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의 결정냉정언이 물러나오다 다시 고개를 돌려, “폐하, 안왕 전하 쪽에 넌지시 암시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쓴 웃음을 지으며, “그럴 필요 없어, 권세에 유착하는 건 그 녀석 본능이야, 기회만 있으면 절대로 놓칠 리 없어. 네가 사람을 시켜 넌지시 암시를 주면 오히려 그 녀석의 경계심을 불러 일으키고 말아. 아들은 아는 건 아비만한 자가 없네. 이렇게 하도록 해.”냉정언이 예를 취하고 물러나왔다.태상황의 병이 위중한 가운데 구사가 큰 무리를 이끌고 황실별장으로 모셔다 드린 후, 바로 초왕부로 가서 이 일을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는 과연 벽력같이 화를 내고 바로 입궁해서 명원제를 만나고자 했으나 명원제는 대신들과 회의 중이라 우문호를 밖에서 기다리게 했는데, 반나절을 기다려도 명원제를 만날 수 없자 결국 화를 꾹 참고 돌아왔다. 초왕부로 돌아오니 냉정언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우문호가 반나절이나 바람을 맞아서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는 상태라 냉정언을 서재로 억지로 데리고 들어가, “자네가 한 그 말 안 믿어, 자네와 아바마마께서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냉정언이 마치 그가 이런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 “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상관없어. 이건 확실히 폐하 뜻이니까. 이번에 온 건 다시 한 번 말해주기 위해서야. 지금은 태상황 폐하시지만 다음은 누가 될지 몰라, 최대한 빨리 사직해, 오늘 폐하께서 태자비가 새벽에 나가 밤중에 귀가하니 세자들을 양육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세자 저하분들을 입궁시켜 황후와 황귀비가 함께 키우는 게 낫겠다고 하셨어.”우문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정언, 사실대로 말 안 하냐,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아바마마는 그런 분 아니셔. 둘이 도대체 무슨 꿍꿍인 거야?”냉정언이 우문호에게 예를 취하고, “이로써 할 말은 끝입니다!”냉정언이 와서 고작 이따위 사이비 같은 소리나 지껄이니 우문호가 화가 안 나고 베기나?2~3일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다. 궁에서
우문호가 생각하는 원경릉저녁 수라를 들고 우문호는 원경릉과 마당을 산책했다. 이렇게 추운 날은 보통 잘 나오지 않지만 속이 시끄러워서 가만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원경릉은 초왕부에서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계절의 순환을 3번 봤다. 요즘 너무 바빠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었던 관계로 가만히 앉아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했다.부부는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걷는데 바람이 갑자기 멎더니 마당 풍등에 불이 들어오면서 나무를 어렴풋이 비추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작은 징검다리를 걸으며 연애하는 기분을 느꼈다.둘이 결혼할 때를 원경릉은 겪어보지 못했다. 비록 몸의 원래 주인에게 인상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의 기억이고 그 뒤에 서로 사랑해서 같이 있고 아이를 낳았다. 결혼 후의 생활은 이렇게 일상이 되어 허겁지겁 달려오다 보니, 이렇게 멈춰 서서 소곤소곤 얘기할 일이 거의 없었다.호숫가에 서자 호수 표면은 이미 얼어서 풍등이 걸리지 않았고, 호수 표면에 반딧불이가 어른거리는 데 우문호는 원경릉을 품에 안더니 바람에 차가워진 볼에 키스하고, “만약 우리가 요부인이 전에 살던 그런 집에 살고, 보통의 음식을 먹고, 더이상 잘 만든 간식이나 귀한 요리 없이, 주변에 잔뜩 있던 하인 없이도 당신은 계속 나를 따라올 수 있어?”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풉’하고 웃으며, “뭐? 우리가 지금 호화롭고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줄 아나 봐? 귀한 요리는 설날이나 되야 맛볼 수 있고, 비단은 모자라지 않지만 거의 다 궁에서 내려 주시는 거에, 금은 보석도 스스로 산 적 없고, 하인들? 난 사실 누가 시중들어줄 필요 없어, 원래 그런 공주과 아니야.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일, 밥하고 빨래하는 거, 아이들 교육, 어수선하고 정신 사납겠지만, 뒤죽박죽한 집안꼴이 사람사는 맛이고 생활이지 안 그래?”우문호가 웃으며, “보통의 힘든 날이 꽤나 기대되는 것처럼 말하네.”“그런 날이 싫어?”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모르겠어, 그런 적이 없으니까. 좋을지 어떨
비장한 아침 조례두 사람이 해가 뜰때까지 여러 화제로 얘기하고 여러 일을 토론했는데 거의 원경릉이 얘기하고 우문호는 들으며 말다툼 한마디 없었다.5경(새벽3시~5시)이 되자 멀리서 닭이 울고 개가 짖는데 하늘은 아직 밝아오지 않았지만 오늘 할 일이 이미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원경릉이 직접 우문호의 조복을 챙겨주며 막 자란 수염을 깎아 주고, 관을 묶고 금과 옥으로 만든 허리띠를 둘렀다. 태자 조복에 수 놓인 승천하는 용그림이 한층 더 늠름하고 고귀해 보인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가볍게, “됐어, 이렇게 예쁘게 할 필요 없어, 오늘이 마지막으로 조복을 입은 건데 뭐.”“그럼 한층 더 위풍당당해야지.” 원경릉이 훤칠한 우문호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자태가 멋진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게 상당히 으쓱했다.우문호가 웃으며 한탄하는데, “뭐가 이렇게 비장해? 괜찮아, 아바마마께 노여움을 산 게 한두 번이야. 전에 미움을 산 적이 얼마나 많은데.”“그래. 걱정 마, 만약 아바마마께서 진짜 벌을 내리셔도 우리 가족 다섯식구가 도망가면 그 뿐이야.”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가장 큰 위로를 선사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코끝이 시큰하기도 하고 감동이 되기도 해서, “이생에 당신을 아내로 맞은 게 내 최고의 행복이야.”“나도 그래!” 원경릉이 따스하게 웃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안고 키스하며 제 딴에는 유머라고, “날 아내로 맞으면 안되지, 당신은 나한테 시집온 거야.”원경릉이 다리를 걷어차며 허리를 굽히고 웃더니, “쪼잔한 녀석, 어서 가, 시간 다 됐어.”우문호가 웃으며 나가고 입구에 다다르자 원경릉을 한참 바라보고 뒤를 돌더니 미소를 거두고 엄숙하고 장중한 표정이 되었다.원경릉은 그가 가는 모습을 보고 얼굴에 미소를 거두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여기서 나간다 해도 어찌될지 몰라 마음속으로 사실 걱정이 되는 것이,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온 가족이 달아나는 건 거의 불가능한 게, 금군이 성을 봉쇄할 텐데 어디로 도망갈 수
태자에게 내린 벌“전하 그 입 다무십시오!” 주재상이 앞으로 나와 태자의 입을 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최근 황제의 비정상적인 태도를 조사중에 있는데 태자가 이렇게 충동적일 줄 몰랐다.명원제의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져 눈에서 분노가 움찔거리는데 손을 들어 조당에 비난을 진정시키고 차갑게, “세 번째는?”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명원제를 똑바로 보더니 어금니를 악물고, “세번째는 청이 아니라 죄를 묻는 것입니다. 폐하께 감히 여쭙건 데 선조께서 북당 왕조를 여신 이래 지금까지 계속 인과 효를 치국의 이념으로 삼아왔고, 헌제께서는 더욱 효의 모범이 되셨습니다. 지금 태상황 폐하께서 중병을 앓으시는데 왜 태자비가 가서 진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까? 폐하께서 태상황 폐하의 치료를 질질 끌어 시기를 놓친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문부백관 앞에서 해명해 주셨으면 합니다.”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일부 나이든 신하들이 흥분해서 줄 밖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폐하, 태자 전하의 말이 사실입니까? 태상황 폐하의 병이 위중하신 지요?”여론이 밀물처럼 명원제에게 들이닥치고 명원제의 얼굴에 분노와 음침한 기운이 교차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살기가 느껴졌다.우문호가 단숨에 말하고 나니 아바마마의 분노와 신하들의 비방을 앞에 두고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안했다.주재상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같이 꿇어앉아, “폐하, 태자비 마마께서 태상황 폐하를 치료하실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재상이 이렇게 말하자 많은 신하들이 덩달아 꿇어 앉아 같이 주청을 드렸다.조정 신하들의 목소리가 명원제를 뒤덮으니, 높은 자리에 올라 지극한 위세를 가졌음에도 한없이 약하게 보였다.그리고 모두가 주시하는 가운데 명원제가 일어나 자리를 뜨자, 목여태감이 ‘퇴청하라’고 급하게 말하고는 얼른 따라 나갔다.명원제가 가고 한 무리의 신하들이 우문호를 둘러싸고 태상황의 상태를 물었는데, 우문호는 자세한 말을 하지 않고 무리가 둘러싼 가운데 대전을 떠났다.
긍정적인 눈우문호가 막 궁을 떠나는데 주재상 마차가 궁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주재상이 사람을 시켜 우문호를 가로막더니 마차에 오르게 했다.마차 가리개를 내리고 주재상이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너무 충동적이셨어요. 이렇게 하시면 폐하의 체면을 상하게 하십니다. 그리고 아들 된 자가 대전에서 아버지께 불효의 죄를 묻다니 이 무슨 어이없는 경우입니까?”우문호가, “재상, 경솔한 건 알지만 며칠간 미치고 팔짝 뛸 뻔했습니다. 황조부의 병세가 낙관적이지 않아요, 반드시 빨리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재상이 한숨을 쉬며, “이제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관직을 잃고 금족령에 처해지셨으니 그동안의 고생이 다 헛수고가 되었습니다.”우문호가 웃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적어도 이 태자라는 지위는 남아있지 않습니까.”“이렇게 가다가는 조만간 입니다.” 주재상이 걱정하며 말했다.우문호가, “재상도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이 일은 재상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으니까. 오늘 내가 조당에서 이렇게 아바마마께 대들었는데 보기엔 진노하신 것 같지만 엄벌에 처하지 않으시고 삭탈관직에 불과하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아바마마께서 정말 벽력같이 크게 노하셔서 저에게 완전 실망하셨으면 이정도로 그칠 수 있겠어요?”“뭘 어떻게 더해요? 삭탈관직입니다.” 주재상은 도무지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았다.“삭탈관직이라지만 경조부 부윤으로 누구를 앉힌 게 아니고 일곱째에게 경조부를 이어받게 하셨어요, 다들 알다시피 일곱째는 제 사람이니 대권은 아직 남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재상이 놀라며, “전하의 말씀은?”“이건 어쩌면 다른 속내가 있는 거죠!” 우문호가 갈수록 확신이 섰다.주재상이 의심스럽다는 듯, “속내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재상은 아바마마께서 황조부에 대한 태도가 왜 이렇게 돌변했는지 의심한 적이 없습니까?”“의심했었지요……” 재상이 잠시 망설이더니, “하지만 전체를 관망해 보면 폐하께서 이렇게 크게 연극을 하실 필요가 없어요. 당장 어떤 일이
태상황을 찾아 별장으로“당신이랑 같이 못 가, 난 금족령이라. 하지만 안심 해, 며칠 있다가 몰래 당신을 찾아갈 방법을 생각해 낼 테니까.” 우문호가 말했다.“괜찮아, 집에서 애들 잘 봐, 느긋한 나날도 즐기고, 곧 연말이잖아? 집 안팎으로 일이 얼마나 많은데, 탕대인 도와서 일 좀 분담해.”“그래!” 집안일이야 식은 죽 먹기지.원경릉이 밤새 만아와 희상궁을 데리고 별장으로 갔다. 별장에 도착하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태상황은 별장의 동난각에 모셔졌는데 온돌이 있어 아주 따듯하게 군불이 들어와 있었다.상선이 직접 나와서 맞으며, “태자비 마마께서 오시길 고대하고 있었습니다.”“태상황 폐하는 어떠세요?” 원경릉이 발을 구르며 몸에 눈을 떨어냈다.“어젯밤 밤새 기침을 하시고 여전히 숨을 잘 못 쉬세요.” 상선이 얘기하며 원경릉을 데리고 들어갔다.푸바오가 안에서 달려 나와 원경릉의 발을 맴돌며 계속 따라오는데 원경릉이 허리를 숙여 안고, “푸바오 착하네, 주인을 모실 줄도 알고.”“푸바오가 어찌나 착한지, 태상황 폐하께서 아프신 요즘 계속 곁을 지키며 저녁에도 밖에 나가서 자지 않아요.” 상선이 말했다.상선이 가리개를 젖히고 작은 목소리로, “태자비 마마, 들어오세요, 태상황 폐하께서 막 잠 드셨습니다.”원경릉이 푸바오를 내려놓고 살금살금 들어갔다.안은 따듯했고 용연향(龍涎香)을 피워 놓았는데, 향이 차고 맑아서 답답할 때 맡으면 상쾌해 진다.태상황은 침대에 누워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있었다. 얼굴은 푸르뎅뎅하며 졸음에 겨운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기엔 막 일어난 것 같다.원경릉이 온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고는 천천히 일어나 쉰 목소리로, “왔느냐!”호흡은 여전히 가빠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데 힘이 들었다.원경릉이 약상자를 들고 가서 침대 곁에 반쯤 무릎을 꿇고, “왔어요!”침대에 누워 있는 이토록 연약한 노인이라니, 원경릉은 명원제가 도대체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태상황의 병을 이용한 점은 용서할 수 없다.마음이 아려
호흡기 치료원경릉이, “기관지를 확장해 주는 거예요. 금방 좋은 거라는 걸 아실 거예요. 일단 누우세요. 검사 좀 하게요.”태상황이 투덜투덜거리며, “뭐 다 좋은 거래.”하지만 역시 시키는 대로 눕자 원경릉이 청진기를 꺼내는 것을 보고 상선이 와서 태상황 이불을 걷어주며, “심장소리 들으시게요?”“심장소리도 듣고, 폐소리도 듣게요!” 원경릉이 청진기를 귀에 걸고 가슴 쪽에 붙이고 소리를 듣더니, “돌아누우세요, 등을 저한테 향하시고.”태상황이 말 대로 몸을 돌려 등쪽 소리를 듣게 하면서도 입으로 구시렁구시렁, “하여간 전보다 좋아졌어, 숨이 어찌나 차던지, 넌 이거만 듣고 알 수 있어? 의원 일지는 안 봐도 되고……”“숨 쉬세요, 크게 숨 들이쉬세요.” 원경릉이 말을 잘랐다.태상황이 얼른 원경릉이 시키는 대로 깊이 숨을 들이쉬고 멈췄다.“숨 쉬세요!”“힘껏 숨을 들이쉬시고……좋아요, 내쉬세요……”“상선, 종이 두 장만 가져다 줘요!” 원경릉이 청진기를 넣고 상선에게 말했다.상선이 바로 화선지 두 장을 가져와서 원경릉에게 전하며, “먹을 갈고 붓을 준비할까요?”“아뇨, 태상황 폐하를 일으켜 주세요!” 태상황이 기분 나쁘다는 듯, “언제는 누우라고 했다가 언제는 또 일어나라고 하고, 좀 그만 하면 안돼?”“어르신 조용!” 원경릉이 청진기를 놓고 체온계를 꺼내 상선에게 주며, “어떻게 넣는지 아시나요?”“압니다!” 상선은 원경릉의 진료 방식을 정확하게 알아서 바로 태상황 폐하의 겨드랑이에 끼워 넣고, “태상황 폐하 잘 넣고 계세요. 떨어뜨리지 마시고, 떨어뜨리면 다시 하셔야 됩니다. 태자비 마마께서 엄격하세요.”“이거 너무 차.” 태상황이 구시렁거리며 불만이 가득하다.“조금 있다가 전력을 다해서 힘껏 이 종이를 부세요.”“무슨 놀이야?” 태상황이 영 떨떠름하다.“시키는 대로 하시면 돼요!” 원경릉이 앉아서 태상황의 팔을 누르고 종이 한 장을 원통으로 말아서, “방금 약을 들이마신 것처럼 그렇게 입술을 이 통에 대시고 최대한의 힘으
금연 금주일련의 검사가 귀찮았지만 태상황은 그래도 버텨주었다.미열, 37.3도, 폐에 숨이 잘 안 통함, 두번의 약 흡입 후 연습, 하지만 결과는 이상적이지 않음.원경릉이 어의의 치료일지를 본 뒤, 별장에 어의가 따라와 있으므로 불러서 자세히 물어봤다.천식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실제로 천식이 비교적 심하고, 경미한 호흡쇠약도 있으며 폐기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폐기종의 합병증으로 심장질환이 올 수 있어 상당히 까다로운 병이다.기도에 약을 쓴 뒤 상황이 개선되었으나, 아주 이상적이지는 못해서 원경릉은 항염과 천식 완화를 위해 아미노필린을 투여했다. 적어도 태상황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상선, 몇 가지 설명할 게요, 잘 기억해 주세요.” 원경릉이 투약을 마치고 상선에게 말했다.“태자비 마마 말씀하세요!” 상선은 태상황이 이제 그토록 심하게 기침하지 않자 기쁜 나머지 얼른 말했다.“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드시면 안됩니다. 푸바오는 정기적으로 목욕을 시키고 털을 빗겨 줘야 해요, 그리고 태상황 폐하를 노하게 하면 안됩니다. 또 제일 중요한 건 술과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해요. 반드시!”“웃겨!” 상선이 아직 말도 하기 전에 태상황이 흥분해서 일어나, “이 나이 먹도록 좋아하는 게 딱 두가지인데 금지하면 사는 게 사는 거야? 이 나이에 올해 안 죽으면 내년에 죽는 거지.”원경릉이 눈을 흘기며 상대하지 않고 여전히 상선에게, “제 말 대로 하면 됩니다. 지금 가셔서 폐하의 담뱃대를 태우시고 술은 따라버리거나 시위에게 내려주세요. 한방울도 안됩니다. 한 모금도 피우시면 안되고요.”“감히? 네가 모반을 꾀해?” 태상황이 사랑하는 담뱃대를 건드린다는 소리에 바로 이불을 걷고 베개를 집고 흥분해서, “감히 과인을 건드리면 머리를 날려버릴 줄 알아.”상선이 난감해 하며 원경릉에게, “그……그게 사실 어려운데요?”원경릉이 얼굴을 굳히고 차갑게 태상황을 바라봤다.태상황도 마음속으로 움찔해서, “피우지 말라고 해도 부수면 쓰나, 그
체온을 측정해 보니 무려 40도였다.“고열이오. 또 다른 증상은 없소?”원경릉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 병까지 든 다섯째가 안쓰러워졌다.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소. 그저 재채기 몇 번에 조금 어지럽고, 코가 막히며 목이 약간 찌릿한 정도네. 별일 아니네.”원경릉은 서둘러 청진기를 꺼내 심장과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비를 맞아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듯했고,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였다.그녀가 말했다.“해열제를 먼저 먹고 주사를 맞은 후, 푹 자고 나면 내일 괜찮아질 것이오.”그녀는 해열제를 찾아내자, 서일이 바로 물을 준비해 왔다. 우문호는 해열제를 삼킨 뒤, 바로 물을 마셨다.이는 그가 약을 먹을 때 늘 하는 습관이었다.원경릉은 주사기를 꺼내 약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주사기를 손에 들자마자, 우문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꼭 이걸 맞아야 하오?”“주사를 맞으면 빨리 낫습니다. 바쁘다 하지 않았소?”원경릉이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우문호는 약은 한 움큼씩 먹을 수 있는 반면, 주사는 몹시 무서워했다.옆에서 서일도 말을 보탰다.“아프지 않습니다. 금방 끝날 겁니다.”“근육 주사가 제일 빠르오. 정말 안 아플 거라네.”원경릉이 웃으며 덧붙였다.우문호는 바쁜 나랏일을 떠올리며 더 이상 아프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주사의 아픔을 참기만 하면 내일 나은 몸으로 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좋소. 그럼 빨리 낫게 두 대 놓으시게!”우문호가 용기를 내어 웃으며 말했다.“마마…!“그때 밖에서 녹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쥐들이 갑자기 우리를 부수고 탈출했습니다. 궁녀를 시켜 잡았지만, 두 마리나 놓쳐 버렸습니다.”원경릉은 쥐들이 대나무 우리를 부술 정도로 강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급히 주사기를 약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다섯째, 조금 있다가 돌아와서 다시 주사 놓겠소.”그러자 우문호
이 약은 사실 원경릉이 맡은 프로젝트가 아닌, 그녀의 실험실에 있던 다른 전문가팀이 진행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전문가가 뜻밖의 사고로 행방불명이 되면서 양여혜가 그녀에게 팀을 이끌고 연구를 이어가도록 했다.원경릉은 연구 단계에 처한 약을 약상자에 넣어 가져온 후 실험용 쥐에게 주사했다. 그녀는 궁에 간단한 실험실을 마련해 실험용 쥐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기본적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심도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현대로 돌아가야만 했다.부부는 각자의 일로 바삐 보내며, 이삼일 동안 식사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전형적인 바쁜 부부의 모습이었다.며칠 밤을 상의한 끝에 우문호는 과거시험 문제를 정하고 주 시험관을 명했다. 그리고 천제를 올려, 이번 과거시험에서 나라에 유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늘에 기원했다.그렇게 천제 의식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의식은 중단되었다. 제단 위에 있는 우문호와 대신들은 비에 흠뻑 젖었지만, 의식을 끝까지 마쳐야 했다. 천제를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비를 맞은 탓에 연신 재채기 했다.그는 궁으로 돌아가자마자 녹주가 끓여준 생강차를 연거푸 두 그릇 마셨다. 원경릉이 아직 돌아오지 않자, 우문호는 다시 어서방으로 가서 내각에서 올린 상소문을 검토했다. 내각에서 올리는 상소문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문제는 냉정언이 먼저 확인한 후, 바로 처리했다.자시까지 바삐 보내고 난 후, 우문호는 몸 상태가 점점 이상하고 어지럽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문턱에 앉아서 졸고 있는 목여 태감을 보며, 그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버거움을 느꼈다.황위에 오른 후, 우문호는 거의 아픈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연달아 밤을 새우고 비까지 맞은 데다 환절기에 찬바람을 맞으니 감당하기에 더욱 어려웠다.하지만 우문호는 일을 마저 처리하려 억지로 애를 썼다.목이 조금 말랐지만, 목여 태감을 깨우기 귀찮아진 그는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을 이어갔다. 상소문을 보자마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었다.“참, 아이들과 그룹… 채팅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계란이가 이 일을 안다고 한 적 있소?”“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소.”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나도 들어갈 수 있소?”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 안 될 것이오. 그룹 채팅은 단지 별칭일 뿐, 당신이 현대에서 본 통신 앱과 같은 것이 아니오. 우리는 의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당신은 함께할 수 없소.”“그렇군.”우문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원경릉은 그가 조금 서운해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안고 말했다.“당신도 참. 지금까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당신한테 숨긴 적 없이 모두 말해줬으니,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계란이가 모르고 있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는 것 뿐이라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계란이는 아직 사내를 좋아할 나이가 아니오.”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의 노파심으로 인해 작은 문제도 크게 보기 마련이었다.이 드넓은 세상을 아이들이 마음껏 탐험하는 것은 괜찮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속상해할까 봐 늘 걱정이었다.한편, 요즘 다섯째는 과거시험으로 인해 바쁜 일상에 조금 지쳐 있었다.과거 시험장은 항상 부정행위로 난무하는 곳이었다. 과거로 인재를 등용하려는 조정의 목적과 달리, 일부 관리들은 그저 돈 벌 기회로 여길 뿐이었다.그래서 지금 주 시험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지난해까지는 냉 수보가 항상 주 시험관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시험관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이 일로 우문호는 3년에 한 번씩 화를 내곤 했다.올해 냉 수보는 주 시험관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하고 이 직책을 내려놓았다.최근 새로운 세금 제도를 추진하느라 바쁜 터라, 주 시험관직까지 겸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우문호가 직접 시험관 선발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북당
택란은 순간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보답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기에, 란이라는 자의 언니와 몇 년을 함께 보내며 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어쨌든,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 은인의 언니와 결혼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고, 다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그가 왜 그 란이라는 사람이 정말 자신의 은인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데려갔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일을 맡은 부하가 임무를 대충 하며 거짓말을 꾸며냈으니, 어린 황제가 그 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은혜 때문에 섣불리 믿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어린 시절의 감정이 가장 순수한 법이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오직 발전만을 목표로 합니다!”주 아가씨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감정 문제는 공주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아직 어리기도 하기에 혼담은 스무 살까지 미뤄도 늦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처럼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한편,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냉명여가 짐을 싸는 택란을 보며 물었다.“누나, 멀리 가는 것입니까?”“금국 량주에 다녀오려고 한다.”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그러자 냉명여의 눈이 반짝였다.“량주요? 그럼 나도 데려가면 안 됩니까? 량주에 변신술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가고 싶으냐? 그래.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말을 잘 들어야 한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잘 듣겠습니다! 꼭 약속하지요!”냉명여가 급히 다짐했다.“좋다. 그럼 가서 짐을 싸거라. 내일 출발할 것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택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냉명여는 기쁜 얼굴로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이를 본 주 아가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데려간다니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귀찮게 굴지 않을까요?”“괜찮소. 지금 아직 어리니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하오. 계속 저택 안에만 두면 아무것도 스스로 못하는 아이로 자랄 뿐이네. 그건 냉 대인과 홍엽 아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