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이 열리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여명은 이미 오랫동안 허진희를 보지 못했다. 항상 꿈에서만 볼 수 있었다. 오늘 허진희는 심플한 흰색 티를 입고 청순한 긴 생머리른 어깨에 흩어져 있었다. 갸름한 얼굴엔 화장기가 없어 청초하고 깨끗해 보였다. 한 쌍의 반짝이는 눈까지 절세 미인이 따로 없었다.여명은 그동안 또 예뻐졌다고 생각했다. 이제 겨우 21살인 꽃다운 그녀는 하루하루 꽃을 피웠다. 36인 그와 달리 음울하고 세월의 흔적도 없었다.여명은 필사적으로 마음 속으로 애타게 그리워하던 마음을 억누르고 냉담한 표정으로 허진희를 바라보았다."그 말을 하려고 찾아온 거야?"허진희는 그를 보자마자 그의 품속에 뛰어들어 속마음을 터놓고 싶었지만 그의 냉담함은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녀는 또 방안에 있던 주호와 이정을 발견했다.이 두 사람은 한 명은 생사를 함께하는 친구이고 다른 한 명은 죽마고우였다. 허진희는 두 사람이 자신을 배척한다는 것을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는 마치 멋대로 그들의 경지에 뛰어든 이방인이였다.허진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소성 씨, 왜 그래? 할 말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하면 안 돼?"여명의 금단 현상이 시작됐기 때문에 그는 몸 옆에 늘어진 두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통증을 참아내면서 몸상태를 그녀에게 들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형편없이 낭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은 남이 아니니까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하면 돼."돌아온 대답은 싸늘한 그의 거절이었다.허진희는 약간 실망을 했다. 그에게 따로 몰래 하고 싶었던 말인데 외부인이 있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소성 씨, 대체 왜 그래? 며칠을 못 봤더니 나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 같아. 그 사이에 무슨 일 생겼어?""커플 사이에 가장 기본 적인 건 솔직함과 믿음이라고 생각해. 만약 무슨 일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이정은 긴장한 표정으로 여명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명이 어젯밤 일을
"말하지 마!""지금은 듣고 싶지 않아!"허진희는 그의 대답을 거부했다."허진희, 좋아해."갑작스러운 여명의 고백에 허진희는 눈꺼플이 파르르 떨려오더니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띠었다."진짜야?""그런데 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 뒤로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더라고. 재미도 없고 사람 귀찮게만 하는 사람한테 이제 흥미가 안 생겨."여명이 한 마디 더 덧붙이자 허진희의 마음은 그대로 가라앉고 말았다 .이때 여명은 그녀의 두 손도 뿌리치고 매정하게 그녀를 밀쳐냈다.허진희의 얼굴은 핏기가 가실 정도로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소성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왜 지금와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예전에 잠자리를 가졌을 때 왜 그런 얘기 안 했어?""소성 씨, 당신 정말 싫어!"말을 마치고 허진희는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허진희가 떠나자 이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여명을 부축해 주려 했다."여명 오빠, 저기..."그러나 여명은 자신의 몸에 닿으려 하던 그녀의 손을 피했다."내 몸에 손대지 마!"이정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여명아.""다들 나가. 잠시 혼자 있고 싶어."주호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여명은 주호와 이정, 두 사람 모두 밖으로 내쫓았다.허진희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고석근과 여미령도 방으로 돌아왔다."진희야, 왜 그래?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어젯밤 잠을 잘 못 잔 거야?"여미령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어오자 허진희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미령 언니, 나 소성 씨 찾았어요.""진짜? 오빠는 지금 어디 있는데?"진희의 말에 여미령은 반색했다. 정말 이렇게 빨리 오빠를 찾았을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소성 씨는 지금 동쪽 사랑채에 있으니까 보러 가보세요.""다행이다. 진희야, 그럼 오빠한테 같이 갈까?"여미령이 허진희의 손을 잡아 끌었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진희야, 왜 그래? 혹시 오빠랑... 싸웠어?""서관 언니는 언제 도착해요?"
갑자기 여자애는 그녀를 밀어내며 차가운 음성으로 그에게 말했다"소성 씨, 나한테 흥미를 잃었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뭐하는 짓이야? 뻔뻔스럽게."그녀의 말에 그이 몸이 굳어졌다. 이때 회면이 휙 바뀌고 아래가 허전해 지더니 침대 곁에 두 남녀가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은 너무나 잘 어울렸다.장우식은 허진희의 어깨를 감싸고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소성, 여자를 그렇게 거칠게 다루면 안 되지. 훌륭한 여자일 수록 부드럽게 대해줘야 하는거 몰라? 당신처럼 센스가 없는 남자는 진희한테 어울리지 않아. 진희가 당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본인이 직접 밀어냈으니까 나도 사양하지 않을 거야. 이제 진희는 내 거야."말을 하며 장우식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품에 안은 허진희에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아냐.''안 돼!'침대에 누워있던 여명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단단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할 정도로 숨결이 거칠어졌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벌겋게 충혈이 되어 있었고 양 옆에 늘어진 손은 땀이 날 정도로 주먹을 꽈악 쥐고 있었다.천천히 손을 풀고 혀로 메마른 입술을 훑은 다음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갈증이 심해 물을 마시고 싶었다.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탁자 옆에 서서 물을 한 잔 따랐다.컵을 들고 있는데 갑자기 꿈속에서의 그 키스가 떠올랐다.그의 꿈에 또 진희가 나왔고 덧없는 꿈을 꾸었다.그래, 그녀가 너무 보고싶었다.여명은 컵을 들고 물을 마시려 할 때 밖에서 직원들의 경쾌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오늘 가면 파티가 열린다고 하는데 어서 가보자. 가면을 쓰고 들어가면 남녀가 함께 춤을 출 수 있대."'가면 파티?'여명은 컵을 내려 놨다.'진희도 파티에 가려나?'그는 아직도 열이 내리지 않아 몸이 물편했지만 긴 다리를 뻗어 방 문을 열었다.한 편, 여미령은 억지로 허진희의 손을 이끌었다."진희야, 우리도 어서 가자. 다들 이번 가면 파티가 아주 크게 열린다고 하는데 계속 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가서 놀다 오자
그는 그녀를 자신만의 사유물로 만들어 어떤 남자도 그녀를 보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심지어 그녀를 꽁꽁 숨겨 두어 다른 남자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것이다!하지만...여명은 천천히 메마른 입꼬리를 올리며 자조적인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분명 그녀를 거절했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녀를 소유하는 것은 싫다고 하다니. 그녀를 원했다. 미치도록 그녀를 원한다.여명은 눈을 감고 몸을 돌려 떠났다.파티장 홀.여미령은 속으로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허진희를 이곳에 데려온 것은 오빠에게 기회를 주려던 것이지 이 루다 도련님과 만나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루다 도련님은 허진희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여미령은 이미 어두운 구석에 서 있는 여명을 발견했다.여미령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오빠, 빨리 와. 지금 누가 오빠 마누라를 빼앗아 가려고 하잖아!'하지만 여미령은 여명이 몸을 돌려 떠나가는 모습을 발견했다.오빠가 이대로 떠나버렸다"..."허진희는 눈 앞에 있는 루다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아무리 떠들어 대도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저는 춤을 추러 온 게 아니에요."루다는 멈칫하더니 그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드러났다. 허진희는 인정사정없이 그를 거절했다."허진희 씨..."루다는 한 번 더 얘기를 꺼내보려 했다."조금 피곤하네요. 먼저 돌아갈 테니 다들 천천히 즐기도록 하세요."허진희는 루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여미령은 허진희의 시크한 뒷모습을 보며 역시 자신의 새언니는 쿨하다고 생각했다."죄송합니다, 루다 도련님. 그럼 저도 먼저 갈게요."여미령도 허진희 뒤를 따라 떠나버리자 루다는 그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주변에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들 루다 도련님이 다른 사람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맞고 싶어 근질거리는지 여명은 바로 그녀를 잡아와 혼쭐을 내고 싶었다.물론 이것들은 그저 상상일 뿐이고 여명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그저 긴 다리를 뻗어 이곳을 떠났다.방으로 돌아온 여명은 차갑고 딱딱한 널판지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열이 내리지 않고 금단 현상 때문에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눈을 감으니 머릿속엔 온통 화려한 조명 아래 서서 독수리 가면을 들고 있던 허진희의 모습으로 꽉 찼다.그녀가 가격한 뒤통수가 아직도 얼얼했다.'젠장맞을 꼬맹이!'여명은 빳빳한 등을 나른하게 침대의 머리맡에 기대고 눈을 감은 뒤 허리벨트를 스르륵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이때 밖에서 주호가 오더니 손을 뻗어 방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동작을 멈췄다.이때 이정이 다가왔다."주호 오빠, 안 들어가고 뭐해? 방금 마취약을 가지러 갔는데 여명 오빠는 좀 어때? 얼른 들어가자."주호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이정아, 잠시만."이정은 밖에 그대로 멈춘채 이유를 알 수 없어 말투마저 조급해졌다."주호 오빠, 어서 들어가 여명 오빠를 봐야지. 그동안 금단 현상 때문에 고통스러워 했는데 지금은 또 고열에 시달리고 있잖아. 방금 겨우 열을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돼."이때 주호는 절대 이정을 들여보낼 수 없었기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이정아,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이번에 여명은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거야."이정은 뭔가 더 말을 하려던 순간 귓가에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그 신음 소리는 방안에서 흘러나온 것이다.이정의 몸이 살짝 굳어버렸다. 안에 있는 강직한 남자는 고통스러울 때도 입에 뭔가를 물고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의 신음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 신음 소리는... 들은 적이 있었다.어젯밤 허진희가 그의 방에 왔을 때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이정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잠시 뒤 주호는 손을 뻗어 문을 두드렸다."여명아."몇
여명이 다가와 그윽한 눈동자로 그녀를 힐끗 쳐다본 다음 긴 다리를 뻗어 검은색 바지를 골라 그녀를 등지고 바지를 입었다."무슨 일이야?"그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이정은 떡벌어진 남자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지를 입을 때 등근육이 떡 벌어지며 마치 밤하늘을 순회하는 독수리의 날개마냥 야성미가 넘치면서 강해 보였다.지금까지 그녀를 따르던 남자도 많았고 중매를 선 사람도 많았지만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무슨 이유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만약 한 여자가 행운스럽게도 여명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다른 남자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 남자는 굽힐 줄을 몰랐다. 아마 여자들은 이런 남자를 사랑할 것이다. 그의 거친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고, 그를 품에 안고 잠시 동안만이라고 품속에 머물게 하고 싶을 것이다."여명 오빠, 벗어둔 옷은 내게 줘. 내가 깨끗이 씻어서 가져올게."이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명은 허리춤에 걸쳐진 검은색 가죽 벨트를 매고 긴 다리를 뻗어 밖에 있던 더러운 옷들을 주운 뒤 화장실로 들어갔다."괜찮으니까 나가."키가 훤칠한 남자는 세면대 옆에 서서 몸을 웅크리고 더러운 옷을 씻기 시작했다.그가 거절을 했다. 그를 위해 빨래를 해주겠다고 한 것을 모두 거절했다.이정의 눈빛에는 크게 실망한 기색이 엿보였다. 지금 조용한 방안에는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빨래 소리만 울려펴졌다.여명은 거친 손바닥으로 자신의 팬티를 집어 열심히 씻은 다음 다시 맑은 물로 헹구고 옷걸이에 널었다.남자들은 사소한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젖은 셔츠와 양복바지를 모두 옷걸이에 걸어왔는데 쭈글쭈글한 형태가 매우 익살맞아 보였다."여명 오빠, 뒤통수를 다쳤어?"이때 이정이가 갑자기 여명의 뒤통수에 난 상처를 보고 긴장해하며 물었다."어서 앉아 봐. 내가 치료 해줄게."언제 뒤통수에 상처가 생겼는지 그는 아프다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나가!"여명의 메마
피임약!그 세 글자가 허진희의 시야를 파고들었다.여명도 시력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자연히 그 세 글자를 보게 됐다. 그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소성 씨, 이게 뭐야?"허진희가 고개를 들어 여명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여명은 그녀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이젠 숨길 수 없었다.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여명 오빠, 그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이 약병이 언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네...""허진희 씨, 오빠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여명 오빠랑... 관계를 가졌었는데 혹시 임신이라도 하게 될 가봐 몰래 먹었던 거예요.""하지만 허진희 씨,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나와 여명 오빠는 진희 씨가 상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여명 오빠는 진희 씨를 좋아해요. 나는 바라는 것도 없고 그저 오빠 곁에 남아 돌봐줄 수만 있어도 충분하니 절대 나를 내쫓지 마세요..."이정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으며 뜻을 굽히며 사정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불난데 기름을 끼얹고 있엇다.허진희의 맑은 눈가에는 반짝이는 이슬이 맺히지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녀는 외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인 배신이든 모두 구역질 날 정도라고 했었다."소성 씨, 이 여자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아.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거니깐 소성 씨가 직접 이 피임약이 대체 어찌된 일인지 설명해 봐. 정말 이 여자랑 잤어?"허진희는 이 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청천벽력같은 일이니 그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고 오직 소성만 믿었다.그녀는 그저 소성의 한 마디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여명은 입술을 꾸욱 깨물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두 눈에마저 무서우리만큼 핏발이 가득 섰다.허진희가 달려들어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잡아 당겼다."왜 말을 못해? 소성 씨가 지금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야.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안 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지금 묵인한다는 뜻이야?"여명은 허진희의 빨개진 눈시
허진희가 천천히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방이 아니라 텐트에서 잠들었다.'여기가 어디지?'허진희가 몸을 일으키자 이때 텐트가 갑자기 열리고 한 실루엣이 들어오기 시작했다."허진희 씨, 정신이 들어요?""루다 도련님?"허진희가 눈을 들어 보니 루다였다.루다의 눈빛은 허진희의 몸을 훑으며 몹시 흡족해하고 있었다."맞아요, 허진희 씨, 바로 접니다."허진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이 루다는 색욕에 사로잡혀 대담하게도 미약으로 그녀를 납치해온 것이다.손바닥만한 갸름한 얼굴은 차갑게 식어버리기 시작하더니 허진희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루다 도련님, 이런 야심한 밤에 왜 저를 데려온 거죠? 설마 나의 미모에 빠져 오늘 밤 저를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겠죠?"루다의 몸이 굳어져버렸다. 왜냐하면 자신이 할 말을 허진희가 전부 가로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 이 여자는 확실히 남달랐고 아주 흥미로웠다."허진희 씨, 이미 내 의도를 알아차렸다면 괜히 반항하지 마세요. 그러면 고생을 덜 할테니 말이죠. 우선 키스부터 시작할까요?"루다가 재빨리 달려들었지만 허진희가 빠르게 몸을 피하자 루다는 허공을 덮쳤다.허공을 덮친 루다는 표정이 차갑게 식으며 그녀에게 위협하기 시작했다."허진희 씨, 가면 파티에서 한 곡 추자고 요청했을 때 거절한 것도 이미 화가났는데 지금도 협조하지 않는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불러 묶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허진희는 루다를 바라보았다."루다 도련님, 우리는 이 마을에 손님으로 왔는데 감히 겁탈을 하려 하다니. 나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당신의 소중이를 베어서 개한테 던져줄 테니까!"허진희는 납치를 당하고도 여전히 침착하고 태연했다. 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벌써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걸하면서 그가 하자는대로 따랐을 것이다.루다는 점점 더 흥미로웟다. 그는 이대로 허진희를 가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비록 방금 허진희의 위협에 허리춤이 잠깐 움찔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