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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Author: 송진
성유리의 옷 속으로 파고든 박한빈의 손은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이런 동작은 이미 수백, 수천 번도 더 반복했던 익숙한 일이었다.

박한빈은 그녀의 몸에 대해서는 본인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깊은 감정이 차오른 순간, 박한빈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말았다.

성유리는 더 이상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그녀가 그에게 특별한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은 단지 남아 있는 감정의 잔재일 뿐이었다.

일종의 습관, 무의식적인 반응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습관 속에 지금과 같은 친밀함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박한빈의 손길이 특정한 곳을 스쳤을 때 성유리는 마치 털이 곤두선 고양이처럼 눈을 크게 뜨고 경직되었다.

그리고 박한빈을 세차게 밀어냈고 심지어 있는 힘껏 따귀까지 때렸다.

그것이야말로 기억을 잃은 성유리의 진짜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손바닥이 부딪히는 소리는 조용한 병실 안에서 유독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박한빈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성유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분노도, 원망도 없었다.

오히려 어딘가 미련이 남은 듯한 미묘한 감정이 스쳤다.

반면,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옷깃을 단단히 쥐었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목소리를 찾아냈다.

“박한빈 씨, 왜 그런 거예요?”

목소리는 분명하게 떨렸고 눈가도 붉어지고 있었다.

성유리의 반응은 예상보다도 훨씬 격하다는 걸 깨달은 박한빈은 순간 멈칫했다.

그러나 곧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성유리는 박한빈의 손이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마치 겁에 질린 토끼처럼.

박한빈은 잠시 멈춰 서더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더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성유리는 여전히 그를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진짜예요.”

결국 박한빈이 이런 말을 덧붙였다.

“방금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습관이었습니다.”

그 순간, 성유리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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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빈은 원래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낼 생각이 없었다.의사가 말했듯이 혈종이 가라앉으면 성유리가 스스로 그 일을 떠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박한빈은 성유리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을 못 한다 해도 상관없었다.그는 짧은 시간 이곳에 있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성유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이 늘 원하던 모성애를 느꼈을 것이다.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는...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결혼이었다. 성유리의 나이가 적당해지면서 바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고 첫 키스도 웨딩 촬영 중에 했다.그래서 박한빈은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그 모든 걸 잊었다면 다시 ‘구애’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겠다고.그때는 그들이 함께하지 않았던 연애라는 과정을 보충할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박한빈이 이미 성유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면 그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그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을 것이다.박한빈의 말이 끝난 후, 성유리는 그가 예상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영화에서 기억을 잃은 사람이 과거의 이야기를 할 때 보통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지 않던가.그런데 성유리는 전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박한빈을 쳐다보고 있었다.박한빈은 행여나 성유리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걱정되어 계속 말을 이어갔다.“당신 배에 약 5cm 정도 되는 상처 자국이 있을 겁니다. 그건 하늘이를 낳을 때 생긴 거죠.”“왼쪽 허벅지 안쪽에 빨간 점이 있고 허리 쪽에도...”박한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유리가 갑자기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의 목소리가 멈췄다.박한빈이 더 이상 말을 못 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성유리는 이를 악문 채로 물었다.“그걸... 박한빈 씨가 어떻게 아세요?”“당신은 제 아내입니다. 그러니 유리 씨 몸에 제가 모르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박한빈은 오히려 태연하게 되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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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박한빈이 갑자기 물었다.“왜 안 갔습니까?”“뭐라고요?”“왜 병원에 안 갔냐고 물었습니다. 집에서 결혼할 준비라도 하고 있는 겁니까?”박한빈은 말하며 한 걸음 가까이 성유리에게로 다가갔다.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성유리의 몸에서 뭔가를 끌어내려는 듯했고 그녀는 순간 멈칫했지만 금세 대답했다.“저... 저한테 꼭 가야 한다는 말 안 하셨잖아요?”“성유리 씨는 저를 돌봐준다고 했잖습니까.”“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건 박한빈 씨 혼자 결론 내린 거예요.”성유리는 바로 반박했다.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들고 박한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저는 당신을 돌봐줄 사람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요.”“뭐라고요?”“박한빈 씨 곁에... 예전에도 분명히 여자들이 많았겠죠?”성유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전 제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 그 여자들과 다르니까... 만약 박한빈 씨가 그냥 장난치려는 거라면 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지 마세요.”성유리의 목소리에는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눈가는 조금 붉어져 있었고 목이 떨리며 뭔가를 삼키려고 애쓰는 듯한 모습이었다.박한빈은 잠시 그런 성유리를 지켜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그전에는 성유리가 그냥 화가 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돌아와서 잘 달래면 될 거라 여겼었다.하지만 방금 그녀와 표현숙의 대화를 듣고 나니 분노에 휩싸여 이성을 잃어버렸다.그때 성유리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그날 ‘숙련된’ 기술로 그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걸 깨달았다.성유리는 입으로는 자신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손은 박한빈을 밀어내지 않고 있었다.게다가 눈가는 점점 더 붉어지고 있었다.박한빈은 성유리를 잠시 바라본 후, 물었다.“그래서 지금... 질투하시는 겁니까?”“아니요!”성유리는 아무 생각 없이 부인했다.그리고 빠르게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휙 돌렸다.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66화

    그 사람은 원래 계속 소리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근처 이웃들을 다 불러 모을 기세였다. 그러나 박한빈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소리를 지르는 여인은 박한빈을 ‘도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원래는 불안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박한빈이 그녀를 쳐다볼 때 눈동자에는 냉기가 돌고 있었다.그 눈빛은 여인의 입에서 나올 말까지 삼켜버리게 만들었다. 그때, 표현숙이 물건을 들고나왔다.할머니는 박한빈을 보자마자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이 개자식, 또 왔어? 정말 죽고 싶은 거구나. 그래, 지금 당장 너를 지옥에 보내주지.”말하면서 표현숙은 박한빈에게 위험해 보이는 도구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마치 예전처럼.하지만 이번에는 박한빈이 표현숙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때만 해도 박한빈의 한 손에는 아직 붕대가 감겨 있었다.그렇지만 한 손만으로도 표현숙의 손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강한 힘에 할머니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때 성유리도 안에서 나왔고 박한빈을 보자 그녀도 잠시 멈칫했다.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다가갔다.“엄마, 물건 먼저 내려놔요.”“안 돼! 이 자식이 분명히 너를 괴롭히려고 했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있어. 엄마가 널 지켜줄게.”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리고 박한빈을 다시 쓱 쳐다보았다.그리고 박한빈은 아무 말 없이 표현숙의 손을 밀쳐냈다.그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기에 표현숙은 밀려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얼마나 사납고 강한 사람인지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당하는 건 처음이었다.표현숙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고 계속 앞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성유리가 그녀를 막아섰다.“엄마, 이제 그만하시고 들어가세요.”“안 돼.”표현숙은 바로 단호하게 대답했다.“내가 들어가면 너는 어쩌려고?”“저분은 저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성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우리 집 바로 맞은편에 있잖아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65화

    “응, 아빠가 약속할게.”박한빈은 이 호칭에 원래 낯설고 어색함을 느꼈었다.하지만 이 순간, 그 말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리고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부드러움을 정작 본인은 깨닫지 못했다.그렇게 확답을 듣자 하늘이는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박한빈은 핸드폰을 내려놓고도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다.그리고 정신을 차린 순간 그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니 이미 여름의 끝자락이었지만 오늘따라 날씨가 유난히도 맑고 화창하게 느껴졌다....그러나 이 행복한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다음 날, 성유리는 병원에 오지 않았다.그뿐만이 아니었다.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도록 그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 박한빈은 의사의 만류도 무시한 채 강제로 퇴원 절차를 밟았다.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가 없이 운행하는 개인 차량을 빌려 바로 마을로 돌아왔다.그리고 단 한 순간도 지체하지 않은 채, 곧장 성유리가 머물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집 앞에 다다르자마자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난 유씨네 그 총각이 괜찮다고 본다니까. 대학생이잖아. 지금은 월급이 좀 적다고 해도 집도 있다잖아? 너희는 먹고사는 것만 해결하면 되지. 돈이 그렇게 중요해?”순간, 박한빈의 표정이 굳었다.마치 차가운 물이 머리 위로 그대로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행복감?지금 느껴지는 것은 오직 냉기뿐이었다.‘이 노파가 성유리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낼 생각인 건가?’‘정말 미쳤나? 성유리가 진짜 자기 딸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자기를 어머니라고 불러준다고 해서 진짜 친정엄마라도 된 줄 아는 거 아니야?’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박한빈은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 했다.그러나 애써 발걸음을 뚝 멈췄다.성유리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그러나, 그가 들은 것은 침묵뿐이었다.그래서 더욱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그러던 중,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64화

    박한빈의 퇴원 신청은 결국 반려되었다.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심지어 현 서장까지 직접 병원을 찾아와 박한빈을 철저히 돌보라고 특별히 당부했을 정도였다.그렇다면 병원 측에서 조금이라도 허술한 태도를 보일 리가 없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에 머무르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무엇보다 이곳의 인터넷 신호가 확연히 더 좋았다.마을에서는 신호가 불안정해 연결이 자주 끊겼지만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했다.물론, 금성 쪽의 일은 이미 에릭에게 맡긴 상태였다.그러나 에릭은 가끔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직접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무엇보다 성유리에게 자신이 사씨 가문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날 밤, 그녀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그러나 사씨 가문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최근 사씨 가문이 연정우를 대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박한빈은 마치 연정우가 그들에게 어떤 주술이라도 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니, 아니면 그들이 스스로 정신을 놓아버린 것일지도.아무리 생각해도 수십 년간 상업 전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쉽게 자신의 가문을 타인에게 넘길 수 있는가?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씨 가문의 문제일 뿐이었다.박한빈에게 세상의 이치는 간단했다.자신의 편이 아니면, 곧 적일 뿐.그리고 적에게는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다만, 이 모든 일을 성유리만은 모르게 해야 했다.어차피 사씨 가문은 스스로 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 그들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현재 박한빈의 ‘사망 소식’은 이미 금성 전역에 퍼진 상태였다.핸드폰을 꺼내 사이트에 들어가자마자 지화 그룹의 주가가 폭락한 기사가 한눈에 들어왔다.그리고 이어지는 수많은 온라인 뉴스들.박한빈은 그것들을 가볍게 훑어본 후 망설이다 하늘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집에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63화

    성유리의 옷 속으로 파고든 박한빈의 손은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이런 동작은 이미 수백, 수천 번도 더 반복했던 익숙한 일이었다.박한빈은 그녀의 몸에 대해서는 본인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였다.그러나 정작 깊은 감정이 차오른 순간, 박한빈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말았다.성유리는 더 이상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그녀가 그에게 특별한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은 단지 남아 있는 감정의 잔재일 뿐이었다.일종의 습관, 무의식적인 반응 같은 것이었다.하지만 그 습관 속에 지금과 같은 친밀함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박한빈의 손길이 특정한 곳을 스쳤을 때 성유리는 마치 털이 곤두선 고양이처럼 눈을 크게 뜨고 경직되었다.그리고 박한빈을 세차게 밀어냈고 심지어 있는 힘껏 따귀까지 때렸다.그것이야말로 기억을 잃은 성유리의 진짜 본능적인 반응이었다.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손바닥이 부딪히는 소리는 조용한 병실 안에서 유독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그러나 박한빈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성유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분노도, 원망도 없었다.오히려 어딘가 미련이 남은 듯한 미묘한 감정이 스쳤다.반면,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옷깃을 단단히 쥐었다.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목소리를 찾아냈다.“박한빈 씨, 왜 그런 거예요?”목소리는 분명하게 떨렸고 눈가도 붉어지고 있었다.성유리의 반응은 예상보다도 훨씬 격하다는 걸 깨달은 박한빈은 순간 멈칫했다.그러나 곧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성유리는 박한빈의 손이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마치 겁에 질린 토끼처럼.박한빈은 잠시 멈춰 서더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걱정 마십시오. 더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그럼에도 성유리는 여전히 그를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진짜예요.”결국 박한빈이 이런 말을 덧붙였다.“방금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습관이었습니다.”그 순간, 성유리의 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62화

    “박한빈 씨? 약 바꿀 시간이에요.”의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성유리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들어 박한빈을 있는 힘껏 밀어냈다.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고 손을 들었다 놨다 하며 입만 뻥끗거렸다.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고 변명을 하고 싶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잔뜩 당황한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하지만 의사는 방금 본 장면이 꽤 흥미로웠는지 씩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방해했네요.”할 일을 마친 의사는 바로 방을 떠나버렸고 성유리는 그 모습에 얼굴이 더욱 화끈 달아올랐다.의사를 쫓아가려고 발을 내딛는 찰나, 박한빈이 또다시 성유리의 손목을 잡았다.“놔요... 당장.”성유리는 원래 박한빈을 꾸짖으려 했다. 왜냐하면 아까 전까지 긴장된 상태로 키스를 니눴기에 목소리가 잠겨버려 힘들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스스로도 왜 지금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얼어붙었고 얼굴과 귀까지 빨개졌다.성유리의 두 귀는 담방이라도 피가 흐를 듯 붉어졌고 그 모습은 박한빈의 눈에 그대로 보였다.“싫습니다.”그는 일부러 성유리를 놀리려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저기요!”성유리는 화가 나긴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앙다문 채 박한빈을 가만히 주시했다.“아프십니까?”그 순간, 박한빈이 갑자기 물었다.“네?”“그렇게 물고 계시면 안 아프시냐고요.”박한빈은 손을 쭉 뻗어 성유리의 입술을 살짝 어루만졌다.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성유리는 그제야 자신의 입술에서 피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하지만 아예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혓바닥에서 나는 피비린내도 사라진 것 같았다.박한빈이 말하고 나서야 성유리는 손을 들어 입술에 맺힌 피를 닦아내려고 했다.그러나 박한빈이 먼저 막아섰다.“제가 하겠습니다.”성유리는 자신의 착각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박한빈의 목소리가 잠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박한빈은 이미 피를 닦아주고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61화

    성유리는 박한빈이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래서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저 화장실 가고 싶습니다.”박한빈이 웃으며 말했다.“네?”성유리는 조금 당황했지만 빠르게 몸을 비켜주었다. 하지만 박한빈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고 성유리는 그런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그때, 박한빈이 웃으며 물었다,“지금 손이 다쳤잖습니까. 밥 먹는 것도 힘든데 제가 혼자 화장실 갈 수 있을 것 같아요?”그 말에 성유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무슨 뜻이에요?”박한빈은 손을 내밀어 묻는 성유리의 손을 잡았다.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살짝 거칠었다."도와줘요."성유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안... 안 돼요.”말을 하면서 성유리는 잡힌 손을 빼려고 노력했다.하지만 한 손에 밖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여전히 박한빈의 힘은 그대로였다.그는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손가락이 성유리의 손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손바닥이 완전히 닿게 만들었다.그 뜨겁고 건조한 체온에 성유리의 얼굴은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마치 이 순간, 성유리가 잡고 있는 것이 박한빈의 손이 아닌 것처럼.“박한빈 씨, 이거 놔요!”성유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고 눈물이 날 듯한 표정이 되었다.박한빈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방금 저를 돌본다고 했잖습니까. 이제 저를 도와주지 않으실 겁니까?”“제...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데요? 언제 제가 한빈 씨를 돌본다고 했죠?”“죽도 가져다주시고 직접 먹여도 주셨는데 이게 돌보는 거 아닙니까?”“전...”성유리는 더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박한빈이 그녀의 몸을 갑자기 확 끌어당겼다.그대로 몇 걸음 앞으로 넘어진 성유리는 박한빈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게 되었다.다행히도 성유리는 박한빈의 손에 있는 붕대를 보고 바로 자신의 손을 침대 난간에 짚어 버티며 겨우 떨어지지 않았다.그 순간, 두 사람의 거리는 더 이상 멀지 않았고 많이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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