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연이어 몇 번 때리자, 그 아픔에 육화는 눈물이 글썽했다.'근데 왜 하필 엉덩이를 때리는 거야?'아버지조차 그녀의 엉덩이를 때린 적이 없었다. 상군묵이 처음이었다.비록 그녀를 때리는 거지만 성인 남녀끼리 이러는 건 조금 애매하다고 느껴졌다.'정말 미쳤어!'"뭐 하는 짓이에요? 이거 안 놔요?"육화는 그를 깨물고 싶었다.상군묵은 목이 말랐고 몇 번 더 때리고 싶었다. 사실 그는 이런 행동을 할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육화를 마주할 때마다 자꾸 엉큼해지는 것 같았다.여자의 엉덩이를 때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누가 내 뺨 때리래? 난 더 이상 오 년 전의 내가 아니야. 네가 괴롭히는 걸 참고만 있지 않을 거라고. 이건 너에게 주는 벌칙이야!"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해졌다."……."육화는 이런 벌칙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타협하기로 했다."다신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놔주세요.""그럼 내 질문에 대답해. 네 남편 율손은 어디 있지?"그가 율손의 행방을 물어보는 건 이미 의심을 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사실…… 사실은 율손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밖에서 치료받고 있어요."육화가 황급히 말했다."이 일이 알려지면 큰일 나요. 그러니까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안 돼요. 자, 제 비밀을 알려 줬으니까 그만 놓아주세요."상군묵은 손을 그녀의 허리에 얹고 물었다."그럼 이 몇 년 동안 여기서 혼자 지냈다는 거야?""……네."상군묵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자기와 마주 서게 했다. 그리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 과부야."'과 뭐? 지금 나한테 과부라고 한 거야?'율화의 엄마는 그녀가 결혼하기 전부터 늘 한숨을 쉬며 아빠한테 그랬었다. 결혼한 후 육화는 남편을 잃은 여자와도 다름없을 거라고. 원래 별생각이 없었는데 "과부"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게다가 그는 자신을 "과부야"라고 부르며 희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결혼 오 주년?육화 자신도 언제 율손과 결혼했는지 생각이 안 났다. 그런데 상군묵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결혼기념일에 율손을 만나려고?'육화는 속으로 경계했다. 그녀는 상군묵이 그 일을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는 아직도 자신을 떠보고 있었다."안 돼요."육화가 거절했다."율손은 아직 완치가 안 된 상태예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 휴양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잠깐만 참석하시면 돼요. 큰 지장은 없을 거예요.""하지만…….""율손 왕자님과 성남의 그 땅에 대해서 상담을 나누고 싶어서요.""……."그는 "성남 땅"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에 육화는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다. 그녀도 뒤지지 않았고 그를 한 번 찼다."씁.""임묵 씨, 왜 그러세요?"청애 부인이 다급하게 물었다."누가 절 찼어요.""누가요? 누가 감히 그런 짓을?"청애 부인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식탁 아래를 보았다.육화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상군묵이 솔직하게 대답할 거라고 생각 못 했다.'청애 부인이 우리 둘 사이를 눈치 못 챌까 봐 이러는 거야?'"로이 백작께서 실수로 찬 게 아닐까요?"육화는 조급한 마음에 화살을 로이 백작에게 돌렸다.로이 백작이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제가 실수로 그랬어요.""로이 백작, 조심하세요."청애 부인은 이 거짓말을 믿었다.육화는 속으로 한숨 놓았다.'큰일 날뻔했네.'정말 상군묵과 "밀애"의 짜릿함을 한 번 맛본 셈이었다.…….저녁을 마치고 상군묵은 로이 백작의 차에 탔다.차 안의 로이 백작은 식은땀을 닦았다.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챘다. '청애 부인 앞에서도 참지 못하고 딴짓을 하다니. 내가 막아 줘서 다행이지. 지금의 젊은이들은 참.'"사장님, 왜 왕비에게 연회를 열라고 제의하신 거죠? 혹시 율손 왕자를 의심하시는 건가요?"로이 백작이 물었다.어두운 불빛 때문에 상군묵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
하지만 그의 태도는 차갑기만 했다. 그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손은 내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공주님."율아의 손은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주위의 분위기는 어색하기만 했다.청애 부인의 표정도 달라졌다. 상군묵은 처음으로 자기 딸을 무시한 남자였다.만약 다른 남자였다면 율아 공주의 적극적인 태도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을 것이다.율아는 상군묵을 바라보았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그녀는 한눈에 그를 발견했다. 그는 뛰어난 외모와 차갑고 우아한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 거기에 남들과 다른 냉담한 태도는 더욱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임묵 씨, 저에 대한 인상이 안 좋으신 봐요?"율아가 웃으며 물었다.그에 상군묵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공주님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그의 말은 너무 단도직입적이었다.하지만 율아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눈썹을 올리며 다시 물었다."그럼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세요?"'내가 좋아하는 건…….'이때 주위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제일 왕비님께서 오셨어!"육화가 등장했다.그러자 상군묵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오늘은 육화와 율손의 결혼 오 주년이었다. 주인공인 육화는 간결하고 단아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얀 치맛자락이 그녀의 걸음에 따라 끌려가는 게 너무 아름다웠다.다들 제일 왕비가 하늘에서 내련 온 천사 같다고 하지만 그녀는 원래 부귀한 가문의 딸이었다. 그 뼛속까지 배긴 우아함과 고귀함은 그 누구도 넘볼 수가 없었다.사랑은 변할지 몰라도 낭만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육화는 그야말로 이 말의 화신이었다.상군묵은 지금의 육화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사 년 전, 성인이 된 그녀는 율손과 결혼했다. 앳된 소녀에서 성숙한 여자로 변한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었을 때,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배회하고 있었다.그리고 끝내 그녀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그는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방금
'뭐라고?'상군묵의 말에 육화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아니거든요!"육화가 그를 째려보았다.그러자 상군묵이 다가가 아직 빨간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진짜 아니야? 그럼, 방금 무슨 얘기 했는데?"'방금……. 그건 다 율아가 한 말이지, 난 한마디도 안 했어. 열정이 넘치는 율아랑 비교하면 난 정말 착한 어린이라고.'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살짝 찔렸다. 특히 상군묵의 예리한 눈빛은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기라고 한 듯했다."별 얘기 안 했어요. 이만 가 볼게요."육화는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하지만 상군묵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는 그녀가 도망칠 수 없게 길을 가로막았다."내 얘기 한 거 아니야?"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상군묵이 그녀의 시야를 점점 가렸다. 그녀는 마치 철장 안에 가둬진 새처럼 그의 품 안에 갇히게 되였다. 분위기가 참 미묘했다."아니에요…….""사실대로 말 안 할 거야? 이 거짓말쟁이!"상군묵이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육화가 그의 말을 반박했다."거짓말쟁이 아니에요…….""방금 내 얘기한 거 맞잖아. 그것도 아주 은밀한 얘기. 왕비, 너무 엉큼한 거 아니야? 몰래 내 얘기하는 것도 모자라 나의 미색까지 탐내다니.""……."육화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경험했지만, 이런 말은 처음 들었다.'나보고 생각이 엉큼하다고? 내가 무슨 엉큼한 생각을 했는데! 물론…… 방금 이상한 생각 좀 했지만 그건 인지상정이지. 미남 안 좋아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잠깐 생각한 게 뭔 대수라고. 그리고 난 절대로…… 엉큼한 생각을 한 게 아니야!'"임묵 씨, 지금 당신은 생트집 잡는 거랑 다름없어요. 근거 없이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그녀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며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귀까지 빨개진 그녀를 본 상군묵은 자기 말이 틀림없다는 걸
육화는 상군묵이 그런 짓을 했을 거라 믿지 않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상군묵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정말이에요? 이 남자, 당신의 사람이에요?"육화가 상군묵에게 물었다.상군묵은 그 남자를 한 번 보더니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맞아."그가 승인했다.이 남자는 상군묵의 사람이었다.그리고 상군묵이 몰래 사진을 찍으라고 시킨 것이었다.그러니까 오늘 벌어진 모든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그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속인 후, 그녀가 마음이 흔들린 순간 몰래 사진을 찍게 했다.'그럼 나에게 베일을 씌워준 것도, 부드러운 키스도 다 가짜라는 거야? 날 아직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 착각이었어. 전부 거짓이었어!'"뭘 원하는 거죠? 목적이 뭐예요?"육화 얼굴은 이미 하야에 질렸다.그녀는 조금 전만 해도 자신과 달콤했던 남자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이 모든 게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상군묵은 그저 덤덤하기만 했다."육화야, 율손은 이미 죽었어. 그렇지?"육화가 흠칫했다.'벌써 눈치챈 건가?'"율손은 이미 죽었어. 그러니까 그를 대신해서 이 왕실을 계속 지킬 필요도 없다고. 난 그저 내 것을 전부 돌려받고 싶을 뿐이야. 물론 너도."육화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이 모든 게 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그런 거였어? 그래서 날 이용한 거야? 교인국을 위해 복수하기 위해서?'반금 전의 사랑과 설렘이 너무 우습게 느껴졌다. 그는 이미 그 추억에서 벗어났고 그녀 혼자만 원점에서 서성이고 있었다.육화가 걸어가 그 카메라를 한 번에 낚아챘다. 그리고 바닥에 힘껏 던졌다.육화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상군묵을 바라보았다."왜 과거의 임묵과 육화가 이미 죽었다고 했는지 이제 알겠네요. 갈 길이 다르니 엇갈리는 게 당연하죠. 여긴 왕실이고 전 제일 왕비예요. 만약 상군묵 도련님께서 선을 넘으신다며 저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육화는 그대로 가버렸다.상군묵은 그 자리에 서서 깨진 카메라를 보았다. 이 순
율손 왕자가 육화에게 춤을 추자고 했다.그러자 육화는 자신의 손을 율손 왕자에게 건네며 대답했다."좋아요."휠체어에서 일어난 율손은 육화의 손을 잡고 댄스 플로어로 갔다.두 사람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럴 적부터 교육받은 덕분에 두 사람의 춤사위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율손이 그녀의 허리를 살포시 안았다. 그러자 육화가 음악에 따라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치맛자락은 율손의 다리를 스쳤는데 정말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흘렀다."와, 너무 보기 좋다. 난 이렇게 어울리는 연인을 본 적이 없어.""역시 동화 속의 왕자와 공주야. 너무 부럽다."상군묵은 그 자리에 서서 육화와 율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특별히 친밀한 행동을 상군묵은 그 자리에 서서 육화와 율손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친밀한 행동은 없었지만, 육화가 율손을 의지하는 게 눈에 보였다. 고개를 들고 율손을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렸다. 마치…… 자기 영웅을 우러러보는 여자아이처럼.여자의 두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오 년이 지난 율손의 외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예리한 상군묵은 율손의 달라진 점을 느꼈다. 그는 더 우아해졌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더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왕의 기운이 느껴졌다.모두가 칭찬했듯이 춤을 추고 있는 율손과 육화는 천생연분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상군묵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미간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율손이 이미 죽은 줄 알았고 그래서 육화도 행복하게 지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그가 없었던 동안 그녀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상군묵은 오 년 전 피바람이 불던 그날 밤이 생각났다. 그녀는 그를 배신하고, 그를 버린 채 율손의 곁으로 갔다.그녀는 율손을 선택했다.율손은 늘 그녀의 선택이었다.두 사람의 춤은 어느새 끝이 났다. 율손은 육화의 손을 잡고 걸어왔다.
청애 부인은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그녀는 육혁비가 이곳에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 못 했다."육…… 육혁비 대통령님."청애 부인이 말을 더듬었다.욱혁비는 몸을 돌려 가늘고 긴 눈으로 청애 부인을 주시했다. 그리고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청애 부인, 방금 무슨 일 때문에 소란을 피우신 거죠? 이게 바로 왕실의 예의인가요? 그래도 부인이 되시는 분인데 이런 행동이 부끄럽다는 생각, 안 드나요?"육혁비는 우아하고 차가운 말투로 무심하게 말했다.청애 부인은 감히 이 남자를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어색한 표정으로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방금…… 방금 전 그저 육화가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이때 육화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허리를 굽신거리며 난처해하는 부인을 한 번 보더니 입을 열었다."부인, 방금은 제 오빠가 율손으로 위장해서 이 일을 해결한 거예요. 오빠와 따로 할 말이 있으니 그만 나가보세요.""그래. 그래. 대통령님,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육혁비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리고 왕의 위엄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나가세요.""네."청애 부인이 황급히 도망쳤다.방에 남매 둘만 남게 되자 육화가 웃으며 말했다."오빠, 절 도와주러 이렇게 먼 곳까지 오셔서 고마워요. 정말 큰 도움을 주셨어요."육혁비는 이 하나뿐인 여동생을 늘 아꼈다. 그는 육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방금 그 청애 부인이 널 괴롭혔어?"육화가 머리를 흔들었다."아니요, 오빠. 아시잖아요. 제가 그런 일을 싫어한다는 거. 그래서 신경도 안 써요."육혁비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서로에게 상처만 줬는데 앞으론 어떻게 할 생각이야?"상군묵이 생각난 육화의 두 눈이 어두워졌다."저와 그 사람은 결국 엇갈린 길을 걷게 될 거예요. 여기서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도, 그가 다치는 것도 전 원치 않아요. 그냥 그가 빨리 여기를 떠났으면 좋겠어요."사실 육화가 화목한 가정을 이룬 척 연기한 것도 모두 상
육화는 냄비에 끓는 국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상군묵이 율아를 좋아하지 않는단 건 알고 있지만 율아의 열정적인 공세에 흔들렸을지도 모른다.'목적이 뭘까?'자신과 상군묵이 가능성 없다는 걸 안 이상, 상군묵 주위에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나면 그녀도 축복할 것이다. 다만 지금 그 여자가 율아이기에 의심할 필요가 있었다.이때 율아가 국이 담긴 보온병을 들고나갔다."언니, 저 나가요. 좋은 소식 기다리세요."…….자기 방으로 돌아간 육화는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바쁜 하루가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시간은 벌써 열한 시, 율아가 나간 지도 이미 세 시간이 지났다.육화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율아가 돌아온 것이었다.육화가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다급히 아래로 내려가는 청애 부인을 보았다. 그녀는 율아를 붙잡고 물었다."율아야, 어떻게 됐어? 네가 끓인 국, 먹었어?"율아의 기분은 무척 좋아 보였다. 그녀는 보온병을 열며 말했다."엄마, 보세요. 깨끗하게 다 먹었어요.""진짜? 잘 됐네!""당연하죠. 그리고 제 솜씨가 좋다고 칭찬까지 해줬어요. 엄마, 제 연애 경험으로 봐선 곧 성공할 거 같아요."청애 부인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무척 자랑스러워했다.'역시, 우리 딸의 매력에 안 넘어올 남자는 없어.""엄마, 언니 혹시 자요? 언니한테도 이 좋은 소식을 빨리 알려야겠어요.""율아야, 육화는 남일뿐이야. 바보같이 너무 잘해주지 마. 어쩌면 널 질투해서 수작 부릴지도 모른다니까.""엄마, 왜 또 그런 말씀을 하세요. 오빠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이 왕실을 지키고 있는 건 언니예요.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요!""넌 그렇게 생각하지만, 육화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육환는 처음부터 너와 임묵이 만나는 걸 반대했어.""그럴 리가요? 엄마,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율아는 청애 부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육화가 응원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