]지아가 미간을 찌푸렸다.“하필 팔이라니, 디자이너가 팔을 못 쓰게 된다면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시하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가 예전에 다친 곳은 발이지 않은가. [운전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는데,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해 운전자가 마약을 한 상태였대. 돈도 없고, 결혼도 못한 마약 중독자였던 거지. 약물을 과다 복용한 채로 도로를 질주한 모양인데, 체포된 후에 경찰서에서 목숨을 거뒀어. 이제 증거가 없어서 막다른 길에 놓인 셈인데... 어쩌지?]지아는 시하의 억눌린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오빠,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니면 제가 가서 한번 볼까요? 어쩌면 시언 도련님의 팔을 되살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참, 네 의술이라면 문제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머니는...”시하는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 “여긴 안전할 거예요. 경호원들과 무무를 남겨둘 거거든요.” 시하는 지아가 왜 무무를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냥 세 살짜리 아이라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 비록 시하도 원치 않았지만, 상황이 불투명한 데다가, 어둠 속에 있는 상대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닌 꼴이 되어버린 꼴이었다. ‘둘째 형의 팔이 그 지경이라면, 더 나은 방법이 없겠어.’ 지아가 전화를 끊고 무무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무무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지아의 옷깃을 꽉 잡았는데, 아무래도 그녀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듯했다. “엄마는 반드시 조심할 거야.”“아가, 너는 원봉 아저씨와 함께 있어. 그분이 널 지켜주실 거야. 엄마는 금방 다녀올게.” 지아는 떠나기 전에 또 원봉에게 몇 가지를 당부했다.게다가 조경숙에게 작별 인사를 할
조경숙이 갑자기 납치되면서 소씨 가문의 안팎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병상에 누워 있던 시언조차 몸을 일으키려 애썼으니 말이다. 시후는 곧장 소명담의 본가로 향했다.‘사람은 도망칠 수 있어도 근거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지.’ 하지만 소명담을 잡기도 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한편, 지아는 무무의 머리를 땋고 있었는데, 아이의 머릿결은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 까만 머리카락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도윤은 모녀의 곁에서 작은 수납 상자를 들고 서 있었고, 상자 안에는 아이들의 머리끈과 머리핀들이 가득했다. 도윤이 초록색 리본 모양의 머리핀을 건넸다.“이걸로 하자. 초록색이 예쁘잖아.” 지아는 그것을 받아 무무의 머리를 묶어주었고,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우리 딸, 정말 예쁘다.”무무의 초록색 눈동자에 웃음기가 만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한 손으로 지아를, 다른 손으로 도윤을 잡고 아주 행복해했다. 바로 이때, 진봉이 급히 들어왔다.“사모님, 나쁜 소식입니다!” 지아는 대충 짐작이 갔다.“소명담이 도망친 거야?” 이는 지아도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소명담이 그렇게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을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요, 죽었습니다.”지아가 빗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며 물었다.“뭐라고? 죽었다고?” 이것은 지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말도 안 돼!’“그게 말이 돼? 설마... 그 사람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까?” 지아는 과거 자신과 대면했던 소명담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그런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고?’ 그때 진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진봉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 같네요.”“소명담은 죽은 게 맞습니다만, 죽은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본 소명담은 누군가가 변장했던 거야?” 지
아무도 소시월의 입가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관찰하던 지아는 시월의 표정을 정확히 포착했다. 시월은 마치 자기 행동을 들킨 것처럼 고개를 돌려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 곧이어 시월은 다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소 선생님,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지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아가씨께서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시월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지아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소 선생님, 오랫동안 고생하셨으니 잠시 옆 방에서 쉬는 게 어떠세요? 여긴 우리가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지아는 은근히 자기 손목을 향하는 시월의 시선을 감지했다.그 손목은 몇 년 전 도윤의 총에 맞았던 곳이었다. “아가씨, 왜 그러세요?” “피부가 정말 하얗고 매끄러우시네요. 정말 부러워요. 평소엔 어떻게 관리하세요?” 지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는데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시네요? 평소에 가족에게 효심이 지극하신 분이, 왜 이런 일엔 관심이 적으신 거죠?” 지아의 말은 정확히 급소를 찔렀고, 시월은 당황한 듯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소씨 가문에 이렇게 많은 일이 연달아 터지는데, 제가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저 지금은 제가 조급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오빠들을 도와 손님들을 챙기려 했던 거라고요.”“그런데 소 선생님께서 갑자기 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하시니까 조금 속상하네요.” 두 사람은 몇 번의 수를 주고받았지만, 어느 쪽도 명확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시월은 지아의 정체를 의심했다. 그녀는 지아의 손목에 총상 흉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앞의 지아는 매끈한 손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혀 총알 자국이 없었다. 지아 역시 시월에게서 의심스러운 점을 느꼈다.하지만 모든 증거가 소명담을 가리키고 있었고, 시월과는 아무런 관련이
“세라야,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줘.”시하가 부드럽게 설득했다. 시하와 강세라의 대화는 다른 방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하 오빠의 미남계가 통한 모양이네요.” 시후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분노했다.“역시 그 자식일 줄 알았어!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지아는 마음 한편이 실망스러웠다. 지아는 모든 일이 시월과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 순간, 양지운이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왔다. “소 선생님, 사모님께서 사용하시는 화장품과 약물을 검사했는데, 매일 사용하시는 안약에서 추가적인 약물이 발견됐습니다. 그 약물은 정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시력을 저하시켜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나쁜 새X!” 시후가 분노하며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증거를 잡았어! 양 비서, 당장 그 자식을 붙잡아! 우리 소씨 가문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여태까지의 모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고!”“예!”시하가 시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형, 너무 화내지 마. 화내다 몸 상하면 안 되잖아. 이제 그 능구렁이를 잡았으니, 나도 안심이야.”지아는 옆에서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았다.“지아야, 왜 아직도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모든 게 네 계획대로 되고 있잖아. 혹시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지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든 게 계획대로라는 게 오히려 마음에 걸려요. 너무 순조롭잖아요.” “순조로운 게 어때서?” “그냥 좀 불안해요. 물론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이제 원인을 찾았으니, 사모님께선 약물을 끊은 후에 제대로 진찰받고 휴식까지 취하시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좋아, 나는 이 좋은 소식을 시언이한테 알려야겠어.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야.”“저도 같이 갈게요.” 지아는 곧 동이 트려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모든 일이 해결되었으니, 남은 일은 소 선생님께 맡기면 될 거야.’ 하지만 그때 불길한 소식이 전해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양지운이 급히
강세라의 얼굴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왜 안 된다는 거야?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말해줘. 내가 전부 해결해 줄게.” 시하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에겐 아마 아이도 있었을 거야. 네가 그랬잖아, 너 닮은 아들이랑 나 닮은 딸 하나씩 낳고 오순도순 살자고. 세라야, 시간을 더 낭비하려는 건 아니지?” 강세라가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이미 큰 금기를 어겼어. 나는 한낱 바둑돌일 뿐인데, 바둑돌은 임무 대상에게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되는 법이잖아. 하지만 나는 이제 시하 씨의 따스함을 외면할 수가 없어.’ 강세라는 이미 시하를 해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수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단 하루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으며, 시하에 대한 사랑 또한 포기할 수 없었다.“세라야, 두려워하지 마. 네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반드시 널 지켜줄 거야.” 강세라는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어 말했다.“하지만 내 가족이 아직 그 사람들의 손에 있어요. 내가 입을 열면, 내 가족들이 죽을 거라고요! 내 조카는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에요. 이제야 인생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강세라는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가족이 위협받는 바람에, 나는 그동안 당신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원망스럽다면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아요. 나는 절대로 말할 수가 없으니까요.”“세라야, 소 선생님을 암살하려던 건 이미 실패했어. 우리가 너를 잡았다는 소식도 벌써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네가 말하지 않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야.” 강세라는 그제야 눈을 크게 떴고, 시하의 손목을 꽉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시하 씨, 나는...” “지금은 나를 믿어야 해. 나만이 진심으로 너를 도우려는 사람이니까. 가족이 걱정되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 나는 이미 삼 일 전부터 네 가족들의 행방을 알아냈고, 사람을 보내 보호하고 있었어. 믿기 어렵다면 지금 바로 전화해서 확인해
직접 마주한 이 순간, 지아의 말이 진실임이 입증되었다. 처음부터 강세라가 그에게 접근한 이유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시하가 강세라의 입에 물린 천을 제거하자, 강세라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며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미안해요.”강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속였어요.” 시하는 강세라를 와락 끌어안았다.“세라야,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네가 살아 있다니 정말 다행이야.” 강세라는 시하가 진실을 알게 된 후 분노할 줄 알았지만, 그는 그녀를 꼭 안으며 뜨거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시하 씨, 당신을 속였는데도 날 원망하지 않는 거예요?” “원망해,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 하지만 네가 살아 있는 것에 비하면 그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알지? 난 수년 동안 밤낮으로 신께 기도했어. 왜 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고 너였어야 했냐고. 너만 살아 있다면 나는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고.” 시하는 곧장 강세라의 손발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강세라는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럼 소 선생님과는...” “소 선생님은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내게 알려준 사람이야. 그때의 나는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기회가 없어서 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이런 연극을 꾸몄던 거야.”“세라야,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랑한 사람은 오직 너뿐이야. 내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 없었어.” 세라의 몸을 묶고 있던 줄이 모두 풀리자, 두 사람은 재회한 기쁨에 망설임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알아요,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미안해요, 시하 씨, 내가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예요.” “세라야, 다시 나한테 돌아와 줄래? 난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 “나는...”강세라는 머뭇거리며 지난날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시하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받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리를 다쳐서 싫어진 거야?” “아니에요!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강세라가 시하의
“도윤 씨, 당신이랑 함께 떠날게. 하지만 강세라의 일을 마무리할 시간을 줘. 그 여자의 일이 끝나는 대로 떠나자, 응? 그리고 사모님의 눈 치료도 약속했단 말이야. 더 지체되면 사모님은 정말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몰라.” “지아야, 네가 의술에 뛰어난 건 알겠지만, 세상에는 너만큼 뛰어난 의사도 많아. 내가 두려운 건 네가 더 깊이 관여하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거야... 여긴 A시가 아니야. 일이 더 크게 번지면 나도 널 지킬 수 없을지도 몰라.” 지아는 도윤의 단호한 결심을 느끼고 간절히 부탁했다.“3일, 3일만 더 있으면 안 될까?” 도윤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딱 3일이야. 3일 후에는 나랑 집으로 가야 해, 알았지?”두 사람은 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 지아에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강세라는 그들 뒤에 숨어 있는 진범을 잡을 중요한 열쇠였다. ‘강세라가 모든 걸 털어놓기만 하면, 삼 일도 걸리지 않아 모든 미스터리가 풀릴 거야.’ 지아는 이 소식을 소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렸고, 소식을 접한 시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잡았어? 나도 곧 갈게.][맞다, 지아야, 네가 말한 대로 어머니께서 최근에 사용하신 약과 화장품 샘플을 검사에 맡겼어. 곧 결과가 나올 거야.]“좋아요.”지아는 이 소식을 시하에게도 전하며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시하는 멍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진 듯했다. 시하는 수년 동안 강세라의 죽음에 얽매여 살아왔다. 이전에 지아가 강세라가 살아있을 가능성과 그 의도를 추측했을 때도, 그것은 단지 말뿐인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강세라가 실제로 잡혔다는 사실 앞에서, 시하의 마음은 복잡해졌다.강세라가 단순히 죽음에서 돌아온 것이라면 시하는 기뻤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증거는 강세라가 소씨 가문을 공격하는 계획에 가담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강세라를 향한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시하는 그녀를
뒤돌아보지 않아도, 지아는 자신을 향한 차가운 한 줄기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저도 오래 기다렸답니다.”지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키가 조금 작은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록 그 사람은 철저히 변장한 상태였으나, 지아는 단번에 그 사람의 눈을 알아보았다.“강세라!”지아가 자신의 이름을 바로 부르는 것을 보고, 상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어떻게...” 지아를 위해 준비한 함정이 결국 자신을 묶는 족쇄가 되었음을 느낀 강세라는 자신의 목적을 되새기며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탕!총성이 울리자 강세라의 손목에 총알이 박혔고, 강세라가 들고 있던 총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골목 입구에는 훈련받은 사람들이 가득 서 있었고, 강세라는 손목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소리쳤다.“저 X을 죽여!!” 모든 상황은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졌다. 강세라의 부하들이 행동하기도 전에, 골목 입구 2층에서 몇 명이 뛰어내려 잽싸게 강세라의 부하들을 제압해 버렸으니 말이다. 혼란을 틈타 지아를 향해 총을 쏘려던 한 사람은 뒤에서 덮친 누군가의 일격으로 즉시 쓰러지기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세라가 데려온 여섯 명은 모두 능숙한 사람들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강세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총을 쏜 사람을 바라보았다. 골목 입구에 서 있는 그는 키가 컸으나, 역광으로 인해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차가운 시선은 강세라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남자는 느릿느릿 걸어왔고, 말 한마디 없이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를 본 지아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여긴 왜 왔어?” 도윤이 지아 옆에 서더니 자연스레 그녀를 품에 안았다. 도윤은 먼 길을 고생하며 달려왔고, 전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해 목소리가 다소 쉰 듯했다. “더 늦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다정한 두 사람을 본 강세라는 욕설을 퍼부었다.“이 더러운 X아! 감시 시하 씨를 두고 다른 남자와 놀아나?! 난 이미 네 속셈을 알고 있었
지아는 자연스레 시하의 목을 끌어안으며 목소리를 약간 높였다.“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둘째 도련님은 꼭 나아질 거예요. 오빠의 몸까지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요.” 시하는 지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깊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내 곁에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을 거야.” 지아는 얌전히 시하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고, 두 사람은 연인처럼 낮게 속삭였다. 지아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자,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가봐야겠어요. 맞다,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죠? 뭐 좀 사 올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람만 무사하면 다 잘될 거예요.” “그런 일은 경호원이 하면 돼.” “어차피 병원에선 제가 도울 일이 별로 없잖아요. 오빠의 입맛은 제가 더 잘 아니까 제가 다녀올게요.” 이 말을 끝으로 지아는 시하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지아는 병원을 떠나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나서는 기척을 느꼈다. 한편, 눈빛이 변한 시하가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어. 따라가서 소 선생님을 보호해!” 병원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많아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경호원들은 지아를 따라나섰다. 지아는 고의로 시간을 끌며 강세라라는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 며칠 강세라는 질투심에 미쳐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간신히 기회를 찾아 행동에 나섰는데 강세라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지아는 근처 야시장으로 향했다. 신호등의 초록불이 켜지고 막 건너려던 순간, 멈춰 서 있던 차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지아를 향해 돌진했다.불빛도 경적도 없는, 뒤에서 덮치는 호랑이와 같은 기습 공격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때는 이미 차가 지아에게 근접한 상태였다. 다행히 지아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차가 다가오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운이 좋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인도는 비명으로 가득 찼다. 어떤 사람은 가까스로 달아났고, 어떤 사람은
시언은 지아가 왜 시월의 반응을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월이를 두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월이를 제 품에 안은 거죠. 이게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겁니까?” 지아는 차마 시언에게 냉혹한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아직은 증거를 모아야 해’ ‘이 사람들은 소시월을 너무도 아끼는 사람들이라, 늘 눈에 장밋빛 필터를 쓰고 있어.’ “아니요, 도련님은 정말 훌륭한 오빠였습니다. 저는 단지 당시 상황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그러니 조금만 진정해 보세요. 제가 시하 오빠의 다리를 고쳤듯이, 도련님의 손을 고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정말입니까?”“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럼 시하의 다리가 이미 치료되었는데, 왜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거죠?” 지아가 시언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소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검은 손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인즉슨...”지아는 그제야 모든 계획을 시언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시언 도련님.”“그동안 도련님도 제 의심의 대상 중 한 명이였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았던 거예요. 이런 곤경을 겪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시언은 잠시 멍하니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모든 것을 서서히 받아들였다.그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 디자인에 몰두하던 사람이 오늘 병상에 누워서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계획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큰형이 계속 많은 경호원을 대동하라고 했던 거군요. 저는 그저 형의 과민 반응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형은... 제가 정말로 사고를 당할까 봐 두려웠던 거였어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소 선생님, 그 사람은 대체 누굴까요?” “처음에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오늘 일로 약간의 실마리를 잡았어요.”“도련님, 제가 이 비밀을 말하는 이유는 도련님께서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소씨 가문은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