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아는 이미 그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남자가 웃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말이 끝나자, 그는 한쪽의 진환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쾌속정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그는 절대로 소지아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말이 떨어지자 그는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그대로 쓰러졌다.이렇게 여러 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데다 고열까지 더해져 이도윤은 예상했던 대로 쓰러졌다.진환은 점점 멀어지는 쾌속정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사모님, 얼른 도망가세요.’이도윤의 말은 줄곧 소지아의 머리속에 맴돌았다. 비록 쾌속정이 이미 멀리 떠났다 하더라도 그녀의 몸은 여전히 조금의 온도도 없었다.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제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영혼이 마치 뽑힌 것 같았다.전효는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밀크티 한 잔을 건네주었는데, 지금은 온도가 조금밖에 없었다.“무서우면 내가 다시 데려다 줄 수 있어.”소지아는 한 모금 마시더니 마음속의 먹구름이 단맛에 의해 사라졌다.“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소지아는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손가락으로 밀크티 컵을 꼭 쥐었다.“그는 나를 잠그고 그 방을 떠나지 못하게 할 거예요.”전효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이미 새 애인을 찾았는데, 왜 여전히 당신에게 이렇게 강한 소유욕이 있는 거지?”“소유욕이라기 보다는 미움이 더 많겠죠. 그는 우리 아버지가 그의 여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된 것도 전부 그와 관련이 있는데.”소지아는 슬퍼서 숨을 쉴 수 없었다.“나는 그의 아들을 죽일 생각을 해선 안 됐어요. 결국 그를 조금도 다치게 하지 못하고 나 자신까지 불구덩이로 밀어 넣었으니까요. 난 정말 쓸모가 없어요.”그녀는 원래 이도윤을 평생 슬프게 하려고 했는데, 자신이 이지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요 며칠 심지어 그를 살찌웠을 줄 누가 알았을까.“나는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병신이에요. 난 지금 그와 같이 죽어야지,
이 섬에 있으면 그녀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어떤 이유로든 그녀는 당분간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눈을 뜨고 하늘이 어둠에서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았고, 일어나서 섬을 돌아다녔다.모두들 그녀에게 선의를 표하며, 열정적으로 그녀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아침을 먹게 했고, 또 그녀가 보내온 일부 재료에 감사를 표시했다.민이는 그녀보다 일찍 바닷가에 앉아 그녀가 구입한 화구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소년의 아름다운 얼굴은 흥분으로 가득했다.“지아 누나, 예뻐요?”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 소년은 다른 사람이 없는 생기를 가지고 있었다. 전에는 흑백만으로도 충분히 그녀를 놀라게 했지만, 색채를 더하니 더욱 훌륭했다.소지아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예쁘게 그렸네.”이렇게 좋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만약 더 많은 지식을 배운다면, 그는 장래에 반드시 큰 성과를 거둘 것이다.“그래도 누나가 잘 가르친 보람이에요. 누나, 계속 섬에 있을 거죠?” 민이는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응.” 소지아는 목소리가 나지막했는데, 그녀 자신조차도 여기에 얼마나 더 머물 수 있을지 몰랐다.‘이도윤과 죽음 중 어느 것이 먼저 올지 모르겠어.’“누나, 안색이 안 좋아보여요. 요 며칠 줄곧 우울한 것 같은데, 지윤이가 걱정되는 거예요?”“그는 잘 먹고 잘 잘고, 매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의 시중을 들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앞으로 며칠간 여전히 잠잠했고, 그 따라 어떤 의심스러운 사람도 섬에 오르지 않아 소지아는 마침내 천천히 한숨을 돌렸다.이 해역은 무척 컸고, 게다가 지도에도 없는 이 작은 섬은 원주민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은 이 섬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드론으로 정찰해도 바다에 바람이 많이 커서 눈이 많이 내리는 이런 악랄한 날씨에 장거리 비행이 불편했다.적어도 이도윤이 그녀를 찾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소지아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생겼다. 그녀는 이미 계획을 세웠는데, 이도윤의 인내심이 사라지면, 그 주모자의 인
전효는 소지아를 데리고 숲속으로 갔다. 여기에는 나무로 만든 집이 하나 있었는데, 이틀 전에 민이가 그녀를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다.그러나 전효는 낙엽을 쓸어 버린 다음 그녀를 데리고 지하 비밀 기지로 들어갔다.지하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그는 기름등잔에 불을 붙였다. 부드러운 빛은 순식간에 전 기지를 밝게 비추었고, 소지아는 그 속에 보관되어 있는 물건을 보았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거 모두 전효 씨 거예요?” 그녀는 벽에 걸려 있는 총과 무기를 가리켰다.남자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고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곧장 작은 권총 하나를 들고 소지아의 손에 놓았다.“권력은 영원히 강한 사람의 손에만 달려 있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신은 자신을 보호할 무기가 필요해.”소지아는 무거운 총을 만지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침을 삼키며 물었다.“나에게 주는 건가요?”전효의 가면 아래에 있는 검은 눈동자는 진지함을 드러냈고,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만약 도망가지 못한다면, 나는 이게 당신의 마지막 선택이길 바라.”그는 총을 자신의 가슴에 겨누었다.“이 위치를 기억하고, 방아쇠를 당겨. 그럼 한방이면 죽을 거야.”소지아가 악몽에 놀라 깨어난 밤마다, 전효는 알고 있었다. 그가 침묵하길 좋아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것은 아니었다.“악몽을 꾸고 싶지 않으면, 그 악몽의 근원을 찾으면 돼.”소지아는 겁에 질려 고개를 끄덕였다.“자, 내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쳐 줄게.” 전효는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그의 동작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길쭉한 손가락은 유연하게 총을 분해했다.“총을 쏘기 전에 이것에 대해 잘 알아야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는 법.”“알겠어요.”소지아는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앞으로 자신이 어떤 일에 부딪칠지 그 누구도 모른다.그녀는 지금 체력이 너무 약해서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있어도 나쁘지 않았다.그러나 소지아는 짧은 시간에 분해와 조립을 배웠고, 전효의 눈에는 놀라움이 스쳤다.“아주 잘했
“그래, 바로 이거야. 눈빛은 좀 더 확고하게. 만약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는다면, 다음에 다치는 사람은 여전히 너 자신일 뿐이야. 과거에 당한 일을 생각해 봐.”펑하는 소리와 함께 소지아는 방아쇠를 당겼고, 팔이 저렸다. 그녀는 아직 이렇게 강한 후좌력에 적응하지 못했다.비록 과녁의 중심을 맞히지 못했지만, 그대도 과녁을 명중했다.“잘했어, 스스로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돼.”전효는 다시 한번 소지아의 뒤에 서서 그녀의 자세를 조정한 후에 그녀의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지아야, 지금부터 넌 자신의 태양이 되어 그 누구의 빛을 빌릴 필요가 없어. 넌 태어날 때부터 날개가 있어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야 하는데, 왜 땅에 엎드려 기어가려고 하는 거지?”소지아는 마치 먼 곳에 있는 과녁이 지금의 자신인 것처럼 느꼈다.반짝반짝 빛나는 그녀는 언제부터 남에게 허리를 굽신거리며 곳곳에서 남의 겨냥을 당하는 과녁이 되었을까?이런 자신은 이도윤이 싫어할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조차도 몹시 증오했다.빵!총알은 쏜살같이 날아가며 과녁의 중심을 맞혔다.“봐, 이것이야말로 네 진정한 실력이야.” 전효는 손을 놓았다.“여긴 다른 것은 없지만 총알은 충분하지.”소지아는 전효를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려 그의 신분을 물으려 했다.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기에 소지아는 의문을 삼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그 후 며칠, 소지아는 매일 여기에 왔는데, 전효도 숨기지 않고 그녀에게 많은 전투 방식과 수단을 가르쳤다.그는 심지어 그녀를 데리고 산속의 산토끼와 닭을 사냥하러 갔고, 소지아는 무척 똑똑해서 무엇이라도 엄청 빨리 배웠다.며칠이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스스로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 소지아는 토끼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미 능숙하게 토끼의 가죽을 벗기고, 야외에서 물고기의 배를 가른 후 불을 지펴 생선을 구울 수 있었다.이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생활이었다.
순간, 벌거벗은 건장한 몸이 눈에 들어왔다. 전효의 피부는 이도윤보다 좀 까맸는데 완벽하게 태닝 된 몸이었다.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뚜렷한 가슴 근육, 그리고 이도윤과 마찬가지로 그의 몸에도 흉터가 있었다.물방울은 그의 건장한 배를 타고 흘러내렸고,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성의 야성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전효는 통발을 안고 햇빛은 그의 뒤에 있는 해면을 비추며 눈이 부셨다. 비록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수척한 턱에서 그의 기분이 매우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많이 잡았어요.”전효는 맨발로 뭍으로 올라왔고, 바닷물은 그의 바짓가랑이를 따라 흐르면서 그의 동작에 따라 복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소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불을 지펴 생선 구우러 갈게요.”“응, 내가 내장을 처리할게. 운이 좋아서 게도 몇 마리 잡았어.”소지아는 재빨리 마른 나무가지와 장작을 주웠고, 장작을 안고 내려오자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우웩…….”“왜 그래?” 생선을 처리하고 있던 남자는 얼른 다가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소지아를 바라보았다.소지아는 헛구역질만 했고, 위를 어루만지며 안색이 좀 안 좋았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불편해서. 이미 습관됐어요.”“많이 아파?”물방울 한 방울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고, 소지아는 고개를 들어 가면 아래의 남자의 간절한 두 눈과 마주쳤다. 물방울은 남자의 머리끝을 따라 끊임없이 아래로 떨어졌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거의 반쯤 쪼그리고 앉은 채 남자의 품에 완전히 안긴 것을 발견했고, 남자의 몸에 있는 열기가 물기와 함께 그녀의 몸으로 곧장 파고들며, 애매한 분위기가 조용히 두 사람 사이에서 퍼졌다.비록 두 사람은 스킨십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남자를 마주하고 있으니 소지아는 여전히 좀 불편했다.전효도 이것을 의식한 듯 급히 뒤로 물러섰고 소지아는 그제야 대답했다.“아프진 않지만 그냥 구역질이 좀 나요.”아주머니는 그녀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찾아
“아, 너 아직 모르구나. 요 며칠 헬리콥터가 요 근처에서 계속 날아다녔는데,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은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어. 텔레비전에서 본 것과 똑같나니까.”옆에 있는 전효는 즉시 깨달았다. 틀림없이 이도윤이 찾아왔을 것이다.그는 재빨리 한쪽의 작은 약방에 들어가 필요한 물품을 샀고, 철이도 급히 들어왔다.“형님, 큰일 났어요. 헬리콥터가 이륙했는데, 보아하니 우리의 섬을 향해 날아가는 것 같아요.”전효는 물건을 받은 뒤,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빨리 돌아가자, 그들 전에 도착해야 해.”철이는 머리 위를 나는 헬리콥터를 보고, 우울하게 풀을 씹었다.“젠장, 나는 게 우리의 배보다 확실히 빠르긴 하군요. 몇 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멀리 날아갔다니, 형님, 지금 빨리…….”철이는 전효를 재촉하려고 싶었는데, 그가 엔진을 너무 빨리 밟아서 연기까지 나는 것을 발견했다.배는 바다를 가로질렀고, 뱃머리는 큰 물보라를 일으켰는데, 쾌속정은 이미 전력을 다했다.전효는 하늘의 헬리콥터를 쳐다보았고, 눈빛은 음산한 기색이 역력했다.헬리콥터와 쾌속정은 마치 이도윤과 그의 실력차이와 같았다.그는 전력을 다해도 이도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그래도 전효는 소지아를 구해야 했다.섬에서.아주머니는 특별히 소지아에게 담백한 살코기 죽 한 솥을 끓였고, 호호 불고서야 소지아에게 건넸다.“얘, 뜨거울 때 얼른 마셔. 아이가 있든 없든 몸이 최우선이야. 먹고 싶지 않아도 좀 먹어야 해.”“고마워요, 아주머니.” 소지아는 몇 모금 마셨지만 가슴은 여전히 떨렸다.몇 모금 먹기도 전에, 하늘에서 프로펠러가 빙빙 도는 소리가 들렸고, 민이도 하늘을 나는 헬리콥터를 발견했다.“지아 누나, 빨리 봐요, 헬리콥터가 엄청 많아요.”소지아는 당황하여 손에 든 그릇을 땅에 떨어뜨렸다.그녀는 문턱을 짚고 중얼거렸다.“왔어, 그가 찾아왔어…….”소지아는 이곳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며 이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민이는 다짜고
소지아는 마침내 이도윤이 무엇때문에 자신을 찾았다는 것을 확신했는지 알게 되었다. 이지윤은 비록 말을 할 줄 모르지만 멍청하지 않았고, 섬에서 일주일을 살았으니 그는 이 섬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도윤은 섬 하나 하나를 수색하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고, 이지윤을 가장 흥분시키는 이 섬만 찾으면 충분했다.바로 지금처럼, 이지윤은 헬리콥터에서 내리기도 전에 흥분한 채 작은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입에서는 “엄마, 엄마, 형, 고양이…….”라고 끊임없이 소리쳤다.그가 아는 모든 단어를 다 말한 것이었다.이도윤은 한손으로 이지윤을 안고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보아하니 바로 이 섬이군.”모든 사람들이 엄숙하게 기다렸는데, 상대방이 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감히 무시할 수 없었다.진봉도 히죽거리며 웃는 얼굴을 접고 무전기로 무슨 말을 했고, 곧 바다에 군함 한 척이 나타나 사방팔방에서 작은 섬을 포위했다.저격수는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고, 방탄복을 입은 다른 특전사들은 헬리콥터에서 밧줄 사다리를 타고 산림으로 속속들이 내려왔다.소지아는 자신 때문에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출동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이씨 집안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상업 제국의 꼭대기에 서 있는 이 남자가 뜻밖에도 이리 쉽게 육해공군을 소집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점점 더 많은 함선, 헬리콥터, 특전사들이 해안에 상륙하고 있었다.이제 그녀가 있는 곳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이지윤은 흥분해하며 이도윤의 품에서 발버둥 쳤고, 이도윤은 근처에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놓았다.“아들, 가서 엄마 찾아와.” 이도윤의 눈에는 자신감으로 넘쳤다.‘소지아, 이제 또 어디로 도망갈 수 있는지 한 번 보자.”이지윤은 군견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했다. 그는 섬의 환경에 대해 아주 익숙했고, 진봉은 끊임없이 소리쳤다.“작은 도련님, 천천히 가세요. 넘어지지 말고요.”이지윤은 작은 엉덩이를 움직이며 재
이도윤은 나무문을 열었고, 안의 인테리어는 무척 간단했으며 가구는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작은 침대 하나 있는 것 외에 옆에는 화판이 더 놓여 있었다.달빛 아래에 벚나무가 그려져 있었고, 섬은 달빛 아래에서 유난히 고요해 보였다.그림을 그린 사람은 재능이 뛰어났고, 이도윤은 단번에 소지아가 그린 것임을 알아차렸다.확인한 이 순간, 그는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했다.‘드디어 찾았군.”옆에는 두터운 그림이 한 무더기 더 있었는데, 이도윤은 찬찬히 살펴보았다.석양에서 고기를 잡던 남자들이 돌아오자 여자들과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쳐흐른 그림.한 소년이 통발을 엮고 있는 그림, 한 소년이 아침 햇살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림, 그리고 한 금속 가면을 쓴 남자가 벚꽃나무 아래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그림.소지아는 무심코 그렸을지도 모르지만, 이도윤은 이 그림에서 다른 한 층의 의미를 보아냈다.‘이 남자가 그녀를 데려간 거야.’이도윤은 온몸에서 차디찬 한기를 발산했고, 그는 이 그림을 들고 아주머니 앞에 가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말해봐요. 그녀는 어디에 있죠?”소지아는 이도윤이 아주머니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바로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고,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언제 돌아왔는지 모르는 전효였다.소지아는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그가 왔어요!”“알아, 겁내지 마.” 전효는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위로했다. “내가 널 데리고 떠날게. 따라와.”소지아는 당황하면서도 혼란스러웠고, 재빨리 전효를 따라 오솔길에 들어서며 섬에서 나왔다. 그곳에는 쾌속정 한 척이 세워져 있었고, 이제 그녀가 쾌속정에 오르기만 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소지아는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가 이미 그녀의 종적을 발견하고 가장 먼저 이도윤에게 보고하였다.이도윤의 화난 목소리는 확성기를 통해 전해왔다.“소지아, 네가 감히 도망가려면 난 이 섬을
시월도 소영수의 침상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할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러셨어요... 저희가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었을 텐데요...” “아가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르신께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셨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마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게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시하가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집사님, 소식을 철저히 숨겼는데, 어떻게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신 거죠? 대체 누굽니까? 누가 전화를 한 겁니까?”“이미 번호를 추적해 봤는데, 해외에서 걸려 온 가상번호였습니다. 발신자의 신원은커녕 구체적인 IP 주소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한 모양입니다.” 양준철의 두 주먹은 떨리듯 꽉 쥐어졌고, 붉게 충혈된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뼈까지 갈아버려서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할 거라고요!” 40년 전만 해도 양준철의 수법은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양준철은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갔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질렀다. 소영수가 양준철을 부하로 삼은 것도 그의 잔혹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는데, 사람들은 양준철의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릴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양준철이 지켜야 할 은인이 눈앞에서 허망하게 떠나버렸다. 이는 양준철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오빠, 지금은 큰 오빠가 없으니까 오빠가 결단을 내려야 해. 할아버지 장례는 어떻게 할 거야?” 시하는 피눈물을 머금은 듯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입관하고 조용히 묻어 드리자. 최소한... 할아버지께서 편히 잠들도록 해드려야지. 양 집사님, 장례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시하는 소영수의 시신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할아버지, 평생을 할머니 곁에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제야 소원을 이루셨네요.”“하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시다니... 다 제 잘못입니다.
시월이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오빠, 괜찮아?” 멀찍이 떨어져 있던 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아가씨, 멀리 떨어지세요. 감정 상태가 아주 불안정한 것 같아요. 아가씨까지 다칠 수도 있어요.”“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거예요?” 장덕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방금 어르신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아직 비행기 사고로 연락이 안 되고, 시언 도련님은 이제 막 수술을 마친 터라, 지금 집안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시하 도련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시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할아버지가 왜요?” “집안에 닥친 변고를 들으신 순간 심장 발작으로...” “거짓말! 그 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시하는 옆에 있던 신발을 장덕수에게 집어 던졌고, 깜짝 놀란 장덕수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다 끝났어요, 시하 도련님도 미쳐버리셨다고요!” 지아가 침착하게 말했다.“두 분은 나가 있으세요. 시하 오빠는 제가 돌볼게요. 지금은 큰 충격을 받아서 안정할 시간이 필요해요.”“안 됩니다, 소 선생님, 그건 너무 위험해요. 도련님이 정신을 잃고 선생님을 다치게 할지도 모릅니다.”“괜찮아요. 시하 오빠의 다리 상태를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를 해칠 수 없을 거예요.” 지아가 무무를 불러 문을 잠그자, 방 안에는 차가운 공기만이 남았고,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문밖에서는 장덕수가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걸 어쩌죠... 도련님께선 원래도 심신이 불안정하셨는데, 이번 일로 완전히 무너지신 모양입니다. 이 와중에 어르신까지...”“본가로 갑시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시언이었다. 모두 고개를 돌리자, 휠체어에 앉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흉터를 감싼 붕대가 여기저기 엉성하게 드러났지만, 시언의 표정만큼은 이전과 다르게 단단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오빠...”시
그 순간, 지아의 말에 시하의 눈빛이 굳어졌다.“그러니까... 아직 우리 가문에 스파이가 있다는 거야?”“잘 생각해 보세요. 소명담의 부검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 사람이 죽은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즉, 심세호가 그 사람의 신분을 사용한 것도 몇 년 안 되는 일이라는 뜻이죠.”“하지만 소씨 가문의 불행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잖아요. 족히 십여 년은 되었다고요! 내부에서 도와주는 자가 없었다면, 그 사람이 이렇게 순조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어요?”지아의 지적에 시하는 마침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아야, 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물론 오빠를 탓할 수는 없어요. 소씨 가문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당사자는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없는 법이잖아요.”“상대는 십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판을 짰을 거예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란 뜻이죠.” 시하의 얼굴에 깊은 걱정이 스쳤다.“그럼 큰형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잖아?”조경숙이 끌려간 것도 끝이 아닐 수 있었으며, 어쩌면 그게 시작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 돼, 큰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지금 저렇게 나서는 건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일 뿐이라고!” 시하는 안절부절못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형한테 당장 알려야겠어. 그리고 이 일은 할아버지께 비밀로 해야 해. 요즘 들어 할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실 거야.” 지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하를 달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야?!”시하의 얼굴에는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극도의 긴장 속에서 작은 소리조차 불길하게 들리는 듯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또 장덕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나가 볼게요.”지아가 시하의
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절대 오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오빠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그래.”시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나는 아버지 일부터 정리할게. 월아, 집안을 부탁해.”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집안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떠나기 전, 시후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덧붙였다.“그리고 월아, 소 선생님도 우리 사람이야. 무슨 일이든 소 선생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받도록 해.” “네, 알겠어요.”사람들 앞에서의 시월은 언제나 순종적이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시월의 얼굴은 감출 수 없는 분노로 가득해졌다. “죽일 X! 그 X이 뭔데 나랑 같이 소씨 가문을 관리한다는 거야?” 심장후는 그런 시월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됐어, 우리 계획은 이미 반이나 성공했잖아. 이제 소씨 가문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거야. 이미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더 이상 발버둥칠 여력도 없을 거라고.” “그래도 분하단 말이야. 지금이야말로 소씨 가문을 접수하기 가장 좋은 기회인데...” “소시후도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걸 거야. 네가 혼란에 휩싸일까 봐 두려운 거지. 여태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조급해할 거 없어. 조금만 진정해 봐.” 시월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를 꺼내 들었는데, 심장후는 서둘러 그녀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빨간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월의 얼굴은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았다. “소씨 가문의 인간들 따위는 두렵지 않아. 이제 남은 건 그 노친네 하나뿐이야. 그 인간만 죽으면 소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거라고. 한 명은 팔 하나를 잃었고, 하나는 절름발이가 됐잖아? 이제 별거 아닌 잡것들만 남았어.”“하지만 그 노친네는 만만치 않은 상대잖아.” “그래봤자 그 노친네의 시대는 가고, 우리의 시대가 왔어. 늙은 데다가 병까지 든 노친네가 무슨 힘을 쓰겠어? 내가 불쏘시개 하나만 더 던지면, 불길은
시후도 맞장구쳤다.“역시 우리 월이가 생각이 깊구나.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왜요, 오빠?”“상대의 목표는 우리 부모님뿐만이 아니야. 우리는 연이어 위기에 처했고,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이야. 그 사람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월아, 앞으로는 외출할 때 늘 경호원을 대동하고, 출발 전에 차량도 철저히 점거해야 해. 그리고 당분간은 모든 공개 활동을 중단하도록 해.” 시월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오빠, 저는 우리 소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우리 가문은 대대로 이어져 왔고, 아빠도 많은 걸 바치셨잖아요. 아빠가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건 싫어요. 지금은 저만이 가문을 책임질 수 있는데,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복잡해질까 봐 걱정된다고요!”“네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아. 월아, 넌 우리 가문의 마지막 희망이야. 오빠들이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잖아. 게다가 아버지도 떠나시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준비를 해두셨을 테니까, 당분간은 집에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디든 나가면 안 돼, 알겠지?” 시후가 시월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정하게 말했다.“너 자신을 꼭 돌봐야 해. 오빠들은 너까지 잃고 싶지 않아.”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월이를 꼭 지킬 겁니다.” “그래.”시후가 고개를 돌려 심장후를 바라보았다.“장후야, 우리가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심세호라는 사람을 찾아냈는데, 혹시 심씨 가문의 사람일까?” 심장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심세호가 저희 할아버지의 사생아인지는 모르겠네요. 저희 아버지에게 큰아버지 이전에 사생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사람은 할아버지를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하찮은 술집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어요.”“하지만 그 술집 여자와 사생아 모두 우리 심씨 가문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죠. 제 아버지조차 그 사람과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 우리 같은 후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지아는 새로 등장한 인물이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소시월과의 관계는 아주 가까워 보였다. 지아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시후가 차분히 설명했다.“심씨 가문의 장남, 심장후예요. 월이의 약혼자이기도 하죠.” ‘심씨 가문?’지아는 순간 이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되돌아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도윤의 어머니인 심예지 역시 심씨 가문의 사람이었으나, 과거의 그녀는 사랑을 택하며 심씨 가문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런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소시월의 약혼녀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자, 심장후가 자연스럽게 지아를 바라보았다. “이분은...?”시월이 눈물을 훔치며 소개했다.“내가 얘기했던 뛰어난 의술을 갖춘 소 선생님이셔. 우리 시하 오빠가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기도 하지.” 지아가 심장후의 손을 잡아끌며 지아 쪽으로 향했다.“소 선생님, 제 약혼자예요.” “안녕하세요.”지아가 무심한 듯 담담하게 인사했다. “소 선생님, 반갑습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후 역시 지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시후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돌렸다.“소 대표님께서는...” 지아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살짝 굳어지자, 시월이 급히 설명했다.“미안해, 오빠, 내가 이야기했어. 장후 오빠랑 전화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시후는 이런 일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시월과 장후의 사이를 알기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원래 올해 두 가문이 결혼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모든 것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장후도 우리 소씨 가문의 사람인 셈이니까.” 이미 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도 없었으니, 시후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손끝은 마음속의 혼란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께서 타신 비행기가 폭발했어. 아
시하는 시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했다.“나도 잘못이 있어. 그동안 책임은커녕 모두에게 짐이 되었으니까.” “그만 좀 하세요!”지아가 탁자를 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서로에게 사과할 때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이럴수록 심세호를 기쁘게 할 뿐이라고요. 아직 비행기 사고로 대표님의 사망을 확정할 수는 없어요.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요.” 지아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내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여러분은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해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이 아들로서 소씨 가문을 지켜내야 한다고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원수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모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찾아내는 일이에요. 사모님은 최대한 빨리 눈을 치료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질 거예요!” “게다가 소 대표님은 해외 사업을 접고 귀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해요. 나라에는 왕이 하루도 없어선 안 되는 법이잖아요. 이런 상태라면, 소씨 가문은 곧 무너지고 말 거라고요!” 이어서 지아는 시언에게 조언했다.“건강을 반드시 회복하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셔야 가족 모두가 안정을 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지아는 몇 마디로 어지러운 상황을 안정시켰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나이도 그들보다 어렸지만, 그녀의 말에는 이상할 정도의 신뢰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맞습니다. 우리는 절대 무너지면 안 돼요. 소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아가 시후를 부축해 앉혔는데, 사실 지아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시후였다. 시후는 지아 다음으로 성공한 실험체였지만, 신장병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전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이었다. 시후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 있었기에, 지아는 그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지아는 이런 걱정을 안고 시후를 부드럽게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은 소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 말이 전해지자 모두의 눈가가 떨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장 집사님, 장 집사님은 집안의 어른이시잖아요. 어쩜 그렇게 경솔할 수 있으세요?” 지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아는 처음 소씨 가문에 왔을 때 자신을 맞이하던 장덕수의 침착함과 신중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당황하며 문턱에서 넘어질 정도로 급하게 들어왔다는 갓은,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장 집사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월이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장덕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탑승하신 개인 비행기가... 비행 중에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비행기가... 폭발했다고요!” “뭐, 뭐라고요?!”시월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월아!”시후는 곧장 시월을 안아 들었는데, 이는 혼란스러운 소씨 가문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지아는 빠르게 다가가 시월의 상태를 살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단지 충격으로 실시하신 것뿐이에요. 잠시 쉬면 곧 깨어나실 거예요.” “누가 월이 좀 방으로 옮겨주세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예, 도련님!”고용인이 시월을 방으로 데려가자, 거실에 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참혹해졌다. 시후는 아직 치료받지 않아 병약한 얼굴로 서 있었고, 시언은 수술을 막 끝낸 상태에서 시하와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시월은 너무 놀라 혼절하기까지.“형, 아버지는...”가장 강인하던 시언의 눈시울조차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장남인 시후였다. 그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한 척해야만 했다. “괜찮을 거야. 단지 비행기 사고일 뿐이야. 기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하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휠체어를 세게 내리쳤는데, 그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심세호가 한 짓이야! 사랑이 증오로 변한
다행히 지금은 60년 전처럼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어서, 원하기만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조경숙은 조씨 가문 출신으로, 이름 높은 명문가 자제였다.집안에는 여섯 명의 오빠가 있었고, 조경숙은 유일한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즉, 집안의 보석 같은 존재로,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품을 겸비한 인물이 된 것이었다.조경숙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집안에서 혼인을 청했고, 심지어 해외의 명문가들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조경숙의 수많은 구혼자 중에서도 한 사람만이 유독 특별했다.그 시절 조경숙을 쫓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들이었기에, 단순히 재산만으로는 그들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중 한 명은 천재 발명가로 불리며, 동시에 뛰어난 의술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뜨겁고 격렬했으며, 조경숙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조경숙이 소임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임호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그 천재 발명가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의학 미치광이의 소개서를 읽은 지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지아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천하의 악당 같은 의학 천재는 루이스가 길러낸 첫 번째 제자였는데, 이미 사제 관계가 파탄 나긴 했으나, 지아는 그를 ‘선배’라고 불러야 했다. ‘이미 파문되었다던 그 사람이 사모님과 그렇게 깊은 연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피부에서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구나.’그의 나이를 추정하면 이미 50세가 되었을 것이었다.얼굴은 가면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몸은 속일 수 없지 않겠는가?그 사람의 피부는 마치 20대나 30대처럼 매끄럽고 탱탱해, 지아는 그가 소명담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