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 한쪽의 무릎을 꿇더니 손을 뻗어 여미령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었다.잠결에 여미령은 그의 존재를 느낀 거처럼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튕기듯 몸을 움츠러들었다.그녀는 그의 손길을 피했다. 몸은 벽문에 바짝 붙어있다. 마치 병실이 그녀의 전부인 거 같다.“오빠……” 그녀는 잠결에 희미하게 두 글자를 뱉었다.그녀도 그를 오빠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그녀가 부르고 있는 건 여명이다.고석근의 손가락이 허공에 멈췄다. 그는 앞에 꽉 닫힌 병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안에 있는 사람이 여명이 아니라는 걸 그녀는 모른다.이때 의사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작은 목소리로, “고 대표님, 고 사모님은 창문을 통해서 보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조심스럽게 일해서 아직 안에 사람이 여명이 아니라는 걸 눈치 못 챘습니다.”고석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그녀가 의심하기 시작하면 의사를 할 자격이 없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의사는 식은땀을 흘렀다. “네, 당연히 압니다.”고석근은 손을 뻗어 여미령을 안더니 병원을 떠났다.그는 지금의 여미령은 손에 쥐어진 모래와 같다. 그녀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여명밖에 없다.그녀가 안에 있는 사람이 여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사진으로 거짓 결혼을 한 걸 알게 되면 그녀는 진짜 그의 손에서 도망가게 될 것이다.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석근은 여미령을 안고 떠났다. 의사는 전전긍긍하게 제자리에 서서 눈으로 그들을 마중했다. 이때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의 주인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어르신……”……여미령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별장의 침실로 돌아왔다. 지금은 새벽이라 햇살이 내리쬐고 따뜻하다.그녀는 몸을 움직이자 자신이 듬직하고 따뜻한 품에 안긴 걸 눈치챘다.여미령이 고개를 들자 고석근의 잘생긴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채 그녀를 안고 자고 있
고석근은 손을 뻗어 그녀를 품 안으로 당겼다. “내가 너를 손볼 수 없을 때를 틈타 다시 까부네.”여미령은 눈썹을 들썩였다. “고 대표님은 란이를 챙길 생각이 없네. 그럼 너의 어머님에게 어떻게 말할 거야? 어머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넌 바로 불효자가 돼.”고석근은 그녀의 볼에 뽀뽀했다. “엄마와 란이의 일은 신경 안 써도 돼. 조만간 보낼 거야. 다른 여자들에게 많은 신경을 쓸 바에는 당신의 남편에게 좀 신경 써.”여미령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똑똑” 노크의 소리가 또 들렸다. “도련님, 사모님, 일어나셨나요?”여미령은 손을 뻗어 고석근을 밀었다. “배고파. 내려가서 밥 먹을래.”여미령이 방문을 열자 란이가 예쁜 하녀복을 입고 있었다. 청순하고 예쁘다. 문이 계속 안 열려 란이는 속으로 다급했다. 손을 허공에 대고 계속 두드리려 했다.여미령이 문을 열자 란이는 놀라서 굳었다. 겁에 질린 표정에 미소를 유지했다. “사…사모님, 일어났어요?”말을 하면서 란이의 시선이 침실로 향했다. 여미령은 입꼬리를 올려 물었다. “그렇게 빨리 들어가고 싶어요?”란이는 조심스럽게 여미령을 바라보았다. “사모님, 저는…임무를 완성하기 위할 뿐입니다. 사모님이 아이를 못 낳고, 제가 도련님과…빨리 잘 수 있으면 덩치 큰 아들을 낳아드릴 수 있습니다.”여미령은 손을 들어 머리를 올렸다. 나른하게 말했다. “꼭 같이 자야 하나요? 저의 난자를 당신에게 줘서 임신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란이의 몸이 굳었다.여미령은 무심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리모 주제에 남자와 자고 싶은 욕심까지 챙기는 거예요? 자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으면 아이를 낳은 뒤 아이를 빌미로 엄마가 되려는 건가요? 생각이 많네요.”여미령은 말을 가볍게 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뼈를 때린다. 여배우의 아우라는 란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란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사모님, 저는 절대……”“그냥 장난한 거예요.” 여미령은 그녀의 말을 끓었다.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귓가에 작
”미령이의 생각이 그렇다면 뭘 지체하고 있어. 빨리 토실토실한 손자를 낳아!” 온람이 재촉했다.고석근은 이런 말을 들을 인내심이 없다. “엄마, 저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그는 전화를 끊었다.……고석근은 계단에서 내려오자 통유리창 앞에 서 있는 여미령을 봤다. 그녀의 품 안에 박스가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고석근은 걸어가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박스는 뭐야?”여미령은 박스를 꽉 안았다. “서관이가 보내 준 물건. 신경 꺼.”고석근은 “흥” 하고 “너네는 친구사이가 아니라 레즈비언 아니야?”레 뭐라고?그는 지금 그녀가 서관이와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다. 여미령은 그의 소유욕이 정말 무서운 거 같다. 심지어 질투심도 강해 남자, 여자 상관없이 질투한다. 전에는 그녀와 그녀의 친 오빠 사이를 질투하고 이번에는 서관이다. 그녀의 주위에는 그 이외 숨 쉬는 존재가 있으면 안 된다. “고 사모님에게 전화 안 왔어?” 여미령이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응?”“뭐라고 해?” 여미령은 호기심에 물었다.“별거 없어. 란이를 만지지 않은 조건으로 너의 난자를 사용해서 란이가 우리의 아이를 임신하래.” 여미령은 그를 보고 있고 그의 검은색 눈동자도 그녀를 보고 있다.“그래서 그 방법으로 할꺼야?”고석근은 아무런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너의 의견이 중요하지.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전에 아이를 가진 적이 있어. 하지만 그 아이는 사고를 당해서 우리의 곁을 떠났어. 그 아이를 돌아오게 할 수 있어.”고석근의 큰 손은 그녀의 배에 올려진 채 배를 쓰다듬고 있다.여미령은 그를 바라보았다. “고 대표님, 진심으로 하는 말야? 아이는 동물 키우듯이 쉬운 게 아니야. 동물에게도 애정이 없는데 아이한테도 당연히 없을 거야. 옛날에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준비가 됐어? 아빠가 될 준비를?”고석근은 그녀의 매혹적인 눈을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미 준비됐어. 이제 더 이상 어린 나이가
고현이 들어간 뒤 고씨 어르신도 조용해졌다. 하지만 여미령은 온람이 난리를 피운 배후에는 고씨 어르신이 참모해 준 걸 알고 있다. 그의 전화가 오면 좋은 일은 없다. “여미령, 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오직 하나야.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고씨 어르신은 단도직입으로 말했다.“무슨 일인가요?”“당신 오빠에 관한 일.”여미령의 가슴이 갑자기 긴장되며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고씨 어르신은 웃으며, “여미령, 웃을 필요 없어. 병원은 다 석근이의 사람이고 석근이는 철저한 사람이야. 내가 너의 오빠를 해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여미령은 차갑게 웃었다. “그럼 전화는 왜 한 거예요?”“나의 말은……그 병실에 있는 사람이 진짜 너의 오빠라고 생각해?”여미령의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하얀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잡았다. “무슨 뜻이에요? 말을 똑바로 해요! 병실에 누워 있는 사람은 저의 오빠가 아닌가요?”“너의 오빠인지 아닌지는 네가 직접 확인해 보면 되지 않아?” 고씨 어르신은 전화를 끊었다.“뚝뚝”의 소리가 들리고 여미령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병실에 있는 사람이 오빠가 아니라는 의심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의사들이 항상 그녀를 막아 못 들어가게 하였다. 들어가서 보는 것조차 안 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설마, 병실에 있는 사람이 진짜 오빠가 아니라는 말인가? 고석근이 그녀를 속인 것인가?여미령은 핸드폰을 가방 안에 넣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원 안에서. 여미령은 병실의 문 앞의 유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안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누워있다. 모든 게 똑같다. 이때 의사가 다가왔다. “고 사모님, 오셨어요?”여미령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다. “선생님, 오빠 상태는 어떤가요? 언제 들어가서 오빠를 볼 수 있어요?”의사가 빠르게 답했다. “환자의 상태가 아직 불안정하여 병문안은 아직 안 됩니다. 고 사모님, 대면으로 볼 수 있을 때 제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여미령은 의사의 표정
택시는 별장 밖에 세워졌다. 여미령은 차에서 내리자 몸이 추웠다. 마치 차가운 빗방울이 그녀의 몸으로 떨어진 거 같다. 여미령은 고개를 들자 어느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비는 거세게 내리고 몸에 맞으면 차갑고 아프다. 그녀의 옷이 순식간에 빗물로 젖었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빗방울을 만지려 했다.이때 갑자기 큰 손이 뻗어져 나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귓가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미령, 지금 뭐 하는 거야? 다 큰 어른이 비 맞는 게 재밌어?”여미령은 고개를 들자 고석근이 나왔다.그는 검은색의 우산을 잡고 있다. 검은색 우산은 그녀의 머리 위에 씌워졌다.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당겼다. 잘생긴 눈썹에는 불쾌함이 보였다. “빨리 들어가. 화나게 하지 말고.”여미령은 2초 동안 멈칫했다. “하지만 택시비를 아직 내지 않았어. 지갑 들고 오는 거 까먹었어.”여미령은 텅 빈 가방을 툭툭 쳤다.고석근은 화가 나 웃음이 나왔다. 그는 그녀를 대신해 택시비를 냈다.그가 고개를 돌자 주위에 사람이 사라졌다. 여미령은 그의 우산에서 벗어나 혼자 어두운 저녁에 비를 맞으면서 걷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별장을 향해 걷고 있다.고석근은 흠칫했다. 얇은 입술에는 곡선이 보였다.……별장 안에서.여미령은 침실의 욕실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있다. 고석근은 왠지 모를 불안함과 짜증이 느껴졌다. 최근 들어 이런 느낌이 자주 든다. 고석근은 핸드폰을 꺼내 병원에 있는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사모님이 병원에서 평소와 다른 이상한 행동을 했나요?”“아니요. 오늘 고 사모님은 평소와 같았습니다.”“알겠어요.”고석근은 전화를 끊었다. 이때 계단 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여미령이 내려왔다.여미령은 이미 샤워를 하고 나왔다. 긴 머리는 나른하게 어깨에 떨어졌다. 그녀의 안색은 평소와 다르지 않다. 그저 조금 창백해 보일 뿐이다. 고석근은 걸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비 맞아서 감기에 걸린 거 아니야? 감기약
고석근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자신이 집중을 못 하고 있는 걸 깨달았다.머릿속에는 온통 여미령과 사랑 싸움한 게 떠오른다.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던지고 고석근은 담배를 물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담배를 연기를 내뱉었다. 니코틴의 힘을 빌려 자신을 마비시키려 한다. 이때 “똑똑” 노크의 소리가 들렸다. 문밖에서 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커피 준비됐습니다.”“들어와요.”란이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연기에 둘러싸여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봤다. 그의 안색이 보이지는 않지만 연기 사이에 가려진 그의 찌푸려진 눈썹이 보인다. 그는 담배를 빨리 피워서 담배의 재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골격이 분명한 손으로 담배를 잡으면서 재떨이에 털고 있다. 남자의 향이 가득했다.란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커피를 들고 걸어갔다. “도련님, 여기에 커피 있습니다.”고석근은 고개를 들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 “내려놓고 나가요.”란이는 멈칫했다. 그녀는 절대 안 나간다. 지금이 기회이다.“도련님, 피곤하신 거 같은데 제가 어깨라도 주물여 드릴까요? 배운 적이 있습니다.” 란이가 말하면서 손을 뻗는다. 이때 고석근이 눈을 뜨고 란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규칙 몰라요? 누가 내 몸에 손 대도 된다고 허락했어요?”란이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고석근은 담배를 피우면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어느 집의 딸이 심심해서 마사지를 배워요? 저의 엄마가 당신의 신체검사는 했어요? 몸이 더러워서 병이 있는 건 아니죠?”“……” 란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놀란 표정으로 고석근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매우 기대에 찬 마음으로 들어왔다. 고석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수작은 고석근에게 소용이 없다. 그의 모욕이 갑작스럽게 거세게 들어와 란이는 정면으로 뺨을 여러 대 맞은 기분이 든다. 란이는 매우 놀랐다.고석근은 연기를 유유히 뱉었다. 그의 옆
고석근은 문 앞으로 오더니 문을 두드렸다. “미령아! 미령아! 문 열어!”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아무도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고석근의 얼굴은 이미 잿빛이 되었고 눈에는 무서운 핏줄이 보였다. 상스러운 수법을 안 해본 사람은 아니지만 그에게 이런 수법을 할 사람은 없었다. 체온이 계속 올라가고 뼈에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기분이다. 너무 불편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생각뿐이다. 미령이를 만나야 한다!골격이 분명한 손가락으로 문으로 빠르고 강하게 두드렸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미령아,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빨리 문 열어. 보고 싶어. 지금, 당장!”역시나 인기척이 없다.고석근은 조금 기다리다가 큰 손으로 문을 잡더니 열려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문이 안에서 잠긴 걸 눈치챘다.고석근의 예리함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그는 눈치챘다. 여미령이 하필 이 타이밍에 문을 닫은 이유는…설마……“일로 와!” 이때 경호원이 란이를 데리고 와 바닥으로 던졌다.란이는 일이 커진 걸 알아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고 있다. 손을 뻗어 고석근의 바지 가랑이를 잡으며, “도련님, 저…한 번만 봐주세요. 이건 진짜로 사모님의 아이디어입니다. 저랑은 상관이 없습니다……”고석근은 잘생기고 어두운 얼굴을 내려 란이를 봤다. “사모님은 네가 약을 탄 걸 알고 있어?”란이는 고개를 끄덕했다. “네, 아래 거실에서 사모님이 물을 마시고 있을 때부터 사모님은 눈치챘습니다. 하지만 사모님은 도련님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말을 하면서 란이는 두려운 눈빛으로 꽉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무언가를 깨달았다. “도련님, 사모님이 혹시 문을 안 열어주나요? 알겠어요. 사모님의 의도적인 행동이네요.”“사모님은 도련님이 약을 탄 음식을 먹게 방치하고 문까지 이중장치를 했네요. 도련님, 사모님은 도련님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녀는 도련님을 버렸어요!”란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명이 들렸다. 고석근이 다리를 들어 그녀의 가
고석근은 발걸음을 가볍게 방에 깔린 카펫을 밟고 있다. 혹시나 하는 심리로 커튼을 열어 구석구석을 검사한다. “미령아, 여기에 있는 거 다 알아. 내 목소리 들리지?”“아직 화 많이 난 거 맞아. 그니까 빨리 나와. 나와서 달려주면 쉽게 풀릴지도 몰라.”아무도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방은 계속 조용했다. 방에서 적막이 흐르고 그의 목소리만 들린다. 고석근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심하게 불안해져 방구석 구석을 찾아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고석근은 손을 뻗어 옷장을 열었다. 옷장에는 전부 그의 옷으로 되어있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된 셔츠들로 가득해 사람이 숨을 수 없는 공간인 거 같다. 하지만 고석근의 훤칠한 몸이 멈칫했다. 그는 여미령을 찾았다.여미령은 옷장에 숨어서 작은 몸을 더 움츠려 옷장의 구석에 숨어있다. 문이 열리기 전에 안은 어두컴컴하고 불빛이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 그녀는 혼자 외로이 안에 숨어있다.고석근의 긴장되어 있던 신경이 그녀를 찾은 순간 풀어졌다. 마음속에 불안함도 가라앉혔다. 그는 입을 열었다. “여미령.”여미령은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리를 움츠린 채 양손으로 무릎을 안고 있다. 두 눈을 감고 잠에 든 거 같다. 고석근은 화가 났다. 그가 당황을 하며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그녀는 여기서 자고 있다. “여미령, 일어나. 자지 마.”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흔들며 깨웠다. 흔들리자 그녀의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이 떨어졌다. 이어폰이 떨어지자 그녀가 눈을 깜박이더니 잠에서 깨어났다.그녀가 자고 있을 때 이어폰을 끼고 있는다. 진짜 노래를 듣고 싶은 거 인지……아니면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서 인지는 모른다. 여미령은 눈을 뜨자 그녀의 눈은 졸린 듯 촉촉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을 위로 올려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웃었다. “고 대표님, 나 찾았네. 숨바꼭질 잘 하지?”고석근은 눈썹을 찌푸렸다. “왜 숨어 있어?”“고 대표님이 야성이 깨어나 내가 마법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할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