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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13화

Author: 유애
깨어난 주재상

처음엔 주재상이 중독되었고, 다음엔 태자 부부가 자객을 만났으니 조정에 커다란 파문이 일었으며, 자객 중 한 명이 적씨 집안사람이란 소리를 듣고 일부 관리는 참지 못하고 삼사(三司)가 협동하여 이 사안을 심리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안풍친왕을 외에 지금 안왕까지 말려든 상황이라 국면은 혼란 그 자체다.

이런 어수선한 정국을 우문호도 어쩌지 못한 채 이렇게 무르익어가도록 내버려 두고 지금 그는 곧 경성으로 들어올 독고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명령을 하달해 변경에서 북막의 동향을 엄밀히 주시하도록 하고 일단 이상이 발생하면 바로 보고하도록 했다.

주재상이 깨어났다.

그리고 그가 깨어나서 처음 내린 명령은 주명양에게 독주를 내리는 것이었다.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주씨 집안의 가장은 마음 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꿇어앉아 딸을 위해 애원했다.

주재상이 그를 노려보며 무겁게 한 마디 했다.

“쓸모없는 놈!”

주씨 집안의 가장은 몇 년 동안 제 구실을 못했다.

오히려 자기 아내와 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연달아 문제를 일으켜 재상이 그에 대해 여간 실망한 게 아니다.

주씨 집안 가장은 애간장이 끊어지도록 울며 주씨 집안의 선조까지 들먹였으나 주재상은 단번에 내치고 험악한 눈빛으로 말했다.

“살아있는 사람도 날 막지 못하는데 지금 죽은 사람을 들먹이느냐?”

“아버지, 아무리 사나운 호랑이도 자식은 먹지 않는 법입니다. 걔도 아버지의 친 손녀가 아닙니까.” 주씨 집안 가장은 절망적으로 울었다.

주재상은 퀭한 눈으로 냉정하게 아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난 너의 누구냐? 걔가 독을 탈 때 내가 자신의 친 할아버지인 걸 생각했어? 걔가 죽지 않으면 주씨 집안은 조만간 걔로 인해 멸문지화를 당하고 말 것이다. 이 일은 태자 전하께서 죄를 묻지 않아서 망정이지 죄를 묻기로 치면 걔는 적과 내통한 대역 죄인이야. 넌 주씨 집안의 모든 사람을 걔와 함께 순장하고 싶으냐?”

주씨 집안 가장이 울며 말했다.

“아버지, 태자 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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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214화

    독주어멈과 시위 몇 명이 독주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자 주명양은 극도로 화가 나서 어멈의 뺨을 때리고 분기탱천하더니 말했다. “다들 썩 비켜 나 나갈 거니까.”나이든 어멈은 집안일을 주관하는 자로 이미 주 씨 집안에서 일 한지 오랜 세월이 되었다. 심지어 재상도 어멈에게 상냥하게 대할 정도인데 따귀를 맞아본 적이 있을 리가.하지만 어멈은 원망하지 않고 주명양을 바라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첫째 황자비 마마, 나리의 명으로 쇤네 술을 가져왔습니다.”“나리는 무슨 나리? 무슨 술?” 주명양이 뒤에서 천천히 들어오는 시위 중 한 명이 술잔을 받쳐 들고 문지방을 넘어서는 것을 보고 죽일 듯이 노려보며 천천히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어멈은 주명양이 한 걸음 물러서자 앞으로 한걸음 다가섰는데 얼굴에는 손자국이 분명히 나 있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는 눈빛으로 말했다. “첫째 황자비 마마, 나리께서 이미 깨어나셔서 분부하신 것으로 마마께 술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주명양은 경악해서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일어나셨다고? 어의가 속수무책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무슨 술이야? 난 안 마실 거니까 가지고 가.”어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첫째 황자비 마마 두려워 마시지요. 이 술은 쇤네가 고른 것으로 드시고 난 뒤 큰 고통 없이 곧 길에 오르실 겁니다.”“꺼져, 꺼지라고!” 주명양이 몸을 돌려 의자를 어멈에게 휘두르다가 던지고 문으로 달려갔다.시위가 바로 막으며 팔을 잡아 끌어 안으로 넣었다. 주명양이 미친듯이 큰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치는데 두다리를 뻗대고 사람을 찼지만 이들은 집안의 법도를 관할하며 적지 않은 하인들을 벌 주었던 경험이 있어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주명양을 안으로 끼워 밀고 그대로 의자로 눌렀다.그중 한 사람이 주명양의 입을 잡고 벌리는데 힘이 세서 주명양은 얼굴과 턱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어멈의 그림자가 덮쳐오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주명양 앞에 서서 분부했다. “나리의 명이시다. 깔끔하게

  • 명의 왕비   제 2215화

    주재상과 소요공의 비밀 이야기어멈이 직접 주재상에게 이미 주명양을 처리했다고 보고했다.재상이 한동안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초왕부에 서신을 보내 사람이 없어졌다고 해라.”“예!” 어멈이 물러났다.주재상이 천천히 침대 의자에 앉았다. 이 계획을 실시하기 전에 이미 주명양이 여기서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 순간 예상대로 되고 말았다.하인이 소요공을 모시고 왔는데 고개를 들어보고 다시 눈을 감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소요공이 하인들을 내보내고 문을 닫고 주재상 곁에 앉아 술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계획이 성공했네, 귀영위가 의심스러운 선비족 사람이 경성으로 온 것을 알아냈어, 체격으로 봤을 때 독고야. 지금 경성에 들고나는 건 전부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임소 쪽도 철저하게 태자 전하께 씨가 말랐고 자네가 깨어나도 상관없네. 정보는 새나가지 않을 거야.”주재상이 눈을 뜨고 술을 받고 소요공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 “십팔매(十八妹), 넌 사는 게 즐거워?”느닷없이 아명으로 불려도 소요공은 전혀 개의치 않고 바닥에 앉아 양반다리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재상 자리에서 물러난 뒤로 즐겁지. 몇 년간 조정 일에는 별로 관여를 안 했잖아, 매일 꽃 재배하고 짐승 키우고 사람이랑 같이 안 지내니까 안 좋을 리가 있어?”“진작에 물러났어야 했어. 그런데 지금은 때가 아닌 거 같아.” 주재상이 술을 한 모금 하더니 강렬한 술이 목을 타고 흘렀다. “어릴 때부터 매일 그림자 속에서 살았어, 주 씨 집안이 소위 야심찬 대계를 위해 내 목숨을 희생하려고 했을 때 적성루가 날 구했지. 하지만 그때 우리들은 목숨을 부지하는 것 만도 얼마나 힘들었나? 전장에서 살아남아 공을 세우려고 몸부림을 쳐도 살얼음판 같아서 몇 번이고 목숨을 잃을 뻔하지 않았나, 작은 기쁨과 사소한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어. 겨우 세상이 안정되자 너랑 나는 또 조정에서 반평생을 바치고 이제 다 늙어서 이렇게 앉아 돌이켜 보니……”

  • 명의 왕비   제 2216화

    주명양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 차이“사람은 항상 약한 고리가 있는 법이지!” 주재상이 말하며 일어나더니 말했다. “가세, 궁에 들어가자고. 극이형이 기다린지 오래됐어. 우리 알차게 한 잔 해야지.”소요공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 가서 제대로 한 잔 하면서 그때 일도 얘기하고 맞다, 세자 전하는 아직 자네 집에 있나? 좀 어떠시지?”“아직 여기 계시네, 좋아지셨다고는 하는데 불러서 같이 궁으로 갈까?”“그것도 좋지!”주부에서 초왕부로 서신을 보내 첫째 황자비가 급사했음을 알렸다.우문호는 없고 사식이가 이 일을 원경릉에게 알리자 원경릉이 다 듣더니 사식이에게 사람을 보내 주명양 일은 주재상 쪽에서 설명하고 대외적으로도 무마시켜야 한다고 전했다.사람을 보낸 뒤 사식이가 원경릉과 같이 앉아 마주 보는데 좀 믿을 수가 없어서 말했다. “주명양이 정말 죽었을까요?”“그랬겠지. 주씨 집안에서 그녀를 보호할 이유가 없으니.” 원경릉의 마음도 기쁘지 않았다.만아가 밖에서 들어오며 이 일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만아야, 괜찮아?” 사식이가 만아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고 물었다.만아가 앉으며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전 괜찮아요, 단지 둘째 아가씨가 이지경까지 갈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시기의 문제였지. 그 여자는 날뛰지 않으면 죽을 거야.” 사식이는 한이 풀렸다. 주명양이 얼마나 간악하고 못됐는지가 아니라 이기적인 게 금수만도 못하다는 것으로 자기만 아는 정도가 아니라 기고만장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혔다.만아는 주명양의 시중을 든 적이 있으므로 써 준 은혜도 있어 마음이 사식이처럼 그렇게 통쾌하지 않고 심지어 조금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사식이가 말했다. “너 주명양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 그 여자가 전에 네 주인이었지만 너에게 잘 못했고 걸핏하면 욕설과 매질을 했어. 그리고 널 내쫓아서 하마터면 굶어 죽을 뻔했다고, 넌 기억을 못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우리는 그런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 아니야.”만아가 사식이

  • 명의 왕비   제 2217화

    요부인 집에 훼천이사식이가 요 부인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안에서 훼천이 비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물었다. “당신이 왜 여기 있죠? 요부 인께서는?”이 남자가 비질을 하는 게 의아하다 싶기도 하고 무공이 그렇게 엄청난 사람이 두 손에 칼을 휘두르며 사람을 죽이는 쪽이지 아무리 봐도 비질을 하는 건 아니다.훼천이 고개를 들고 담담한 눈으로 말했다. “부인께서는 물건을 사러 가셨는데 무슨 일로 찾는지?”사식이가 주저하며 말했다. “나가셨다고요? 그래서 당신은 여기서 청소를 하고 있고?”“개 밥도 줍니다.” 훼천이 문간에 엎드려 있는 개를 흘끔 보더니 말했다.사식이가 ‘에’하고 순간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훼천이 불러서 말했다. “부인을 무슨 일을 찾지? 금방 오시지는 않을 텐데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릴까?”사식이는 둘만 안에 있으면 이상할 거 같아 겸연쩍어서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별거 아녜요. 그냥 주명양이 죽었다고 말해 주려던 거 뿐이라.”“알았어. 안 기다릴 거면 내가 전하지.”“에…” 훼천이 계속 비질을 하는 것을 보는데 동작이 상당히 숙련된 게 봐도 봐도 이상하다. 물론 전에 원언니가 의미심장한 말을 한 적이 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사식이는 훼천을 다시 한 번 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훼천이 불러 세우더니 말했다. “기다려.”사식이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왜요?”“내가 요 부인 집에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사식이가 ‘헉’하며 말했다. “이상하……”훼천의 눈빛이 순간 싸늘해지는 걸 보고 얼른 말을 바꿔 말했다. “이상한 거 없는데요, 옆집인데 개 밥도 주고 청소 같은 것도 도와주고 그러는 게 정상이죠.”훼천이 빗자루에 기대서 말했다. “나랑 요 부인은 아무 일도 없었으니 돌아가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난 괜찮지만 부인의 명성을 해칠까 봐 걱정돼서.”“알아요.”사식이가 다시 가려는 데 말했다. “부인 집에 시녀가 돈을 훔쳐서 달아났어. 부인도 몸이 좀 안 좋으

  • 명의 왕비   제 2218화

    요부인이 초왕부에 안 오는 이유“기왕 그럴 거면 안에 들어가서 탁자도 좀 닦고 옷도 좀 빨아. 나한테 옷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데 부인이 또 아파서.” 사식이는 요 부인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더욱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니 며칠째 빨지 않은 옷이 쌓여 있는데 깨끗한 옷은 몇 벌 되지 않았다. 사식이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옷을 빨았다.요 부인은 평소 검소하게 입고 수수한 색이 대부분이고 천도 전부 이름난 것들이 아닌데 전에 부인이 입던 옷은 전부 고급 비단이었다. 전에 보니 요 부인 안색이 평안한 게 수수한 색에 담백한 느낌의 옷을 입고 있어 적절하다 싶었다. 그런데 지금 옷을 빨면서 보니 속옷 질이 낮은 게 겉옷만 약간 체면을 차렸을 뿐 지난날의 왕비가 이제 영락해서 평민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에 사식이는 탄식이 절로 났다.막 옷을 다 널고 나니 훼천이 사식이를 주방에 가서 요부인에게 줄 죽을 끓여 달라고 했다. 사식이가 알았다고 하고 좁쌀을 한 줌 냄비에 넣고 불을 피워 끓이기 시작했다.사식이도 금지옥엽으로 자란 아가씨 출신이나 어릴 때부터 방임되어 자라고 서일에게 시집간 뒤에 비록 집에 시녀가 있어 일을 담당하지만 사식이도 요리를 좋아해서 희상궁, 기상궁에게 요리 솜씨를 익혀서 가끔 서일에게 맛있는 걸 해주며 신혼부부가 깨가 쏟아지고 있다.주방에 신선한 재료들이 있는 걸 보고 기왕에 요 부인 드시게 담백한 요리도 두 개 해냈다.막 요리를 마칠 때 요 부인의 허탈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청소할 필요 없다고 했잖은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제가 한 게 아닙니다,” 훼천이 평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식 아가씨가 와서 청소도 하고 옷도 빨고 지금은 주방에서 밥도 짓고 계세요.”사식이가 나가며 앞치마 자락에 손을 닦고 두 눈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인, 돌아오셨어요?”요 부인이 의아한 눈으로 사식이를 보며 얼른 다가가서 말했다. “사식아, 어떻게 날 위해 이렇

  • 명의 왕비   제 2219화

    약재가 없다“원래 폐를 깨끗하게 해서 기침을 멎게 하는 약을 지으러 갔는데 한약방 사람이 나한테 그러는 거야. 상엽(桑葉), 연교(連翹), 금은화(金銀花), 판람근(板藍根) 같은 평범한 한약이 물건이 없다고. 자기들도 며칠째 물건을 못 받고 있다는 거야. 약방을 몇 곳이나 다니면서 물어봐도 전부 같은 상황이라 아무래도 좀 이상해. 얼른 돌아가서 태자비에게 알려서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해 보라고 해.”“저 약들은 늘 쓰이는 건데 어떻게 없을 수가 있죠? 혜민서 의원들에게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부인이 기침을 하는데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하다가 한참 후, 겨우 진정돼서, “혜민서는 조정에서 운영하는 거라 자기만의 공급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틀림없이 구입 가격이 턱없이 올라갔을 거야. 민간에서는 지금 이 약을 구하지 못하니까. 지금 환절기라 전염병이 돌기 쉬운데 이 약들이 없으면 큰일이야.”“좋아요, 바로 가서 원 언니에게 알리겠어요. 사람을 시켜서 조사해 보라고. 어서 앉아서 죽 좀 드세요. 반찬도 2개 했어요.”“내가 먹을 게, 먼저 가봐.”“예, 그럼 전 갈게요.”사식이가 나가는데 훼천이 이미 빗자루를 복도 끝에 세워 뒀다. 사식이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잠시 부인을 좀 살펴 드리세요.”“응!” 훼천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사식이는 훼천과 얘기하는 게 약간 기운 빠진다 싶어서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초왕부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보이지 않아 만아에게 물어보니 말했다. “네가 가자마자 안왕부에서 사람이 와서 태자비 마마를 청했어. 안 왕비 마마 아이가 갑자기 젖을 심하게 토한다고. 태자비 마마께 와 달라고 하셨어.”사식이가 놀라서 말했다. “그런데 넌 왜 안 따라갔어? 안왕부가 얼마나 위험한데.”“회 왕비 마마께서 마침 오셔서 같이 가셨어, 난 따라올 필요 없다고.” “그나마 다행이네, 회 왕비 마마는 원 언니를 보호할 수 있으니까. 난 먼저 목욕하고 옷 좀 갈아입고 올 게, 방금 요부인 집에서 밥을 했더니

  • 명의 왕비   제 2220화

    약재 매점매석혜민서에도 상소가 올라오지 않았다며 말했다. “민간에 물건이 없다고 이틀 전에 들었습니다. 혜민서는 오늘도 물건을 발주했고 혜민서 약재는 아직 좀 있어서 저희가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이 혜민서가 쓰는 약을 전담해서 제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데 거의 외부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약재를 공급받는 곳이 있습니다.”“그럼 상인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 봐주게.” 서일이 말했다.“서 장군님 안심하십시오. 내일 제가 직접 조사해보겠습니다.” 혜민서 주부(主簿)가 말했다.서일이 혜민서 재고 보유량을 다시 한번 묻자 주부가 말했다. “재고는 많지 않은 게 혜민서는 매일 대량의 병자들을 보기때문에 며칠에 한 번씩 물건이 들어오는 것이, 그렇게 많이 쌓아 둘 수 없기 때문으로 둘 자리가 없습니다.”“물건을 받으면 좀 더 비축해 두게, 아마 누군가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주부가 놀라며 물었다. “못된 짓이요? 누가 그런 짓을? 조정에서 엄명이 있어서 민간 백성들 약 사용에 영향을 준다고 약재는 대량으로 비축할 수 없습니다.”“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악덕 상인이 아니라 다른 의도가 느껴지니까 말이야.” 서일은 이제 상당히 명석해 져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알게 되었고 특히 약초 건은 환절기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질이나 독감 같은 것이 유행하면 곤욕이다.주부는 지금 정세가 밝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주목하며 약속했다. “서 장군님 안심하세요. 이 일은 제가 반드시 정확하게 조사하겠습니다. 내일도 우선 약재를 비축하고 적어도 황실과 관리에게 가는 약초는 충분할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서일이 이 말을 듣고 마땅하지 않았으나 단순하기 때문에 순간 잘못을 집어내지 못하고 나왔다.다음날 해질녘 주부 대인이 초왕부에 보고하러 왔다.약초 건 때문으로 우문호도 원경릉을 서재로 들라 해서 같이 들었다.“오늘 소신이 사람을 데리고 가서 조사하니 경성의 모든 약방이 전부 같은 상황으로 다

  • 명의 왕비   제 2221화

    사라진 약우문호가 이렇게 원경릉을 진정시키며 속으로 짚이는 구석이 생겼다. 경성은 인구가 많아 부근 약이 다 팔렸으면 옆 지역에서 끊임없이 경성이란 큰 손에 약을 공급하러 몰려들 것이고, 시장 가격보다 2할 높은 가격을 쳐주면 누구나 돈을 벌고 더 벌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근 지방에도 경성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약이 여유분이 있을 거란 보장이 없다.따라서 이렇게 많은 약을 대략으로 방대하게 구매한다는 건 결코 적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며 적어도 천만 냥 심지어 그 이상이 들 수 있다. 재고를 비축해 둘 상인이 있으면 이질이 발생했을 때 가격을 올려 팔 수 있으므로 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지만 조저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 이 사람들은 전부 중벌을 받아 아예 꿈도 꾸지 못하게 했지만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특히 현재의 혼란한 정국을 틈타 한몫 잡아보자고 생각하는 상인이 국난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호재로 삼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그리고 지금 북당은 대주와 무역을 진행 중이고 대월국과 대흥국 쪽도 점점 화물을 서로 교역하는 정책에 합류하는 추세라, 다른 나라 상인이 북당에 와서 큰돈을 벌어 대량의 약재나 황금으로 바꿔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하지만 어떻든지 간에 이 일은 소리소문없이 암암리에 진행되었으며 주도하는 세력이 거대한 게 반드시 반드시 독고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짐작되며 적어도 독고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다음날 원경릉은 이 약재 책을 들고 한의학의 최고 권위자인 할머니를 만나러 의대에 갔다.할머니가 보시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약은 독감과 일반 감기 양쪽 다 쓸 수 있는 것들인데 그 중에 몇 가지 약은 호흡기 감염에 쓰일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들이고, 또 열을 떨어뜨리는 이런 약도 리스트에 있구나, 얘야, 지금 이 계절에 이 약재들은 없어서는 안 돼. 반드시 구입할 방도를 생각해 내야 한다. 다른 곳은 차치하고서도 우리 의대만 해도 최근 몇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열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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