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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작가: 천원
주민재는 강하린의 눈 상태가 어떤지 자세하게 알고 싶어졌다. 병원에 도착한 후, 고지안은 강하린과 같이 검사실에 가서 검사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잠깐 여기에 앉아 있어. 마실 물과 먹을 것을 사러 갈게.”

“알겠어.”

고지안의 말에 강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지안은 걱정이 되어서 강하린에게 병원에 있는 흰 지팡이를 건넸다.

강하린은 지팡이를 들고 복도의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강하린 위로 살며시 내려앉았다. 그 모습은 마치 앞을 볼 수 없는 천사 같았다.

이때 어린아이가 달려가다가 강하린의 흰 지팡이에 걸려 넘어졌다.

그 아이는 넘어졌지만 울지 않고 바로 일어나서 달려갔다.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강하린은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지팡이를 줍기 위해 바닥에 쭈그려 앉아 천천히 손을 뻗었다. 바로 앞에 있었지만 강하린은 찾지 못했고 안절부절못했다.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아프게 하는 모습이었다.

주민재는 다가가서 지팡이를 주웠고 강하린한테 건넸다. 강하린은 지팡이를 잡고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고마워요.”

주민재가 멈칫하다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뒤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민재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편의점에서 돌아온 고지안은 씩씩거리면서 달려오더니 주민재를 밀치고는 마구 욕했다.

“우리 하린이를 이렇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무슨 짓을 더 하려고 찾아온 거죠?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고요!”

“주민재 씨?”

강하린은 그제야 지팡이를 주워준 사람이 주민재라는 것을 눈치챘다. 주민재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어서 더 불안했다.

주민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저 눈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어서 찾아왔을 뿐이에요.”

“언제부터 관심 있었다고 그래요?”

고지안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하린한테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왜 이러는 건데요? 하린이가 걱정되었다면 각막을 빼앗지 말았어야죠. 각막 수술을 받기 위해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그 수술을 받지 못해서 상태가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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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재는 강하린의 휴대폰을 집어 들어 고지안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린의 귀에 가져다 댔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네 친구한테 안전하다고, 네가 여기 있는 게 자의라고 말해.”강하린은 주먹을 꽉 쥐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었고 고지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졌다.“하린아! 드디어 전화 받았네! 괜찮아? 주민재가 널 어떻게 하진 않았지?”강하린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나 괜찮아, 지안아, 나 지금 잘 있어. 그 사람이 날 어떻게 하진 않았어. 그러니 너 돌아가. 나 좀 다쳐서 사람 만나기 힘들어. 그리고 나 다시 여기서 살기로 했어. 미안해. 내가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거니까 이제 신경 안 써도 돼.”“거짓말!”고지안은 강하린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주민재와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을 아이라는 걸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놈이 협박했지? 걱정 마, 말해. 내가 구해 줄게!”“아니야.”강하린은 다급하게 말했다.“정말 아니야. 함부로 행동하지 마! 나 지금 앞이 안 보여서 네 집에 계속 있으면 폐가 될까 봐 다시 돌아온 거야. 여기 있으면 돌봐주는 사람이 있잖아. 걱정하지 마. 나 정말 괜찮아. 민재 씨가 새 각막을 찾아서 내 눈을 고쳐 주겠다고 했어.”고지안: “그 사람 말을 믿어? 널 속이는 거 아니야? 전에 네 각막도 빼앗아 갔잖아!”“아니야, 이번에는 날 속이지 않을 거야.”강하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지안은 잠시 침묵했다.“알았어. 네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난 네 선택을 존중할게. 하지만 나중에 힘든 일 있으면 꼭 나한테 전화해. 알았지?”“응.”고지안은 전화를 끊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주도현이 물었다.“어떻게 됐어요?”“별로 안 좋아요.”고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하린이는 분명 주민재 그 자식한테 협박당했을 거예요. 안 그러면 저런 말 할 리가 없는데. 평소랑 너무 달라요. 게다가 그 자식이 하린이 눈을 고쳐 주겠다고 했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

  • 전부 되찾을 거야   제38화

    집사는 황급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도련님!”주민재가 나가자 도우미는 겁먹은 얼굴로 집사를 바라보았다. 집사는 눈짓으로 그녀에게 강하린의 상처를 소독하라고 지시했다.고지안은 어디에서도 강하린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주도현에게 전화해서 함께 찾아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강하린의 그 친구는 뭔가 범상치 않아 보였는데 그가 도와주면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하지만 둘이 아무리 찾아도 강하린은 없었다. 병원 CCTV 영상도 일부분이 지워져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게 분명했다.고지안이 절망하며 경찰에 신고하려는 찰나, 주민재의 전화를 받았다.“하린이 나한테 있어요.”주민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내가 찾았어요.”강하린은 코웃음 쳤다.“찾았다고? 웃기시네. 분명 당신이 데려간 거잖아.”주민재는 그녀의 말은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하린이는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지낼 겁니다.”“무슨 소리야?”고지안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하린이한테 무슨 짓을 했어? 걔 지금 어디 있어? 전화 바꿔 줘!”“지금 통화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난 하린의 남편이니 하린이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앞으론 신경 끄세요.”말을 마치자 주민재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뭐라는 거야? 말 똑바로 해! 주민재!”고지안은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뚜뚜 소리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뭐래요?”주도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고지안은 욕설을 퍼부었다.“그 자식이 사람을 시켜 하린이를 납치했어요! 그러고는 지금 자기 집에 데려다 놓고 앞으로 신경 끄라잖아요! 대체 뭘 하려는 건지!”주도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 사람이 직접 데려간 건 아닌 것 같아요.”“혹시 짚이는 거라도 있어요?”고지안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주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전에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목소리가 좀 익숙했어요. 근데 누군지 바로 생각이 안 나네요. 아마 그 사람이 하린이를 데려갔다가 주민재에게 걸린 것 같아요.”“어쨌든 지금 하린이는 지

  • 전부 되찾을 거야   제37화

    “꺼져!”강하린은 차갑게 말했다.주민재는 속에서 불길이 치솟았지만 애써 눌렀다.지금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으니 예민해진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주민재는 이렇게 무시당한 적이 없었다.고작 그 정도 죄책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처음부터 그녀가 함정을 파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한 건데. 그리고 그때 자신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에 그녀 아버지의 원수들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었을 것이다.참으로 은혜를 모르는 여자였다.주민재는 벌떡 일어서서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좋아, 약 바르기 싫으면 관둬. 어차피 아픈 건 너니까!”그는 분노에 찬 발걸음으로 방을 나가 버렸다.강하린은 이를 악물고 손으로 더듬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사모님, 무슨 일로 침대에서 내려오셨어요?”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를 부축하며 방 안으로 데려갔다.“앉으세요. 약 발라 드릴게요.”“싫어요!”강하린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도우미의 손을 뿌리쳤다.“약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여기서 나가게 해 줘요! 주민재가 내 허락도 없이 여기에 데려왔단 말이에요. 난 이미 이혼하자고 했어요! 날 여기서 나가게 해줄 수 있어요?”도우미는 당황한 듯 잠시 말을 잃었다가 대답했다.“사모님, 저는 약 발라 드리는 일밖에 해드릴 게 없어요. 다른 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집사를 불러줘요!”강하린은 화를 내며 말했다.“집사를 데려오라고!”“잠시만 기다리세요!”도우미는 서둘러 나갔다.강하린은 벽을 짚고 서 있었다. 머리가 욱신거렸다.눈을 꾹 감자 괴로움이 밀려왔다.방금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 거지? 분명 그 도우미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녀는 감정 조절을 제대로 못 한 자신이 한심했다.눈이 멀게 된 후 그녀는 스스로의 성격이 눈에 띄게 날카로워졌음을 느꼈다. 아마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집사가 곧장 올라왔다.“사모님, 무슨 일이세요?”“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 전부 되찾을 거야   제36화

    만약 오늘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난다면?그녀가 시력을 잃은 데에는 그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그녀를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그는 이것을 책임감이라고 불렀다.아직 이혼하지 않았고 그들은 여전히 부부였으므로 그가 그녀를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차는 곧 별장 앞에 도착했다. 강하린이 아무리 항의해도 소용없었다.주민재는 차에서 내려 그녀 쪽으로 가서 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풀어 그녀를 안아 내렸다.강하린은 발버둥 치며 두 다리를 허공에 휘둘렀다.“놓으라고!”하지만 주민재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마중 나온 집사는 주민재가 강하린을 안고 있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황급히 다가왔다.“도련님, 사모님께서는...”“눈에 문제가 생겨서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주민재가 말했다.집사는 놀라 말했다.“사모님께서 앞을 못 보신다고요?”“사모님 시중들 사람을 배치해요.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이게 무슨 뜻이야?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난 이런 싸구려 보상 필요 없어!”강하린은 목이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당신 때문에 내가 눈을 잃었잖아! 내 각막 돌려줘!”집사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주민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눕혔다.강하린은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며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하마터면 주민재의 얼굴을 때릴 뻔했지만 그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네가 화난 건 알아.”주민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걱정 마. 네 각막 가져간 대가, 반드시 갚아줄 테니까.”강하린은 손을 뿌리치고 차갑게 비웃었다.“갚아주면 다야? 난 당신을 절대 용서 못 해! 당신은 양심에 찔려서 이제 와서 보상해 주겠다는 거잖아? 늦었어! 난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날 내보내 줘!”주민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여기서 눈 나을 때까지 어디도 가지 마.”말을

  • 전부 되찾을 거야   제35화

    신현수가 손을 흠칫 떨며 뒤를 돌아보니 주민재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민재 형?”신현수는 반사적으로 손을 놓고 일어섰다.“형이 어떻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주민재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다.“현수 도련님!”경호원들은 깜짝 놀라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신현수는 제대로 한 방 얻어맞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한참 만에야 그는 경호원들에게 부축받아 간신히 일어섰다.주민재는 이미 코트를 벗어 강하린에게 덮어주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신현수는 속으로 뜨끔했다.“민... 민재 형...”“누가 얘를 여기 데려오라고 했어? 현수 너 정말 잘났다. 배울 게 없어서 여자 괴롭히는 것만 배웠어?”주민재는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았다.주민재? 강하린은 덮어준 외투를 꽉 쥐었다. 결국에는 주민재가 자신을 구하러 올 줄은 몰랐다.“민재 형, 그게 아니라 나는 그저...”“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네 다리를 분질러 버릴 줄 알아!”주민재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고는 강하린을 안아 들고 나가 버렸다.신현수는 분노에 찬 욕설을 내뱉었다.“빌어먹을!”주민재가 강하린에게 정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대체 저 둘은 무슨 사이인 거지?강하린은 주민재에게 안겨 나가면서 계속 저항했다.“놓으라고! 내려놔! 가식 떨지 말고!”“가식?”주민재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제때 안 왔으면 넌 어떻게 당했을지도 몰라.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가식이라니?”“신현수가 날 납치한 게 당신 허락 없이 가능했을 것 같아?”강하린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글썽였다. “내 꼴이 이런데도 왜 아직도 날 놓아주지 않는 거야? 도대체 뭘 더 하려는 건데?!”“내가 허락했다고? 내가 언제 현수에게 널 잡아 오라고 시켰다는 거야? 정말 그랬다면 내가 널 구하러 오느라 이렇게 고생했겠어?”주민재는 은혜를 모르는 그녀가 한심했다.강하린은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평소에 그 자식이 날 괴롭히는 걸 눈감아 줬으니까 그런 거잖아! 이게 다 당신 때문

  • 전부 되찾을 거야   제34화

    신현수는 휴대폰을 찾아내 버튼을 눌렀다. 아직 고장 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줄게. 널 납치하기 전에 민재 형한테 이미 말했어. 형은 너한테 조금도 관심 없었어.”그에게 말했다고?강하린은 이를 악물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러고보니 주민재가 묵인한 거였다. 어쩐지 신현수가 저렇게 대담하더라니.전에는 아무리 그녀가 미워도 주민재의 눈치는 봤는데 이젠 그와 이혼하려고 하니 배경이 없어졌다고 이렇게 안하무인인 모양이었다.신현수는 강하린의 얼굴인식으로 휴대폰 잠금을 풀고 연락처를 뒤졌다.“어젯밤에 그 자식 이름이 뭐였더라?”강하린은 주도현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말했다.“나한테 앙심 있으면 나한테 풀어. 너랑 나 사이의 일에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오호, 네 상간남을 이렇게 감싸는 거야?”신현수는 비웃었다.“너 하나로는 내 화가 안 풀려. 감히 날 때린 놈은 댓가를 치러야지!”옆에 있던 사람이 귀띔했다.“도련님, 주도현이라고 합니다.”“아, 주도현.”신현수는 코웃음 치며 주도현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휴대폰 내놔!”강하린은 갑자기 달려들어 휴대폰을 빼앗으려 들었다.비록 빼앗지는 못했지만 신현수는 깜짝 놀라 화가 나서 그녀를 거칠게 밀쳤다.“망할 년, 놀랐잖아!”하지만 힘 조절을 못 한 탓에 강하린은 벽에 세게 부딪히며 머리가 터졌다.옆에 있던 자가 조심스레 말했다.“도련님, 머리에서 피가 나는데 치료해 줄까요? 아무래도 저 여자는 아직...”“필요없어!”신현수는 차갑게 말했다.“민재 형이 이년한테 마음도 없는데,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강하린은 벽에 기대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쏟았다.‘그래, 민재 씨는 날 사랑하지 않으니 내가 어떻게 되든 신경도 안 쓰겠지.’전화가 연결되었다.“하린아, 무슨 일이야?”주도현의 목소리를 듣자 강하린의 심장이 떨렸다.신현수는 비웃으며 말했다.“하린이? 다정하게 부르네. 이 천한 계집을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지?”“당신 누구야? 하린이는 어디 있어?”

  • 전부 되찾을 거야   제33화

    “언제 없어진 거예요? 왜 나한테 빨리 말 안 했어요?”주민재는 말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한유나는 그가 나가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따라갔다.“주 대표님, 이따 다른 회의가...”“회의 취소해. 지금 급한 일이 생겼어!”주민재는 급하게 말하고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한유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바라보며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무슨 뜻이에요? 하린이를 데려간 게 당신이 아니라고요?”고지안은 어리둥절했다.주민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내가 사람을 보내서 찾아볼 테니까 당신 쪽에서도 무슨 소식 있으면 곧바로 연락 주세요.”전화를 끊자마자 주민재는 곧 전화를 걸어 경호원들에게 강하린을 찾으라고 지시했다.경호원들은 즉시 병원으로 출동해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에는 모자를 쓴 여자가 강하린을 데리고 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여자는 모자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강하린이 길가로 끌려 나온 후, 차 한 대가 멈춰 섰고 차에서 내린 누군가가 그녀를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경호원은 이 장면을 캡처해서 주민재에게 보냈다. 주민재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악!”한 통의 물이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려 강하린의 온몸을 적셨다.쿵!물통이 바닥에 내던져지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때렸다.물에 흠뻑 젖은 옷이 차갑게 몸에 달라붙었다.신현수는 마치 물에 빠진 생쥐 꼴인 그녀를 보며 경멸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너 같은 건 진작에 죽었어야 했어. 네 아버지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정이 풍비박산 났는지 알기나 해? 너도 똑같은 죄인이야. 내가 너라면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낯짝도 없었을 거다!”강하린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그런 모습에 신현수는 더욱 화가 났다.“말해!”턱에 격통이 느껴졌다. 그녀는 억지로 고개를 들었지만 눈앞은 캄캄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신현수의 숨

  • 전부 되찾을 거야   제32화

    강하린은 의아했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지?하지만 고지안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얼마나 걸었을까, 강하린은 점점 시끌벅적한 곳에서 조용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갔다.세 층을 내려오고 나서야 자신이 원래 3층에 있었으니, 지금 1층에 도착한 셈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의아한 듯 물었다.“지안이가 왜 1층에 있는 거죠?”간호사는 대충 둘러댔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1층에서 볼 일이 있는 게 아닐까요?”간호사는 계속해서 강하린을 데리고 갔다. 이때 강하린은 확성기 소리,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소리, 각종 소음이 들려오는 걸 깨달았다.그제야 자신이 이미 길가에 나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고지안이 병원 안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다지 않았나? 그런데 왜 병원을 벗어난 거지?!강하린은 경계하며 간호사의 손을 확 뿌리치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당신, 지안이가 보낸 사람 아니지! 도대체 누구야?!”“어라? 생각보다 눈치 빠른데?”귀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순간 강하린의 머리칼이 쭈뼛 섰다. 신현수였다.그녀는 발소리를 들었다. 신현수가 다가온 것이다.강하린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뭐가 그렇게 무서워?”신현수는 그녀를 냉랭하게 노려보더니 초점 없는 그녀의 눈을 보고는 비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눈이 안 보이는 거냐? 진짜 장님이 됐다고? 꼴좋다! 어젯밤에 네 덕분에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더니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그러니까 이제 나랑 가자고. 내 화가 풀릴 때까지 절대 안 놔줄 거야!”강하린의 손에 있던 지팡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두 손으로 신현수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놔줘! 제발!”신현수는 그녀를 거칠게 차 안으로 밀어 넣고는 자신도 올라타 문을 세게 닫았다.“가자!”...고지안은 3호실 환자와 씨름하며 3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야 겨우 달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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