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소식에 인터넷은 또 한 번 뒤집혔다.현신기술의 조우현은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며 방유설과의 관계를 인정했고, 이제 누리꾼들은 현신기술의 공식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방유설의 댓글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는 올해의 빅뉴스였으며 단지 연예계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와 기술 분야, 그리고 조씨 가문과 관련된 모든 산업들이 뉴스 헤드라인에 올랐다.조진범, 유이안, 유이준의 연애사까지 폭로되었고 조은혁의 불명예스러운 과거도 밝혀졌다. 그나마 유선우와 조은서에 대한 평판은 좋았으며 사람들은 그 두 사람 이야기가 마치 ‘가을 동화’ 같다고 했다.인터넷에서는 여전히 구경꾼들이 넘쳐났고 하루 동안 연이어 8개의 핫이슈가 터졌다.‘청홍’은 갑자기 12개의 공동 배급사가 추가 되었고 감독은 집에서 흐뭇해하며 전화를 걸어 홍이현에게 따졌다.“어때? 내 말이 맞지? 아무도 방유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때 내가 편 들어줬잖아.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난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니까. 이렇게 성실하고 좋은 배우가 억울하게 그런 일을 당하니 참을 수가 있어야지! 내가 말했잖아, 조 대표가 방유설을 보는 눈빛이 절대로 예사롭지 않다고!”홍이현이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말했다.“그래요. 정말 감독님 덕분이에요.”비록 입에 바른 말인듯했지만 홍이현은 마음속 한구석에서 진심으로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감독은 바로 방유설에게 다음 작품을 제안했고 홍이현은 주저 없이 승낙했다. 출연료는 올리지 않았고 나머지는 방유설에게 추가로 수익을 배분해 주기로 하고 감독은 그 자리에서 동의했고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계약을 마쳤다.홍이현은 전화를 끊고 텅 빈 복도에 서서 한동안 감탄했다. 전에 회사는 직원이 많지 않았고 100명 남짓이었다. 하지만 방유설의 일로 60명 이상이 사직했고 회사에는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홍이현은 휴지를 꺼내 코를 팽하고 풀었다.“이 의리 없는 자식들, 돌아와서 나한테 빌어도 이젠 안 받아줘. 일이 생기면 토끼처럼 튀어버리다니!”욕하고 나니 마
그 사진은 조우현의 마음에 큰 돌을 던졌다.열몇 살 남짓한 방유설은 일진 여학생들에게 상의가 벗겨지고 여윈 몸이 드러났다. 사진 속의 그녀는 골목에 서서 혼란과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조우현은 그 사진을 불태워버렸다.이제 더 이상 그 사진을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방유설 자신조차도.조우현은 방유설의 가냘프고 작은 몸을 꽉 안았다. 그 순간, 그의 분노와 자존심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방유설이 자신에게 했던 일을 무조건 용서하고 싶었다.그녀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자신은 너무나도 운이 좋았고 그는 기꺼이 자신의 행운을 방유설에게 나누어주고 싶었다.조우현의 품에 안긴 방유설은 저항하며 몸부림쳤지만 그는 놔주지 않았다.그의 입술이 그녀 귀의 솜털에 닿자 그는 마치 작은 토끼를 품에 안은 듯 포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잠깐만 이렇게 안고 있게 해줘.”방유설은 그의 품에서 떨고 있었고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러는 거예요?”“이유는 없어!”“유설아, 나는 너의 마음을 여러 번 거절했어. 그때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 하지만 이번에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이생에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그리고, 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아.”...조우현은 말을 마친 후 방유설을 더욱 꽉 안았다.방유설은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그녀의 명성과 이미지는 망가졌고 연예계 커리어도 끝이 났지만 그녀는 조우현을 얻었다.하지만 조우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항상 방유설의 것이었고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을 들인 적이 없었다. 그의 몸과 마음 모두 방유설의 것이었다...방유설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조우현을 바라봤고 조우현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패딩을 건넸다.“지금 나가도 늦지 않아. 우리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거야. 방유설, 이제는 몰래 만나지 말고 우리 당당히 같이 밖에 나가자.”조우현은 연애도 하고 싶지 않았고 바로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는 세상
시간이 자정을 넘었지만 조우현과 방유설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거리에 서서 계속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찬란한 불꽃이 하나, 둘 하늘 높이 꽃처럼 피어났다. 조우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행복해 보였다.방유설도 마찬가지였다.더럽고 좁은 골목길, 상처받은 과거들, 그 모든 것들이 이 순간에는 다 사라진 듯했다.지금 그녀의 눈에는 오직 조우현만 보였고 이 모든 게 마치 꿈만 같았다.그녀는 두 번 다시 조우현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체념했고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먼 곳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힘든 순간에, 그는 그녀에게 돌아왔다.조우현은 방유설을 용서했다고 말했고 더 이상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하늘을 가득 채운 불꽃 아래, 방유설은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물었다.“우현 씨, 다시 한번 나를 용서한다고 말해줄래요?”차가운 겨울밤, 그녀의 작은 얼굴은 빨갛게 얼었고 카메라에는 예쁘게 찍히지 않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방유설의 시선은 오직 조우현만 향했고 남자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참 지난 후, 그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방유설은 조우현이 자신을 용서한다고 말할 줄 알았지만 그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다.“방유설, 우리 결혼하자.”방유설이 그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이, 어느새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녀의 가느다란 약지에 끼워졌다.가느다란 그녀의 손가락에서 다이아몬드가 더욱 눈부시게 보였다.조우현이 서둘러 말했다.“빨리 말해, 너도 원한다고.”방유설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저는 준비가 안 됐어요.”조우현이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나는 상관없어.”방유설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 그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그의 손바닥에 얼굴을 대고 입맞춤하며 목이 메인 듯 말했다.“현우 씨, 이게 저의 마음이에요.”조우현은 그녀의 어깨를 감싼 채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 그의 얇은 입술은 그녀의
방유설의 일은 이상한 방식으로 끝났다.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더욱 유명해졌고 연속 일어난 일들 덕분에 홍이현은 4개의 영화와 8개의 CF를 계약했다.그중에 해외 유명 브랜드도 있었지만 브랜드 측에서는 조정 기간 없이 바로 방유설을 원한다고 했다.이는 전례 없는 일이었으며 브랜드 측에서는 방유설 뒤에 조씨 그룹과 현신기술이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그 두 회사가 그녀를 지원해 줄 테니까.방유설은 많은 팬을 얻었고 그녀가 엠버서더로 있는 브랜드의 매장들은 공식 발표 당일에 모두 매출이 몇십억을 넘어섰다. 그중 하나는 거의 백억에 가까운 놀라운 매출을 기록했고 그 후로 매장 물건이 품절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녀가 촬영한 잡지는 2시간 만에 56만 부가 팔렸고 이는 연예계 기록을 깼다.방유설은 단숨에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되어 몸값은 하늘을 찔렀고 홍이현은 출연료를 모두 30억 이상으로 올렸다.어느 날, 현신기술의 공식 계정에 게시글이 올라왔다.[연예인의 남자 친구로 사는 게 어떤 경험일까?]30분도 채 되지 않아 5만 개의 댓글이 달렸고, 모두 조우현을 언급했다. 네티즌들은 조우현이 바쁜 일정을 이유로 댓글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두 시간 후, 그는 댓글을 남겼다. 단 몇 글자였다.[달콤한 부담.]네티즌들은 또다시 흥분하며 방유설에게 댓글을 요구했다. 그 시각, 방유설은 현장에서 촬영 중이었고 홍이현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 회사는 완전히 방유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녀는 화제성이 최고인 연예인이었다.업계에서는 이제 방유설을 찾으려면 우선 홍이현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홍이현 역시 유명 인사의 행렬에 올랐으며 회사는 방유설만으로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 홍이현은 집에 가면 한 가지 일만 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방유설이 너무 일찍 결혼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게 뻔하다고 웃으며 말했다.다행히 방유설은 너무 일찍 결혼하지 않
저녁 무렵, 번쩍이는 링컨 리무진이 천천히 조씩 가문의 저택에 들어섰고 진안영과 조은희가 진아현을 데리고 계단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방유설을 본 진아현은 바로 뛰어가서 작은 손으로 다리를 끌어안으며 친근하게 불렀다.“작은숙모! 너무 예뻐요!”방유설은 아이의 칭찬에 약간 쑥스러워했다.진아현은 그 틈을 타 과일 바구니에서 바나나 하나를 훔쳤고 차가운 바나나를 먹고 배가 아플 가봐 방유설은 아이의 손을 잡고 달랬다.“이따 밥도 먹어야 하니까 우리 조금만 먹자.”방유설은 진아현의 손을 잡고 주방에 가려다가 먼저 조우현의 부모한테 인사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망설였다.긴장한 방유설을 보고 조진범은 입을 열었다.“아현이를 안고 가서 안부 인사드려요. 우리 집은 복잡하게 따지고 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우현이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있을 거예요.”방유설은 깜짝 놀라 물었다.“우현 씨가 벌써 집에 왔다고요?”집으로 들어간 방유설은 그래도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진아현을 안고 주방으로 향했다. 진아현도 어느새 방유설과 친해진 듯 그녀의 목을 꼭 끌어안고 얌전히 품에 안겨있었다.“아현이는 작은숙모가 좋아요.”갑작스러운 애교에 방유설은 또 한 번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바나나 반 개를 잘라 작은 아이가 먹기 쉽게 작은 그릇에 담아 건넸다.따뜻한 조명 아래 어린아이의 미세한 솜털이 반짝였고 맑은 얼굴, 깨끗한 옷, 예쁜 작은 곱슬머리가 돋보였다.방유설은 갑자기 코가 시큰해져 진아현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녀는 마치 어린 시절을 잃은 자신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그때, 훤칠한 그림자가 방유설 위로 드리우며 조명을 가렸다.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조우현이었다.조명이 그의 머리 위로 비추며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한층 성숙하게 보였다. 방유설은 저도 모르게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때, 진아현이 속삭이며 물었다.“작은숙모, 우리 삼촌 잘생겼죠?”방유설은 다시 얼굴이 빨개졌다.조우현은 조카를 안아 들고 그녀를 향해 다정하
조우현은 동생의 입에 방울토마토 하나 넣으며 말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냐? 정말 보고 싶다면 그 사람을 찾으러 가 봐!”조은희는 캑캑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죽고 싶어?’그때 그 사람과 헤어진 이유는 집안에서 반대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그 사람을 다시 찾아갈 엄두나 나지 않았다.조우현은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다 뭔가를 생각난 듯 웃으며 말했다“그 사람 아직도 여기 있어. 이사도 안 했고 고향으로 돌아가 어여쁜 아내를 맞은 것도 아니더라고. 은희야, 나는 네가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유설이도 나한테 상처를 줬지만 다시 만났을 때 울면서 나를 붙잡았잖아. 그래서 난 거절할 수 없었던 거고.방유설은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어른들 앞이라 반박하기가 민망했다.보다 못한 박연희가 아들을 꾸짖었다.“또 헛소리하냐? 유설이가 도망가면 그땐 울고불고해도 소용없어.”조은희가 옆에서 거들었다.“그러니까요! 둘째 오빠 원래 울보잖아요.”조우현은 동생의 목을 조르는 시늉 하며 그만하라고 위협했고 조은희는 웃겨서 눈물이 글썽한 채 사과했다.그 모습을 보며 방유설은 자기도 모르게 살짝 미소 지었다.그때 조진범도 주방에 들어섰다. 방유설은 적어도 아주버님만큼은 진지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처음 보는 반찬을 보자 바로 맛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조우현의 가족들에 둘러싸인 방유설은 순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고 조은혁 부부는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들에게도 휴가를 주었다. 그래서 조씨 가문의 남자들이 분주히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날랐고 여자들은 수저를 놓으며 저녁 먹을 준비하고 있었다.조은희는 둘째를 임신한 진안영을 도와 조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식사 중에는 자연스럽게 조우현과 방유설의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두 사람은 이미 다음 해 초에 결혼할 계획이었지만, 당분간은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이 점에 대해 조은혁 부부도 찬성했다“유설이는 아직 젊으니 급하지 않단다.
조우현은 설날 전에 본가를 나와 방유설과 함께 살겠다고 했고 조은혁은 찬성하며 말했다.“그래. 서둘러서 나가거라. 나와 네 엄마가 좀 오붓하게 살아보자.”조우현은 큰 짐을 능숙하게 옮긴 후 동생을 내세우며 말했다“아버지, 그러게 왜 셋이나 낳았어요.”조은혁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네 여동생까지 데려가지 그러냐?”조우현은 큰 짐을 어깨에 메고 말했다“아버지도 참, 저랑 유설이도 신혼이라고요. 두 분이 좀 더 참으세요. 은희가 시집가고 나면 진짜 두 분만 오붓하게 보내실 수 있어요. 저희 애들도 나중에 두 분 게 맡기지 않을게요.”아들을 나무라던 조은혁은 서둘러 예비 며느리한테 달려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약간 감상에 젖었다. 조우현이 태어났을 때 집안은 꽤 어려웠고 그도 심지철이랑 싸우느라 아들을 많이 돌보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러던 그 작은 아들이 어느덧 결혼을 한다니.조은혁이 방유설에게 준 별장은 명의도 그녀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나중에 부부싸움 하더라도 집을 나가야 하는 사람은 조우현이었다. 가족이 없는 방유설을 조은혁 부부는 더 많이 아껴주고 싶었다.조은혁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 두 며느리는 모두 참 고생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자신의 아들들을 만났고 그 덕분에 며느리들은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하면서 그는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그런 조은혁의 생각을 박연희는 한눈에 알아챘다.…겨울 저녁, 조우현의 차가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별장은 이미 인테리어가 거의 끝났지만 아직 가정부를 들이지 않아 지금은 그와 방유설 두 사람만 살고 있었다. 가끔 조우현의 비서가 임시 가정부를 부르기도 했지만 그 외의 식사는 모두 방유설이 준비했고 조우현은 집안일을 도와주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맛있는 밥 냄새가 코를 찔렀다.조우현은 차에서 내린 후, 짐을 현관 쪽에 대충 던져두고 방유설한테 바로 다가갔다. 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 긴 머리를 간단히 집게 핀으로 고정한 채 요리를 하고 있었
저택 앞 계단에서 조우현과 방유설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박도원이 차에서 내렸다. 오늘 밤 그는 유난히 단정하고 멋져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조우현은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박도원이 공작새처럼 너무 화려하게 꾸미고 왔기 때문이다. 조우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유설이에게 물어봐야겠다. 나랑 박도원중에 누가 더 잘생겼는지. 박도원은 저물어가는 노을 속을 걸어왔다. 방유설은 앞으로 나가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제 그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조우현은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꼭 그렇게까지 친밀해야 해?” 방유설과 박도원의 포옹이 끝나자 조우현은 자신도 박도원과 포옹하겠다고 나섰다. 박도원은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리고 순간 조우현의 힘에 거의 날아갈 뻔했다! 조우현은 다가가 박도원을 단단히 끌어안고 그의 등을 세차게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떠난다니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거 같아.” 박도원은 말문이 막혔다. 방유설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한숨을 쉬었다. 도저히 조우현이 자기 집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났는데 어쩜 아직도 저렇게 유치할까? 밥은 다 먹은 후에도 조우현은 여전히 소심하고 질투가 많았다. 그러나 박도원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조우현 같은 사람만이 방유설의 차가운 삶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었다. 박도원은 자신이 방유설을 온전히 채워줄 수 없음을 느꼈다. 박도원은 방유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부족했고 방유설에 대한 감정도 너무 단순했다. 하지만 조우현은 달랐다. 그에게는 든든한 형제자매와 부모님이 있었다. 박도원은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번엔 질투 좀 해도 되겠지. 그날 밤은 박도원이 B시에 머무는 마지막 밤이었다. 다음 날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P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식사 중 몇 잔의 술이 오갔고 모두 조금씩 취기가 올라왔다. 두 남자는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