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자 진가은이 기분 나쁜 듯 진현일에게 쏘아댔다.“왜 최윤형에게 날 소개해주지 않는 거야? 내가 그 집안에 들어가면 우리 JJ에도 좋은 거잖아?”“최윤형은 너로는 안돼.”진현일이 담뱃불을 붙이며 무심하게 말했다.진가은이 불쾌하다 못해 화가 났다.“무슨 뜻이야? 내가 강여경보다 못생겼다는 거야? 난 적어도 시골에서 자라지는 않았다고.”“널 위해 하는 소리야. 최윤형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나 알아? 남의 여자친구나 와이프만 꼬시는 놈이야.”진가은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인마, 넌 내 동생 아니냐? 다음에 좋은 남자로 내가 골라줄게. 최윤형은 안돼. 그 새끼는 변태에다 여자도 얼마나 갈아치웠는지 몰라.”“정말이야?”진가은은 소름이 돋았다.“확실한 정보야. 우리 친척이 그놈 측근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몰랐을 거다.” 진현일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아니면 내가 왜 강여경을 들여보냈겠어?”“강여경을 내줬으니 그놈이 나한테 엄청 고마워 할거야. 우리 JJ그룹은 곧 동성에서 최고 막강한 기업이 될 테니 두고 봐.”진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날, 오전.강여경은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너무 놀라 한참을 부들부들 떨었다.어젯밤 어렴풋한 기억이 다시 떠올라 지옥을 걷는 느낌이었다.이 사람은 인간이 아니었다. 강여경의 온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깼어?”최윤형이 여경을 보고 음흉한 한마디를 건넸다.강여경은 두려움에 몸을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었다.“저, 저기….”“뭐야, 불만 있어?”최윤형이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담배를 꺼내 물었다. 비열한 눈빛이 담배 연기 사이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아니요.”이렇게 말은 하지만 강여경의 얼굴은 곧 창백하게 변했다. 잠자리도 했겠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수줍은 척하며 말을 건넸다.“최윤형 같은 남자와 하룻밤이라니 영광이죠.”“그렇다니 다행이군.”최윤형이 담배를 피우며 만족스러운 듯이 느른한 말투로 물었다
“농담 아니고,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지금은 제가 화신에서 자리가 없어져서요.”강여경이 쓴웃음을 지었다.“우리 아버지의 위치도 지금 위태위태해요.”“내 옆에만 붙어 있으면 다 해결해 주지.난 지금껏 주변 여인들에게 푸대접해 본 적이 없는 몸이란 말이야.”최윤형이 만면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었다. “그럼 약속해 주시는 거죠? 우리 잘 지내봐요.”강여경은 마음을 굳게 다잡고 최윤형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이내 호텔 스위트룸에 거친 숨소리가 가득해졌다.강여경은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독을 품었다.‘강여름, 오늘 내가 당한 고통, 천 배 만 배로 너에게 갚아 줄 거야.”******연말이 다가왔다.1년에 한 번 열리는 화신의 창립기념일 파티가 7성급 호텔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오늘 저녁에는 요즘 핫한 아이돌과 인기 스타들도 초대했을 뿐 아니라 정계 재계 인사들도 초청된 자리였다.여름은 신임 대표이사 자격으로 초호화 승용차를 타고 호텔 입구에 천천히 들어섰다.차 문이 열리자, 복고풍의 블랙 롱 드레스에 손에는 반짝이는 미니 클러치를 살짝 감아 든 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소화하기 힘든 색상이지만, 오늘은 여름의 작고 하얀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최상의 색상이었다. 말린 장미 색상의 립스틱은 섹시하면서도 청순한 이미지를 더해 주어 오늘 여름은 실로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언론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국내 최연소 기업인의 모습을 담는데 열중했다.카메라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갑자기 꺄악하는 환호소리가 들려왔다.“이것 봐. 전 세계 몇 대밖에 없는 플래티넘 버전이잖아.”“전체가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되어 한 대에 50억 정도 한대요.”“번호판 봐. 완전 쩔어.”“대박! 도대체 저 안에 누가 타고 있어? 화신그룹 창립기념파티에 온 건가?”“야, 차 문 열렸어. 이제 내리나 봐.”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짙은 남색
최윤형은 진작에 여름을 알아보고는 흥미진진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동성에 이런 괜찮은 애가 있단 말이야? 서울에도 이런 미인은 찾기 어렵겠는 걸.’ “안녕하십니까?”최윤형이 호기심 어린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었다. 강여경이 벌써 FTT에 물밑작업을 했구나 싶어 속으로 기가 찼다. 아니꼬운 일이지만 FTT라면 여름도 굳이 밉보일 필요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그런데 여름의 손을 잡은 최윤형이 손가락으로 은밀하게 여름의 손바닥을 간질였다. 여름의 얼굴이 미세하게 변했다.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최윤형은 오히려 손에 힘을 꽉 주고 풀어주지 않았다.“제 손을 언제까지 잡고 계실 건가요?”최윤형이 능글능글 미소를 지으며 되레 여름을 당혹하게 만들었다.강여경이 황당해하며 손을 펴서 입을 가렸다.“여름아, 너 이게 무슨…! ”레드카펫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세 사람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강여경, 강여름 두 자매가 최윤형을 두고 다투는 모습이라면 조회수를 올릴 최고의 가십거리였다.“이게 무슨 짓인지 내가 더 궁금하네.”여름이 오히려 여유있는 모습으로 대응을 했다.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모습으로.“화신 최고 결정권자가 사람들 앞에서 언니 남자친구에게 수작 부린다고 생각들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아참, 그러고 보니 남자친구도 아니잖아. 언니 남자친구는 진현일 씨 아니던가?”여름이 강여경 쪽을 바라보며 의아해 했다.기자들도 놀라며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그러네. 강여경의 남친은 진현일이지. 근데 오늘 최윤형 파트너로 나온 까닭은 뭘까?”“최윤형을 잡았으니 진현일은 버린 거지.”“그럴지도 모르지. 전에도 한선우랑 약혼했다가 바로 파혼했잖아. 한선우도 재수 없게 잘못 걸렸지. 강여경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서 쓰레기 취급이나 당하고.”“진짜 나빴다. 최윤형은 저런 애랑 사귈 건가?”강여경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최윤형은 나한테 이런 부정적인 뉴스가 따라다니는 줄 전혀 모를 텐데… 아직도 꼬리
여덟 시.성대한 파티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여름이 주목 받아야 하는 파티에서 최윤형, 강태환, 강여경 이 세 사람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FTT는 모든 기업인들 사이에 신화적인 존재였다.최윤형이 회장의 직계 자제가 아니더라도 분명 동성에 한바탕 큰 바람을 일으킬 인물이었다. 정호중이 여름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강태환이 어떻게 최윤형에게 붙었을까요?”“강여경이 대가를 치렀겠죠.”조금 전 호텔 입구에서 있었던 기싸움에서 여름은 이미 최윤형의 비열한 본성을 알아차린 것이다. 정호중이 경멸하듯이 말했다.“그 어르신들의 고결한 인품에서 저런 망신스러운 손녀가 나왔다니 안타깝군.”여름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 다 이긴 게임이었는데 최윤형의 등장으로 회사 이사진과 중역의 관심은 온통 최윤형에게 쏠려 있었다.이 때, 구진철과 류 이사가 다가왔다.“계획대로라면 강 대표님이 오늘 저녁 가장 먼저 연단에 서야 하는데요, 우리 이사진이 협의를 거친 결과, 먼저 최윤형 님이 올라가고, 그 다음 강태환 이사가 올라가….”“당신들 뭐 하자는 겁니까?”정호중이 강하게 반발했다.“최윤형은 우리 회사 사람도 아니지 않습니까! 오늘 저녁은 화신그룹 창립기념 파티입니다. 생각들 좀 하세요. 그리고 강태환은 왜 올라갑니까? 왜 대표님보다 우선시되지? 말이 되지 않는 처사입니다!”구진철이 민망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최윤형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이렇게 친히 창립파티에도 참석해 주니 얼마나 영광입니까. 연설까지 하게 되면 더욱 영광이지요. 모르긴 몰라도 내일 회사 주가가 완전 껑충 뛸 겁니다. 그리고 강태환 이사는 최윤형 씨가 직접 지목을 했습니다. 저 분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우리에게도 확실히 득이 될 테니까요.”여름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얼굴은 침울해졌다.“내가 안된다면요?”“그건 안됩니다!”류 이사가 펄쩍 뛰었다.“이사진 전체의 동의가 있었습니다. 회사를 위한 거고요. 반대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그럼 최윤형이 강태환보고 대표이사
분노가 끓어올랐다.“놔.”여름이 최윤형의 팔을 꽉 물어버렸다.갑작스런 통증에 손을 놓은 윤형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었다“좀 하는데? 맘에 들어. 내가 핫한 걸 좀 좋아하거든.”“돌았나? 최고 재벌가라던데 어쩌다 이런 쓰레기 같은 게 끼었을까?”여름이 차분차분 말을 받았다.“욕해 봐, 어디. 욕을 하면 할수록 내가 더 매운 맛을 보여주지.”최윤형이 비아냥거렸다.“당신 네 화신 이사들이 나를 엄청 떠받들더군. 강태환 말로는 자기가 내일 대표이사 자리에 앉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하더라고. 내 말 한마디면 넌 내일 쫓겨나는 거지. 오늘 밤 나한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뭐, 내가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고.”여름이 갑자기 당황한 척 했다.“그게 정말이에요?”“그럼.”최윤형의 입술이 뒤틀렸다. ‘역시 다 똑같다니까.’“그러면 날 도와줄 수도 있어요?”여름이 입술을 쭉 빼고 가련해 보이는 눈을 했다.“그러면 원하는 대로 해줄게요.”“좋아, 역시 영리하군. 그럼 이리 와봐.”최윤형은 두 팔을 벌렸다.여름이 품속으로 들어오자 향긋하고 신비한 체취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품에 쏙 감겨 드는 느낌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최윤형은 몸이 달아올라 더 꽉 껴안으려고 했다. “컥!” 갑자기 몸 중심부에서 남자라면 알만한 고통이 느껴졌다.통증에 윤형의 허리가 숙여지자 여름이 클러치 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 들고 최윤형을 공격했다.최윤형은 충격으로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여름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굴이 벌겋게 부어 오른 최윤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여름은 최윤형이 걸친 것을 다 잡아 뜯었다.“무, 무슨 짓이야?”최윤형이 고통스러워 하며 끙끙거렸다. 지금까지 여자 옷을 벗겨보기만 했지 오늘처럼 여자에게 옷을 잡아 뜯길 줄이야!최윤형은 핏발이 선 눈으로 여름을 노려보지만 전기 충격을 받아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반항도 하지 못했다.기왕 하는 거 대담해지기로 했다. 핸드폰을 들고
집.서재에서 영상 회의를 하던 하준은 아래층에서 나는 차 소리를 듣고는 일어났다.“이 솔루션은 안 되겠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세요.”말을 마치고 영상을 끈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여름이 넋이 나간 듯이 현관으로 들어왔다. 신발도 대충 벗어 던지고.하준은 찡그리며 여름의 검은 드레스 아래로 드러난 하얀 팔과 종아리를 보았다.의아해 하며 외투를 벗어 여름에게 걸쳐주고 아래를 보니 치마 끝자락이 무언가에 걸렸는지 구멍이 나 있었다.“옷이 왜 이렇게 망가졌습니까?” 검은 눈동자가 여름을 똑바로 주시했다.아래쪽을 본 여름은 그제서야 방금 화장실 창문으로 기어 나올 때 무언가에 옷이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그냥 실수로요.”여름은 시선을 피했다. 자신이 최윤형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일개 변호사가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거짓말할 때마다 내 시선 피한다는 거 압니까?”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꽉 잡았다. 검은 눈동자가 더욱더 날카롭게 빛났다. “오늘 기념행사 갔던 거 아닙니까? 무슨 일 있었습니까?”“그런 일 없어요. 누가 감히 대표이사인 나를 괴롭히겠어요? 농담도 참, 난 씻으러 갈게요.”여름은 그를 밀쳐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괜히 사람 성질 건드리지 마시죠.”하준은 다시 한번 여름을 자신 앞에 끌어다 세웠다.“지금 당신 꼴을 좀 보란 말입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날 진짜 당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똑바로 얘기해요.”입을 굳게 닫고 있던 여름의 눈시울이 결국 붉어졌다.“내가 오늘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어요. 만약... 그 사람이 나중에 나한테 보복하더라도 절대 나 도울 생각 말아요. 그렇게 되면 그냥 나랑 손절하는 게 좋을 거예요.”최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대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FTT의 최윤형요.”“…….”‘재밌군. 최윤형 그 멍청이가 언제부터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대단한 인물이 된 거야? ’“많이 놀랐죠?”여름은 하준이 말이 없는 걸 보고 얼른 위로했다
하준이 손을 내밀었다.여름은 핸드폰을 건넸다. 하준은 사진들을 보고는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잠시 후, 사진을 모두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달한 후 여름의 핸드폰에서 삭제해 버렸다.“아니, 삭제해 버리면 어떡해요.”여름은 좀 불안했다.“그딴 사진 저장해 둬서 뭐 좋다고 그러는 겁니까?”하준이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그 와중에 디테일하게도 찍었네.”“…….”여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그 집안 사람들 체면을 제일 중시하는데 그런 사진도 찍어놨겠다, 됐습니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올라가 자요.”말은 저렇게 멋없이 해도 하준 나름의 위로였다.“정말요?”여름은 딱히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절대 손해 보고 살 사람이 아니던데 그렇게 망신을 줬으니….”“잘 이해 못 하겠지만 그런 인간이 훨씬 더 자존심을 세우는 법입니다. 그 인간 절대 여름 씨는 안 찾을 테니 걱정 말아요. 내기해도 좋습니다. 아주 잘 대처했습니다.” 하준은 최선을 다해 더 설명해 주었다.하준에게서 칭찬을 들은 적이 별로 없는 여름은 칭찬을 듣자 약간 당황스러웠다.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쨌는 난 그런 인간들 속성은 잘 모르니까.’ “하지만, 앞으로 그런 행동은 금지입니다.”잠시 머뭇거리더니 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물론, 나는 예외입니다.”“…….”“올라갑시다. 씻겨줄게요.”하준은 여름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여름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싫어요!”여름은 부끄러워 소리쳤다. 하준과 실랑이 벌이는 사이에 걱정과 두려움도 모두 잊었다.하준은 여름을 잘 달래서 재웠다. 밤이 되자 그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차에 올랐다. ******늦은 밤. 최윤형은 병원에서 꽁꽁 싸매고 나와 호텔로 가서 씩씩거리며 전화를 걸었다.“무슨 수단을 쓰건 상관없어. 강여름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차라리 죽여주십시오’ 할 때까지.”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누구야, 한밤중에 시끄럽게, 죽고 싶어?”문을
하준은 싸늘한 얼굴로 최윤형의 가슴을 힘껏 찼다. “너 요즘 동성에서 아주 유명하던데, 그 변태 같은 취향 동성까지 와서 소문내고 다녀야겠어? 넌 명예 같은 거 필요 없을지 몰라도 FTT는 필요하다. FTT를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최윤형은 연신 잘못을 빌었다.“아니, 넌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하준이 음산하게 웃었다.최윤형은 멍해졌다.“강여경이 형님의?”“그 딴 게 내 눈에 찰 것 같아?”하준이 천천히 허리를 숙여 앉았다. 눈빛이 얼어붙은 듯 날카롭게 반짝였다.최윤형은 잠깐 생각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설마… 강여름은… 아니겠지요?“기억은 하는구나. 내 손 더럽혀야 하는데 누명 씌우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잖아.”하준이 일어섰다.하준의 싸움 실력을 잘 아는 최윤형은 놀라 힘겹게 기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죄송합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머리가 어떻게 돼서….”하준의 발길질 한 방에 그는 그대로 벽으로 부딪혔다. ‘으헉’ 소리와 함께 피가 흘렀다. “넌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것 같으니 내가 아예 폐기 처분 해주마.”하준이 다가갔다.“사, 살려주십시오!”최윤형이 놀라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제가 다치면 할머니께서 속상하실 거예요. 절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아시잖아요. 할아버지도 화내실 거고.”“그럼 네가 말해봐라, 이 화를 어떻게 풀면 될지.”하준이 구두로 힘껏 최윤형의 다리를 눌렀다.최윤형은 너무 아파 눈물까지 흘리며 하준의 다리를 붙들고 애원했다.“아닙니다. 차, 차라리 마음껏 때리세요. 내일 강여름 씨를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드리겠습니다.”“좋아, 네 입으로 한 말이니 잘 기억해 둬라.”하준은 뒤돌아 수하에게 말했다.“이 녀석 테라스에 하룻밤 내놔.”최윤형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 전에도 여름에게 당해 감기에 걸려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 바깥 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