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은 고개를 들어 느릿하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는 자욱한 연기 속에서 큰형님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끝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당신은 이제 끝이라는 거야."소씨 어르신과 소주희는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한 상태에서 끌려갔다.이때 큰형님이 큰소리로 소성의 이름을 불렀다."소성, 움직이지 마! 이게 뭔지 알아?"소성이 눈을 들어 보니 큰형님 손에는 폭발장치가 들려있었다."소성, 내가 방금 그 계집애 몸에 회로판을 넣어 뒀거든. 내가 살짝 누르기만 해도 그 계집애는 펑! 하고 폭발할 거다."소성은 시가를 끼고 있던 손가락이 움찔했다. 피어오르는 연기 뒤로 그의 눈동자가 순간 매섭게 변하기 시작했다.그는 큰형님을 노려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말해. 원하는 게 뭐야?""나를 풀어주고 즉시 전용기를 한대 보내 나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거야."소성은 입꼬리를 올렸다."좀 더 쓸모있는 조건을 말하지 그래.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데."그가 승낙하지 않자 큰형님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좋아, 그럼 지금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나한테 빌어봐!"큰형님은 소성이 무릎을 꿇게 하고 싶었다.이때 부관인 주호가 앞장서며 크게 화를 내며 그를 꾸짖었다."꿈도 꾹지 마! 네가 어떤 놈이고 소성이 어떤 사람인데 너따위한테 무릎을 꿇을 것 같으냐? 그 귀한 무릎은 아무나한테 꿇을 일 없으니 단념하는 게 좋을 거다!"큰형님은 흥미롭다는 듯 자신의 손에 있는 폭발 장치를 보았다."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꿇을지 말지는 소성의 선택에 달린 것 아니겠어? 보아하니 그 계집을 무척 아끼는 것 같던데 만약 그가 아쉬워한다면 말이 달라지지.""여명!"주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성의 이름을 불렀다."소성, 셋을 세갰다. 만약 셋을 셀 때까지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그럼 어쩔 수 없이 그 예쁘장한 계집을 터뜨릴 수밖에. 자, 하나, 둘..."큰형님이 셋을 외치려 할 때 소성이 입술을 달싹였다."좋아. 꿇을게."
소성은 허진희를 안고 나왔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달려나왔다."허진희 씨를 내려 놓으세요. 제가 한번 봐야겠습니다."소성은 품속의 그녀를 흰색 들것에 올려 놓았고 의사는 상처를 살펴보았다."칼끝이 심장을 찌르진 않았습니다. 아직 희망이 있으니 어서 병원으로 옮겨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합니다!"소성은 허진희의 차가운 손을 꼬옥 잡았다. 그녀의 손에는 온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힘껏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자신의 온기를 그녀에게 전달하려 애썼다."진희야... 정신차려... 진희야..."남자의 부름소리에 응하듯 허진희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단번에 그의 붉어진 눈과 마주치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정말 괜찮아... 나도 바보가 아니야. 칼로 찔렀을 때 살짝 빗나갔거든. 나 죽지 않아... 아직은 죽고 싶지도 않고... 나 똑똑하지?"그녀는 지금 그에게 자기가 똑똑하냐고 묻고 있다.소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무서울 정도로 핏발이 서 있었는데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그의 손에는 수많은 사람의 피를 묻혀왔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피는 너무도 뜨거웠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뜨거웠다.두려움.그의 인생에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앞으로 절대 이런 짓은 하지 마. 너정도는 내가 지켜줄 수 있어..."허진희는 힘겹게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입가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미소띤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소성 씨, 난 괜찮아. 소성 씨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소성 씨는 자신의 믿음을 좇아 가."소성 씨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소성 씨는 자신의 믿음을 좇아 가.그 말은 소성의 영혼 깊은 곳까지 깊이 새겨졌다. 지금까지 어둠속만 헤매던 그에게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비춰진 것 같았다. 앞으로 아무리 힘들고 험한 길을 걷더라도 한 소녀가 그에게 세상에서 제일 감동적인 말을 했었다는 것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그를 향한 그녀의 가장 뜨겁고 용감한 고백이었다."소성 씨,
여명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는 도중에 어렴풋이 귓가에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몇몇 블러디 아이 병사들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다들 형수님 얼굴 봤어?""봤어. 너무 어려 보이던데, 우리보다 더 어려 보였어.""그런데 형수님 너무 예쁘지 않아? 내가 본 여자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대장도 형수님을 많이 좋아하나 봐. 형수님을 위해서 다른 사람한테 무릎까지 꿇을 뻔했잖아.""명주야, 너는 형수님을 가까이서 만나본 적이 있잖아. 어때 보였어?""정말 대단했습니다. 바로 저의 곁에서 칼을 뽑아냈을 때 미처 말릴 수도 없었다니까요. 역시 대장님께서 좋아하는 여자답게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명주는 거의 그녀를 숭배하는 것 같아 보였다.여명이 눈을 뜬 곳은 병원이 아니라 지프차였다.방금 그가 쓰러졌을 때 바로 옮겨졌던 것이다."대장, 정신이 드십니까?"누군가 정신을 차린 여명을 발견했다.주호는 빠르게 다가와 관심조로 물었다."여명아, 지금 몸상태는 좀 어때?"여명은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지금 그의 안색은 너무나도 창백했다. 그가 흡입한 마약은 큰형님이 최근에 직접 연구제작한 것이라 상당히 대단했다. 그는 주호를 보며 물었다."누가 너더러 나를 데리고 나오랬어?""그...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 여명아, 지금 당장 대구로 가야 돼. 지금 당장 마약을 끊는 일이 중요하잖아. 너도 허진희 씨한테 지금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겠지?"주호가 충고하듯 그를 설득했다.여명은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당장 차 돌리고 병원으로 가!""여명!""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주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 한 번만 보고 다시 출발할 수밖에."넷째야, 얼른 차 돌려라!""대장, 이제 조금 떨어져 있었다고 벌써부터 형수님이 보고싶으신 겁니까?""이번에 대장이 무릎을 꿇으려 한 사실 때문에 형수님은 유명인사가 되셨습니다. 지금 대장한테 형수님이 생기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니까요.""얼마나 많은 여군
'어디로 간 거야?'허진희가 깨어나자마자 소성을 찾고 있다는 사실에 양금희는 몹시 불쾌해졌다. 사실 양금희도 소성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바였다. 소성이 이대로 사라져 영원히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양금희는 속마음을 내비치진 않았다. 그녀도 지금 꽤나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녀가 그럴 수록 모녀사이가 더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진희야, 소성한테 일이 생겼는지 며칠 뒤에 보러 오겠다고 했어.""그렇구나."허진희 눈가에 비친 희망이 천천히 사라지더니 힘없이 눈을 내리깔았다."진희야."양금희는 허진희의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몸조리부터 잘 해야 돼. 소성은 꼭 너를 보러 올 거야.""정말 올까요?"허진희는 확신히 서지 않았다. 양금희는 허진희가 소성에 대해 실망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입꼬리를 올렸다."물론이지. 꼭 올 거야."허진희는 머리 위의 천장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왜 전혀 그를 느낄 수 없는 거지?'그는 분명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났고 허진희는 얌전히 병원에서 몸조리를 하였다. 그녀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소성은 돌아오지 않았다.허진희는 그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오랫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그가 보고싶었다.허진희는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를 찾아 소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기계음 뿌이었다."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되며..."이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양금희가 온 거 같았다. 허진희는 얼른 휴대폰을 거두었다.이어 VIP병실 문이 열리더니 양금희는 장우식을 데리고 왔다."진희야,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몸이 거의 회복 됐다고 하니 퇴원해도 된다고 하시더구나. 이미 퇴원 수속도 다 마쳤다. 장우식도 네가 걱정되는지 함께 너 데리러 온 거야."양금희가 웃으며 말했다.장우식은 열정적이고도 자연
이 태세를 보면 모기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허진희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이렇게 큰돈을 들일 정도라면 과연 어떤 일일까?그러나 허진희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양금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식사가 끝나고 모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양금희는 고분고분해진 딸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었따. 만약 소성만 없었더라면 두 사람의 생활은 영원히 이렇게 평화롭고 행복했을 것이다."진희야, 엄마가 과일이라도 좀 깎아줄까?""으윽!"양금희가 몸을 일으키려 하던 순간에 허진희는 손을 뻗어 자신의 가슴을 감싸더니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진희야, 왜 그래? 상처가 아픈 거야?"양금희는 가슴을 졸이며 묻자 허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오늘 상처에 약을 바꾸는 것을 잊었어요. 구급 상자 좀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그래, 지금 바로 가져다 주마."양금희는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허진희는 눈을 들어 양금희가 사라진 방향을 보더니 재빨리 몸을 펴고 양금희가 탁자에 놓아둔 휴대폰을 들어 문자 한 통을 보냈다.문자가 성공적으로 발송되자 그녀는 문자를 지우고 휴대폰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양금희가 구급상자를 들고 왔을 때 허진희 몸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다음 날.오늘은 결혼식을 치르는 날이다. 장우식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꽃차를 몰고 양금희 집 앞에서 허진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오늘은 허진희가 그의 신부가 되는 날이다."장우식 도련님, 축하드립니다. 우리 홍구시의 얼음 공주의 마음을 얻으셨군요. 정말 부럽습니다.""장우식 도련님은 젊은 유망주이고 허진희 씨도 꽃다운 외모를 지녔으니 하늘이 맺어준 배필이 아니겠습니까? 결혼 축하드립니다. 빨리 득남하세요.""장우식 도련님, 신부는 위층에 있습니까? 어서 올라가 새신부를 보고 싶어요."다들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웠고 오늘의 주인공인 장우식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오늘처럼 좋은 날에 침착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만약 허진희가
세 사람은 빠른 속도로 대구의 마을에 도착해 산적의 소굴에 묵었다.두목은 아주 열정적으로 허진희와 고석근, 그리고 여미령을 데리고 어떤 곳으로 데려갔다."고 대표님, 여기에 묵고 있는 손님들이 바로 며칠 전에 다른 지역에서 온 분들인데 여러분이 찾고 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네요. 지금 여러분한테 소개시켜 드리면 답이 나올 겁니다."여기 산적 두목은 일찍이 고석근의 은혜를 입은 적이 있기 때문에 매우 열정적으로 손님들을 접대했다.허진희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안에 있는 사람이 정말 소성 씨일까?'정말 곧 소성을 만날 수 있는지 그의 현재 몸상태는 어떻게 됐는지 진희는 당장에라도 그를 만나고 싶었다."네, 그럼 수고 좀 해주세요."고석근은 고개를 끄덕였다."똑똑."두목이 손을 뻗어 방문을 두드렸다.곧 방문이 열리자 허진희가 안에 있는 손님들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낯선 얼굴이었고 소성이 아니었다.허진희의 희망에 찬 눈동자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소성이 아니었다.여기에 없다면 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큰 마을에서 어디에 가야 그를 찾을 수 있을지 몰랐다.기대에 부풀어 이곳에 온 그들은 모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미령은 고석근을 바라보았다."여보, 우리가 잘못 찾아 온 것 같은데, 이 장소가 아닐 지도 몰라요. 시간이 긴박한데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하지 않아요?"고석근은 허진희를 보며 물었다."허진희 씨 생각은 어때요? 떠날지 여기에 머무를지 결정해 보세요."고석근은 결정권을 허진희에게 넘겨 주었다. 사람을 찾는 일에는 직감이 필요할 때가 있고 허진희의 직감은 줄곧 정확했다.허진희는 한참 생각을 해보다가 입을 열었다."오늘은 날도 늦었으니 먼저 여기서 하룻밤 묵는 게 좋겠어요.""그래요."두목은 바로 사람을 시켜 곁채를 준비하게 했고 세 사람은 이곳에 묵기로 결정했다.허진희는 혼자 독방을 썼다. 비록 밤이 깊었지만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아 밖에 나가 혼자 걷기로 했다.빠르게 그녀는 서쪽 사랑채에서 동쪽
"그래."이정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주호 오빠, 이번 기회 잘 잡을게."허진희는 동쪽 사랑채를 한 바퀴 둘러보다가 한 방을 지날 때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방 안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오며 의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도 함께 들려왔기 때문이다.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허진희는 무심한 편이고 호기심이 많은 성격도 아니지만 눈앞에 굳게 닫힌 방문을 보더니 뜻밖에도 앞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 열었다.방 안은 매우 어두웠고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넘어진 의자를 발견했다.의자에는 한 남자가 묶여 있었다.남자는 그녀에게 등을 지고 있었고 또 방안도 너무 어두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사람의 생김새를 전혀 볼 수 없었다.하지만 커다란 키에 듬직한 몸매를 갖고 있었고 그의 두 손과 두 발은 모두 의자에 묶여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안은 매우 조용하여 남자의 숨소리마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그의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매우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고통스러울 정도로 무언가를 참는 것 같았다.내쉬고, 들이쉬고...그의 무거운 숨소리엔 사내의 알 수 없는 힘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허진희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발을 움직이는 순간 그녀의 귓가에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쉬어버린 허스키한 목소리가 전해 졌다."누구야?"의자가 들썩이고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한 쌍의 붉은 시선이 아주 무서울 정도로 매섭게 그녀를 투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 매서운 시선은 뭔가 낯설고도 익숙했다.허진희는 갑자기 멍해지고 말았다.그 남자는 분명 묶여 있었지만 아주 능숙하게 밧줄을 벗어던진 다음 바닥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허진희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는데 그 남자의 거친 손바닥이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방안으로 끌어당긴 다음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허진희의 시선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온지 불과 몇초밖에 안 됐지만 눈앞의 남자의 손에 이끌려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진희야...허진희는 그가 지금 무의식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은 그저 본능에 움직였을 뿐이지만 지금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허진희의 굳어졌던 몸이 빠르게 나른해 지기 시작하더니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은 채 힘껏 몸을 뒤집어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지금은 그녀가 그의 몸 위에 있었다.허진희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상처에 부드럽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그녀가 그의 상처에 키스를 할 때마다 어둠 속에 있는 소성의 두 눈은 점점 충혈되기 시작됐고 마른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그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럴 수록 신체적인 반응은 더욱 강렬했다. 그는 온몸의 상처에 그녀의 키스를 느낄 수 있었다. 여자는 아주 가볍고 부드럽게 상처를 훑었다. 마치 깃털 하나가 그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이런 느낌을 컨트롤 할 수 없었다.이때 허진희의 작은 손이 그의 벨트를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은 것 같았고 허진희는 몇 분정도 흘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울리더니 누군가의 기척이 들려왔다.허진희는 깜짝 놀라 두 눈이 커졌고 작은 손으로 빠르게 땀에 젖은 소성의 가슴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동쪽 사랑채는 환경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아 침대마저도 널판지 침대로 움직일 때마다 '끼익끼익'하는 소리가 울렸다.허진희는 처음에는 참을 수 있었지만 누군가가 다가오자 깜짝 놀라 당장 멈추라고 했다.하지만 소성은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아 침대 위에 눌러 놓았다.허진희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모든 주의력이 바깥 상황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만약 밖에 있는 사람이 정말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그녀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이때 갑자기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이정 씨, 이렇게 늦었는데 또 나갔다 왔어요?"그 발걸음 소리가 멈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