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을 지키고 살아온 임우빈조차도 거기에 빠져들었다. 그는 홀린 듯 말을 이었다.“주말에 B 시의 극장에서 저의 연극이 있을 예정입니다. 저한테 VIP 티켓이 하나 있는데 사모님께서 제게 이 영광을 주실지 모르겠네요.”그의 표정에는 모두 박연희에 대한 추앙하는 감정이었다. 예전에 임우빈은 박연희에 대한 말들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소문은 그녀를 탐욕스럽고 돈밖에 모르는 여자로 만들었었다. 그리고 그 역시도 박연희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만나보니 그는 그녀가 상상 속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가냘팠고 조금의 울적함을 띠고 있었다.박연희는 잠깐 생각하다가 임우빈에게 얘기했다.“제 아들의 과외 선생님이 우빈 씨를 아주 좋아해요. 할 수 있다면 그 티켓을 그분께 전해드리고 싶은데, 임우빈 씨 괜찮아요?”임우빈은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그는 조 대표의 사모님이 정말로 그와 인연을 맺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하여 그는 바로 자신의 명함을 꺼내 박연희에게 건넸다.“사모님의 명함을 제게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따가 제가 조수한테 댁으로 티켓을 보내라고 하겠습니다.”박연희는 핸드백을 열어 백금 명함을 한 장 꺼내 임우빈에게 주었다.“박연희”임우빈은 마음속으로 반복하여 이 이름을 곱씹었다. 그는 이 이름이 그녀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겉모습만 봐도 그녀는 가냘프고 부드러운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박연희의 명함을 받아 넣었고 헤어질 때 저도 모르게 허리를 숙여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사모님, 사모님을 알게 되어서 영광입니다!”박연희는 선을 넘은 그의 행동에 쓴소리하려고 했지만, 무의식 간에 본 임우빈의 얼굴에... 그녀는 넋이 나갔다. 이 얼굴은 더 젊었을 때의...임우빈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사모님.”박연희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우빈 씨, 여기는 해외가 아니라서 이런 식의 인사는 흔치 않아요. 앞으로 이러지 말아주세요.”임우빈은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박연희는 이렇게 작은 일로 소란을 피
박연희는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고 조은혁은 피식 웃었다.“우리는 부부야. 이런 작은 일에 고맙다고 할 필요가 있어? ... 맞다, 방금 임우빈인가 하는 그 자식과 얘기를 꽤 하는 것 같던데, 연예계에 있는 사람들은 적게 사귀도록 해!”차가 살짝 흔들렸다. 박연희의 표정은 더 담담해져서 말했다.“우연히 만난 것뿐이에요. 더 연락하고 지낼 생각 없었어요.”조은혁은 그녀를 몇 번 더 보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는 살짝 불쾌했다. 조은혁은 임우빈이 박연희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것을 보았기때문이다. 그때 박연희는 기분이 살짝 상한 것 같았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 모습은 좋지 않은 과거의 모습이 생각나게 했고 불쾌했던 사람들이 생각나게 했다.임우빈, 하와이, 정말 공교로웠다. 그는 마음속의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고 있었다.별장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을 때 박연희는 임우빈이 걸어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박연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휴대폰은 조은혁에게 빼앗겨 맞은편의 차 탁자에 아무렇게나 던져졌다. 이윽고 조은혁은 소파에서 박연희를 덮쳤다. 그는 강렬하게 관계를 하고 싶어 다정하게 어루만져줄 새도 없이 허리띠를 풀고 잠시 더듬거리더니 박연희와 관계를 맺었다... 그의 거친 동작에 소파는 감당하지 못하고 끼익 끼익 소리를 냈고 숨길 생각이 없는 남자의 섹시한 숨소리와 참지 못해 내뱉는 여자의 잠겨버린 목소리로 내는 은은한 울음소리가 동반되었다.조은혁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본인 행동의 무게를 몰랐다.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자신을 그녀에게 내던져서 그녀와 깊고 진득한 키스를 했다. 조금 지나고 조은혁은 또 남자의 기교로 박연희가 분위기를 띄우는 얘기를 하도록 했다. 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조은혁은 그녀를 괴롭히고 풀어주지 않고 그녀가 만족하지 못하게 했다.박연희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조은혁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애인처럼 낮게 속삭였다.“앞으로 저 자식과 연락하지 마, 알았어?”박연희는 잠시 쉬고 있었다...그녀는 아직 정신이 채 들
조은혁은 말을 거칠게 했지만, 행동은 멈추고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몸 아래에 있는 그린 것 같은 눈썹과 나른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한참 후, 그는 몸을 돌려 소파에 기대서는 팔을 뻗어 박연희를 일으킨 채 품에 안았다. 방금까지도 사납던 남자는 지금 한없이 부드러웠다. 조은혁은 박연희가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정장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열어보니 그 분홍색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박연희는 멍하니 보고만 있었는데 손가락은 이미 잡혀서 그 반지가 천천히 끼워졌다.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는 조명아래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조은혁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보고 있었고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틀 전에 금방 갖고 왔어. 너에게 서프라이즈로 주고 싶었는데 네가 나한테 서프라이즈를 먼저 선물할 줄 몰랐네. 연희야, 앞으로 연락 안 하고 지내겠다고 약속해줘.”박연희는 고개를 숙이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 다른 여자들의 눈에는 값비싼 액세서리겠지만 그녀에게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그에게 굴복해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어찌 자유를 갈망하지 않겠는가? 제네바에서의 한 달간의 평화로운 생활이 바로 그녀가 바랬던 것이었다. 하지만 박연희는 이것들을 다 말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옅게 웃으며 말했다.“아주 예뻐요.”촉촉해진 조은혁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그녀를 제대로 고쳐 안고 자신의 허리와 몸을 감싸도록 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뜨거운 입술로 그녀를 머금으며 진득한 키스를 나누었다.“나랑 한 번 더 해!”...이날 밤의 예상치 못한 사건은 이렇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앞으로의 보름 동안 박연희는 갤러리의 일로 바빴다. 그녀는 사업에 대해서 큰 야망을 품고 있지 않지만 일을 하는 게 조은혁을 피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면 그녀는 좋다고 생각했다. 박연희는 24시간 동안 감시를 받고 세상에 그 사람 하나뿐인 생활을 견딜 수가 없었다.서로 바쁘면 만날 시간도 적
조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조용히 누워 있다가 손등을 떼고 따라 일어나 침대맡에 기대어 담배를 한 개비 집어들고 불을 붙였다.옅은 연기 속에 그가 그녀를 힐끗 곁눈질하며 말했다.“김 비서가 소식을 전했지? 그럼 너한테 그건 알려주면서 내가 왜 아무것도 아닌 무명 배우를 상대하는지는 안알려줬어?”박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큰 침실에 침묵이 흘렀다.한참 후 조은혁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임우빈은 하와이 사람이야. 그리고 그에게는 하인아라는 여자 친구가 있지. 연희야, 이 성씨, 잘 알지?”박연희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조은혁은 담뱃재를 털고 나서 말투에 조롱의 뜻을 담아 말했다. “하인아는 하인우의 사촌 여동생이야. 하씨 집안 사람들이 너에게 많은 피해를 줬지. 심지어 하인아의 남자친구인 임우빈은 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잘 보이려고 하고 있어.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슨 방법이든 생각해서 그가 알아서 물러날 수 있게 해야겠지?”“왜, 마음이 아파?”“연희야, 그 보잘것없는 남자가 나보다 더 신경쓰여?”...그는 말끝마다 임우빈을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박연희는 그가 정말로 신경 쓰고 있는 건 하인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어쩔수 수 없기 때문에 산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박연희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지그시 눈을 감았다.한참 후 그녀는 탄식했다.“신경 쓴다고요? 조은혁 씨, 이치에 맞는 말을 해요. 전 그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러니 당신이 그렇게 신경 쓰고 상대할 필요 없어요. 그것보다는 우리 결혼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진시아가 아닐까요? 당신은 계속 가정으로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계속 물질적으로 그 여자를 먹여 살리고 있잖아요. 안 만난다고는 해도, 그게 밖에서 내연녀를 만든 거랑 뭐가 달라요?”“전 당신한테 그거에 대해 따지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오히려 저한테 따지는거예요?”...“그녀는 우리한테 아무 피해도 주지 않을거야.”진시아가
그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일주일 동안 조은혁은 호텔에 묵으면서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박연희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박연희도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주 고객을 접대하기 시작했고 그의 곁에는 여자가 생기기 시작했다.비즈니스를 하며 만나는 여자들, 유흥업소의 젊고 예쁜 소녀들, 그리고 여자 스타들. 그 여자들은 조은혁을 향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고 그중 일부는 그의 외모와 돈을 노렸다.조은혁은 그녀들과 함께 즐기면서도 진짜로 건드리지는 못했다.그는 아직도 자신의 맹세를 기억하고 있다.그는 그녀들을 건드릴 수 없다.하지만 새해가 다가오는데도 박연희는 고개를 숙일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살림을 꾸려가며 아이를 돌보거나 갤러리 오픈에 여념이 없었다.JH빌딩, 꼭대기 층 대표사무실.조은혁은 소파에 앉아 수표 한 장에 서명해 김 비서에게 건네주고는 만년필을 돌리며별것 아니라는 듯 물었다.“수표 말고 다른 건 뭐 얘기한 거 없어?”김 비서가 물었다."다른 거요?”조은혁은 쿠션 쪽으로 몸을 기댄 채 손가락으로 턱을 비벼대며 기침을 했다.“뭐 나더러 집에 들어오라고 한다던가.”김 비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러자 조은혁은 기분이 언짢아져 손을 흔들며 말했다.“먼저 나가.”그때, 다른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대표님, 하씨 성을 가진 한 여자가 대표님을 뵙겠다고 하시는데요.”조은혁은 눈살을 찌푸렸다.하씨?그는 똑똑한 사람이었기에 즉시 상대방의 신분을 알아맞혔다. 원래라면 그런 여자를 따로 만나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그래도 한번 만나기로 결정했다.“데리고 들어와.”비서가 웃으며 말했다.“네, 대표님.”곧 그녀는 젊은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여자는 얼굴이 청초하고 예뻤지만 그 나이대에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될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녀가 들어왔을 때 조은혁은 긴 다리를 포개고 소파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영국식 쓰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코트
조은혁은 몸을 옆으로 돌려 담배를 껐다.팔을 들자 셔츠 라인과 새하얀 소매 끝자락의 고급스러운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가 은근히 드러났다. 그 디자인은 와일드함과 세련미가 어우러져 독특한 남성미를 자아냈다.담배를 끄고나서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자는 저에게 미움을 사지 않았어요. 제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뿐이죠.”“박연희.”“하인아 씨는 이 이름 들어봤겠죠?”...그가 말을 꺼내자 하인아는 감정이 복받쳐 울분을 터뜨렸다.“그 여자가 우리 사촌 오빠랑 새언니 죽게 한 사람이잖아요. 저희 하씨 가문 사람이 그 여자를 미워하는 건 당연한거 아닌가요?”조은혁은 몸을 일으켜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하인아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조은혁은 그녀 앞으로 걸어가서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목소리는 온기 하나 없이 차가웠다.“만약 하인우의 죽음을 반드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건 제가 될 겁니다. 제가 그를 전소미 씨와 결혼시켰고, 제가 그의 한쪽 손을 박살냈어요. 그 사람이 주제넘게 결혼까지 했으면서 박연희를 건드린거죠. 만약 그가 박연희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죽을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하인아는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우리 오빠가 건드리지 않았다면 그 여자는 지금도 아마 장님이겠죠.”조은혁은 소매를 정리하며 말했다.“중요한건 건드렸다는 사실이죠.”그는 몸을 기울여 비서에게 말했다.“내보내!”비서는 즉시 하인아에게 떠나라고 청했다."하인아 씨, 대표님께서는 회의에 참석하셔야 합니다.”하인아는 이대로 가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계속 조은혁에게 사정했다.“조 대표님, 최소한 해명이라도 해주세요. 우빈이는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면 더 이상 연예계에서 살아갈 수 없어요...”그녀가 말을 마치자 수정으로 만들어진 재떨이가 깨졌다.하인아가 자리에 굳었다.조은혁은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첫 만남부터 유부녀를 노린 주제에 무슨 명예? 그렇게 행동해도 된다고 누가 허락했죠? 역시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카드를 꺼내 문을 열려고 하던 조은혁의 눈빛이 굳어졌다.진시아가 그의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검은 긴 생머리와 코트가 흠뻑 젖어 있었고, 그녀의 의족은 너덜너덜하게 땅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그녀의 치마는 반쪽이 휑뎅그렁했다.조은혁은 그녀를 보며 가슴이 뜨끔했다.그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말투는 답지않게 온화했다.“벨린에 남아서 돌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진시아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목이 잠긴 모습이 한없이 가여웠다.“곧 설날이잖아요. 저 혼자서는 그곳에서 너무 쓸쓸해요. 도우미들도 절 잘 대하지 않고 항상 제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절 따돌리고 있어요... 은혁 씨, 제발 저 국내에서 지내게 해줘요, 네? 당신의 가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저는 단지 편히 쉴 곳이 필요한 뿐이에요. 그리고 당신에게 절 보러 오라고 부탁하지도 않을게요.”“벨린에서 저 혼자 정말 외로워요.”그녀가 울며불며 말했지만 조은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가 진시아의에게 말했다.“너는 떠나야 해. 김 비서에게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라고 할게.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마.”그는 모진 태도에 진시아는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조은혁은 그녀가 떠나기 전에 호텔방을 예약해주고 의사를 불러주고 저녁까지 시켜주었다.진시아가 그더러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그가 떠날 때 진시아가 그의 등 뒤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은혁 씨 지금 행복해요? 만약 당신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면 왜 호텔에서 지내겠어요?한 남자의 곁에 돌봐줄 여자가 없는데, 그 모습이 어떻게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어요?”그 말은 마침 조은혁의 아픈 곳을 찌르는 말이었다.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밖에 나갔다....그는 몸을 함부로 놀리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그날 밤, 그의 가십에 대한 기사가 났는데 이번에는 여자 스타나 유흥업소의 여자가 아니라 바로 진시아였다.그가 진
조은혁은 취했지만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그는 고개를 숙여 품안의 여인을 바라보았다.깊은 밤, 그녀는 섹시한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고 발끝까지 닿는 치마로 그녀의 결점을 가렸다. 그녀는 예전처럼 화사해 보였지만 조은혁은 더 이상 어떠한 충동도 없었다.그가 진시아를 밀어냈다. “다시는 다른 여자를 두지 않겠다고 연희랑 약속했어.”진시아는 상처받은 얼굴로 말했다.“당신도 나한테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잖아요.”조은혁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녀를 지나쳐 호텔 스위트룸으로 들어간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시아야, 우리 얘기 좀 해보자.”어쨌든 한 때 좋게 지냈던 사이였기에 그는 그녀에게 보상을 제대로 해주고 싶었다.진시아가 따라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스위트룸은 조용했다.벨린에 있을 때 두 사람은 좋지 않게 헤어졌지만, 다시 만난 그녀는 다정다감했다. 조은혁이 소파에 기대자 그녀는 슬리퍼를 가져와 반쯤 주저앉아 그에게 신겨줬다.조은혁은 고개를 숙이고 검은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진시아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말했다.“숙취해소제 갖다 줄게요.”조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는 턱을 높이 쳐들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야한 느낌이 배어 있어 사람을 매료시켰다.진시아가 숙취해소제를 가지고 오는 길에 그의 이런 모습을 봤다.과거에 그들은 많은 사랑을 나누었다.지금 장애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자의 생리적 욕구는 여전했기에 그는 당장 그에게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은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진시아는 물건을 내려놓고 허리를 굽혀 부드럽게 말했다. “은혁 씨, 숙취해소제 가져왔어요.”조은혁이 눈을 떴다.그는 잠에 취해 반몽사몽했다.정신이 없는 가운데 그는 집에 돌아온 줄 알았고, 앞에 있는 여인이 박연희인 줄 알았다.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연희야.”진시아가 굳었다.그녀가 입을 열려 할 때 조은혁은 이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