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여공공이 떠난 후 부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으나 원경능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슬퍼졌다. 눈물이 비오 듯 흘러내렸는데 안간힘을 써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문호는 처음에 원경능이 연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매우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우문호는 긴장되어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치고는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쳐주었다."왜 그래? 왜 갑자기 우는 거야? 불편한 거 아니야?"원경능은 그저 울기만 하였다. 점점 더 구슬프게 울었으나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다들 조급해졌다. 희씨 어멈은 당장 태의를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원경능은 그제야 눈물을 그치며 말했다."아니, 난 괜찮네."울어서 두 눈이 잔뜩 부어 올랐다."왜 그래? 나에게 말해줘!"우문호가 가슴 아파하며 물었다. 그를 바라 보니 원경능의 가슴이 또 시큰시큰 했다."그저 우리가 다투던 말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파요. 제가 떠나려고 하자 당신을 저를 내쫓겠다고, 아이를 없애겠다고 했잖아요. 거짓인걸 알지만 왜서인지 슬퍼지네요. 그 말들이 마치 바늘처럼 저의 가슴을 콕콕 찔러요."우문호는 가슴이 아파 그녀를 와락 안았다. 꽉 끌어안으면서 힘껏 그녀를 자신의 품 속으로 짓눌렀다. 코가 시큰거렸고 심장도 원경능의 말처럼 아팠다. 날카로운 아픔이었다.이순간 우문호는 이 평생 원경능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아픔에 뜨거워졌다."이후로 이런 말들을 다시 하지 말기로 해. 연기라도 이런 말들은 하지 말기로 해. 아니, 우리 더 이상 연기하지 말자. 만일 이러한 일이 또 벌어진다면 내가 거절할게."원경능은 그의 품에 안겨 코 막힌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눈시울은 여전히 뜨거웠다.목여공공은 궁으로 돌아간 뒤 희씨 어멈의 말대로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 도리어 자세하게 이 일을 명원제에게 전달하였다. 명원제는 미간을 찌푸렸다."초왕
방 안에는 이미 결혼한 문경공주, 진평공주, 안평공주 세 명이 있었다.그리고 기왕비를 제외한 친왕비들이 거의 와있었다.손왕비, 위왕비, 안왕비 모두 매우 정교하게 치장하였는데 신분에 맞는 화려함이었다.제왕비 저명취는 상석에 앉아있었다. 목단 자수가 있는 붉은색 의복을 입고 머리에는 자줏빛 비녀를 꽂았는데 정교한 화장은 신분에 맞게 고상했다.원경능은 그녀에게서 불쾌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세한 표정까지도 모두 맞춤 하였다.그랬다. 제왕이 측비를 들이는 일도 모두 저명취가 거든 것이었다.원경능은 손왕비에게서 제왕이 측비를 들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저명취가 황후마마의 명을 얻었다던 말을 들었었다.저명취는 원경능이 들어오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초왕비 오셨어요? 얼른 앉으세요.""감사해요, 제왕비!"원경능이 말했다.임신한 뒤 처음으로 외출하는지라 원경능은 국보 팬다 같은 대접을 받았다. 뭇 공주들과 친왕비들은 모두 그녀를 살뜰하게 보살폈다.원경능은 앉힌 뒤 찻물과 간식거리들도 모두 세세하게 검사고서야 먹도록 권했다.필경 원경능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연루될 것이었다.원경능은 자신 때문에 다들 불편해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세요. 저는 나가 좀 걸어야겠어요."손왕비가 웃으며 일어났다."저도 나가 좀 걸어야겠어요. 참, 제왕비를 아직 축하하지 않았네요."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 축하라? 손왕비는 비꼬는 것인가? 타당한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손왕비를 바라 보았으나 손왕비의 얼굴에서 장난스럽게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최근 연속으로 남의 함정에 빠졌는지라 원경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조금 뒤에 제왕을 만나 축하인사를 드리면 되지요."저명취가 담담히 말했다."오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축하한다는 말은 중요하지 않아요."원경능은 실로 크게 놀랐다. 정실로서 오늘 저명취가 가장 우울한 날이어야 했다. 그런데 저명취는 왜 조금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 정
오늘 제왕부에서의 연회가 끝나자 제왕의 신혼방으로 들어갔다.붉은 수건을 걷어 올린 뒤 신혼방의 모든 사람들을 물렸다. 제왕은 원영의의 동그란 얼굴을 바라 보며 말했다."본왕 그대와 할 이야기가 있어."원영의는 눈을 깜박이더니 목을 주물렀다."왕야, 말씀하세요."제왕이 말했다."오늘밤 본왕은 이곳에서 묵지 않을 거야."원경의는 손을 뻗어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혀를 낼름 내밀었다."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제왕이 순간 멍해졌다."그대.... 슬프지 않나?"원영의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을 벋었다. 그리고는 탁자 앞으로 가더니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배고파 죽을 뻔 했어요. 오늘 온 하루 아침에 화장을 할 때 수제비를 조금 먹은 뒤로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너무 야박하네요."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 정말 얼굴에 조그마한 불쾌함과 슬픔도 어려있지 않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그렇다면 그대는 먹어, 본왕은 먼저 가보도록 하지.""잠깐만요."원영의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제왕은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보아하니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을 조금 굳혔다.원영의는 그를 바라 보며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왕야께서는 초왕비와 친하세요?"제왕이 미간을 찌푸렸다."괜찮아, 왜?""그렇다면 초왕부로 가실 때 절 데리고 가시면 안돼요?"원영의가 그를 바라 보며 사정하였다."그대가 초왕부로 가 무엇 하는가?"제왕은 의아하여 물었다."초왕비와 이야기를 나누려고요."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인은 참으로 교활하군. 전진을 위해 일단 뒤로 물러날 줄도 알다니. 나와 단독으로 외출하면 자연히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지지.'보아하니 이 여인도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제왕은 담담하게 말했다."이후 가게 되면 그대에게 말해주지.""내일 가요?""안가!"원영의는 실망하였다."그럼 모레는요?"제왕은 싸늘하게 물었다."모레는 그대의 친정으로 가는
그날 두 사람이 목여공공 앞에서 연극을 한 뒤로부터 계속 측비에 관한 교지가 내려지지 않았다.원경능은 이 일을 지나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현재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황제가 교지를 내지리 않아도 저명양은 이미 말을 꺼냈었다. 만일 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것이었다.저씨 가문에서 이렇게 체면 깎일 것을 원할까?원영의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저명양을 바라 보았다. 원래 초왕도 측비를 들이려 했었는가? 일찍 알았다면 먼저 지켜봤을 것이다. 초왕에게 시집을 가면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초왕비 언니의 동생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희씨 어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원경능을 부축했다. 저명양의 말에 실례되는 거동을 할까 봐 두려웠다.저명양은 음침하고도 차가운 눈빛으로 원경능을 바라 보면서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원경능은 그녀를 바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나와 당신은 절대 자매가 되지 않을 거예요."저명양만 큰소리 칠 줄 아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도 호언장담할 줄 알았다.이 자리에서 저영양에게는 저수부가 있고 자신에게는 태상황이 있으니 죽기 살기도 해보자는 것이었다.저명양이 싸늘하게 웃었다."아마 인연이라는 것이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인연이긴 개뿔!"원영의는 초왕비 언니가 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정의롭게 나섰다."당신이 초왕비로 되려 한다면 누군가의 결정을 받아야 해요. 초왕비 언니가 안 된다고 하면 초왕부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예요. 벌거벗고 초왕을 유혹해도 안돼요. 초왕의 눈에 당신 같은 더러운 인간은 차지 않으니깐요."저명양은 싸늘하게 몸을 돌렸다. 원영의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모습이었다. 저명취는 조금도 도와주지 않았다. 혹은 그러한 생각이 없는지 그저 싸늘하게 수수방관하였다.원영의는 원경능을 바라 보며 우울하게 말했다."초왕비 언니, 저 너무 거칠게 말했지요?"원경능은 그녀를 바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러나.... 내 마
다만 원경능은 호기심이 동했다. 태상황은 어디에서 이렇게 기괴한 물건들을 가졌단 말인가? 영사초라는 것을 들어보지도 못했었다.원경능은 뒷마당에 영사초 이외에도 기타 기괴하게 생긴 식물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원경능은 천천히 둘러보면서 아름다운 꽃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만지려고 하자 희씨 어멈이 다급하게 말했다."만지면 안됩니다."원경능이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희씨 어멈을 보았다."왜?""식인화(食人花)입니다."희씨 어멈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원경능은 비록 식인화를 직접 보지 못했으나 도서와 티비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어디 이런 모양이던가?이 꽃은 마치 장미처럼 생겼다. 다만 장미처럼 복잡한 꽃잎이 없고 여섯 쪽의 꽃잎으로 나뉘었는데 간단한 소용돌이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노란색 꽃술이 몇 가닥 있었다.희씨 어멈은 원경능이 믿지 않자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주어 꽃술을 다쳤다. 여섯 쪽의 꽃잎이 신속하게 오므려지더니 "까뜩" 하는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꽃잎이 다시 벌려졌을 때 나뭇가지는 이미 한 부분이 단절되어 있었고 그 부분은 이미 부스러져있었다."이 식물들은 모두 어디에서 찾은 것인가?"원경능이 놀라며 물었다.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로 들어본 적도 없었다."소요공이 보낸 겁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 이미 열 번도 넘게 소요공이란 세 글자를 들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정말 이 소요공을 만나 뵈어야 했다. 건곤전을 떠날 때 또 마침 저명취, 저명양 두 자매와 마주쳤다. 원영의가 같이 있지 않은 것을 보아 두 자매는 아마 황후의 궁전에서 온 것 같았다.다만 원경능은 보지 못한 척 곧장 지나가려 하였다.저명취가 원경능을 불렀다."초왕비, 잠깐만요."원경능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 보았다."제왕비, 무슨 일이세요?"저명취는 미안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둘째 동생은 늘 입바른 소리를 잘해요, 다만 악의는 없어요. 그러니 초왕비께서 달리 생각하지 마세요."
저명양도 담담한 어투로 답했다."친분이 있다고요? 쳇, 일개 하인일 뿐이잖아요."저명취는 저명양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두 자매는 출궁한 뒤 친정으로 돌아갔다.저씨 저택으로 돌아온 저명양은 저명취를 거들떠보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저명취는 조모님을 만나러 갔다. 수부 부인은 전의 "사고"에 인해 목소리를 잃은 뒤로 여태껏 회복되지 않았었다.수부 부인은 자연히 이 저택 중에서 자신에게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수부 부인은 자신의 본분을 지키기 시작했다. 평생을 함께 한 부부로써 저수부의 잔인함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마음에 둔 물건을 위해 일가붙이도 외면하는 사람이었다.수부 부인은 저명취에게 오늘 희씨 어멈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저명취에게 머리를 흔들면서 그 여인을 건드리지 말라는 표시를 하였다.저명취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손녀는 압니다. 그러나 명양은 희씨 어멈을 안중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수부 부인은 비통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녁 무렵 저수부는 저택으로 돌아왔다. 홀로 식사하는 것이 습관되었는지라 하인더러 방안에 수저를 차리라고 하였다. 이때 하인이 들어와 말을 전했다."어르신, 희씨 어멈이라는 분이 와서 뵙기를 청합니다."저수부는 고개를 들었다. 조금 멍한 눈빛이었다."희씨 어멈이?""네, 어르신."하인이 답했다.저수부의 잠시 멍을 때린 뒤 바로 정신을 차렸다."안으로 모셔오거라.""네!"하인이 명을 받고 나갔다.저수부는 곁에서 시중을 들던 늙은 관사를 바라 보았다."무슨 일 때문에 온 것 같으냐?"늙은 관사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소인 감히 추측하지 못하겠습니다."저수부가 담담하게 말했다."아마 초왕비를 위함이겠지."늙은 관사가 "네"라고 답하였는데 그 역시 조금 멍한 표정이었다.하인은 희씨 어멈을 모셔온 뒤 허리를 굽히며 물러나갔다.저수부는 몸을 일으켜 희씨 어
저명양은 조부가 이유 없이 부르자 말을 전하러 온 하인에게 물었다."아까 왕비가 조부를 만나러 갔었느냐?"하인이 고개를 저었다."둘째 아가씨, 아닙니다."저명양은 사람관계를 잘 처리할 줄 알아 조부 곁에서 시중을 드는 하인들을 일찍부터 매수했었다. 그러니 만일 큰언니가 조부를 찾으러 간 것이 아니라면 아마 큰 일이 없을 것이다.아마 초왕과의 혼사를 위해서일 거다. 그리하여 저명양은 편안한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그러나 그녀가 정원의 대문에 들어서자 늙은 관사가 다급하게 다가오며 말했다."둘째 아가씨, 어르신께서 아가씨더러 먼저 밖에서 꿇어앉아 있으라고 하십니다."저명양은 어안이 벙벙했다."꿇어있으라고? 왜?"관사가 말했다."어르신의 뜻입니다. 둘째 아가씨, 묻지 마십시오. 지금 어르신께서 크게 노하셔서 먼저 꿇고 계십시오."저명양은 조부의 위엄을 알아 감히 꿇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꿇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물었다."관사, 나에게 말해줄 수 없겠나?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늙은 관사가 탄식하며 말했다."희씨 어멈이 오셨습니다. 둘째 아가씨, 왜 초왕비를 건드리셨습니까?"저명양을 이를 듣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난 조부를 뵈어야겠네. 할말이 있네."관사가 난처해하며 말했다."둘째 아가씨, 먼저 꿇어계십시오.""난 조부를 뵈어야겠네, 해명해야 할 것이 있네."하인이 고자질하였다고 조부께서 자신을 벌하시다니? 말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찻잔 하나가 방안에서 날아오더니 바닥에 깨지면서 산산조각 났다. 파편이 저명양의 몸에 튀자 깜짝 놀라며 연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풀썩 무릎을 꿇었다.늙은 관사가 탄식하며 말했다."둘째 아가씨, 꿇어계십시오. 어르신께서 만나시려 할 때 해명하실 기회가 생길 겁니다."저명양은 비록 속으로 내키지 않았으나 감히 함부로 하지 못했다.저명양의 부친과 모친도 불려왔다. 방안에서 한참 동안 말을 나눈 뒤에야 나왔는데 부부는 바닥에 꿇어있는 딸애를
우문호는 오늘 원경능이 저명양 때문에 태기가 불안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화를 냈다.제기랄, 모처럼 그날 원판이 출궁하여 진단을 내렸는데 태아가 안정적이라고 하였다. 양호한 상황 이대로 발전한다면 태아가 만 삼 개월이 될 때 초왕은 손이 아닌 진짜 재미를 좀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현재 불안정적이 되었으니 삼 개월이 되어도 다치지 못할 것 같았다. 혈기왕성한 청년으로서 우문호는 당장 초왕부의 인원들을 모아 저명양을 끄집어내 사지를 찢어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다만 그가 저씨 가문을 찾아가기도 전에 탕양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말했다."왕야, 왕비, 저수부께서 저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와 함께 사죄하러 오셨습니다."우문호와 원경능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 보았다. 요 몇 년간 저씨 가문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저수부가 한번도 찾아가 사죄를 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저명양을 데리고 와 사죄를 하다니?고양이가 쥐 생각을 하는 것은 필히 좋은 마음이 아닐 것이다.우문호는 싸늘하게 말했다."잘왔군. 본왕은 저수부의 위풍이 정말 그렇게 대단하여 황실을 능가하는지 보아야겠구나."원경능은 그의 손을 잡으며 걱정스레 말했다."너무 충동하면 안돼요. 수습할 수 없으면 어떡해요."현재 국면이 그러했다. 황제는 저수부에게 화를 낼 수 있으나 친왕은 아직 그러하지 못했다.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었다."걱정하지마, 난 저명양과 논쟁하지 않을 것이야. 보아하니 수명이 짧아 곧 죽을 관상이던데 내가 손댈 필요도 없어."우문호가 위로했다. 원경능은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니요, 저수부의 미움을 사면 안되지만 저명양을 혼내줄 수는 있어요. 저희도 만만한 사람을 골라 괴롭혀야지요. 늙고 강직한 저수부를 괴롭힐 수 없으나 저명양을 괴롭히기는 식은 죽 먹기지요.""고견이군, 고견이야!"우문호가 탄복했다.우문호가 나가니 하인은 이미 저수부와 저명양을 이미 대청으로 모셨다. 저명양은 자리에 서있었고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