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사가 계속된다면 결국 모든 것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다.남궁연아는 예천우의 강력함과 두려운 존재감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여색을 즐기는 조카 남궁상민이 동성에 있다는 사실을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특히 임완유의 아름다움은 남궁연아마저도 놀랄 정도였기에 남궁상민이 그녀를 보고 흑심을 품고 무모한 행동을 할까 염려되었다.‘이 녀석이 임완유에게 눈독을 들이면 어떻게 될지 뻔해. 그랬다간 예천우와 바로 충돌이 생길 텐데 지금 우리는 그런 문제를 절대 감당할 수 없어.’현재 남궁 가문은 4대 슈퍼 가문으로 도약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천우처럼 무시무시한 적을 만들 여유는 없었다.하지만 모든 것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남궁연아가 조카에게 경고를 전하기도 전에 남궁상민은 이미 예천우와 엮이고 말았다.무슨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십중팔구 여자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그 순간 영상 속 남궁연아가 침묵을 유지하자 남궁상민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예천우의 태도가 이렇게까지 거만하고 오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남궁상민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대체 왜 이런 일이... 우리 남궁 가문이 이렇게도 무력한 거야? 저런 겉모습만 멀쩡한 놈 하나도 어쩌지 못한다고?’남궁상민의 절망 어린 표정 속에서 남궁연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예천우, 넌 스스로가 너무 오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아?”그녀는 낮고 침착한 듯하면서도 냉랭한 어조로 물었고 예천우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오만?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 덤벼보세요.”예천우는 마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 차분하게 말했지만 그 안에 담긴 자신감은 확실히 전해졌다.남궁연아는 그 말에 크게 자극을 받아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정말 우리 남궁 가문과 끝까지 맞서 싸워보겠다는 거야? 네가 용문을 손에 쥐었다고 해서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하지원은 눈앞의 상황에 완전히 얼어붙었다.‘예천우 씨는 정말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야. 저렇게 단호한 태도에 남궁상민에게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니.’ ‘퇴로도 없고 항복 아니면 싸움뿐이라니... 어디에 또 저런 사람이 있을까?’예천우와 통화하고 있는 남궁연아도 분명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그녀는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겨우 예천우와 전면적으로 싸우기 시작하거나 스스로 없던 일로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진나비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눈빛을 반짝였다.‘오빠, 정말 멋있어... 이렇게 강하고 당당하다니.’예천우의 강인함에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천우 오빠가 이렇게나 대단한 분인데 남궁상민 같은 인간 때문에 내가 그동안 왜 그렇게 걱정했을까?’그녀는 속으로 후회했다.반면,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남궁연아였지만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도 못했고 그녀조차 상황을 심하게 만들수 없었기에 억지로 말했다.“예천우, 정말로 이렇게밖에 할 수 없겠어?”그러자 예천우는 냉정히 답했다.“당연하지. 네가 결정하지 못하겠다면 네 윗사람들에게 물어봐.”남궁야는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짧게 대답했다.“좋아, 기다려.”그러고는 통화를 마치며 더 이상의 빈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도 예천우가 바로 싸움을 선언할 것을 알았다.이미 상황은 그녀가 조정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남궁연아는 마지막으로 남궁상민의 상태를 언급하며 말했다.“그냥 남궁상민을 놔줘. 병원 치료가 필요하니 보내줘.”예천우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굳이 놓아줄 필요 없어. 이미 쓸모없는 폐인이야. 전쟁이든 뭐든 상관없이 나는 남궁상민을 남겨둘 생각이 없었어.”남궁연아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그 점에 대해선 남궁가문이 너의 은혜를 잊지 않겠어.”남궁연아는 속으로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예천우와 정면으로 대결할 수 없어. 그가 용문의 용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남궁
남궁상민의 경호원은 깨어난 뒤 들려오는 대화를 듣고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다. 그는 비록 아직도 많이 고통스러웠지만 걸을 수는 있는 상황이었고 조금 전의 통화 내용도 모두 들었다.‘이게 정말 현실일까? 아니면 내가 이미 죽어서 꿈꾸는 걸까?’하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너무도 생생했고 그가 믿기 싫어도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남궁상민은 예천우에게 처참히 당했지만 남궁 가문은 복수는커녕 예천우에게 은혜를 받은 듯 행동하고 있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경호원은 예천우의 강한 실력과 패기 넘치는 모습에 완전히 압도되었다.하지원 역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오늘 내가 겪는 모든 일들이 하나같이 내 상상을 초월하고 있어. 예천우 씨는 정말 두려운 존재야.’하지원은 이미 충격으로 감각이 무뎌질 정도였다.‘이렇게까지 놀라운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질 줄이야. 내 평생 이렇게 큰 충격을 한꺼번에 받은 적은 없었어.’그녀는 예천우가 얼마나 강력하고 두려운 존재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었다.‘예천우 씨는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야. 이런 분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워.’그러다 문득 남궁 가문 사람이 언급했던 용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용문은... 강자들로 가득한 강력한 조직이라고 들었는데 예천우 씨가 용문을 손에 쥐고 있다니? 정말로 용문의 중요한 인물이라는 거야?’하지원은 용문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용문의 용왕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그렇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예천우는 이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인물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이런 남자에게 내가 감히 다가갈 수 있을까? 당연히 난 그럴 자격이 없겠지. 하지만... 만약 예천우 씨의 기억 속에라도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아.’진나비도 남궁연아와 예천우 사이의 대화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오빠는 정말 너무 강하고 멋있네요.”“그건 물론이지.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남궁 가문은
남궁상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년 경호원과 함께 떠났다.하지만 떠나기 직전에 그는 예천우를 흘겨보았고 그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예천우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이 자식이 절망하는 대신 뭔가 살길이라도 찾은 건가? 게다가 저 눈빛... 완전히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네.’그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이 자식이 진짜로 회복할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내가 가한 상처는 복구할 수 없을 정도였을 텐데.’곰곰이 생각하던 예천우는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설마 그 전설의 규화보전 같은 걸 얻어서 복수하려는 거라면?’그 순간,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남궁상민을 바라봤다. ‘규화보전이 있는 용도 보물창고는 남궁 가문이라면 접근 가능성이 있지... 이 자식이 그걸 얻고 복수하려 한다면 내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겠군.’예천우는 곧 결론을 내렸다. ‘남궁상민 같은 인물은 그냥 놔두면 안 되겠어. 아무리 남궁 가문과 약속했다지만 결국엔 적당한 기회를 봐서 제거해야겠군.’남궁상민은 예천우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그는 떠난 후 병원 대신 남궁 가문이 마련한 비밀 치료실로 향했다.그곳에서 회복에 집중한 그는 회복하자마자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든 중년 경호원을 즉시 처단했다.‘오늘의 일을 아는 사람이 더 늘어나선 안 돼.’남궁상민은 복수를 다짐했다. ‘다 내 손으로 없애버리겠어. 예천우도, 그 여자들도 다 죽여서 이 모든 걸 묻어버릴 거야.’남궁 가문의 어르신은 남궁상민의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당장이라도 예천우를 죽여버리고 싶었으나 지금 그들은 도무지 손을 쓸 타이밍이 아니었다.‘남궁 가문의 대를 이을 재목은 큰손자뿐이지. 상민은... 어차피 가문의 짐이었으니 폐인으로 끝나도 상관없을 거야.’그런데 남궁 가문들의 사람들은 남궁상민의 의지가 변한 것을 보고 당황했다.“뭐? 규화보전을 수련하겠다고?”남궁상민의 결단에 가문의 어르신들은 잠시
진나비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오빠, 오빠 곁에 다른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도 받아들여 줄 수는 없어요?”“아...”예천우는 당황했다.‘내가 언제 다른 여자를 곁에 두었다는 거야?’“오빠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이번 생에서 난 오빠 사람이에요. 죽어서도 오빠랑 함께 할 거예요. 이번 생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진나비는 단호한 결심을 한 듯 갑자기 예천우를 끌어안더니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을 그의 입에 맞췄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감각이 예천우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졌다.예천우는 순간 얼어붙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돌직구야...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밀어내야 할까?’하지만 그건 너무 상처를 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그건 선을 넘는 행동이 될 수도 있으니까.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이 감각은 정말 황홀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예천우는 진나비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진나비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특히 예천우가 미세하게나마 그녀의 행동에 응답했음을 느낀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러움을 숨기지 못했다.방을 떠나면서도 예천우는 조금 전의 상황이 계속 떠올라 괜히 머리를 흔들었다. ‘아슬아슬했네. 조금만 더 갔으면 선을 넘을 뻔했어.’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건 아니야. 이렇게 가다간 언젠가 큰일을 저지를지도 몰라. 이대로는 안 돼.’ 하지만 진나비나 선우서림 같은 여성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현실은 그를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었다.‘아, 너무 매력적인 것도 문제야.’한편, 진나비가 전화를 하자 하지원과 장미나가 방으로 돌아왔고 하지원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천우가 체력이 그렇게 약한 거야? 그 짧은 시간 만에 끝난 거예요?’장미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진나비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물었다.“나비 언니, 설마 예천우 씨랑 이미...?”“무슨 소리야.
“뭐라고!”하지원은 예천우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워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처음부터 2조 원이라는 투자 금액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일반적으로 회사 설립에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냥 2조 원 먼저 넣어본다고? 돈이 돈으로 보이지 않는 거야?’하지원은 도저히 믿기 힘든 마음에 다시 한번 물었다.“나비야, 방금 2조 원이라고 말했어?” “응, 2조 원.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모자라도 괜찮아. 오빠가 말하길 부족하면 언제든 추가로 투자해 줄 거래.”진나비는 투자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는 듯했다.그녀 역시 처음에 예천우가 말한 금액에 놀랐지만 예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난 돈이 넘쳐흘러. 내 자산이 몇백조 원도 넘는다고.”그 숫자를 듣자마자 진나비는 더 이상 계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몇백조라니! 그걸 다 쓰려면 그냥 앉아서 세기만 해도 몇 년은 걸릴 거야.’“모자라면 투자를 더 하신다고?”하지원은 또다시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예천우는 진나비랑 사귀지도 않고 부부 사이도 아닌데 2조를 투자한다는 건 정말 놀랄 일이었다.“그래. 천우 오빠는 그렇게 말했어. 어찌 됐든 오빠의 뜻은 돈은 벌어도 밑져도 별로 상관없다고 했어. 가장 중요한 거는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돈 걱정은 하지 말라더라고. 오빠는 자기한테 몇백조나 있다고 했어.”“뭐라고? 몇백조?”하지원은 다시 한번 멍해졌고 은근히 진나비한테 물어봤다.“나비야, 혹시 예천우 씨랑 정식으로 사귀고 있는 거야?”“아니, 오빠는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진나비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 “그냥 친구?”그 말에 하지원은 머리가 멍해졌다.“괜찮아. 내 마음속에서는 오빠밖에 없어.”진나비는 단호하게 말했고 하지원은 할 말을 잃었다.‘이건 네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야. 어떤 남자가 여자와 사귀지도 않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2조 원을 투자한다고? 이걸 누가 믿어!’하지만 현실은 명백
진나비는 처음에 회사를 전부 예천우 몫으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어차피 자신은 평생 예천우의 여자일 것이니 주식을 자기가 가지고 있어도 결국에는 예천우가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하지원의 지분에 대해서는 예천우가 사실 이미 말했다. 진나비가 회사를 운영하고 싶지 않고 하지원에게 회사를 넘길 거면 그녀에게 지분을 좀 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얼마를 주는 건 말하지 않고 진나비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잠깐만, 나비야. 나한테 지분을 준다고? 그것도 20%?”하지원은 완전히 멍해졌다. 초기 투자 금액의 20%라면 4,000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어때? 더 필요해?”“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그래!”하지원은 믿기 힘든 눈으로 진나비를 쳐다봤다.“괜찮아! 어차피 오빠도 동의했어. 그리고 내 몫도 많아서 이 정도는 언니한테 줄 수 있어.”“안 돼. 절대 안 돼. 난 돈 한 푼도 안 냈잖아. 이렇게 큰 지분을 받을 수는 없어.”하지원은 사실 투자를 좀 하고 싶었으나 바로 2조를 투자한 예천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나도 돈 안 냈는데 뭘!”진나비가 말했다.“넌 다르잖아. 어차피 나중에 예천우 씨의 아내가 될 거잖아. 난 아무것도 아니야...”하지원은 말을 잇지 못했고 어쩐지 약간 질투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그만해. 난 그냥 5%만 받을게. 그거면 됐어.”"안 돼! 그건 너무 적어! 그러면 언니 10%, 미나 5%!”진나비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심지어 그녀는 장미나에게 원래 10%의 지분을 주고 싶었다.가장 힘들고 절망적이었던 순간에 진나비의 곁에서 항상 함께해 준 사람이 바로 장미나였고 장미나의 존재 덕분에 진나비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장미나가 없었다면 진나비는 아마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그러자 장미나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저도 포함되는 거예요?”“당연하지! 네가 없었으면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겠어? 네가 얼
장미나는 얼굴 가득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앞으로는 더 이상 누구도 나비 언니를 괴롭힐 수 없어. 우리도 이제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돈도 이미 계좌로 입금되었으니 이제 모든 일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좋은 회사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하지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좋은 이름이 떠올랐어. 비천 엔터테인먼트 어때?”“비천?”진나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 하필 비천이에요?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이야?”하지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하늘로 날아오르겠다는 뜻도 있지. 하지만 다른 더 중요한 뜻도 있어.”진나비는 살짝 멍해졌지만 즉시 하지원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지었다.“이제 알겠네요. 비는 나비 언니 이름 중의 비자네요. 천은 예천우 씨의 천에서 따온 거네요. 언니와 예천우 씨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거네요. 게다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도 담겨 있어서 의미가 두 배로 좋네요!”진나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와, 정말 멋진 이름이네! 우리 이름이 합쳐졌다는 게 너무 좋아! 이 이름으로 회사를 만드는 일은 지원 언니한테 맡길게요.”“걱정하지 마. 이런 시끄러운 일은 내가 다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안아도 돼. 미나야, 네가 도와줘야 할 일도 좀 있을 거야.”하지원은 진나비의 믿음을 느꼈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비가 이렇게 날 믿고 있으니 난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만약 흑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바로 이 돈을 가지고 사라졌을 것이지만 하지원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원은 진나비와 장미나와 각별한 사이였기에 절대 그녀들을 배신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예천우의 위엄을 직접 목격한 그녀는 그가 자신의 투자금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예천우 씨는 내가 감히 돈을 손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나비가 돈을 나에게 맡길 거라는 것도 이미 예상했을 테지.’하지원은 마음속으로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