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893화

작가: 유애
깊은 상처

우문호도 소홍천이 행복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비록 임소는 정말 안심이 안되는 인간이지만 감정 문제는 때론 사람의 인품과 무관하다. 만약 임소가 소홍천에게 어느 정도 진심이라면 앞으로 반드시 소홍천에게 잘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서일이 소월각 문을 열고 달려 들어와 목소리를 낮추고, “태자 전하, 소홍천 문주께서 오셔서 본관 밖에 꿇어 앉아 계십니다.”

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옷을 대충 꿰어 입고 맨발로 나가, “밖에 꿇어앉아 있다고?”

서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에는 상처가 있고,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

“먼저 가서 소문주를 보고 있어, 내가 바로 갈 테니.”

“예!” 서일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

우문호가 침대로 돌아오자 원경릉도 일어났다. 부부는 마주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사람은 재빠르게 옷을 입고 머리를 빗고 약상자를 들고 나갔다.

소홍천이 본관 밖 마당에 꿇어 앉아 있는데 옷은 얇고 어깨와 팔에 상처가 난 데다 입술엔 핏자국이 있고 머리는 산발이다. 찬바람을 맞고 꿇어앉아 있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사식이가 옆에서 권하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완강하게 꿇어 앉아 있다.

“전하!” 우문호 부부를 보고 소홍천이 고개를 들고 코맹맹이 소리로 불렀다. 복숭아처럼 퉁퉁 부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일어나!” 우문호가 소홍천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아뇨!” 눈물이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병여도를 잊어버렸어요. 전하 저를 죽여주세요.”

“원 선생, 당신이 일단 상처를 봐줘, 서일은 서재로 날 따라오고.” 우문호가 한 마디를 남긴 뒤 서재로 갔다.

원경릉이 앞으로 다가와 소홍천을 부축하는데 팔에 상처는 비교적 심해서 찢어진 옷 안에 상처가 벌어진 걸 볼 수 있었는데, 뼈가 다 드러나고 상처의 양쪽 끝을 밧줄으로 묶어 지혈 해 둔 상태였다.

어깨는 검으로 한 차례 베었으나 상태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사식이가 부축하는 걸 돕고, 방으로 들어가 원경릉이 상처를 처리하는 동안 소홍천은 말없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1894화

    소홍천의 통곡소홍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을 한동안 뚫어지게 보더니 느릿느릿, “사람을 잘못 믿었어요. 제가 다친 건 중요하지 않은데 병여도를 잃어버렸어요. 만 번을 죽어도 죄값을 치를 수 없어요.”원경릉은 그 병여도 가짜라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건 우문호가 소홍천과 할 얘기다.“마마는 그가 이상하다는 걸 일찌감치 아셨죠?”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전 사람을 잘 볼 줄 몰라요, 하지만 태자 전하는 계속 그를 믿지 못했죠. 왜냐면 그가 전에 소문주를 다치게 했으니까요.”소홍천이 자괴감으로 비웃으며, “전에 손왕비 마마를 무시했던 적이 있어요. 좋고 나쁜 걸 구분을 못하고 자신에게 악담하는 손왕비를 태자비 마마는 반대로 구해냈죠. 그걸 본 제가 같은 잘못을 저지를 줄 생각도 못했어요.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말이죠.”사식이가 듣고 놀라서, “임소가 다치게 한 건가요? 그 사람이 왜 이렇게?”“병여도 때문이죠. 내 곁에 온 건 목적이 있어서 였어요.” 소홍천이 심호흡을 하더니 증오와 집착으로 혼란한 가운데 자책감이 가득했다.“일단 상처를 치료해요.”소홍천은 마취 후 봉합하는 것을 계속 거부하고 상처가 너무 깊어 몇 층이나 봉합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통이 참기 힘들었다.소홍천이 고집을 부리며 눈도 깜짝하지 않았고, 이런 고통은 그녀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행동했다.그렇다. 깊이 사랑해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마음의 고통은 때론 육체의 고통보다 훨씬 사람을 무너뜨린다.봉합을 마치고 소홍천은 전신이 땀에 젖고 모공이란 모공은 전부 파르르 떨고 있는데, 사식이가 가슴이 아파 땀을 닦아주고 마음속으로 임소를 천만번 저주했다.상처를 봉합하고 나서 원경릉은 소홍천을 쉬게 하고 서재로 가서 우문호를 만나려고 하는데 소홍천은 바로 같이 서재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하는 수 없이 원경릉과 사식이가 소홍천을 부축하는데 고통을 참는 소홍천의 걸음은 심하게 비틀거려서 사식이가 버티지 않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다.서재에 도착하자 우문호는

  • 명의 왕비   제 1895화

    경호의 물우문호가 소홍천 대신 한바탕 욕을 한 뒤, “사람을 쫓으러 보냈어. 네가 원하면 체포동의안을 발급해 전국에 수배하도록 하지.”소홍천이 이를 갈며, “발급하세요!”한번은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홍천은 두번이나 다친 자신을 용서할 수도, 그를 용서하지도 못하겠다. 그동안 어렵게 천천히 헤어나오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소홍천은 눈도 마음도 먼 상태도 그를 믿고 고스란히 두번째 상처를 받고 만 것이다. 몇 마디 위로하고 쉬라고 돌려보냈다.경호로 갈 채비를 마쳤으나 소홍천이 상처를 입은 게 부부의 마음을 상당히 괴롭게 했다.“사식이가 그러는데 소문주 쌍칼을 쓴다면서, 왼손은 앞으로 칼을 못 쥘 텐데.” 원경릉이 암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소홍천이 하는 무공이 여러 개라 쌍칼을 못 써도 검을 쓸 수 있어. 알아서 조정할 거야. 내가 걱정하는 건 앞으로 사랑에 완전 담을 쌓고 단념해 버리는 거야.”원경릉도 그 말에 동의했다. 소홍천이 전에 쭉 보여준 단념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임소와 헤어진 지 그렇게 오래 됐는데도, 결코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 바보같이 임소만 바라보고 기다리다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것이다.다음날 두 사람은 사식이 부부를 데리고 경호로 갔다.경호에선 옥허도인이 직접 맞이했다. 방원도장에 대해 물으니 옥허도인이 탄식하며 사숙조가 또 경호에 뛰어들며 여행을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여행이요?”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정말 멋대로 네. 가고 싶으면 가고, 어느 시공을 가든 다시 돌아올 방법을 찾고.’옥허도인이 상당히 걱정하며, “사숙조가 이번엔 그릇을 잔뜩 들고 갔는데 값이 나가는 게 아니었어요. 여정동안 구걸을 할 계획인 건지 원.”우문호도 약간 놀라며, “그릇을 가져갔다고? 은자는 안가지고 가고?”“은자는 가져 가지 않았습니다. 지폐를 좀 가져가라니까 필요 없다고. 거기서는 지폐를 쓰지 않는다고 해요. 아니 지폐를 못 쓰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정말 이상하다

  • 명의 왕비   제 1896화

    도랑과 트렁크경호 동남쪽에 작은 도랑이 있어 물이 졸졸 경호에서 흘러 나간다. 물은 대나무 관을 따라 흘러내려 가는데 쭉 더 내려가면 밭이 나온다.옥허도인이, “소승이 너무 큰 도랑은 감히 팔 엄두를 못 낸 게 문제가 생길 까봐.” 어쨌든 경호는 상당히 이상한 곳으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었으면 옥허도인도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우문호는 근처 도랑을 보니 분명 조그마한 소용돌이가 있다. 순리대로 아래로 흐르는 거면 이렇게 소용돌이가 생겨서는 안된다.“내 생각에 밑으로 물이 흐르는 게 아닌가 싶어.” 우문호가 말했다.서일이 엎드려 둑에 고개를 내밀고 수면에 닿지 않은 채 아래를 주목해보니 소용돌이가 보이는 곳은 거의가 콸콸하는 소리가 들린다.“도장, 홍엽 공자가 산에서 묵을 때 수로를 파지 않았습니까?” 원경릉이 물었다.옥허도인이, “산에 관개할 물이 없는 것을 알고 홍엽공자가 소승에게 수로를 뚫어 물을 대는 걸 제안했습니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그자 생각이었어, 이 도랑이 장인 어른이 물건을 못 받으신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모르겠어. 하지만 이번에 물을 끌어 댄 이후로 확실히 전에 못 봤던 소용돌이를 봤고, 이 소용돌이가 관건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원경릉은 자신이 경호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조금은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도장, 우리가 볼 테니 먼저 돌아가시죠.” 서일이 말했다.옥허도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예를 취하고 갔다.“홍엽이 호의로 산중의 도인에게 제안을 한 건지 아니면 마음속으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지 지금 우린 알 수 없어. 만약 다른 의도가 있었으면 이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홍엽을 찾아가라고 강요하는 거야.” 원경릉이 말했다.원경릉이 하지 않은 한마디는 만약 후자가 진짜라면 홍엽이 경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원경릉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홍엽도 시공을 넘어 온 건가? 어느 시공에서 온 거지? 그 가능성이 어쩌면 그렇게 크지 않은 게 홍엽은 병여도를 알아보지 못했다.하지만 시공을

  • 명의 왕비   제 1897화

    트렁크 발견동영상은 탁톡에 올려져 있는데 이 영상을 올린 사람은 골든 리트리버를 데리고 나운산(羅雲山)에 갔다. 놀랍게도 리트리버가 수풀에서 트렁크를 하나 꺼내 왔고 트렁크는 악간 낡은 채 비밀번호 열쇠가 채워져 있었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트렁크를 파출소에 가져다 줬으며 당연히 동영상을 업로드한 목적은 자신이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았다는 걸 밝히기 위해서다.동영상에서 본 그 트렁크는 브랜드, 색, 모델명, 찌그러진 위치까지 우리집 것과 같은데 트렁크가 더럽고 산중에서 오래 방치되어 개가 끌고 나올 때 진흙과 썩은 낙엽이 묻은 듯 했다.오빠는 차 키를 들고 달려나갔다.한동안 애를 끓인 뒤에 마침내 트렁크를 가지고 돌아왔다. 경찰이 트렁크를 열어봤는데 비밀번호를 몰라서 비틀어 열었지만 핸드폰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열어보지 못해 다음 단계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안에 물품을 정리해 보니 만두가 말한 것에서 빠진 게 없었다.휴대폰은 배터리가 없고 파출소에 있을 때 오빠의 휴대폰과 연결되는지 검사하기 위해 현장에서 충전했는데 오빠가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누르니 휴대폰이 켜지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이 폰에 전화를 걸자 통화가 됐다. 경찰이 자연스럽게 트렁크가 왜 산속에 있었냐고 묻자 오빠가 오면서 만든 거짓말로 그럴 듯 하게 산에 여행 왔다가 갈 때 큰 비가 내려서 트렁크를 가져가는 걸 깜박했다고 했다.민둥산에 여행을 왔다는 게 미심쩍긴 하지만 확실히 휴대폰은 그의 것이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파출소에서는 트렁크를 그에게 주었다.오빠는 날듯이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폰을 충전하며 어서 영상을 보기를 간절히 원했다.집에 돌아오자 배터리가 꽉 차서 셋은 같이 둘러앉아 동영상을 시청했다.“엄마가 안색이 괜찮으신 게 그쪽도 살기 괜찮으신 가봐.” 할머니 영상을 보고 원교수가 흐뭇해 했다.오빠가 다음 영상을 틀자 우리 떡들이다.“세상에, 세상에, 어쩜 이렇게 닮았지? 너무 잘 생겼네, 정말 귀엽다!” 엄마가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고 눈물

  • 명의 왕비   제 1898화

    트렁크의 비밀다섯번 째 영상은 경릉이 거였다.그녀는 나한상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데 폰은 나한상 앞 티테이블에 두고 있나 보다. 눈가가 빨간 게 울고나서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것 같다.미소 띤 얼굴로 살짝 숨을 고르더니, “아빠, 엄마, 오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얘기하는 건 진짜 이상한 기분이야, 방금 본 건 남편이랑 애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야, 행복해. 처음 여기 왔을 땐 좀 방황했지. 일도 잃어버리고, 가족도 잃어버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남편이 있어서 내내 지지고 볶고 하면서 알콩달콩 지내. 오빠, 여자친구 만나라. 솔로 못써. 아빠, 나한테 실망한 거 아냐? 지금 주부로 살아서 연구과제는 비장의 수단으로 숨겨둘 수밖에 없어. 엄마, 앞으로 다시는 나때문에 울지 마. 엄마아빠 곁에 있을 수는 없지만 늘 엄마아빠가 건강하고 즐겁기를 바래. 날 잃어버린 게 아니야, 난 다른 시공에서 살고 있을 뿐.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뚝. 경호는 계속 계산 해서, 이생에 엄마아빠랑 다시 만나는 게 내 가장 큰 꿈이야.”셋은 보고 또 봤다. 눈 깜박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듣고 또 들었다.“내가 여자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걱정하다니 하여간 오지랖이라니까.” 오빠가 웃으며 울었다.엄마는 손가락으로 액정 너머 원경릉의 얼굴을 쓰다듬고 싶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한데도 입가엔 웃음꽃을 피운다. 꿈꾸듯이 원교수에게, “걔가 태어날 때 기억나세요, 당신이 침대 곁에서 걔를 안고 달도 못 채우고 태어났는데 이렇게 크다며 굉장하다고 했죠, 걔가 세 살 때 당시(唐詩)를 외우니까 당신이 정말 굉장하다 그랬죠. 유치원 다닐 때 매일 100점 스티커를 받아올 때도 당신은 진짜 굉장하다고 했어요.”원교수가 아내를 품에 안고 한숨을 쉬면서도 흐뭇하게, “그래, 걔는 항상 굉장했지. 어릴 때부터 다 커서도, 걔는 우리의 자랑이야.”“전부 어제일 같아요.”

  • 명의 왕비   제 1899화

    닮은 사람원경릉이 다 듣고 신기한 게 어째서 나운산이지? 나운산이랑 백운산은 100km이상 떨어져 있고 위치도 나운산은 동경 23도 북위 114도고, 백운산은 동경 113도 북위 23도다. 시간상으로도 차이가 있는 게 정확한 도달 시간은 알 수 없다고 해도 원래 동일 시점에서 상당히 차이가 난다.“그리고 외삼촌 친구가 양자전송이란 개념의 가설을 세웠는데, 양자가 적절한 자기장에 얽히면 시공의 터널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이건 일종의 가설에 불과해서 자세히 연구해봐야 안대요.” 만두가 말했다.양자전송(quantum teleportation)에 대해 원경릉이 알고 있는 정도는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정도로 양자얽힘을 이용하면 SF소설처럼 물체가 양자상태로 순간 이동하면 한 곳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뒤 어떤 매체가 없이도 다른 곳에서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정도다.하지만 현재 양자전송은 정보 전송에 국한되어 있고 물체를 다른 시공간에 전송하는 레퍼런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다음 일은 더욱 복잡하게 변할 듯하다. 게다가 원경릉의 전공 분야가 아니라 걱정이 앞서 우문호에게 얘기했더니, 글자는 다 아는 건데 모아 놓으니 뜻은 하나도 모르겠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바라보며 ‘날 좀 가르쳐 봐라’하고 멍하니 있었다. 원경릉이 이번에는 가르쳐줄 방법이 없는데다 이건 일종의 가설일 뿐이다. 물론 이 가설은 아무것도 없는 것 위에 뜬금없이 세워진 건 아니다. 적어도 파장이 맞는 자기장에서 시공간의 왜곡 또는 시공간 터널이 발생한다는 걸 제시한 사람이 존재했으며, 실험을 통해 해당 이론을 제시한 게 아니라 이론을 통해서 였다.뭐가 어찌됐든 가족들이 동영상을 봤으니 원경릉은 기뻤다.지금 원경릉 쪽에서 물건을 보낼 수 없지만 집에서 그녀에게 보내는 역방향 전송은 아직 가능하다. 제3터널이 천천히 조정되고 있다고 해도 뒤집어 질 만한 변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걸 증명한다.경호의 도랑은 아직 메꿔지지 않은 게 산 위에 도인들도 밥은

  • 명의 왕비   제 1900화

    홍엽의 과거경악이 진정된 후에 이리 나리는 홍엽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홍엽의 어머니는 북당 취주(聚州)사람으로 독고와 어떻게 알게 되고 어떻게 독고를 따르게 되었는지는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독고 주변의 오랜 지인은 대부분 죽고 그 일은 상당히 은밀했던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전하는 말에 따르면 독고가 한때 그녀를 총애했으나 그녀가 임신하고 독고를 떠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취주로 가서 홍엽 공자를 낳은 뒤 미혼모가 낳은 아들이라고 현지 사람들에게 무시당해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홍엽을 데리고 단주(端州)로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단주 시절 이웃들은 이미 대부분 죽었고 사인은 불분명한데 어떤 사람이 몇 달간 밖에 나가 있어서 살아남았고, 이 그림은 그 사람이 묘사한 대로 화가가 그린 겁니다.”“그 사람들은 누가 죽인 거죠?” 원경릉이 물었다.“아마 독고겠죠. 독고가 그들을 찾아내 단주 이웃을 죽이고, 홍엽의 어머니를 죽였던 겁니다. 어머니는 아주 처참하게 죽었는데 시신은 말할 것도 없고 죽기 전에도 상당한 고통을 당했을 겁니다. 시신이 토막이 나 있는 걸 홍엽이 직접 목격했죠. 독고가 홍엽을 잡아 다가 억지로 보게 했다고 합니다. 배반한 사람의 마지막을 똑똑히 보고 기억하라는 거죠. 그때 홍엽은 14살이었을 겁니다. 엄마를 구하고 싶었지만 결과 독고의 채찍에 맞고 얼굴에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다고 해요. 평소엔 분으로 가리고 있지만.”원경릉은 홍엽이 왔던 그날을 떠올리고 얼굴에 확실히 흉터가 한 줄 있었지만 당시는 우문호를 흉내내서 일부러 그린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 흉터는 예쁘장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눈에 확 띄어서 위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원경릉은 부들부들 떨렸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신의 14살 된 아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자신의 어머니를 보게 하다니, 상상할 수가 없다. 너무 잔인하다. 소년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이리 나리는 계속, “홍엽의 어머니가 죽은 후 독고는 늑대 두 마리를 끌고 와서 홍엽 앞에서 늑대에게 어머니의

  • 명의 왕비   제 1901화

    원숭이“3000? 다시 말해 제일 약했다는 말인가?” 우문호가 물었다.“맞습니다. 그와 같은 자는 들어온 첫날 죽죠.”“그자는 첫날 죽지도 않았고, 오히려 살아서 나왔잖아.” 열 몇 살 꼬맹이가 그 잔혹한 곳에서 2999명의 자신보다 강한 사람들을 거듭 이기며 마지막까지 살아 남다니 보통 상식으로는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그자를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첫 달에 500명을 죽였으니까요, 그는 몇 번 공격을 당했지만 전부 도망갔고, 싸울 때마다 강해져서 처음에는 무공을 잘 모르고 그저 도망치기 바쁘더니 나중에는 다른 사람과 대전을 하고 마지막엔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들이 전부 그의 손에 죽임을 당했죠. 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우문호가 이해되지 않는 게, “늑대골에서 누가 그에게 무술을 가르쳐 줬다는 거지?”“가르쳐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다른 사람을 죽이지 못해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요, 누구든 가차없이 죽이는 마당에 무공을 가르치는 건 말도 안됩니다. 하지만 그자는 늑대골에서 무공을 배운 게 틀림없어요. 어두운데 숨어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어깨너머로 훔쳐 본 거죠. 무공이 조잡한 게 저도 그와 한번 겨뤄본 적이 있는데 원래는 금방 이길 뻔 했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뛰쳐나오는 바람에 그걸 구하느라. 그 뒤로 다시는 그를 이길 기회가 없었습니다.”“원숭이요?” 원경릉은 갑자기 가슴이 방망이질 하며, “원숭이가 그자를 구했다고요?”“네, 그자는 원숭이가 한 마리 있는데 우리가 늑대골에 있을 때 먹고 마시는 건 늘 부족해 매일 굶주렸기 때문에 살인 외에도 사냥을 해야 했어요. 그 원숭이는 원래 중상을 입고 그자 손에 떨어진 건데 그가 뜻밖에도 먹지 않고 길렀죠. 그자가 원숭이를 길러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들었죠. 목적은 당연히 그 원숭이를 먹기 위해서고요, 끝까지 못 먹었지만.”“그 원숭이는?” 원경릉이 다급하게 물었다.훼천이, “마지막에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늑대골을 떠날 땐 원숭이를 안 데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 명의 왕비   제3174화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 명의 왕비   제3173화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