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의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시은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어떤 증거를 원해?"시은의 경우에는 박시준과의 가족 관계를 증명할 증거 같은 건 필요한 적이 없었다.박시준은 항상 그녀의 오빠였고, 그녀는 박시준의 여동생이었으니깐 말이다.한이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박시준 여동생이라고 말했는데 왜 네 이름은 가족 관계 등록부에 없는 거야? 신분증 있어? 신분증을 먼저 보여줘!"시은은 자신에게 신분증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필요하다면 오빠에게 가서 요청할 수 있다."증거 보여줄게!" 그녀는 한이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네 이모라는 걸 말이야."그녀는 방 이모님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다.왜냐하면 방 이모님이 오빠와 그녀의 엄마가 같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오빠 역시 이미 확인한 사실이라고 말했다.그러니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오빠와 나는 친가족이다!"증거를 보여주지 않으면 인정 못해!" 한이는 냉정하게 말하며 접시를 들고 가버렸다.시은은 불안한 눈빛으로 한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오빠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이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었다.한이는 마이크의 곁으로 돌아왔다.마이크는 물었다. "시은 씨가 뭐라고 했어? 박시준 씨는 안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은 씨가 왔다면 박시준 씨도 결혼식에 올 수도 있겠네."한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 말도 안 했어요."마이크는 이쪽을 계속 보고 있는 시은이를 보며 말했다. "한이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한테는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 거 아니야..."한이: "옛날만큼 그렇게 바보는 아닌 거 같던데요."마이크: "오, 역시 네 엄마 실력 하나는 대단하다니깐."한이 역시 자신의 엄마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마이크: "근데 그러면 뭐해. 네 엄마가 덜 떨어지는 행동을 하는데. 다이어트 한다고 아예 뭘 안 먹으니깐 말이야... 박시준 씨가 데려갈 마음만 먹으면 한 손으로도 들고갈 수 있을 걸. 운동도 안 해... 도대
그의 목을 조른 것도 박시준이었고, 그의 엄마를 괴롭힌 것도 모두 박시준이었다.솔직히 시은은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었다.마이크는 노트북을 들고 오면서 시은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시은 씨, 안녕!"시은은 마이크를 발견하고는 당황해 했다."혼자 왔어요?" 마이크는 시은에게 매우 신사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 조금 있으면 오빠가 올 거야." 시은은 대답했다."아, 다친 곳은 어때요? 머리가 아직도 자주 아파요?" 마이크는 그녀의 머리에 씌여진 아름다운 가발을 손을 뻗어 쓰다듬었다.시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지지 않으면 아프지 않아."오히려 마이크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가발을 들어 올리고는 상처를 보여주었다. "봐요. 우리 둘이 똑같은 상처가 있죠?"시은은 처음에는 많이 당황해 하더니 조금 있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당신도 머리가 아파요?""네! 하지만 이제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러니깐 시은 씨도 저처럼 되려면 열심히 재활 치료해야 해요!"시은: "응...! 괜찮아지면...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어!""오? 중요한 일이 뭐죠~?"마이크의 물음에 시은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경호원을 향해 달려가 버렸다.시은이 떠난 뒤, 한이와 라엘은 마이크 옆에 앉아 마이크가 아연의 휴대폰을 해킹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해킹 시스템을 돌린지 얼마 되지 않아 진아연이 도착했다!그녀는 두 아이들이 걱정돼 일찍 도착한 것이었다.그리고 그녀는 마이크의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뭐하는 거야?" 그녀는 그가 자신을 해킹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물어보았다.마이크는 공포에 질려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그리고 바로 노트북을 쾅 닫아버렸다."엄마!" 라엘은 아무것도 모른 채 진아연을 껴안고 말했다. "엄마, 오늘 너무 이뻐요!"진아연이 입고 온 드레스는 예전에 여소정과 쇼핑을 나갔을 때 구매한 드레스였다.그녀에게는 약간 헐렁하긴 했지만 그래도 매우 아름다웠다.여소정이 별장으로 부른 전문 메이
"오빠, 내 신분증은 어디에 있어?" 시은이 물었다.박시준: "갑자기 신분증이라니?""다른 사람들은 다 신분증을 가지고 있던데. 나도 가지고 싶어." 시은이 말했다."있어." 그리고 박시준은 말했다. "집에.""아... 그럼 집에 가면 나한테 줘야해." 시은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근데 신분증으로 뭐하게?" 박시준은 그녀를 빈 자리로 데려가 앉혔다."내 신분증이니깐. 여기에 보관할 거야." 시은은 가방을 열어 새 휴대폰을 꺼내더니 말했다. "아, 오빠. 나 휴대폰 샀어. 앞으로 여기로 전화하면 돼."박시준: "???"그는 경호원을 쳐다보았다.경호원은 바로 설명했다. "시은 양께서 어제 저녁에 쇼핑을 나가셨을 때, 구매하셨습니다. 홍 아줌마 신분증으로 발급 받으셨습니다."최근 시은의 상태는 몰라 보게 변해서 놀라웠다."시은아, 네 신분증으로도 휴대폰 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어." 박시준은 그녀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에 뿌듯했다.시은: "응! 오빠, 근데 우리 언제 집에 가?"그녀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박시준: "음, 점심은 먹고 나서 집에 갈 수 있어. 시은아, 걱정마. 네 신분증은 내가 보관하고 있으니깐 안전해."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켰다. "오빠, 휴대폰 사용하는 방법 나한테 알려줘야해. 알았지?"박시준은 말했다. "그래. 알겠어."..."진아연, 아주 그냥 눈 빠지게 보고 있네! 보지마!" 마이크는 진아연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진아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거뒀다.박시준은 시은에게 휴대폰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었고 매우 진지해 보였다.그녀는 이렇게 다정한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본 적이 없았다.그래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보았던 것이다.그녀는 당황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물잔을 들어 마셨다."근데 김세연 씨는 왜 아직도 안 오시지?" 마이크는 시계를 흘끔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네 옆자리에 앉아?"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너희들 별장에서 뭐하고 놀았어? 재
"여기서 뭐하시죠? 재미라도 보실려고 오셨나?" 마이크는 그를 비웃었다.그는 마이크의 조롱을 무시하고 진아연 옆 자리에 걸어가 앉았다.진아연은 속눈썹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 "여기는... 김세연 씨 자리에요.""아니. 여기는 내 자리야!" 그의 말과 행동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진아연은 이해했다.막았더라도 그는 하준기에게 부탁해 바꾸고도 남았을 것이다.그가 이곳에 앉아 시은도 다가와 그의 옆에 앉았다.마이크는 진아연이 불편해 하는 것을 보고 마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자리를 바꾸려고 했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시은이 먼저 말했다. "마이크, 저랑 자리 바꿔요."마이크는 한이 옆에 앉았다. 시은은 한이와 같이 앉고 싶었다.마이크는 시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게다가 시은 역시 마이크에게 거절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시은은 마이크 옆으로 걸어갔다.그래서 마이크는 그녀와 자리를 바꿔야만 했다.이런 식으로 마이크가 진아연과 자리를 바꾸더라도 박시준 역시 그녀의 옆에 앉을 것이다.마이크는 용기를 내어 박시준에게 말했다. "자리를 바꾸시는 게 어떠실까요?"박시준: "아니."마이크는 그를 노려보았다.시간은 훌쩍 흘러 정오 12시가 되었다.드디어 하준기와 여소정의 결혼식이 시작됐다.박시준은 그들의 결혼식 따위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그 옆에서 진아연은 휴대폰으로 식 사진을 찍고 있었다.잠시 후, 식이 끝난 뒤 부케를 던질 시간이 되었다.여소정은 진아연을 바라보다 등을 돌린 뒤, 부케를 그녀에게 던졌다!모두 '우와!'하고 외쳤다.왜냐하면... 부케를 박시준이 받았기 때문이다.식장에서 손님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진아연: "???"박시준은 부케를 받은 뒤, 진아연에게 주지 않았다.진아연의 결혼을 바라지 않는데 어떻게 그녀에게 부케를 다시 돌려줄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들고 있던 부케를 옆에 있던 마이크에게 주었다.마이크: "어... 어...! 감사합니다!"결혼식이 끝난 뒤, 연회장 조명이
방금 그가 진아연의 상황을 보며 자신의 가정 주치의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가정 주치의는 큰 병에 걸렸거나 아니면 임신 초기 증상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그리고 그는 진아연 그녀 역시 의사였기 때문에 전자의 의문은 재빨리 배제시켰다.그녀가 만약 큰 병에 걸렸다면 어제 싱글 파티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여소정의 결혼식에도 참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정말로 심각한 병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로 짧은 시간이 이렇게 체중 감량을 했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지 않은가?게다가 모든 음식을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야채와 과일은 먹지만 고기는 먹지 못 한다.이게... 임신 초기 증상이 아니면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박시준의 침착한 목소리와 정반대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기절할 뻔했다.마이크는 그가 이렇게 빨리 눈치를 챌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이, 임신은 무슨." 마이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진아연은 가시 방석에 앉아 있는 듯했다.그녀는 박시준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가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마이크처럼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왜냐하면 누가봐도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왜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는지, 그가 준 고기는 왜 먹지 못했는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의심이 많은 그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녀의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바로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그 순간,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가 대체 뭘 할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일어서자 박시준 역시 뒤따라 일어났다.그리고 그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손목을 잡고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마침 다른 테이블에서 건배를 하고 있던 여소정은 두 사람이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고는 다가와 물었다. "뭐야? 두 사람 지금 같이 어디가는거야? 무슨 일이야?"마이크는 침울한 눈으로 여소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소정 씨... 혹시 진아연이 임신한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
그러나 그는 이제야 이번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진아연은 그의 불처럼 타오르는 눈동자를 노려보며 화냈다. "저를 모욕하는 방법은 항상 있는 듯하네요!"만약 자기 아이가 아니라면 누구의 아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설마 김세연의 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아니면 마이크?"내 아이라면 왜 알려주지 않는 거지?!" 박시준은 자신의 질문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사실을 감추는 그녀의 모습이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이번처럼 뭔가를 숨기는 일이 한두 번 있는 게 아니었다.박시준은 그녀한테 속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마치 바보 취급당하고 놀아 나는 듯한 느낌이다!"박시준 씨, 힘들지 않아요? 전 너무 힘들어요... 진짜 너무 힘들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저한테 화를 낼 만한 이유는 항상 있는 듯 하네요! 저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도대체 저를 뭐로 보는 거예요?" 절망한 진아연은 성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리고 말하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스크린을 보니엘리베이터는 3층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고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박시준은 긴장한 듯 뒤따라가 물었다. "진아연! 너 뭐 하는 거야?""낙태할 거예요! 저 진짜 참을 만큼 참았어요! 아이가 태어나도 고생만 할 거예요! 뻔히 이런 결과를 초래할 걸 알면서 왜 굳이 태어나게 해야 할까요?!" 진아연의 눈빛 속에는 증오로 가득했다.5년 전, 그녀는 임신했고 그가 낙태를 강요했었다.그때의 박시준이라면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알았을까?진아연의 낙태 얘기에 박시준은 마치 심장이 칼을 맞은 듯 아파왔다.너무 아픈 나머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그는 본능적인 반응으로 그녀를 가로막았다."이대로 낙태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아이를 낳아! 아이가 괴물로 태어나도 무조건 낳아!" 박시준은 시뻘건 두 눈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꼼짝 못 하게 했다.괴물!자기의 아이를 괴물이라고 저주하다니.진아연은 그의 말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괴물은 당신
그녀는 박시준의 말에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럼 스스로 유산된다면요?"박시준은 진아연의 반문에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말을 잇지 못했다."아직 3개월도 되지 않았으니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겠네요! 물론 맨날 화나게 한다면 절대 살아남지 못하겠지만요." 그녀는 박시준의 놀란 표정에 복수의 쾌감을 느껴졌다.그는 얇은 입술을 꿈틀거리면서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병원에서 절망하던 진아연의 모습을 생각하면더는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오늘 만나기 전, 진아연은 아이를 몰래 낙태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임신 초기 증상의 고통을 묵묵히 견디면서 이 때문에 살도 많이 빠져 야위어졌다. 하지만 지금껏 버텨온 그녀를 보면 진아연도 분명 아이를 낳고 싶어 했다!그는 이런 생각에 점점 진정되었다.이와 동시에 차츰 진정된 진아연도핸드폰으로 마이크, 여소정과 김세연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그리고 이들에게 답장해 안심시켰다.잠시 후, 차는 스타팰리스에 도착해진아연의 별장 앞에 멈췄다.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그녀를 잇따라박시준도 함께 차에서 내렸다."왜 내리셨어요? 그냥 돌아가세요."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린 진아연은 박시준을 보며 말했다.박시준: "잠깐 얘기하자.""무슨 얘기요?" 이제 더 말할 얘기가 있을까요?방금까지 싸웠는데 이제 그녀도 지쳐 싸울 힘도 없었다.진아연은 지금 그냥 자고 싶은 생각뿐이다.하지만 박시준은 대문 앞에 똑바로 서서 그녀가 문을 열기만을 기다렸다.진아연은 그를 무시하고 대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고박시준은 바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진아연은 자신의 결정이 늑대를 집에 끌어들인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심지어 별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박시준은 그녀보다 먼저 들어갔고마치 자기 집인 듯 마냥 신발장에서 남성용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진아연은 이런 모습에 깜짝 놀라 어이가 없었다."박시준 씨, 정말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에 아이를 낳아준다고
그는 자연스럽게 거실로 들어가 진아연을 기다렸다."하고 싶은 얘기가 남았나요?" 진아연은 올라가 쉴 생각이었다."이제 자려고?" 그녀의 야윈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속에 쌓였던 불만도 점점 사라졌다."네. 물론 하고 싶은 얘기가 남았으면 마저 하세요." 그녀는 박시준에게 다가가지 않고 계단쪽에 서서 말했다.그의 체취에 마음은 더욱 괴로워지기만 할 뿐이다.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지만 운명으로 갈라진 두 사람의 마음은 더욱 멀어졌다."그럼 가서 자! 난 잠깐 앉아있다 갈게." 그는 말하면서 소파에 앉았다."아..." 진아연은 그에게서 눈을 떼고 위로 올라갔다.진아연이 올라가자 박시준은 바로 소파에서 일어났다.진아연의 말 때문인지 박시준은 문득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진아연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는 항상 그녀를 위해 모든 걸 해줬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호의를 저버린 진아연을 계속 원망했다.하지만 진아연이 그의 호의를 원하지 않았다는게 사실이다.그리고 정작 그녀가 원하는 건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30분쯤 지나고 진아연이 잔듯싶어 가정 주치의한테 연락했다."박 대표님, 아빠가 되신 걸 축하해요." 주치의는 웃으며 말했다.박시준이 진아연을 데리고 간 병원은 바로 가정 주치의가 재직 중인 병원이었다."임신 초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쉽게도 없습니다. 임산부 스스로 버텨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임신 12주 혹은 16주쯤부터 증상이 점점 줄어드는데 진 아가씨께서는 아직 8주째인지라 한 달 정도 지나면 많이 좋아질 겁니다." 가정 주치의는 천천히 설명해 줬다."지금 살이 너무 빠져서 상황이 안 좋아요." 박시준은 긴장했는지 손을 움켜쥐고 입술이 바짝 말랐다."그 정도예요? 먹지 못한다면 수액으로 영양제라도 놔야겠네요. 진 아가씨도 의사니까 알고 있겠죠. 물론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야..." 가정 주치의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