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은 고개를 끄덕인다. "안심해."여명은 허진희을 한번 보고 무언가를 말하려 하다가 얇은 입술만 들썩거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향해 입꼬리를 올린다.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없이 부드럽게 웃었다.허진희의 마음이 갑자기 아파왔는데 마치 무언가 터지는것만 같았다.이때 여명은 돌아서서 떠났다.그는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 그녀의 시선속에서 사라졌고 허진희의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지더니 닭똥 같은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그녀는 줄곧 자신이 용감하다고 여겼다.사실은 아니였다.그녀는 그를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여명!"그녀는 외치면서 우산에서 뛰쳐나가 그에게로 달려갔다.그리고는 뒤에서 그의 건장한 허리를 와락 껴안았다.여명은 발걸음을 멈추고 넓은 손바닥을 내밀어 그녀의 옷소매에 넣었다. 빗물과 그의 손바닥의 따뜻한 체온이 섞인 채 그녀의 부드럽고 작은 손을 덥석 쥐었다."네가 이러면 나는 못가."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는 마음과 총애가 흘러넘쳤다."여명, 나한테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 해!" 귓가에 갑자기 여자애의 가늘고 목메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명은 굳은 채 천천히 돌아섰다.허진희은 손을 뻗어 분홍색 목에 걸린 붉은 줄을 한번에 잡아당겼고 붉은 줄에 있는 그 다이아몬드 반지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그녀는 붉은 줄을 그의 손바닥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빗물인지 아님 눈물인지 그녀의 시선을 가로막아 시야는 흐렸고 그녀는 작은 머리를 들고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프로포즈 해줘. 어서, 지금 당장,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렸어. 더 이상은 기다리고 싶지 않아."여명의 눈빛이 짙어지면서 그녀의 이런 행동에 어찌할 바를 몰라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린다. "에잇, 계집애!"다음 순간, 그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바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허진희, 나와 결혼해줘, 앞으로 내가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너에게 잘해 줄게. 만약 네가 감히 허락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것이야!"이것이 바로 여수장의 청혼
양금희는 눈시울이 붉어지자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여명은 낮은 목소리로 "전 일찍 집을 떠나 부모님이 떠나신 그해에도 그들의 곁에 없었어요. 유감스럽게도 전 그들의 마지막 모습마저도 보지 못했고 기억 속 어머니의 용모는 이미 매우 희미해졌는데 어머님을 보면 어머니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어요. 어머님이 하신 모든 일이 허진희를 사랑하기 때문인 것처럼 저의 어머니도 저랑 여동생을 매우 사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저의 이 직업이 직면해야 할 위험을 잘 알고 있고 어머님이 걸어오신 길을 진희만큼은 다시 걷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모두 이해합니다. 게다가 나이도 이렇게 많으니 어떤 어머니라도 저 같은 사위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에 어머님 전 다 이해합니다.""나도 얼마 전에야 민정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네. 나에게 딸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내가 없는 이 3년 동안 자네가 진희의 곁에 줄곧 있었고 민정도 돌보고 있었으니 이 은혜는 마음에 깊이 새기도록 하지.""어머님, 사실 저 줄곧 어머님과 저의 진심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저는 다른 남자들처럼 잘생기고 젊고, 부유하지는 않지만, 진희를 저에게 보내시면 다른 건 몰라도 저에게 있는 모든 것은 진희에게도 있을 것이고 제가 남자들 사이에서 몇 순위면 진희 역시 저와 같은 순위일 것입니다. 요 몇 년 동안 떠돌아다니면서 도대체 어떤 귀로가 이길 내내의 고초에 어울릴지 한번 생각해 봤는데 진희를 만나고 깨달았습니다. 그녀가 바로 나의 귀로라는 것을."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계속되어 부드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제에겐 어머니가 없어서 여자가 임신하고 그 후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진희는 지금 또 둘째 임신했고 전 경험이 없으니, 앞으로 진희가 임신하고 아기를 낳았을 때 어머님이 많이 가르쳐 주시고 부디 제발 진희가 더 이상 서럽지 않게 해주세요."양금희는 눈을 감자 뜨거운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그녀도 잘 아는 편이다. 여명은 천성적으로 강하고 순경이든 역경이든지를 막론
여명은 이를 악물고 그늘진 표정으로 "바보 같은 녀석들, 말 안 들어? 모두 잘 들어 명령이다! 블러디 아이 병사 12명은 두 손 꼭 잡고 안전하게 도착한 후 즉시 인원수를 보고한다!"라고 퍼부었다."수장님, 우리는 안 갈 겁니다. 제발요.""수장님, 수장님만 여기에 둘수 없습니다. 데리고 돌아갈 겁니다.""수장님, 제발요, 저희가 이렇게 부탁드리고 있잖아요."모든 블러디 아이 병사가 무릎을 꿇고 제발 쫓아내지 않기를 바라면서 여명에게 부탁했다.여명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고 그의 눈가에는 핏발이 떨어졌다. 그는 "모두 일어서라! 군인이라는 신분을 잊지 마라! 누가 또 감히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블러디 아이 병사에서 빠지도록 하라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모든 블러디 아이 병사는 눈물을 흘리고 있고 그들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어찌 그를 실망하게 할 수 있겠는가?어찌 그를 실망하게 할 수 있겠는가?주호는 이마에 핏줄이 섰고 눈시울이 붉어졌으나 군인이라면 우선적으로 복종해야 하니 그도 일어섰다.블러디 아이 병사들은 바람을 맞으며 일떠서 절망적인 전가 한 곡을 울렸다.여명은 곁눈으로 양금희를 바라보았다.양금희도 눈물을 흘리면서 모두 자기 때문이라며 자기만 오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자책했다. 그가 그녀를 바라본 것은 하진희에게 남길 말이 있기 때문이다.하진희는 그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가장 부드러운 존재이다.그는 놓을 수가 없다.양금희는 앞으로 나아가서 목이 메어 "말해봐."라며 말했다.여명은 바지 주머니 속의 붉은 끈을 꺼냈고 그 위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여전히 반짝반짝 빛이 났으며 그는 붉은 끈과 피가 묻은 동백꽃을 양금희에게 건네주면서 "진희한데 주세요."라며 말했다."그래, 전해줄게." 양금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껏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리고?"라고 물었다.그리고?여명은 생각해 보았는데, 사실 아주 많았지만, 말하지 않았다.그는 가볍게 눈을 감으면서 "없어요."라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는 살아야 한다!그는 반드시 잘 살아야 한다!살아 내고 말아야만 한다.여명이는 눈을 뜨고 머리 위의 어두움을 바라보는데 깊은 갈색 눈동자에서 갑자기 삶에 대한 갈망이 튀어나왔다.어둠은 이미 내려왔는데 그렇다고 여명은 멀리 있겠는가?그는 이 어둠 속에 영원도록 있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그는 이미 아내와 딸이 있고 집이 있는데 젠장, 만약 그가 죽는다면 아내도 언젠가는 어느 야만적인 남자에게 홀리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는 아마 무덤을 파헤치고 나올 것이다.그는 돌아가려 한다!생존에 관한 생각은 마치 덩굴처럼 그의 마음속에 미친 듯이 자라나 그는 피로 가득 찬 큰 손바닥을 들어 몸에 있는 큰 나무를 밀었다.하지만 밀리지 않았다.하반신이 나무 아래에 눌려서 이미 감각을 잃었다.어떻게 해야 이 거대한 나무를 밀어낼 수 있을까?이때 토네이도가 몰아쳐 땅의 마른 가지와 부러진 나무가 모두 공중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었고 몸의 거대한 나무도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했다.다행이다!딱 이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또 한바탕 토네이도가 불어오자, 여명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그는 이 바람을 빌어 두 손바닥으로 거대한 나무를 밀면서 힘을 주었다.그는 이미 허진희를 한 번 혼자 두었고 절대 다시는 혼자 두지 않을 것이다.처음 함께 있었을 때는 깊은 정이 들었었다.그녀는 그의 목을 안고 만약 어느 날 그가 죽는다면 그녀는 반드시 그를 쫓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그때 그는 그녀가 젊어서 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었다.이제야 그는 그녀의 사랑이 6월의 땡볕처럼 깨끗하고 뜨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순간, 그의 온몸의 근육이 폭발했고 그 창백하고 차가운 이목구비의 윤곽은 모두 험상궂어졌다.그는 평생의 힘을 다 써서 쉰 목구멍에서 함성을 질렀다---아!펑 하고 몸 우의 큰 나무가 젖혀졌다.그는 땅으로 다시 넘어져 숨을 헐떡였다.그는 성공했다.그는 마침내 성공했다.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여명은 일어서려 했지만, 하반신이 마
허진희는 가볍게 눈을 치켜뜨고, 양금두의 손에 동백꽃 한 송이를 들고 있다는 것을 보고 그 동백꽃에는 선혈이 잔득 묻어 있어 특히 아름답고 요염해 보인다.그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꽃을 선물한 적이 없었다.이 남자는 낭만도 몰라 여태껏 꽃을 주지 않았다.이꽃은 그가 처음으로 준 것이다.허진희는 작은 손을 내밀어 받았다."진희야, 미안해.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여명을 해쳤어.""형수님, 수장이 돌아가셨어요. 우리 수장이 죽었단 말이에요."......모두가 다 통곡하며 그녀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허진희는 머리가 어지럽고 온 머리가 터질 것 같다.흐리멍덩했다."그만해!" 그녀는 그 다이아몬드 반지와 동백꽃을 손바닥에 쥐고 손이 아플 정도까지 고함을 쳐다.모두들 굳어져서 멍하니 허진희를 보고 있다.허진희의 얼굴에는 눈물 한 방울도 없었다. 그녀의 맑고 냉혹한 눈빛이 모든 사람의 얼굴을 스쳐보았다." 하늘로 올라갔나 땅으로 들어갔나 시체를 찾아야 돼. 너희들의 눈물을 거두고, 그의 시체를 찾아서 장례식에서 울어!"모든 사람들이 허진희의 이 기백에 겁을 먹었고, 그들은 멍하니 허진희를 보면서 아무 반응 없었다.양금두도 놀라게 허진희를 보고 있어다. 그는 허진희가 이런 반응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허진희는 여명을 죽도록 사랑한다.여명의 죽음을 그녀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모두 그녀가 비통하고 무너질까봐 걱정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그녀의 얼굴은 바싹 말랐고, 하얀 눈시울이 이미 간간이 붉어졌지만, 그녀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그녀는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연약하지도 않다."허진희." 주초는 눈물을 닦았다. 그는 이제야 왜 여명이 허진희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허진희는 이미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함께 비바람을 맞을 수 있는 여자로 자랐기 때문이다."주초 오빠, 이번에 우리 엄마를 구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은 빨리 들어가서 뜨거운 물로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그리
"진희." 양금희도 따라왔다. "여명이 당신한테 한마디 전해 주라는 말이 있어요, 그 말은, 배 속의 아이는……지우는 게 어떠냐고."여명이 이런 말을?진희는 창백한 입꼬리를 가볍게 잡아당기고, 가냘픈 작은 손으로 자기 아랫배에 얹었는데, 아기는 아무 기척도 없었다.아빠가 조난한 사실을 아는지 아기는 아주 얌전하고 조용했다.아기가 엄마와 함께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것이다."바보야." 그녀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 바보 멍청이야.그녀는 주머니에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오른손 약지에 천천히 끼웠다. "군혼은 절대로 갈라질 수가 없어, 설마 날 혼자 내버려 두려고 하는거야? ""금희야." 진호국이 찾아왔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허진희을 한없이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다."노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블러디 아이의 사병으로서 증언할 수 있어요, 여명이 저에게 청혼했고, 저도 승낙 했어요, 저를 대신해 결혼 신청서를 제출해 주세요, 저는 그 사람의 아내가 될 것이에요.""진희야…" 양금희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하진희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작은 손으로 자신의 평평한 배를 쓰다듬으며 "바보야, 나와 아기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 않아, 우리가 군인의 아내인 만큼, 군인이 쓰러지면, 우리도 군인 대신 반의 하늘을 버틸 수 있다고. ""아기가 태어나면 아빠가 여명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는 우리 모두의 자랑이니깐요."양금희는 지금 진희의 모습이 너무나도 조용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지금, 이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들의 사랑 속에서 가장 좋은 자신을 이루어 냈다.진호국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희야, 네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해라. 여명은 혼자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너도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너와 함께 있다."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하고 대답했다.왜 그가 떠난 시간 동안 그녀가 슬픔에 빠지지 않았는지, 아마도, 그가 남긴 정신력 때문일 것이다..봐라, 이 사람들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질 수도 없는 상황.희망의 이 땅에서, 그는 자신의 생명과 영혼을 이곳에 깊이 뿌리 박았지만, 이곳에는 이미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떠돌아, 떠돌아, 그는 여전히 밖에서 떠돌아다닌다.여명,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허진희는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여명,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정원으로 돌아왔을 때, 허진희의 발걸음을 갑자기 멈추었다. 왜냐면, 그녀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집안에 사람이 있다.누군가가 집 안에 있다니.누구일까?허진희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고, 순간 머릿 속에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벌여졌다. 혹시… 그가 돌아왔을까?허진희는 발을 빼며 재빨리 뛰어 들어갔고,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명…."다음 순간, 그녀는 웃음을 멈추었다.여명이 아니라 시어였다.시어가 장바구니를 하나 들었는데, 방금 밭에서 딴 채소와 과일이었다. 그는 허진희를 보고 입을 열었다. "형수님, 돌아오셨어요?허진희는 재빨리 입꼬리를 잡아당긴 후 장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 채소를 씻기 시작했다. "시어야, 곧 점심이니 남아서 밥이라도 같이 먹자."시어는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요, 형수님. 군에 이따가 임무가 있어요. 형수님, 저 먼저 가볼게요. "시어가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귓가가 깨끗해지자, 허진희의 채소를 따던 작은 손이 느려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졌다.그리움이 병이 되어 사무친다.눈물이 떨어지려 할 때, 허진희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눈앞의 창문을 통해 먼 하늘가를 바라보았다.눈물을 거꾸로 흘리려고.그녀는 울지 않는다.여명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울지 않을 거야.그녀는 강해질 것이다.허진희는 입맛이 좋아서 밥 한 그릇을 가득 먹고 또 갈비탕 한 그릇을 마셨다. 임신 이래 그녀는 끼니마다 밥 한 그릇을 먹었고, 자기 자신과 아기를 예쁘고, 통통하게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밤에,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잔다.
허진희는 버스 승강장의 벤치에 앉아 차가운 손을 내밀어 천천히 자신의 아랫배를 만졌다. 소여명, 너도 엄마처럼 더 이상 버티질 못하겠지오늘 전에는 아침햇살을 기다렸는데, 오늘부터는 새벽이 두려워진다.여명이 없는 세상에는 더 이상 알록달록한 색채가 없다.허진희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천천히 눈을 치켜떴다눈앞에서 버스 한 대가 쌩하고 지나가자 그녀는 맞은편 큰길에 있는 키 크고 듬직한 체구를 보았다.나비날개처럼 가늘고 긴 깃털이 갑자기 흔들리고, 맑은 눈동자가 심하게 수축되었다.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꿈이에요?그녀가 밤낮으로 오매불망 그리던 사람이 바로 그녀의 길 건너편에 서있다.허진희는 재빨리 일어서자 겨울날의 찬바람이 그녀의 꽃무늬 치맛자락을 스치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시간이 이렇게 늦어졌으면, 비록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겠지만, 그녀의 눈에는 마음에는 모두 그 사람의 그림자가 가득했다.만약 꿈이라면, 그녀는 차라리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원한다.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그녀는 눈물 속에서도 웃고있다 울고 웃는 것이 정말 바보 같았다. ......맞은편에서, 여명이 차를 기다리고 있다.그는 회색 셔츠에 검은색 긴 바지를 입고 검은 장화 속에 바짓가랑이를 집어넣었고 여전히 꼿꼿하고 우람했다.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면도를 하지 않았다. 온 얼굴에 수염투성이, 매와 같은 갈색 눈동자로 버스를 힐끗 훑어보았다. 그가 기다리려는 셔틀버스는 오지 않았다. 그는 침울하게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이때, 갑자기 가냘프고 아름다운 그림자가 그의 눈에 띄였고 그는 눈을 치켜 떴다.맞은편 큰길에는 긴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마치 연못에서 갓 피어난 연꽃 같았다.허진희.쿵, 하고 그의 손에 있던 작은 보따리가 땅에 떨어졌다.젠장. 회색 셔츠 아래 근육이 뭉툭하게 튀어나와 철옹성처럼 탄탄한 장벽 같았다. 그는 그 그림자를 뚫어지게 주시하였다.거의 눈빛 하나로 그는 그녀를 자신의 골혈 속에 비볐다.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