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그 자세로 서로 뒤엉켜 있었고 여명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으며 입을 열었다."저녁에 뭐 먹고 싶어?""죽 먹을래.""그래, 그럼 내가 사올게."여명은 몸을 일으켜 병실 문을 나섰다.남자가 떠나자 허진희는 귀찮은 마음에 움직이지 않았다. 몸에는 아직도 남자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어 그녀는 두 손으로 화끈거리는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이재 허진희는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여보세요 팀장님, 대신 상부에 보고를 올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 수장을 만나고 싶어요."올해 50세가 넘는 수장인 진호국은 젊었을 적 많은 전공을 세워 지금은 어디를 가나 수장으로 불리고 있었다.진청미는 바로 그의 외동딸로 수장이 애지중이 여기는 딸로 지위가 막강했다.허진희도 그의 명성에 관해서는 익히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매사에 정직한 일처리와 칼같은 성격이라 호랑이 장군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늦둥이 딸을 얻었기 때문에 청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교육에 소홀히 한 것도 있었다.허진희는 이제 그 수장을 만나보려 한다."허진희, 일단 보고는 올려 보겠지만 수장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현재 잠비아에 가셔서 군사 방문을 하고 계시니까 일단 잠비아로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보고가 통과되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이 있겠지.""네, 감사합니다. 팀장님."전화를 끊자마자 허진희는 잠비아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내일 바로 출발할 예정이었다."달칵."이때 병실 문이 열리고 여명이 돌아왔는데 그의 손에는 배달 봉지가 들려 있었다."여명 씨, 왔어?"여명은 허진희의 할짝 웃는 모습에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꼬집어준 뒤 좁쌀죽을 그녀의 앞에 놓고 밑반찬을 여러가지 꺼내 놓았다."기다렸어?""아니."허진희는 손을 두 손을 뻗어 곁에 서 있는 남자의 허리를 껴안고 작은 머리를 그의 복근에 부리는 모습은 영낙없이 애교를 부리는 새끼 여우와도 같았다.알고보면 애교도 많은 그녀의 모습에 여명은 입꼬리를 올리며 젖가락을 그녀의 손에
허진희의 마음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이라니 두 사람 사이엔 이미 딸이 하나 있는데 말이다.그녀가 돌아오면 이 좋은 소식을 그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두 손으로 그의 셔츠를 꽉 잡아당기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하지만 나는 환자잖아..."그가 거친 손바닥으로 그녀의 상처를 매만졌다. 그녀의 아랫배는 평평하고 매끄러웠는데 지금은 휴터가 남았다.하지만 요 며칠 레이저 수술만 받으면 그 흉터를 제거할 수 있었다.그의 커다란 몸집과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건한 기질은 철저히 그녀를 포위하기 충분했고 매우 공격적으로 느껴졌다."하지만, 조금 겁난단 말이야...""겁날 것 뭐가 있어?"여명은 그녀를 안아 들어 세면대 위에 앉혔다."살살 할게."그는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한 시간 뒤.여명은 화장실에서 허진희를 안아 들어 조심스럽게 병실 침대에 눕혀준 뒤 바지를 입으며 몸을 숙여 한껏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해줬다."먼저 갈게."허진희의 이마는 땀으로 젖어 있었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얼굴을 베개에 묻은 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꼬옥 잡았다. 마치 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단순히 애교를 부리는 것 같기도 했다.여명의 구릿빛 피부는 땀으로 젖어 있었는데 땀방울은 그의 근육을 따라 아래로 흘러 내려 야성적인 매력을 자아낸다.그는 눈을 드리우고 그녀의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과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보며 혀를 내밀어 건조해진 입술을 훑으며 웃었다."왜, 아직 부족해?"그의 말에 허진희가 재빨리 자신의 손을 거두자 여명의 미간이 부드럽게 펴지기 시작했다. 만약 이대로 계속 지체한다면 아마 떠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는 이대로 그녀 곁에 함께 있고 싶었고 가고 싶지 않았다."정말 갈게.""일찍 돌아와.""그래."여명이 떠나자 허진희는 몸을 돌려 침대에 반듯이 누웠다. 그녀의 몸에는 아직도 남자의 숨결이 남아있는 것 같아 그녀는 이불을 당겨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이불 아래의 그녀는
"셋..."이미 누군가 셋을 외치다가 갑자기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말을 끝맺지 못했다.모든 병사들이 손에 든 총을 겨냥하지 않고 머리를 내밀고 허진희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블러디 영의... 약혼녀?'블러디 영은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한 세대의 군대에서 전설적인 인물이었지만 블러디 영은 언제나 밖을 떠돌아다니는 아이였고 그들처럼 행운이 없었다.블러디 영은 그저 대명사일 뿐 아무도 그의 진짜 이름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또 아무도 그를 몰랐다.허진희의 우렁찬 목소리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한 마디 한 마디 말은 그들의 마음을 강타했다. 마치 가을날의 흐르는 물처럼 제멋대로이기는 하지만 시원하고 상쾌하기까지 했다.그들은 마치 그녀의 몸에서 또 다른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았다. 그 그림ㅈ는 검은 옷을 입고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모든 병사들이 눈물을 머금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이때 진호국의 깊은 눈매로 입술을 꾸욱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아가씨, 따라오게."허진희는 수장 사무실에 도착하자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녀도 사실 두려웠던 것이다."수장, 안녕하세요. 저는 허진희라고 합니다."허진희는 먼저 자기소개부터 했다.진호국이 허진희의 반짝이는 눈을 보니 순수하고 깨끗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소파를 가리켰다."허진희 씨, 여기 앉으시오.""마음은 감사하지만 저는 그냥 이대로 바로 본론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블러디 영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했지만 그의 공로는 송우진이 전부 차지했습니다. 수장의 따님은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 일에 가담했는데 알고 계셨습니까?"허진희의 물음에 진호국은 비서에게 눈짓ㅇ르 하자 비서는 빠르게 대답을 했다."수장, 최근 일정이 빡빡하여 블러디 영과 독갈의 일을 아직 보고드리지 못했습니다. 진실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사람을 파견해 조사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진호국은 찻잔을 내려놓고 비서에게 명령했다."직므 당장 철
여명이 멈칫하며 그녀의 장난기가 넘치는 웃음을 바라보았다.'나를 위해 출국한 거였어?'수장은 어떻게 만난 것일까? 병영에 침입하는 자들은 자칫하면 벌집으로 변할 수 있었다. 그녀의 상큼한 숨결이 다가오자 그의 마음은 놀랍게도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바보같은 계집애.'여명은 말을 하지 않고 그녀의 작은 손을 잡은 채 공항 로비를 빠져나갔다.남자의 보목은 매우 커서 허진희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당기고 머리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여명 씨, 기분이 어때?"여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진희는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작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앞으로 당신은 나라를 사랑하고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해줄 것이라고.""쓸데없는 말이 참 많네!"여명은 귀찮다는 듯 한마디 내뱉고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그녀의 볼에 힘껏 뽀뽀를 했다"헙!"허진희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몰래 뽀뽀를 해?'여명은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당장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싶었고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찼다.이때 귓가에 헛기침소리가 들려왔다."여명, 사람들 앞에서 좀 자중해야지."공항 밖에는 지프차 두 대가 주차돼 있었고 비서가 뒷문을 열어 주자 진호국이 문가에 서서 뒷짐을 진채 여명과 허진희를 보고 있었는데 눈빛에는 자애로움과 책망으로 가득 찼다.허진희는 재빨리 두 손을 냄리어 남자의 가슴을 밀어냈다.'창피해.'여명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허진희를 바라보며 허리를 감싼 손은 아직도 떼지 않고 있었다"내 여자한테 뽀뽀하고 싶은데 왜?"정말 제멋대로인 인간이다. 진호국은 머리를 두어번 절제절레 흔들며 차에 올랐다.'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남부끄러운 줄 모른다니까.'병원.청미는 이미 수술을 통해 오른팔에 박힌 총알을 꺼냈고 두 눈은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아빠, 나 블러디영 좋아해요. 그러니까 결혼하게 해줘요!"청미가 진호국을 향해 애교를
"여명 씨, 저기 좀 봐, 예쁜 여자들이 당신을 보고 있어!"이건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여명은 곁눈질도 하지 않고 한 마디 내뱉었다."나 장님이야.""..."허진희는 두 손으로 부드럽게 그의 까칠한 수염을 만지며 그의 목소리를 모방하여 말하기 시작했다."나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으니까 놀릴 생각하지 마!"그녀와 함께 있은 뒤로 여명은 비로소 여자들의 억지를 알게 됐다. 다른 남자였다면 어르고 달랬겠지만 여명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힘껏 때렸다."오늘 밤 죽고 싶지?""..."허진희의 손바닥만한 얼굴이 바로 빨갛게 타오르며 그제서야 지금 자세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만 내려줘!""소란 피울 거야?""안 돼. 다른 자세로 바꿔."허진희는 얼굴을 붉히며 고집을 피우자 여명은 입을 살짝 깨물더니 그녀의 허리를 잡아 바로 자신의 어깨에 앉혔다."세상에, 완전 멋져.""나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야."여자애들으 여며이 허진희를 가볍게 들어 어깨에 올리는 모습에 분분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허진희도 그가 이런 자세로 바꿀지는 예상하지 못했고 마치 꿀단지에 빠진듯 마음이 달콤해지기 시작했다.방금 그가 단숨에 그녀를 번쩍 들어 어깨에 올렸는데 그 동작은 너무 가볍고 멋있었다. 이렇게 건장한 사내와의 연애라니 비록 조금 나이가 들긴 했지만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정말 그녀를 많이 아껴줬다."저기요, 이렇게 어깨에 타는 건 좀 아니지 않아?"허진희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왜 안 돼?""..."여명이 당연하다는 듯 되묻자 허진희는 할 말을 잃었다.'이 남자가 정말!'허진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그녀는 매우 높은 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190의 장신의 남자가 그녀를 어깨에 태우고 있으니 마치 거인의 어깨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천천히 두 팔을 활짝 펴고 이 스릴을 느끼려고 막 눈을 감으려고 하는 순간 남자는 갑자기 발걸음에 속도를 가하더니 달리기 시
말을 하던 진호국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스파이를 잡고 싶지 않아?"여명은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떄 허진희가 주방에서 과일이 담긴 쟁반을 탁자에 올려 놓았다."냉장고에 오렌지가 있어서 가져와 봤어요. 아주 달달하니 드셔보세요."여명이 허리를 굽혀 오렌지 한 조각을 집어 입가에 가져 가더니 이내 그의 동작이 그대로 멈춰버렸다."왜 그래?"진호국의 물음에 여명은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입안에 있던 오렌지 조각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오렌지가 상한 것 같아.""그럴 리가, 지금 나 속이는 거지? 내가 한 번 먹어볼게."허진희가 쟁반에 담긴 오렌지에 손을 뻗자 여명은 가볍게 그녀의 손등을 때리며 미간을 찌푸렸다."말 안 듣지? 얼른 밥이나 해!"그의 사나운 표정에 허진희는 씩씩거리면서도 순순히 주방으로 향했다.허진희가 자리를 뜨자 진호국이 오렌지 조각을 들어 냄새를 맡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오렌지에 독이 들어 있구나. 보아하니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손을 쓰려는 모양이네."여명은 손으로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졌다."그 스파이를 찾아내기만 하면 아예 가죽을 벗겨버릴 겁니다!"감히 허진희에게 독을 넣을 생각을 하다니 반드시 그 스파이놈을 잡고 말 것이다."지금 적들은 어두운 곳에 숨어 있고 우리는 드러나 있으니 허진희 씨는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어. 여명아, 무슨 좋은 수라도 있는 게냐?"여명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뾰족한 수라면 당연히 있다는 듯한 표정이다.진호국은 뭔가 계획이 있는 것 같은 그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이미 계획을 세웠다면 최대한 빨리 실시하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일찍이 조직에 직접 보고를 올려 신청을 했는데 위에서 회답이 내려왔으니 앞으로 네가 내 자리에 앉게 될 거다."3년 간 여명은 산에서 숨어 살고 있는 동안 진호국은 그를 잊은 적이 없었고 오히려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다.상부의 승인도 이제 떨어졌으니 여명은 군복을 입을 수 있었다!여명은 천천
허진희가 이번에 긴 임무를 수행했으니 민정이가 틀림없이 자신을 그리워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비록 외할머니가 잘 보살펴주고 있긴 하지만 민정이는 엄마를 잘 따랐다."누구 전화길래 안 받아?"여명이 묻자 허진희의 마음이 움찔했다. 그녀도 전화를 받고 싶었지만 지금 전화를 받으면 여명은 분명 민정의 존재를 알게 된다.민정이는 그녀가 그를 위해 준비한 가장 큰 서프라이즈인데 이런 식으로 그에게 들킬 수는 없었다.허진희는 휴대폰을 품에 숨기면서 그에게 투정을 부렸다."받기 불편해서 말이야."여명처럼 예리한 사람은 단번에 뭔가 수상한 허진희의 태도를 눈치 챘다."누구 전환데 그래? 상대방이 누군지 나한테 숨기고 싶은 거야?""그건...""전화 이리 내놔."여명은 손바닥을 내밀어 그녀에게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싫어"허진희의 거절에 여명은 미간을 찌푸렸다."뭔가 수상한데 조태웅이야? 아니면 다른 남자?"말을 하며 여명은 손을 뻗어 허진희 품에 있는 휴대폰을 빼앗으려 하자 허진희는 재빨리 휴대폰을 숨기고 여명의 목을 껴안았다."내 물건 빼앗지 마."여명은 이번만큼은 그녀의 미인계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그럼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만 말해.""좋아, 얘기는 해주겠지만... 내일까지 기다려.""내일?"여명은 내일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그래, 내일 그 사람이 누군지 말해줄 뿐더러 만나게 해줄게."허진희는 내일 민정이를 데려와 여명과 만나게 할 생각이었다.그리고 여명에가 아빠가 되었다고 3년 전부터 이미 딸이 생겼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반짝이는 허진희의 눈을 바라보며 여명은 이번만큼은 그녀의 생각을 존중해주기로 했다."좋아 그럼 네 말대로 할게."허진희는 감사의 표시로 재빨리 그의 볼에 뽀뽀를 했다."지금 이 정도로 때울 생각이야?""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여명은 손을 뻗어 이불을 당겨 두 사람을 덮어버렸다."글쎄...?"소리 하나 없이 고요한 깊은 밤, 허진희는 작은 머리를 남자의 가슴에 기댄채 조용하게 잠들
청미가 눈을 들어 보니 훤칠하고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서 있었는데 바로 여명이었다.여명은 그자리에 서서 매서운 눈으로 청미를 힐끗 쳐다봤는데 그의 눈빛은 싸늘한 한기를 뿜고 있었다.그리고 여명은 다리를 뻗어 허진희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어 허진희를 부축했다."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새에 괴롭힘을 당해?"허진희가 여명을 바라보자 그의 싸늘하던 눈빛은 어느새 부드럽게 변해있었다.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안심이 된다.청미는 통증을 겨우 참으며 일어나 여명을 바라보았다."블러디 영, 우리 아빠가 중독되어 지금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누워 계셔. 지금 허진희가 유력한 용의자란 말이야. 그런데 어제 당신도 그 현장에 있었지? 그렇다면 당신도 용의자 중의 하나로 허진희와 공모해서 우리 아빠 음식에 독을 넣었겠네!"순간 허진희의 가슴이 덜컥 내려 앉으며 빠르게 여명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아니, 어제 여명 씨는 그곳에 없었어."허진희의 말에 청미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블러디 영은 네 남자 친구니까 범행 동기가 충분하겠지."수장이 중독됐다는 사실은 수상하기 그지없으니 그 진실은 반드시 조사해봐야 한다. 이때 허진희는 여명을 끌어들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허진희는 등을 곧게 펴고 몸을 돌려 여명을 바라보았다."여명 씨, 먼저 돌아가 있어."여명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곳의 불빛이 어두운 탓에 그의 눈빛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그는 꼼짝도 않고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허진희는 청미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눈앞의 이 바보같은 사람은 왜 자기 뜻을 알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돌아가서 천천히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수장이 피해를 입은 사실은 사소한 일이 아니나 잘못 엮이기라도 하면 그에게 커다란 오점이 생기게 된다.허진희는 두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여명을 향해 눈짓을 했다.여명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니 방금 전기충격기의 가격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두 눈만큼은 하늘의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