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38화

작가: 유애
화가 나 있던 송석석이었지만, 시만자가 이렇게 놀려대자 금방 웃음을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됐어, 그냥 이리 내려와서 같이 몸 좀 담자."

시만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명 받들겠습니다."

그러고는 재빨리 옷을 벗어 던져두고 온천 속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물을 튀기며 놀다가, 이내 턱을 부드러운 베개 위에 얹었다.

시만자가 말했다.

"황후 그 멍청한 사람을 대체 왜 신경 쓰는 거야?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는 건 가치도 없어."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제씨 가문에서 교육받은 사람 같지가 않아."

송석석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음, 사실 제씨 가문에도 문제 있는 인물이 많긴 하지."

"당연하지. 제상서는 첩을 두고 있고, 제제사는 말할 것도 없어. 상서 부인만큼은 좀 나은 편이야. 불쌍한 사람이지."

송석석은 두 손을 포개고 턱을 손등에 얹었다.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만자야, 란주 상궁이 한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

"화가 났겠지."

시만자도 그녀처럼 턱을 손등에 얹고 말했다.

"그것 말고 또 어떤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애?"

송석석이 눈가에 맺힌 습기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화가난 건 당연하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이 더 컸어. 황후가 정말로 사제에게 측비를 들이려는 건 아닐 거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를 궁으로 불러내려고 이런 구실을 만든 거야. 황후는 어떻게 해야 여자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마치 칼을 들고 사람의 심장을 찌르는 듯이."

시만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송석석의 말을 듣고는 욕을 참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쉴 새가 없네. 서우에게 상을 내리더니 이제는 너를 위협하고. 이렇게 해서 본인한테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송석석도 황후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끌어들이려는 것? 그렇다면 그렇게 역겨운 말까지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벌하려는 것? 그렇다면 왜 직접 측비를 보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통통쫀냐미
명을 재촉하네...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39화

    란주 상궁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퍼뜨리면 일곱째 아가씨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평남백부의 다른 아가씨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하지만 황후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 서출의 딸은 자존심만 세서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더니, 아마도 높은 집안에 시집가려는 마음뿐일 거다. 그렇게 높은 것만 바라보는 여자라면 망해도 자업자득이지. 게다가 그녀는 성격이 사나워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니, 송석석을 찾아가 한바탕 시끄럽게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거리를 만들게 하면 좋겠구나.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폐하에 대한 이야기도 사그라들 테지."란주 상궁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후는 그런 란주를 보고 화가 나서 말했다. “이제는 본궁이 무슨 말을 해도 너는 온갖 이유를 대며 적당하지 않다고만 하니, 그럼 본궁에게 말해보라. 이번 풍파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겠느냐? 폐하를 계속해서 풍랑 속에 놓이고 비난을 받게 내버려둘 셈이냐?"란주 상궁은 본래 이 일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려 했다. 일곱째 아가씨가 가서 난리를 친다 해도 그건 어린 여자의 웃음거리만 될 뿐, 어떻게 황제의 일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단단히 화가 나 있는 황후의 모습을 보고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명을 받들어 나갔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연스레 각 가문 간의 교류가 잦아지며 소식도 빠르게 퍼져 나갔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황후가 평남백부 집안의 일곱째 아가씨를 북명왕의 측비로 들이려 했지만 북명왕비에게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이 일곱째 아가씨는 평남백 서출의 딸이지만, 노부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바둑, 서예와 그림에 능통했고, 말타기와 활쏘기 등 무예도 잘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매우 사나웠다.15세가 되어 성년이 된 이후로는 많은 중매쟁이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어떤 집안을 말해도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자 중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0화

    이런 저런 추측이 나오자, 몇몇 대신들은 제상서를 부추겨 황후에게 가서 진상을 물어보라며제 장서를 부축였다.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북명왕은 아직도 남강에서 전쟁 중인데, 이 소문이 그의 귀에 들어간다면 부인 생각에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병부 상서 이덕회 또한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제상서를 찾아가 이 일이 어떤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했다."북명왕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그는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 "허어사가 이미 조회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제상서는 깜짝 놀랐다. "아직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수 있단 말입니까? 허어사가 그렇게 무모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이덕회가 말했다. "황제에게 진상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계속 이렇게 추측만 나돌다가는, 언젠가 남강과 성릉관까지 소문이 퍼질 것이니…… 그렇게 되면 하늘이 무너질 겁니다."제상서는 비록 사적인 덕행은 부족하지만, 이 일의 경중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정말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일은 황후가 북명황실에 사람을 보내어 말한 것이었다. 즉, 만약 황제가 그런 뜻이라면, 황후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었다.제상서는 황후에게 가서 진상을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조정의 관리자이기에 황제의 명령 없이는 후궁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일단 돌아가 부인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그녀에게 직접 가서 물어봐달라고 말했다.제대부인도 이 일을 들었지만, 그녀가 들은 것은 민간에 들리는 쓸데없는 소문이었다.북명왕비가 질투가 심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곧 북명왕이 일찍이 첩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는 사람들도 나왔다.또한 일곱째 아가씨가 원래 악명이 높고 덕행이 부족한 탓에 왕비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그녀를 욕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1화

    하지만 제 황후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어찌 이것이 폐하와 연관될 수 있겠습니까? 폐하는 정무로 바쁜데 어찌 이런 일을 관여하시겠습니까? 그런데 허어사는 왜요? 본궁이 언제 그를 해치려 했던가요?"허어사는 민지 장공주의 시아버지로, 그녀는 허씨 가문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제대부인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정말 어리석은 짓입니다. 북명왕이 밖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왜 그에게 측비를 들이려 하십니까? 폐하께서 북명왕비를 어서방에 며칠 두시고 늦은 밤에 찾아가셨던 일도 아직 설명되지 않았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사람들이 더 의심하지 않겠습니까?"“그건 그들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멋대로 추측한 것일 뿐입니다.”제 황후가 말했다.제대부인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실망스러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폐하께서 눈살을 한 번 찌푸리시거나 말씀 한 마디 하시기만 해도 대신들은 곧바로 추측을 하게 됩니다. 전조의 일은 말할 필요도 없고, 후궁에서만 해도 폐하께서 황후에게 표정 한 번 지어보이시면 황후도 곧바로 추측하지 않았습니까?""그리고," 제대부인은 잠시 멈추었다가 조금 더 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황후는 금족에서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본래 잘 반성하고 모든 일에 조용히 처신해야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왜 하필 나서서 이런 남의 미움을 사는 일을 꾸미려고 합니까? 이제 왕비를 연루시킨 것도 모자라 평남백부 집안의 아가씨에게까지 해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이 일을 아시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아시게 된다면 황후를 쉽게 넘어가시겠습니까?"제 황후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서야 일이 커졌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속에 약간 두려움이 생겼다.하지만 그녀는 어머니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어머니께서 오늘 이 일을 말씀하시니, 본궁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일을 꾸민 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2화

    숙청제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커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칠간 그는 태의들과 함께 새로운 처방을 시험하는 데 전념했고, 조정의 중요한 일들은 모두 승상에게 맡겼다.이번 새로운 처방은 태병원에서 며칠 밤을 새워 개발한 것으로, 온열 요법을 중심으로 침술을 보조로 하며 탕약으로 기운을 보강하는 방식이었다.그렇게 며칠간 효과가 있었는지 두통이 줄어들었고, 심지어는 밤에 식은땀도 나지 않았다.그래서 이날 조회에서 숙청제의 상태가 한층 나아 보였던 것이다.한편, 제상서는 허어사를 찾아가 말했지만, 허어사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그는 황제에게 크게 실망한 상태였다. 이는 황제가 자신의 안전과 예법, 전쟁 상황까지 무시하며 지나치게 경거망동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또한, 북명왕에게 측비를 들이는 것이 황후의 뜻이라는 제상서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가 알기로 황후는 이전까지 계속 금족 상태였는데, 금족이 풀리자마자 다른 일은 다 제쳐두고 오히려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북명왕을 위해 측비를 고르고 있다니, 이런 말을 누가 믿겠는가?그는 이것이 황제의 지시라고 생각했으며, 적어도 그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또한, 어사로서 직언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와 침착하게 말했다."폐하, 신이 감히 간언을 올리려 합니다."숙청제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간언이라고? 말하라!"간언은 당연히 그를 겨냥한 것이었다."신이 듣기로 폐하께서는 송대감과 여러 차례 어서방에서 함께 식사를 하시며 한 시진 넘게 담소를 나누셨다고 합니다. 그동안 궁인들조차 곁에서 시중들지 못하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송대감이 부상을 당했을 때도 폐하께서는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늦은 밤 황실을 방문하셨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황후마마께 북명왕을 위해 측비를 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신은 폐하께서 다른 뜻이 없으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폐하의 이러한 행동은 백성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로 억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소문이 북명왕의 귀에 들어간다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3화

    황후의 눈물은 아직 뺨에 맺혀 있었고, 두 눈은 하도 운 탓인지 퉁퉁 부어 있었다.황제가 깨어나 첫마디로 그녀에게 물러가라고 말하자, 황후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얼어붙었다.곧이어 정신을 차린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신첩은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신첩이 여기 남아 폐하를 모시겠습니다."그러나 태후의 거칠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렸다."황후를 부축해 물러가게 하거라."황후가 여기 머무른 시간이 길었던 만큼, 태후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있었다. 비록 황제가 깨어나지 않아 그녀의 속은 타들어갔지만, 외부에서 기다리는 신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냉정을 유지해야 했다.원래 신하들은 모두 전각 밖에 꿇어앉아 있었으나, 날씨가 너무 추워 태후가 그들을 안으로 들어오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꿇어앉기를 고집했다.황제가 의식을 잃은 시간 동안 그들은 그만큼 무릎을 꿇고 있었다.태후는 태의가 맥을 짚은 뒤 말을 하기전에 그를 제지하며 먼저 조용히 말했다."괜찮습니다."그녀는 아들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 온 힘을 다해 억누르려 했지만 손의 떨림은 여전히 멈출 수 없었다.숙청제가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허어사는… 어디 있습니까?"태후가 대답했다."허어사는 무사합니다. 다만, 몸을 던질 때 이덕회가 막은 탓에, 허어사의 얼굴에 부딪혀 이덕회의 이빨 두 개가 빠졌습니다."태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이덕회가 말할 때마다 바람이 샌다더군요."숙청제는 믿지 못하는 듯, 여전히 쉰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그를 만나야겠습니다."만약 어사가 간언으로 인해 죽었다면, 그는 무능한 황제일 뿐이었다.쓰러지기 직전 눈앞에 피가 번져드는 장면이 떠올라, 그는 허어사가 이미 죽었을까 걱정했다.태후는 즉시 손짓해 이덕회와 허어사를 안으로 들이게 했다.잠시 후, 목 승상이 그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만세삼창을 외쳤는데, 목소리는 울다가 쉰 상태였다. 특히 허어사는 이미 울다가 한 차례 기절했을 정도였다.그는 땅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4화

    황후는 다시 한 번 금족 처분을 받았다. 이번 금족 명령은 태후가 직접 내린 것으로, 그녀의 궁에 있던 절반 이상의 사람을 철수시키고, 몇몇 심복만 남겨 시중들게 했다. 더불어 태후는 장춘궁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새로 배치해 황후를 감시하게 했다.황후는 숙청제를 간호하던 중, 우원정이 황제가 앓고 있는 병이 폐질환임을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처음에는 폐질환이 어떤 병인지 몰랐지만, 금족 상태에서 란주 상궁에게 물어본 뒤 그 병의 심각성을 알게 되자, 그녀는 통곡하며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하나는 황제의 병세 때문이었다.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황제가 그런 병에 걸렸으니 이제 태자를 책봉할 때가 되었는데, 하필 태후가 그녀를 금족시킨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녀는 어리석게도 송석석을 화나게 했다.송씨 가문의 둘째 장군 덕분에 황제가 송서우를 특별히 중시하고 있었으니, 만약 송석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더라면 송석석이 송서우를 궁으로 들여 대황자와 함께 있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황제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란주, 본궁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느냐? 본궁이 대체…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그러자 황후는 눈물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해했다. 마치 뜨거운 가마 위의 개미 같은 모습이었다.란주는 그녀의 초조한 모습을 보고는 얼른 달래며 말했다."태후께서는 이미 폐하의 병세를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태후께서 대황자를 데려가 직접 가르치고 계신 겁니다. 이는 태후와 폐하께서 모두 대황자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는 뜻이니, 마마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그저 매일 폐하의 쾌유를 빌며 기도하시면 됩니다.""하지만 본궁이 폐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태후와 폐하가 아셔야 하지 않겠느냐? 당장 사람들을 움직여 태후께 소식을 전하게 하여라."란주 상궁은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단호히 말했다."아무도 알 필요 없습니다. 마마께서는 황후이시며 폐하는 마마의 남편이십니다.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축원하는 것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5화

    송석석은 일곱째 아가씨가 아무 이유 없이 비난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더욱이 평남백부와 원한을 맺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번 일이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만큼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노 집사에게 평남백부에 초청장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내용은 평남백부 집안의 사람들과 왕경루에서 식사를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청장을 전달하는 동시에 이 소식을 외부로 확산시켰다.그들을 황실로 초대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했다. 이는 오해를 해명하기 위한 자리였으므로 황실에서 비공개로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왕경루는 격식 높은 장소로, 이는 평남백부와 일곱째 아가씨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이 소식을 미리 알림으로써 부유한 상인들과 귀족 가문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석하도록 유도했다. 이 일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결되는 것이 가장 좋았다.여기에는 사실 일곱째 아가씨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장사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억압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평남백부에는 집안을 책임질 만한 든든한 남성이 없었기에, 본래 명문가였음에도 평범한 상인 가문처럼 여겨지게 되었다.노 집사가 초청장을 전달했을 때 일곱째 아가씨는 부재 중이었기에, 초청장은 평남백부의 주화에게 전달되었다. 주화는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인물이었기에, 작위를 계승한 후 모든 것을 방치해버렸다. 그로 인해 한때 대단히 영화롭고 뛰어난 가문이었던 평서백부와 평남백부는 이후로 아무도 공적을 세우지 못해 국공의 지위에서 후작으로, 다시 후작에서 백작으로 점차 지위가 낮아지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평서백부에 최숙심이 있다면, 평남백부에는 일곱째 아가씨와 상인 출신 측실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일곱째 아가씨의 측실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심지어 본부인은 평남백부와 같은 성격으로 무책임한 사람이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집안을 책임지게 되었으며, 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6화

    송석석과 시만자, 그리고 신신은 란계원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하인이 평남백부의 세 식구와 남종과 여종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와 란계원 밖에서 이름을 알렸다.송석석은 시만자와 신신의 부축을 받아 직접 마중을 나갔다. 평남백 부부와 일곱째 아가씨 주진이 서둘러 예를 갖추었다.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예까지 차릴 필요 없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지요."송석석은 이 말을 하며 세 사람을 한 번 훑어보았다.수년간 여러 사람을 만나왔던 그녀는 이들의 표정과 태도, 행동거지를 통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평남백은 검은색 외투를 걸치고 안에는 화조 무늬가 새겨진 금실 장식의 비단 옷을 입었으며, 가슴에는 큰 염주를 걸고 있었다. 부유하면서도 불교적인 면모가 한눈에 느껴졌다.다만 서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딸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얼굴에 떠오른 미소에는 약간의 아첨이 묻어나 있었기에, 교제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평남백 부인은 밝은 진홍색의 상의에 흰색 여우털 외투를 입고 있어 혈색이 특히 좋아 보였으며, 얼굴도 매끈해 보였다. 만약 눈가에 주름이 없었다면 세월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그러나 이들 부부는 이미 인생의 반을 살아왔음에도 아직도 세상을 잘 모르는 듯한 풋풋함이 느껴졌다. 그들은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는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딸에게 의지하는 유형의 사람들이었다.반면 일곱째 아가씨 주진은 전혀 달랐다. 그녀는 호수빛 푸른색 비단 옷에 솜을 덧댄 간결한 외투를 걸친 모습으로, 매우 깔끔하고 당당해 보였다.또한 얇고 긴 눈썹은 약간 올라가 있었고, 살구 모양의 눈과 오뚝한 콧날, 뾰족한 턱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매력도 느껴졌다. 비록 이러한 외모가 그녀의 당당한 기질과 어울리진 않을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어색함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왕비마마께서 정말 좋은 장소를 고르셨습니다!" 주진은 밝고 시원한 웃음을 띠

최신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1화

    그러자 송석석이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왕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줍니다. 조카딸의 혼담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집간 부군이 잘 대해준다 하더군요. 다만 그녀는 자신이 두 번 시집갔음에도 처가에 머무는 것이 조카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 그러는 모양입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번개처럼 날렵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최씨 부인이 떠올랐다. 최씨 부인에게는 적자와 서자녀들이 있었고, 아직 혼담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혼인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렸을지 생각하니, 전북망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형수로서의 최씨 부인을 존중하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전북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물었다. “우리 단둘이 여기에 있으면, 섭정왕이 질투하지 않을까요?” 송석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답했다. “이 정도 신뢰도 없다면, 제가 어찌 현갑군 지휘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공유합니다. 이번 만남 역시 그분께 이미 알려두었죠.”송석석이 떠나자 전북망도 따라나섰다. 그는 섭정왕이 어딘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의심했지만, 정작 별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마당에서야 섭정왕을 발견했는데, 그는 대장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을 보자 미소로 맞이하며 불러세우는 섭정왕의 모습에 전북망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진정한 부부란 저런 것일까.'그러나 성릉관이든 진성이든, 남녀의 단독 만남은 명예에 흠이 될 수 있음도 잘 알았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른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걱정하는가.’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왕청여의 제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5일의 고민 시간이 주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씨 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답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0화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 전북망은 송석석과 다시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송석석이 성릉관으로 갔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먹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이 매번 성릉관을 떠날 때마다 몰래 배웅하곤 했다. 전북망은 자신이 당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송석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방과 왕청여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다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장군부만 송석석에게 상처를 줬을 뿐, 송석석은 장군부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비록 이혼한 후에는 전북망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지만 큰형수에게 어떻게 단설환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는 이미 섭정 왕비가 되어있고 나서였다. 변방의 전사들에겐 양식과 무기가 풍부하고, 봉록까지 올라, 그들에겐 이득이기에 이제는 조정의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다. 섭정왕은 한때 장수였기에 병사들이 배불리 먹어야만 국토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섭정왕과 함께 소 대장군에게 생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소 대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인자했다. 전북망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그때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면 지금 송석석과 함께 노장군의 생신을 축하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후회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걸 보니, 자신만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송석석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일잔치가 끝난 후에 송석석이 뜻밖에도 먼저 그를 찾았다. 그와 송석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섭정왕은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가?’전북망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고, 송석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먼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송석석이 말하기만을 기다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9화

    전북망은 성릉관에서 몇 년 동안 두 번이나 발탁되었고, 지금은 장군의 신분으로 수천 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다. 계속 성릉관에 주둔하고 있어 다시 진성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진성의 부름 없이는 제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살아갔다. 성릉관의 모래바람은 해마다 그의 얼굴에 흔적을 남겨 또래들보다 몇 살이나 더 늙어 보였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진정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방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송석석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아마도 우린 귀여운 자녀도 낳았겠지.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석석은 가문의 내무를 책임지며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겠지? 설령 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생 장군으로만 살아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겠지.’ 이전의 전북망은 송석석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였는데 자신을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며 군부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책임지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전북망에게는 이미 이방이 있었고 이방을 사랑한다고 했으니, 송석석이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는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석석 또한 후회할 게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전북망을 위해 부러뜨렸던 날개가 다시 자라나 전쟁터로 날아가 쉽게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방은 송석석이 큰 가문의 아가씨인 데다가 부친과 오라버니가 그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의 성공은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종문에서 송석석의 무공은 거의 최고였는데, 그건 송석석이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만큼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전북망은 송석석을 존경했지만 그는 자신이 송석석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8화

    어머니께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신이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심한 꾸지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이가 이 혼사를 반대하는 것은 양지춘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양지춘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놀며 감정을 쌓으라고 했다. 신이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심지어는 하녀에게 그녀가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엄명했다. 양지춘의 얼굴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겼는데, 처음에는 신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의 외모와 품평을 논하며 신이가 외모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를 부인으로 들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신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아마도 신이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양지춘은 일부러 신이를 마차에 태워주는 척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었다!그 순간 신이는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경박한 눈빛에 신이는 이내 눈물이 쏟아졌고, 모욕감에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돌왔는데, 하녀와 마부는 그의 동작을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가 세심하고 자상하다며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이는 억울해서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그녀가 일부러 꾸민 말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꾸짖으며 사흘 동안이나 외출을 금지했다. 신이는 그렇게 방에 갇혔고,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심지어 그날 선비의 말을 듣고 호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내가 양지춘에게 시집가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 외출 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신이는 다시 경산사로 가서 같은 핑계로 하녀를 내보냈다.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호숫가에 간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다시 그 선비를 만났다.그는 쓸쓸하게 호숫가에 앉아 작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7화

    신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나무 그늘에 몸이 가려져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초라해 보였고 눈 밑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다리 앞에서 그림을 팔던 선비이자, 학정이 말하던 퇴학 해서 기녀를 키우는 학생이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짜증을 냈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자 내심 두려웠다. “나는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이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두려웠고 진흙탕에 영원히 깔려 있는 건 더욱 두려웠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 나오자 얼굴은 더욱 여위어 보였다. “호숫가의 주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이 이곳으로 예불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경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을 하고 바로 돌아가니 당연히 보지 못하겠지요.” 신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는 여전히 굳게 서서 말했다. “예불하는 사람은 천지와 자연을 경외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경치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보러 올 것입니다. 이런 곳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곳일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게 아기씨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감히 그런 무서운 곳에서는 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절대 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고 싶어도 살 지 못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 밑은 이내 붉어졌고 눈물이 고여 반짝이는 것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6화

    신이의 사촌 여동생과 하녀는 신이를 찾으러 돌아왔다. 신이가 하녀보고 이순에게 삼백문을 주라고 하자 이순은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우연한 만남일 뿐이라 다시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조모님의 생신 때 가문 연회에서 공학정이 데리고 온 제자들 중에 이순이 있었다. 강남의 예의 규율은 진성처럼 엄격하지 않아서 연회에 참석할 때 여인들도 앞마당에 갈 수 있었다. 이순은 신이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는 그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두 눈만 드러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순은 식사를 하지 않고, 신이의 조모에게 생신 축하 그림만 드린 후에 집에 일이 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학정이 그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총명하긴 한데 진취심이 없어서 계속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걸 여기로 데려와 진취성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실망이군.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이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신이의 부친이 위로했다.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껜 학생이 많으니 그가 나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학정은 마치 울화가 쌓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네. 그런데 진취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창에게 돈을 빌리질 않나, 게다가 집에 기녀까지 키우고 있다더군.” 신이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하였다. “그런 사람은 얘기할 가치도 없습니다.” 신이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날은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마음이 갔던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 후, 신이의 혼사도 낙착되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회주 지부의 둘째 아들인 양지춘이고, 올해 22살이었다. 22살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던 건 첩을 통해 서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가문은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5화

    그의 이름은 신이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서 말할 때, 경멸하는 기색을 띠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까지 모두 침을 뱉으며 뻔뻔하다고 할 정도였다. 알다시피 애인과 야반도주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보다 더 욕먹을 일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후회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시집간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죄책감을 느끼긴 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시 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되어 형제자매들과 조카들이 혼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이는 시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보살핌을 받아왔다. 먹는 것은 물론 모두 산해진미이고, 입는 것도 모두 능라 비단이었다. 게다가 보모님과 오라버니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네 살 때까지 월사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많은 의사들을 불러 진찰을 받고 밤낮으로 약을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몸이 차서 그러니 몸조리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몰래 의사가 부모님께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그가 몸이 차서 그런 병이 생긴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곳이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작은 꽃병과 같아서 꽃을 꽂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유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건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서 부군에게 첩을 들인 후, 첩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조언해주었다.시 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으면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어도 아무도 그녀의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씨 가문의 재물은 그녀가 평생 부귀하게 살기에 충분했다. 신이의 조모도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시 씨 가문의 딸이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4화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