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도시 / 용왕 귀환 / 제1303화

Share

제1303화

Author: 종이워치
백강호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온몸이 멈출 수 없이 떨렸다. 감히 통제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대답 하나가 모든 걸 결정짓는 셈이었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백씨 가문이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지가 달린 문제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 절망이 스며들었고 특히 아내 김희자의 눈에서 두려움을 발견했을 때 그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내가 돈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클 것 같았다.

‘돈은 분명히 송금되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김희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미동조차 하기 싫었다.

연이은 따귀에 뺨이 타오르듯 아팠고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끔찍할 정도였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그녀는 급히 숨을 고르고 말했다.

“보... 보냈어요!”

‘보냈다고?’

이 말에 백강호는 반사적으로 흥분했다.

그도 역시 분명 돈을 보냈다고 기억하고 있었고 아내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예천우의 손에 닿지 않았다는 건 명확했다.

송금 내역이 남아 있으니 거짓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중간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예천우는 단번에 김희자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꿰뚫어 봤다.

“그래? 그럼 어느 계좌로 송금했는데?”

김희자는 다급히 대답했다.

“저, 저번에 예천우 씨한테 2,000억을 보냈던 그 계좌예요.”

백강호도 서둘러 덧붙였다.

“용왕님, 저희는 이미 약속을 지켰고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도 직접 확인했는데 제가 준비한 1조 8,000억은 확실히 송금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간단하지. 이 정도 큰 금액을 송금했다면 당연히 증빙 자료가 있을 텐데 그걸 보여주면 되겠네?”

“그... 그래! 여보, 어서 증빙 자료를 내놔. 없으면 바로 저쪽에서 보내라고 해!”

백강호는 다급히 아내를 재촉했다.

지금 이 순간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용왕 귀환   제1304화

    “여보, 용왕님께 직접 보여드려요.”김희자는 백강호가 진실을 밝히기 전에 서둘러 말했다.백강호는 순간 멍해졌지만 곧 김희자의 의도를 어렴풋이 깨달았다.실수로 잘못 보냈다는 변명으로 넘어가려는 것이었다.어처구니없는 방법이긴 했지만 지금으로선 유일한 기회였다.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백강호는 긴장한 채 핸드폰을 예천우에게 내밀었다.예천우는 이 상황이 흥미로웠다.분명 두 사람의 불안한 기색을 눈치챘지만 그런데도 이들이 직접 내밀 정도라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궁금했다.그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화면을 확인했다.‘왕철수?’예천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타고난 천재였다.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갖고 있었고 백씨 가문에 대한 자료 또한 부하들이 정리해 둔 것이 있었다.단순히 흘려본 수준이었지만 김희자의 본명이 왕희자였고 동생이 왕철수라는 것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이건... 동생에게 보낸 걸 나한테 송금했다고 우길 셈인가?’예천우는 백강호가 아까부터 왜 저렇게 긴장했는지 이해가 갔다.이런 아내를 두었으니 한 걸음씩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예천우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김희자, 다시 묻자. 확실히 나한테 보냈나?”“확실합니다!”김희자는 이미 준비한 대로 응수했다.“그래? 그럼 네가 누구한테 보냈는지는 알고 있나?”“지난번과 같은 계좌 아닌가요?”김희자는 일부러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여기 적힌 이름은 왕철수야.”“... 뭐라고요?”김희자는 당황한 척 연기를 하며 놀란 듯 말했다.“설마... 실수로 잘못 보낸 건가요?”그녀는 황급히 변명했다.“용왕님, 왕철수는 제 동생입니다. 아마 제가 계좌를 헷갈려서 실수로 동생 계좌로 보낸 것 같아요!”백강호도 급히 거들었다.“그렇습니다. 용왕님, 저희가 이미 약속했는데 거짓말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어쨌든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반드시 대인께서 지정하신 계좌로 다시 송금하겠습니다!”“맞아요! 오늘 밤까지 꼭 보내겠습니다.

  • 용왕 귀환   제1305화

    김희자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신호를 줬음에도 왕철수가 저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순간 얼어붙었다.이제 1조 8,000억을 돌려받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더 중요한 건 용왕님을 기만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 버렸다는 점이었다.백강호는 힘이 풀린 듯 무릎을 꿇은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끝났어. 이젠 완전히 끝장났다.’결국 용왕님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하하, 너희 평소에 나를 얼마나 무시했냐? 내가 못난 놈이라 쓸모없다고 생각했지?”“근데 이제 나한테 1조 8,000억이 있어. 그러니 너희 눈치를 볼 이유도 없지.”왕철수의 목소리는 뻔뻔하고 거만했다.“참, 나는 지금 해외에서 한껏 즐기고 있어. 이 번호는 곧 없애버릴 거야. 잘 지내. 우리 착한 누님.”뚝...전화가 끊겼다.왕철수는 자신이 방금 저지른 짓이 어떤 상황을 초래할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아니, 알았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1조 8,000억이었다.그 정도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안 돼... 안 돼!”김희자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고 절망적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미 전화는 끊겼고 그녀의 울부짖음을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강호 오빠, 제발 나 좀 살려줘. 나 죽기 싫어!”김희자는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예천우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공포에 휩싸였다.그녀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백강호는 차갑게 김희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에는 증오와 혐오가 서려 있었다.그토록 사랑했던 여자를 향해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다.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김희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를 끝없는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이제는 더 이상 희망조차 없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을 살려 달라고?’이건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당신... 왜 날 그렇게 봐?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야?”김희자는 다급히 백강호의

  • 용왕 귀환   제1306화

    김희자는 강렬한 충격에 눈앞이 번쩍했고 거의 그대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이번에는 백강호가 진짜 힘을 준 것이었다.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는 김희자에게 수없이 닥치라고 경고했건만 김희자는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결국 스스로 모든 걸 망쳐버렸다.예천우는 물론 정우환과 홍 장로마저 어이없어했다.‘이 정도로 멍청한 여자가 있었나?백강호가 이런 여자를 아내로 맞고도 이제야 망가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백강호는 피가 맺힌 목소리로 말했다.“용왕님, 저 여자의 미친 소리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제게 기회만 주신다면 백강호는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제 목숨이라도 용왕님께 바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실 나도 기회를 줄 생각은 있었어. 하지만 네 곁에 저 여자가 있는 이상 이번엔 살아남더라도... 다음번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백강호는 순간 움찔했고 즉시 반응하며 외쳤다.“용왕님, 안심하세요. 오늘 이후로 저는 김희자와 이혼할 것입니다. 다시는 그녀와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입니다.”“뭐? 안 돼. 난 절대 동의 못 해. 네가 감히 나랑 이혼하면 난 당장 여기서 죽어버릴 거야.”김희자는 방금 전까지 기절할 뻔했던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원래는 백강호가 자신을 때린 것에 분노해 한동안 말을 안 하려 했지만 이혼이라는 말이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이혼하면... 그녀는 사실 끝장이었다.이미 동생 왕철수는 돈을 들고 가족과 함께 도망쳤을 것이 분명했다.그녀에게 남은 건 이제 백강호뿐인데 이혼까지 하면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네 마음대로 해. 죽으려면 죽어!”백강호는 이제 완전히 인내심이 바닥났고 김희자는 그제야 깨달았다.백강호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감싸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이럴 수가. 남자는 다 똑같다더니 결국 백강호도 별반 다르지 않았네.’“넌 달랐을 줄 알았는데 결국 다 똑같은 쓰레기야. 그렇게 혼자 살고 싶어서 내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까지

  • 용왕 귀환   제1307화

    예천우는 백강호의 속마음을 알아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가볍게 말했다.“좋아. 그럼 바로 준비해. 오늘 오후에 바로 주식 양도 절차 진행하도록 해.”“네? 이렇게 빨리요?”백강호는 순간 당황했다. 이미 마음속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고 싶었다.“싫어?”예천우의 목소리가 싸늘해지자 백강호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아닙니다. 다만 준비할 게 좀 많아서... 하지만 용왕 대인께서 직접 말씀하셨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습니다. 늦어도 오후 4시까지 모든 계약 절차 마무리하겠습니다.”그는 빠르게 태도를 바꿨다.예천우 같은 이런 괴물 같은 존재 앞에서는 그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았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최선이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당부했다.“좋아. 근데 한 가지 확실히 해둬. 난 쓸데없는 소란을 싫어해. 그러니까 이 일은 조용히 진행해. 회사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모든 운영도 평소처럼 돌아가게 해.”“알겠습니다.”백강호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예천우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떠났다.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백강호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조금 전 상황은 정말이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백강호는 옆에 널브러진 김희자를 힐끔 바라봤다.그녀를 향한 감정은 이제 더 이상 미련도 연민도 아니었다.차가운 증오뿐이었다.‘내가 여기까지 몰린 게 다 너 때문이야.’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집안의 몇몇 구성원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백강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오른손을 살짝 흔들었다.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여섯 개의 비수가 날아갔다.휙!비수들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푹! 푹! 푹! 비명조차 낼 틈도 없이 가족 구성원들은 그 자리에서 전부 즉사했다.‘왜? 왜 우리를?’그들은 이유조차 모른 채 쓰러졌다.바닥에 쓰러

  • 용왕 귀환   제1308화

    백강호는 단 한 가지를 기다렸다.자신이 복수할 기회를 만들어 줄 강력한 존재가 나타나는 것뿐이었다.예천우와 맞설 만한 상대가 등장하기만 한다면 그때가 바로 그의 기회였다.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당장의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었다.백강호에게 이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바로 사람들을 불러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그 후 그는 직접 더 중요한 일을 해결하러 나섰다.바로 백성 그룹의 지분 양도 문제였다.백강호는 강한 인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일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리고 일부 소규모 주주들에게도 이 소식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비록 백성 그룹은 사실상 백강호가 장악한 기업이었지만 법적으로 일부 지분을 가진 다른 주주들도 있었고 이 정도 규모의 거래는 무조건 통보해야 했다.그러나 백강호는 몰랐다.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예천우는 여전히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차 안에서 조용히 앉아 정우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왜냐하면 조금 전 정우환은 백씨 가문의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우환이 다시 나타났다.“주인님!”“어떻게 됐어?”예천우가 무심하게 물었다.“주인님, 역시 예상대로였습니다. "백강호, 이 자식은 정말 독하네요. 저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아까 한 맹세도 완전히 진심은 아니었습니다.”정우환은 그가 본 장면을 떠올리며 살짝 혀를 찼다.처음에는 백강호가 완전히 항복하고 진심으로 충성을 바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그렇게 자존심을 짓밟혔으니 마음속에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겠죠. 다른 사람들을 죽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김희자까지 죽일 줄은 몰랐습니다.”예천우는 가만히 듣다가 가볍게 웃었다.“백강호가 김희자를 죽인 건 단순한 분노 때문이 아니야.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김희자가 살아 있으면 나중에 자신한테 걸림돌이 될 거라고 판단했겠지.”예천우는 이미 백강호의 속내를 간파하고 있었다.“게다가 마지막 순간

  • 용왕 귀환   제1309화

    예천우는 무심하게 명령을 내렸다.1조 8,000억이라는 돈이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작은 돈도 돈이었다.어차피 찾아올 거라면 차라리 그 돈을 가난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게 나았다.의미 없는 사치에 쓰느니 더 필요한 곳에 흘러가야 했다.“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전화기 너머에서 부하는 즉시 명령을 받아들였다.왕철수가 해외로 도망친 이상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백강호조차도 손을 쓸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해외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그가 원한다면 왕철수 따위는 간단히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다.백강호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주식 양도 과정 역시 예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 단 30분 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다.백씨 가문은 다른 대가문들과는 달리 다양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백성 그룹은 사실상 백씨 가문의 핵심이었다.이 기업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남강성 최고 수준의 대기업이었고 그 가치만 해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자산이었다.그런데 지금 이 기업의 대주주가 예천우로 바뀌었다.백씨 가문이 가지고 있던 지분이 거의 전부 예천우에게 넘어가면서 사실상 그는 백성 그룹 전체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모든 과정은 빠르고 깔끔하게 진행됐다.하지만 백강호가 이 과정에서 보인 미묘한 감정 변화는 예천우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겉으로는 전혀 아쉽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그의 표정 사이사이에 드러나는 깊은 원한과 아쉬움은 예천우의 눈에 너무도 쉽게 보였다.아무리 숨기려 해도 예천우처럼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단련된 자에게 그런 감정의 흔들림은 숨길 수 없는 법이었다.백강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용왕님, 이제 주식은 모두 넘겼으니... 새로운 대표를 임명하셔야 할 텐데요.”그의 표정은 태연한 척했지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혹시라도 자신을 그대로 대표직에 둔다면 조용히 다시 힘을 모

  • 용왕 귀환   제1310화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해서.”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절정 노조처럼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었다.아무리 많은 일을 겪어도 여전히 자신을 정상적인 시민으로 여기고 있었다.정우환은 잠시 멈칫했지만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그에게 중요한 건 주인을 따르고 맡은 일을 수행하는 것뿐이었다.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예천우에게 더욱 충성하게 되었고 예천우 역시 혼을 지배하는 기술의 효과를 점점 실감하고 있었다.하지만 이 능력은 너무 많은 사람을 지배할 순 없었기에 최대한 가치 있는 곳에 써야 했다.같은 시각의 병원.백도훈은 병실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바로 백씨 가문의 몰락.과거에 그는 백강호가 자신을 가족처럼 여긴다고 믿었다.심지어 백씨 가문의 호적에 올랐고 백강호가 직접 키워주며 미래를 보장해 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그는 그저 필요할 때 이용하는 도구였을 뿐이었다.그제야 그는 자신이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백씨 가문의 지분은 내 것이겠지. 백씨 가문의 자산은 결국 내 손에 들어오겠지.’그런 허황한 생각은 이제 모두 물거품이었다.너무 늦게 깨달은 게 문제였다.오늘 아침, 그는 흑호를 통해 들은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백강호가 1조 8,000억을 예천우에게 바치기로 했다고 들었다.드디어 백강호도 끝장이구나 싶어서 그는 처음에는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절정종의 부종주가 직접 나서서 예천우를 처리하러 온다는 소식이었다.그 말을 듣고 그는 다시 절망했다.아무리 예천우가 강하다 해도 그 정도 강자와 맞설 수 있을 리가 없었다.결국 백강호는 돈을 되찾고 칠색 연꽃도 회수할 것이다.백씨 가문은 다시 성장할 것이고 자신은 잊힐 것이 뻔했다.‘나는 그냥 버려진 존재겠지.’그렇게 생각하며 허탈해하던 그때 문소리가 들려왔다.“철컥.” 병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백도훈은 무심히

  • 용왕 귀환   제1311화

    “농담하는 게 아니야.”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하자 백도훈은 순간 멍해졌다.예천우의 표정은 진지했고 애초에 그가 이런 걸로 장난칠 이유도 없었다.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믿기 힘들었다.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돌렸다.“그건 그렇다 치고... 절정종 고수를 어떻게 상대할 건지 먼저 생각하는 게 낫지 않겠어?”“그건 생각할 필요 없어.”“뭐라고?”백도훈은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이미 해결했어.”“해, 해결했다고? 말도 안 돼!”그는 본능적으로 부정했다.절정종의 부종주는 웬만한 초고수들도 감당할 수 없는 인물이었는데 예천우가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곧 스스로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됐어. 해결했든 안 했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 어차피 난 이미 폐인인데.”“그건 맞아. 너 지금은 폐인이 됐지.”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잊지 마. 널 이렇게 만든 건 나야. 그 말은 내가 널 다시 회복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해.”“뭐?”백도훈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그게 가능해?”그의 눈빛에 처음으로 희망이 비쳤다.예천우의 태도는 변함없이 차분했지만 그만큼 더 신뢰할 수 있었다.“진짜야?”“당연하지. 네가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회복시켜 줄 수 있어.”예천우는 태연하게 말하자 백도훈은 숨을 삼켰다.‘진짜일까?’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실력 없이 살아봐야 남은 인생은 비참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직접 실력을 잃어본 사람만이 그 소중함을 뼛속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제발... 회복시켜 줘.”그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자 예천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간 낭비할 여유 없어. 가만히 있어.”그의 손에 아홉 개의 은침이 나타났다.휭!그 순간 은침이 빛을 그리며 백도훈의 주요 경혈에 정확히 꽂혔다.극심한 고통이 온몸을 파고들었고 몸이 찢어질 듯한 아픔이었다.“참아. 견디지 못하면 그대로 끝이야.”예천우는

Latest chapter

  • 용왕 귀환   제1404화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 용왕 귀환   제1403화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 용왕 귀환   제1402화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 용왕 귀환   제1401화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 용왕 귀환   제1400화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 용왕 귀환   제1399화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 용왕 귀환   제1398화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 용왕 귀환   제1397화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 용왕 귀환   제1396화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