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동혁은 천진의 멱살을 잡아 뺨을 세게 때렸다. 천진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퍽! 퍽!동혁이 또다시 몇 차례 주먹질을 하니 천진은 입에서 피를 뱉었다. 그제야 동혁은 축 늘어진 개 같은 천진을 바닥에 ‘쾅’하고 내던졌다. 천진은 동혁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땅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앞으로 기어갔다. “임 부시장님, 원 부장님, 각 책임자 분들, 전 천진입니다. 바로 천대명의 아들이요.” “이 바보가 사람들 앞에서 저를 이렇게 때리고 있잖아요. 제발 여러분들이 이놈을 막아주세요. ” “잡아서, 이놈을 잡아서 족쳐야...” 기어가면서 천진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그러나 주위의 모두는 냉담하게 그를 쳐다보았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천진은 동혁이 자신을 폭행하고 있는데 H시의 고위 공무원들이 왜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이번엔 수소야를 향해 울부짖었다. “소야야, 내가 잘못했어. 돈에 눈이 멀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정말 미안해.” “그러니 당신이 이동혁에게 그만 때리라고 해줘. 더 맞으면 내가 죽을 거야.” “소야야, 단 하루 부부라도 그 정이 깊잖아. 우리가 무려 2년 동안 부부로 지낸 것을 봐서라도 제발...” 그러나 수소야의 표정도 마찬가지로 냉담했고 조금의 변화조차 없었다. 그녀가 느끼는 슬픔이 커서 천진에 대한 애정이 죽은 지 오래였다. 그녀가 천진에게 여러 번 기회를 주었지만, 상대방은 이를 소중히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하게 그녀를 괴롭혔다. “천진, 죽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수소야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녀는 이미 천진을 완전히 포기했다. ‘오늘 만약 동혁 씨가 아니었다면, 난 원강조의 뜻대로 당해서 이 자리에 이렇게 무사히 있지도 못했을 거야.’ 퍽!동혁의 발길질이 천진의 몸을 뒤집었다. 천진은 고통에 절망하며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동혁, 그래, 날 그냥 산 채로 때려죽여. 죽이라고! ” 동혁이 천진을 내려다보
이 말을 듣고 막 가려던 세화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 양 사장의 성신제약은 설립한 지 이제 막 2년이 되었어. 그럼에도 현재 규모로까지 성장한 건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루기에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양 사장이 외삼촌과 함께 H시 시청의 3인자인 원 부장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단지 류씨 가문과의 관계가 좋다는 이유라기엔 부족해.’ “말해보세요. 조건이 있겠죠?” 세화는 입을 열어 물었고, 지극히 사업상 하는 대화의 태도를 보였다. 양도형은 웃으며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오늘 밤의 일로 세화가 동혁에게 분명히 매우 실망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세화를 차지할 생각이 있었지만 서두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 거래를 할까요?” 양도형이 말했다. “진 회장님과 백항남 전 항난그룹 회장이 오랜 동창이라면서요? 요즘 항난그룹이 재건에 성공한 후 신약을 출시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성신제약은 그 N도 외부의 항난그룹 대리점 운영권을 따낼 계획이에요.” “그래서 진 회장님께서 절 도와주셔서 항난그룹의 회장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만약 진 회장님이 직접 이 협업을 성사시켜 주실 수 있다면, 단지 제가 몇 마디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직접 원 부장님에게 당신 남편에 대한 문제를 덮고 넘어가게도 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세화의 표정이 좀 이상하게 변했다. ‘어젯밤에 양 사장은 동혁 씨 앞에서 자신이 원화투자회사에서 2000억 투자를 따냈다고 자랑했지만, 동혁 씨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인 줄도 몰랐잖아.’ ‘그런데 지금은 다시 N도 외부 항난그룹의 대리점 운영권을 따고 싶다고?’ ‘설마 동혁 씨와 항난그룹이 어떤 관계인지 또 모르는 건가?’ 세화가 입을 열어 말했다. “양 사장님, 방금 저희 남편과 함께 서 있던 그 여성분이 바로 항난그룹의 수소야 사장이라는 걸 몰랐나요?” 이 말을 하는 세화는 마음속으로 양도형이 확실히 정말 바보 같은 인간이라고 생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 날 저주하는 거야?”동혁의 말을 들은 양도형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일전에 원화투자회사에서 2000억의 투자를 받으려고 했을 때 이놈에 의해 투자가 중단됐었어.’‘그런데 지금 내가 N도 외부의 항난그룹 대리점 운영권을 얻으려고 하니까, 이놈이 뭐?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저주를 해?’예전의 원한과 현재의 분노가 합해져 양도형은 화가 들끓었다.“저주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양도형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세화를 끌고 가려고 했다.“거기 서! 가지 말고 무슨 뜻인지 똑바로 말해.”화가 난 양도형이 동혁을 붙잡고 소리쳤다.류성중은 어제 동혁의 실력을 직접 본 뒤라 괜히 양도형이 이번에도 손해를 볼까봐 재빨리 말했다. “그만해, 도형아. 저렇게 마음도 못된 쓸모없는 인간이랑 괜히 힘 뺄 거 없어.”“만약 저주에 정말 힘이 있으면, 네 성신제약은 이미 적들에게 100번도 넘게 파산했어.”“그냥 비아냥거리는 거뿐이야. 괜히 네 입까지 더럽히지 마.”“어차피 저놈과 넌 수준이 다르니까.”류성중은 동혁을 가차없이 비꼬았다.마치 양도형을 돕는다는 것보다는 동혁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는 편에 더 가까웠다.“부이사장님 말씀이 맞아. 내가 당신 같은 인간과 괜히 다툴 필요가 없지.”양도형은 동혁을 바라보며 냉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급하게 아내를 끌고 가려고 하는 거지? 뭐 무서운 일이라도 있나?”“아무래도 내가 원 부장님에게 네놈을 놓치지 말라고 알려야겠어.”이렇게 말하면서 양도형은 휴대폰을 꺼내 원성배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세화가 화를 내며 말했다.“양 사장님, 우리 일이 대체 사장님과 무슨 상관인데 이러죠?”세화 또한 동혁 자신과 미리 도망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양도형이 전화를 걸려는 모습을 보고 두려워졌다.류성중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세화야, 네가 이렇게 그놈을 보호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원 부장님은 원래 성질이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원성배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앞으로 항난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시장과 관련된 모든 사업과 진 회장의 두 그룹을 모두 잘 보호해야 돼.’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겼다간 이 시장이 우리 부자를 의심하게 될 거야.’ 동혁에 대한 원성배 부자의 태도를 보고 모두의 마음속에서 큰 궁금증이 생겼다. 류성중은 도저히 참지 못해 입을 열어 원성배에게 물었다. “원 부장님, 동혁이와 항난그룹은 대체 무슨 관계인데 이러세요?” “이 선생님은 항난그룹의 회장이십니다.” 원성배가 동혁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정말 동혁이가 항난그룹의 회장?’ 순간 류성중은 놀라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동혁이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것은 세화의 인맥 때문이니,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어떻게 항난그룹의 회장이 된 거지?’ 류성중은 아까 전에 동혁을 두고 한 말을 떠올리자 마치 세게 뒤통수를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양도형 역시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 있다가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어째서? 내가 협업하고 싶어 하는 회사마다 왜 저 이동혁이 그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인 건데?’ “동혁 씨, 당신이 어떻게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거야? 회장은 백항서 아니었어?” 세화의 가족도 기가 막힌 듯 동혁을 쳐다봤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동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여보, 내가 항상 가족들에게 말했잖아. 내가 바로 항난그룹의 회장이라고.” “그런데도 내가 수 사장을 위해 운전기사로 일한다며 믿지 않았잖아.” “그리고 백항서는 내가 전에 지은 가명이야. 3대 가문 사람들을 겁주려고 만든 이름.”류혜진 등은 서로를 쳐다봤다.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의 회장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세화와 가족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원성배의 입으로 사실이 확인되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 류혜진은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
아까부터 계속 류혜진은 입에서 동혁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새로 온 시장?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영도 씨가 새 시장도 젊은 사람이라고는 했어. 앞날이 아주 창창해서 나중에 도지사도 될 수 있을 거고, 더 높은 위치까지 오를 수도 있을 거야. 동혁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정도까지는 안 될걸?” 참다못한 류혜연이 말했다. “흥,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거 아니야?” 류혜진이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시장님, 모레 시청에서 시 전역의 우수 언론매체 인재 표창식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혹시 참석하실 시간이 있으신가요?” 한편 동혁에게 임창호가 물었다. 표창식은 H시에서 비교적 큰 일에 속해서 임창호는 동혁에게 참석을 부탁했다. 그러나 다른 일반적인 작은 일은 약속대로 동혁에게 알릴 필요도 없었다. “상황을 보고, 그때 틈이 나면 참석하겠습니다.” 동혁은 대충 대답했다. “또 다른 일이 있나요?” “아, 그리고 이 시장님의 새 비서 고용문제가 있습니다.” 임창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장님의 비서 찾아야 하는데 시장님께서 특별히 원하시는 조건이 있는지 모르겠어서요. 그렇다고 저희가 함부로 결정할 수 도 없으니까요.” 하세량의 비서는 그가 떠나기 전에 이미 다른 부서로 보냈다. 비서와 상관의 관계가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함부로 선택할 수 없었고 잘못하면 쉽게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임창호는 비서 고용에 관해 동혁의 의견을 구했다. “아, 제 요구 사항은 시청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만 아니면 돼요. 나머지는 알아서 선택하셔도 됩니다. 물론 없어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전 임시로 시장 대행을 맡은 거니까요.” 동혁은 계속 대충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시장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임창호는 동혁의 말뜻을 이해했다. ‘한마디로 능구렁이는 필요 없다는 거야. 다른 조직에 새 사람을 고르라는 거구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시장이 시 전역의 우수 언론매체인 표창식에 참석하고, 새 비서를 찾고 있다는
순간적으로 주다정은 반드시 새 시장에 눈에 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병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럴 때일수록 괜히 티를 내면 안 되지.’ 주다정은 전화에 대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오빠, 설마 나한테 또 그거 시키는 거 아니지? 새 시장이야. 예전의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어떻게 하라고, 왜 자꾸 나에게 이러는데?” 두 사람은 계속 불륜 관계를 유지했지만, 그 사이에 경병수는 그녀에게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정아, 오빠가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오빠는 네가 더 큰 기회를 쟁취하는 걸 보고 싶어. ] [오빠가 총력을 다해서 새 시장님 앞에서 네 얼굴을 알릴 기회를 만들어 줄게. 하지만 너도 나름 큰 이슈로 어필을 해서 시장님이 너를 주목하게 해야 해.] [무슨 좋은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빠와 상의하고.] 경병수는 가식적으로 주다정을 타일렀다. 두 사람 모두 마음속에 각자의 꿍꿍이가 있었고, 서로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다정이는 본래 꿈이 커. 여기 방송국의 메인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거고 어떻게든 너 좋은 곳으로 가고 싶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다정이에게 새 시장을 꼬시게 두는 게 적어도 나중에 내게 이득이야.’ ‘나하고 놀 여자야, 다정이가 없어도 다른 애들이 대신할 수 있어.’ “알았어, 오빠. 걱정 마, 이미 다 생각이 있으니까.” 주다정은 여전히 달콤하게 말했지만, 두 눈빛은 차갑고 독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동혁을 떠올렸다. ‘이동혁에 대한 일을 이용하면 반드시 큰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주다정은 전화를 끊은 다음 또다시 다른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났고 주다정이 문을 열자 상처투성이의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천진 씨, 왜 이래? 누가 당신을 이렇게 때린 거야?” 주다정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녀는 천진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천진의 아버지 천대명이 병원의 원장
명문가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돈만 있고, 그에 상응하는 배경과 기반이 없다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이나 가문에 의해 짓밟힐 뿐이었다. 기껏해야 졸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류성일은 단지 류씨 가문이 세화 가족을 좀 더 충분히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제안을 한 것일 뿐이었다. ‘세화와 동혁이는 아직 30살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큰 성취를 이뤘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몰라.’ “지금 이동혁 때문에 세화 가족은 이씨 가문의 탄압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 이 고비를 한 번만 넘긴다면 앞으로 누가 세화 가족을 막을 수 있을까요?” “어려울 때 도와줘야 그만큼 더 고맙다고 생각하는 법입니다.” “지금 우리가 나서서 먼저 약간의 도움을 줘야 합니다. 만약 세화 가족이 미래에 더 큰 성장을 이룬다면 우리 류씨 가문은 더 많은 이득을 얻을 겁니다.” 류성일이 계속 말했다. 그는 세화 가족을 두둔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류씨 가문의 이익을 고려해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류호천은 가주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가만히 눈을 감고 듣다가 마침내 눈을 떴다. “성일의 말이 맞다. 그럼 혜진이를 류씨 가문으로 복귀시키자. 하지만...” 류호천이 말머리를 돌렸다. “일단 외부에는 알리지 말고 조용히 혜진이에게만 알려라. 그리고서 동혁이와 이씨 가문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상황을 보자.” “역시 아버지 좋은 생각이세요.” 류성일이 감탄했다. ‘그래, 이렇게 하면 세화 가족이 어려운 상황일 때 우리가 도와주려 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나중에 일이 잘못돼도 우리 류씨 가문이 발을 밸 수도 있겠어.’ ‘만약 세화 가족이 이씨 가문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지더라도 류씨 가문과 이씨 가문 사이에 괜한 원한을 만들 필요는 없지.’류성중은 동혁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가주인 류호천이 말을 하니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성중아, 네가 혜진이에게 전해. 일단 잘 사과해라.” “한집안 식구끼리 지난 과거는 잊자고
“맞아, 어제 녹화했어.” 동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가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방송 녹화한 일도 잊어버릴뻔했어.’ 순간 류혜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아이고, 우리 동혁이가 방송에 나오는 거야?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천화야, 빨리 TV 켜봐. 네 매형이 TV에 나오는 모습 좀 보자.” 류혜진은 고개를 돌려 묵묵히 밥을 먹고 있던 천화에게 말했다. 방송국의 경제채널 단독 인터뷰 프로그램은 H시에서 시청률이 아주 좋았다. 프로그램은 매주 한번 방영했는데 오늘이 마침 그날이었다. 천화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재빠르게 TV를 켜서 H시 방송국 경제채널로 바꾸었다. 인터뷰 프로그램이 막 시작되고 있었는데 짧은 멜로디가 흘러나오면서 화면에 진행자인 주다정의 모습이 나타났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경제인 인터뷰를 시청하시려고 한 주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고로 뛰어난 사람은 그 떡잎부터가 남다르다고 하죠. 오늘날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아주 젊고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TV에서 주다정은 전문 진행자로서 막힘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오늘 저희는 여러분께 H시의 젊은 기업가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는 아직 30살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2조 자본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바로 초대할까요?] [H시의 젊은 기업가, 바로 원화투자회사의 이동혁 신임 사장입니다.] 주다정의 말에 따라 화면이 돌아갔고, 정장 차림의 동혁이 무대 뒤에서 나와 차분하게 악수를 나눈 후 1인용 소파에 앉았다.TV 앞의 세화와 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동혁에게 집중되었다. “와, 매형 너무 멋있는데요?” “형부는 정말 대단해요. 앞으로 밖에서 사람들에게 제 형부가 이 사장님이라고 말할 거예요.” 어린 천화와 현소가 인터뷰 당사자인 동혁보다 더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사위는 역시 대단해. 난 반평생을 살면서 여태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