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97화

작가: 나설희
"민이를 데리고 가요."

육청호가 다시 말했다.

소이연은 육청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이를 보고 싶으시며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 장안시든, 외국이든 제가 어떻게든 민이를 데리고 뵈러 갈게요.”

육청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 잘 챙기세요.”

소이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인사하고 육청호의 서재에서 나왔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육민은 이미 얌전히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육민의 맑고 우렁찬 목소리가 소이연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육민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애틋한 존재였다.

"이제 엄마랑 같이 살 거야, 알아?”

"알아요, 아빠가 새엄마랑 결혼하면, 엄마랑 같이 살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는 새엄마랑 결혼 안 했잖아요."

육민이 혼란스럽다는 듯 물었다.

"아빠가 뭐 잘못했어요? 왜 다른 사람에게 잡혀갔어요?”

소이연은 마음이 아팠다.

육민은 겨우 6, 7살 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아이는 어른들의 일을 걱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걱정 없는 어린 시절이어야 한다.

"걱정하지 마, 아빠한테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빠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육민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빠는 아무 일 없을 테니까, 아빠가 우리 곁에 없는 동안 엄마를 잘 돌보라고 했어요.”

소이연의 눈이 살짝 붉어졌다.

이렇게 철이 든 육민을 마주하고 있으니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 울지 마요. 난 이제 남자니까 엄마를 잘 돌볼 거예요."

육민은 작은 손으로 소이연의 뺨을 감싸고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무슨 일이 있어도, 전 엄마 옆에 있을 거예요.

다시는 엄마 옆에서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래."

소이연은 감정을 추슬렀다.

그녀는 일어나서 육민을 데리고 떠났다.

그녀가 떠나면서 뒤를 돌아보자 육민도 소이연을 따라 돌아섰다.

2층 발코니에 휠체어에 앉아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육청호의 모습이 보였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498화

    많은 회사가 앞다퉈 입찰에 참여했다. 소이연도 그중 하나였다. 육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그녀는 원래 관심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육민에게 뿌리를 남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한 번의 작은 불길이 다시 타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심문헌과 협력하고 있었다. 심문헌은 육씨 가문의 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소이연에게 자금을 대주며 지금 어떤 계열사를 인수할 것인지, 어떻게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대화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심문헌은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내부 소식을 전했다. 좋은 마음으로 그렇게 해주는 것 같았다. 소이연은 심문헌이 항상 모든 소문을 물어 다 준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여자 같은 그를 의심했다니…… "며칠 뒤면 심아윤의 새 결혼식 소식이 있을 거예요.” 심문헌이 말했다. 소이연의 한쪽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전에 심문헌은 심아윤이 곧 심씨 가문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육현경의 사건은 아직 재판도 시작 안 했는데, 또 결혼한다는 것인가? "상대는 누구예요?” 소이연은 물었다. 전에도 심문헌에게 물었지만, 그는 모른다고 대답했었다. 심문헌은 보통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기에 그녀에게 숨기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서울 천씨 가문이에요.” 심문헌이 말을 한 뒤 멈췄다. 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전국 4대 명문 가문 중 최고의 가문. 천씨 가문에 비하면 심씨 가문도 그저 하위 가문에 불과했다. 그들은 단번에 천씨 가문에 올라탔다. 이런 행보는 확실히 심씨 가문의 업무 스타일과 매우 어울렸다. 육현경이 그렇게 되었으니 분명 더 나은 가문을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심씨 가문은 체면을 잃을 것이다. "위협을 느끼지 않아요? 소이연은 심문헌에게 물었다. 그동안 정치인들을 만나 독과점을 시도했던 심태섭이 더 막강한 세도가에 올라타면 더욱 쉽게 심태정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499화

    소이연은 사실 계속 심아윤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 두 달 동안 아무런 일이 없는 것이 오히려 그녀를 더 조마조마하게 했다. 심아윤이 언제 또 어떤 사악한 수작을 부릴지도 모른다! 심문헌의 말을 들은 그녀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적어도 심아윤이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안전할 것이다. 소이연은 심문헌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소이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심문헌이 붙여준 경호원 네 명을 데리고 구치소로 갔다. 육현경은 눈에 띄게 말라 있었다. 구치소에 들어간 후부터 하루가 다르게 여위고 있었다. 비록 그녀가 그를 만나러 올 때마다 그는 웃음을 지었지만, 그가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보지 마. 내가 지금 얼마나 못생겨 보이는지 알아.” 육현경은 무력하게 말했다. 죄수복을 입은 그의 머리는 짧았다. 물론 그가 육씨 가문의 큰 도련님일 때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소이연은 시선을 돌렸다. 육현경이 못생겨서가 아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이 아플 정도로 말라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위장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평소에 잘 관리했기 때문에 쉽게 재발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위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그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육현경은 자신이 이런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후회하지 않았을까? "네 할아버지께서 육씨 그룹을 매각하셨어." 소이연은 그에게 소식을 전했다. "알고 있어.” 육현경은 말했다. “들어오기 전에 할아버지께 나무가 크면 바람이 불기 마련이라고, 상황을 이용해서 육씨 그룹을 매각하는 것이 육씨 가문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렸어.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를 더 이상 아무도 주시하지 않아.” "아쉽지 않아?” 소이연은 일념으로 물었다. 이렇게 열심히 일궈 놓은 큰 가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돈만 있으면 돼. 풍경을 즐겼으면 됐어."육현경은 아쉬워하지 않으며 말했다. 육청호는 모든 것을 놓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500화

    처음부터 끝까지 심아윤이 그를 좋아했을 뿐이다. 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두운 일을 많이 하고도 그녀의 일편단심 진심 어린 사랑은 땅에 떨어졌다. 육현경은 정말 그녀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말 조금의 측은함도 없는 것일까?! "있지만 많지 않아." 육현경은 자기 생각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심아윤은 여러 번 너를 죽일 뻔했어. 난 못 본 체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그녀는 널 정말 사랑했어......” "나보다 네가 더 중요해." 그를 겨냥하고 일을 꾸미는 것은 봐줄 수 있지만, 그녀를 겨냥하는 것은 봐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소이연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육현경에게 감동하였다. "왜, 내가 심아윤에게 잘해주길 바라는 거야?" 육현경이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온몸에 살이 빠져 허약했지만 여전히 난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든 가산이 다 팔릴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소이연이 대답했다. "응?" "확인해 봤어.” 육현경은 입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소이연, 그거 알아? 네 그 속 좁은 생각이 날 정말 기쁘게 해.” “......" 병이 심각하다. 소이연은 육현경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구치소를 나왔다. 구치소를 나오는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다. 12일. 12일 후면 또 어떻게 될까?! 정말 무죄로 풀려날까?! 고통과 긴장의 12일이 흘러갔다. 소이연은 먼저 육민을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엄마, 무슨 걱정 있어요?” 차에 올라탄 육민이 작은 머리를 들고 물었다. "왜?" 소이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침에 요구르트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우유를 줬어요. 나오기 전에 오늘 학교 행사가 있어서 봄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했는데 겨울 교복을 줬고요. 평소에는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말도 많이 하고 웃었는데, 오늘은 아무 말도 없잖아요. 엄마,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육민이 조리 있게 하나하나 설명했다."미안해. 엄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501화

    소이연은 육민을 데려다 주고, 차를 몰고 법원으로 향했다.뒤에는 여전히 4명의 검정 옷을 입은 보디가드들이 따랐고, 그녀는 이미 익숙해졌다.법원 입구를 지키고 있던 기자는 되려 놀라서 감히 다가가지도 못했다.주변을 둘러보고는 뉴스의 열기를 막지 못하고 결국 다가갔다.보디가드는 소이연의 뒤에서 그녀를 보호했다.언론 기자는 1m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인터뷰를 했다.“아가씨 여기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육현경 씨와 특별한 관계가 있으신 겁니까?예전에 어떤 기자가 육현경 씨의 아들 육민 씨와 가까운 관계인 것을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요.”기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심문헌 씨와는 도대체 무슨 관계입니까? 연인입니까?”“심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심아윤 씨와 육현경 씨의 혼약을 깬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기자들은 벌떼같이 몰려와 질문을 해댔다.소이연은 애초에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기자들을 대하니 인내심이 극에 달해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제 사적인 일로 공적 자원을 차지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심아윤과 육현경은 그들의 일이니 저에게 묻지 말아 주세요.”“제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소이연이 잠시 멈칫했다. “저번 제 소송 때 육현경 씨도 왔었으니,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뿐입니다.”말이 끝나자 소이연은 가드에게 그녀를 보호해 자리를 뜨자는 눈짓을 보냈다.“아가씨......”등 뒤 기자들의 외침에도 소이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마음은 계속 육현경의 소송에 가 있었다.법정으로 들어가니, 멀리 송문수와 하도경이 보였다.하도경의 옆에 있는 사람은...... 육가희?!소이연은 인상을 찌푸렸다.송문수와 하도경도 그녀를 보았다.송문수가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오라고 했다.소이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들에게 갔다.첫째로는 일단 그녀가 육현경의 친구들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이 두 사람이 육현경이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그녀가 더 이상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502화

    약간의 조롱도 담겨있었다.소이연의 동공이 흔들렸다.‘이건 서프라이즈가 아니라 공포영화 아니야?!하도경은 예수진이랑 사귀고 있는 거 아니었어?왜 또 육가희로 변한 거야?이게 무슨 상황이야?!’“아직 시작하려면 좀 더 남았어요.” 하도경이 말했다. “나가서 제가 다 설명할게요.”“그래요.” 소이연은 단번에 대답했다.송문수는 흥분한 채 말했다. “너 무슨 일만 생기면 계속 나한테 다 숨기고, 하도경 너 아직 내 친구 맞아?!”하도경은 대답하지 않고, 소이연과 자리를 떴다.“ㅅㅂ!” 송문수는 참지 못하고 심한 욕을 하며 하도경에게 소리쳤다. “친구랑 아내는 속이면 안 되는 거야!”소이연은 이런 송문수가 어이없었다.예수진이 그를 개라고 부르는 덴 이유가 있었다.이름은 잘못 지을 수 있어도, 별명은 잘못 지을 리가 없다.법정 밖으로 나가 복도에 선 하도경이 바로 본론부터 얘기했다. “저 수진이랑 헤어졌어요.”“왜요?” 소이연은 사실 아까부터 예상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저를 좋아하지 않는대요. 수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던 사람은 지원이래요.저한테는 그냥 고마운 마음뿐이래요. 저는...... 두 사람을 돕고 싶어요.” 하도경이 담담히 웃었다.원래 해맑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에게서 지금은 슬픔밖에 느껴지지 않는다.“수진 씨가 지원 씨를 좋아한다고요?” 소이연은 믿기지 않았다.예수진은 애초에 누군가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 아니다.그녀는 기왕 하도경이랑 사귀기로 했으면 계지원에게 아무런 여지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계지원은 지금 교통사고가 크게 나지 않았나?예수진도 알고 있나?예수진이 같이 있는 건가?’“수진이가 행복하면 됐어요. 제가 뭐라고......” 하도경은 슬프게 말했다. “전 아무래도 괜찮아요.”“그래서 지금 가희 씨랑 사귄다고요?” 소이연은 우선 다른 생각은 접어두고 하도경에게 물었다.하도경은 결국 그 생각들에 대한 해답을 주지 않을 것이다. 예수진만이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503화

    소이연은 예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역시나, 자동 응답뿐이었다.하지만 그 응답이 어딘가 이상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주세요.”‘예수진이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고? 예수진이 심지어 원래 번호를 삭제했어?! 예수진, 계지원, 하도경 사이에 뭔가 숨겨진 사실이 있는 건가? 근데 하도경 말은 무조건 진짠데.’비록 접점이 많진 않았지만, 하도경의 성격상 누군가를 속이진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예수진과 하도경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 게다가 예수진이랑 계지원은 또 무슨 일이지? 계지원은 지금 계속 의식이 없는 상태인데, 예수진은 또 갑자기 사라져버렸고......’“이연 씨.”귓가에 하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소이연은 정신을 차렸다.예수진 사건이 갑자기 갈피를 잃어버렸다.“최근에 수진 씨랑 연락한 적 있어요?” 소이연이 갑자기 하지수에게 물었다.하지수는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지금 혼자 여기에 서서 뭐 하고 있는지 물으려던 참이었다.그녀의 상태를 보니 혼란스러워 보였다.‘육현경 때문인가?’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갑자기 예수진에 대해 물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아니요.” 하지수가 대답했다. “요즘 제가 너무 바빠서, 가끔 생각나서 메시지 보내도, 답장도 없고, 시간 나면 전화해 보려고 했는데, 일 때문에 또 못하고 까먹었어요. 왜요? 수진이 무슨 일 있어요?”하지수는 조금 긴장되었다.“수진 씨랑 도경 씨가 헤어졌대요.” 소이연이 말했다.“뭐라고요?! 수진이가 저한테는 말 안 해줬어요!” 하지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왜 헤어졌대요? 수진이 도경 씨랑 잘 지내는 거 아니었어요? 도경 씨가 바람피운 건 아니죠? 진작에 수진이한테 도경 씨 송문수랑 어울리지 못하게 하라고 해야 했는데......”“도경 씨 때문이 아니에요. 수진 씨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지원 씨라고 했대요.” 소이연이 그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하지수가 자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하지수는 속으로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504화

    “곧 시작해요. 들어가요.”“근데 여긴 어떻게 왔어요?” 소이연이 물었다.‘하지수와 육현경 사이에...... 아마 혁명적인 우정 같은 건 없을 텐데.’“공부하려고 견학 왔어요.”소이연은 순간 멍해졌다.하지수가 변호사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지난 소송 때, 늠름하고 씩씩한 그녀의 모습을 잊어버릴 뻔했다.두 사람은 법정으로 들어갔다.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두 사람은 하도경 무리 쪽에 앉았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흘끗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모든 집중력을 법정에 쏟고 있었다.아직 준비 중이었지만 말이다.잠시 후.사람들이 하나 둘 법정에 들어섰다.소이연은 육현경을 보자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그는 더 야윈 것 같았다.너무 야위어서 뼈만 남은 것 같았다.그렇게 키가 큰 사람이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소이연은 애써 감정을 숨겼다.하도경과 송문수도 옆에서 더는 못 보겠다는 듯했다.이렇게 야위어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현경이는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거야? 육씨 가문 사람들은 사식도 안 넣어주나?”송문수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원망 섞인 말투로 말했다.하도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역시 마음이 안 좋아 보였다.“심씨 가문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까, 뇌물을 주기는 힘들 거에요.” 소이연이 설명했다.송문수는 소이연을 흘끗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 육현경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육현경이 피고인석으로 향했다.그는 소이연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고개를 들자 소이연과 눈이 마주쳤다.소이연은 눈에 고인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육현경은 입꼬리를 올려 그녀를 위로했다.“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웃음이 나오나.” 송문수는 안타까워하며 말했다.“조용히 해. 법정에서는 정숙해야지.” 하지수가 고개를 돌려 송문수에게 말했다.아마 말이 너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505화

    하지수는 옆에서 마치 소이연의 감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느낀 듯 말했다.“긴장 푸세요.” 하지수가 말했다. “검사 측 변호사는 그냥 이 안건에 대해 진술을 하는 것뿐이에요. 보통은 전체 안건에 대한 판결을 바꾸거나 영향을 주지 않아요. 검사 측 변호사와 원고 측 변호사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어요.”“원고 측 변호사는 당사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쟁취해야 하지만, 검사 측 변호사는 보통 사실만을 얘기해요.” 하지수가 계속 설명했다.하지만, 만약 공소 측이 사실을 원하지 않는다면?!“일단 지켜봐요.” 하지수는 작은 목소리로 소이연의 귓가에 속삭였다.“만약 정말 불리하게 하고자 한다면 저희는 변호사를 바꿀 생각도 해봐야 해요. 어쨌든 이 안건은 온 세상의 관심사니까 여론을 조성하기에는 충분해요.”소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또 육현경을 바라보았다.육현경은 천우진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사람은 많은 언론 매체나 잡지에도 많이 나왔으니,그녀가 본 적이 있다면 육현경도 분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서로 인사까지 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긴장은 물론 당황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소이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침착함을 유지했다.천우진은 덩치가 크고 잘 생겨서 점잖고 예리한 인상을 주었다.그가 몸을 일으켜 정중앙으로 걸어가 사실 진술을 했다.“2월 13일, 저희 측은 공동으로 제보를 받았습니다. 육현경이 미국에 있던 해, 특히 2018년~2021년, 그가 육씨 그룹 플랫폼의 자금집중과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용의자 장문규, 헌트 스티븐슨과 증권, 선물 거래를 조작하였고, 선물 매매 계약을 통해, 증권, 선물 시장의 거래량과 거래 가격을 조작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83명의 투자자가 아무런 진상도 모른 채 증권 투자를 결정하였으며, 불법 이익액은 약 2.5조입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최대 범죄 그룹 코센이 불법 자금을 세탁하

최신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4화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3화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2화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1화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0화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9화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8화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