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과 육현경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의 눈빛은 복잡 미묘한 듯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침묵이 흘렀다. 그때. 심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내가 먼저 이런 행사를 개최해서 미안해요.” "그래?" 심문헌과 심아윤은 사이가 매우 좋았다. "오래전부터 이연 씨랑 협력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기회를 못 잡아서 정말 속상했는데, 두 분은 마음이 잘 맞아서 다행이에요.” 심아윤은 정말 안타깝다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아윤아, 너무 욕심내지 마. 육 선생 한 명이 여러 사람보다 낫잖아. 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잖아. 날 방해하지 마." 심문헌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심아윤 가족의 탐욕에 대한 비아냥거리는 것이었다. "오빠랑 저는 가족인데 방해를 왜 해요. 오빠와 이연 씨가 협력하게 되어 저도 좋은 걸요. 두 분의 협력을 축하드리는 의미에서 저랑 현경 씨가 술 한잔 올릴게요, 같이 건배해요." 심아윤은 육현경에게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녀는 육현경의 팔을 잡아당겨 술잔을 권하며 애교를 부렸다. 소이연은 덤덤하게 육현경을 보며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심아윤이 그에게 술을 권했지만, 그는 술을 마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의 행동으로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심문헌은 말을 하여 어색한 분위기를 완화시켰다. "육 선생이 아마 소이연 씨가 요 며칠 몸이 불편해서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런가 보다.” 육현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심문헌을 보았다. 심문헌은 보지 못한 척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건배는 하지 말자. 가족끼리 예의 차리면서 건배하면 오히려 남처럼 보이잖아. 오늘 밤은 네가 주인공이라 손님들 접대하느라 바쁠 텐데,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해.” "그러면 오빠 말 들을게요. 그럼 저랑 현경 씨는 이만 손님들께 인사하러 가볼게요.” "그래, 수고해.” 심아윤은 육현경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육현경은 계속 소이연을 바라보았다. 심문헌의
소이연은 찡그린 얼굴로 심문헌을 바라보았다. 심문헌은 태연하게 웃었다. 결국 소이연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심문헌 옆에 서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고위 관리들을 지켜보았다. 물론 소나은도 이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나은이 낙하산이기는 했지만 이런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받은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또한, 그녀가 이곳에 참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주로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나은도 마찬가지였다. 심아윤은 소나은을 철저히 매수하기 위해 얼마의 돈을 써야 했다. 연회장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연회장 안의 불빛이 약해지면서 무대 중앙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모두의 시선이 무대로 쏠렸다. 사회자는 앞으로 나와 진지하고 예의 바르게 개회사를 시작했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도 심씨 그룹의 자선만찬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내에 열렬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격식 높은 연회에 사회를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인기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연예계 톱클래스였다. "이번 연회의 주최자인 심아윤 양이 이 자선 만찬의 개회사를 하시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심아윤이 빨간 드레스를 입고 사회자에게 다가갔다. 사회자가 그녀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다.심아윤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고도 우아하게 말을 시작했다. "제가 자선 만찬은 처음 주최해서 귀하신 내빈 여러분들의 대접이 소홀하지 않았는지 걱정됩니다. 내빈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에게 기회를 주시고 제가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신 할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할아버지의 신뢰에 감사드립니다.” 그 말과 동시에 심아윤은 단상 아래에 앉아있는 심태섭을 향해 허리를 구부려 인사했다. "부모님, 오빠, 제가 능력 키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고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아윤은 다시 고개
"자선 만찬 경매에 앞서 내빈 여러분을 위해 작은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심아윤이 일부러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멘트를 했다.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심아윤은 이어 말했다. "현장에 계신 아름다운 숙녀분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오늘 밤 그분들과의 첫 춤을 경매에 추가할 것입니다. 낙착 금액은 자선단체에 기부될 것입니다.” 현장이 약간 소란스러워졌다. 춤 경매는 처음 들어보았다. 참석자들은 자선 만찬인데 더 많은 돈을 모아 기부하는 것이 중요하지 형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자선단체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과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돈을 기부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자발적으로 무대에 오르실 용기 있는 숙녀분 계신 가요?" 심아윤이 묻자, 무대 아래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참석자둘 중 무대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도 있었지만 체면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심문헌은 소이연의 귀에 속삭였다. "이연 씨가 올라가 보지 않을래요? 제가 기부할게요.” "지금 아파요." 소이연은 심문헌을 빤히 쳐다보며 답했다. 심문헌도 화나지 않았다. 2분이 지났지만, 다들 서로를 바라볼 뿐 아무도 무대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용기가 부족하시다면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심아윤은 분위기를 식지 않도록 재치 있게 말했다."숙녀분들이 어색해하지 않도록 두 분을 뽑겠습니다. 오늘 밤 참석하신 내빈분들은 모두 경매 번호를 가지고 계실 겁니다. 제가 무작위로 두 개의 번호를 부르면, 그 번호를 갖고 계신 숙녀분께서 무대로 올라와 주시면 됩니다. 그 숙녀분의 춤을 경매에 붙이겠습니다.” "좋아요." 누군가가 동의의 목소리를 내자, 많은 사람들도 좋다고 말했다. 심아윤은 무작위로 숫자를 불렀다. ”36번.”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번호를 확인했다. 그 순간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요.” 순간, 참석자들의 시선이 불빛을 따라갔다. 소나은이 노출이 심한 검은색 튜브톱 드레스
"62번 숙녀분 계십니까?" 심아윤이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번호는 모두 남녀로 나누어져 있었고, 남자는 홀수, 여자는 짝수였다. 처음에 번호표를 받을 때, 추첨을 위해 나누어 주는 줄 알았다. 자선 만찬의 분위기 띄우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 준비하고 번호표를 나누어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문헌은 소이연의 번호를 알고 있는 듯했다. "와, 운명이네요!" 심문헌은 조롱하는 듯 말했다. 소이연은 심문헌을 흘겨보았다. 운명? 소나은이 호명되는 순간, 그녀는 이것이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우연이 그렇게 많지 않다. 심아윤이 일부러 그런 것이다. 그녀는 이 행사의 주최자이고, 참석한 모든 사람의 번호표를 알 수 있는 만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 "62번 숙녀분...” "여기 있어요." 심문헌이 대답하며 소이연을 가리켰다. 심아윤은 놀란 척하며 물었다. "소이연 씨?” "네, 맞아요." 소이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정말 인연이 깊네요. 이연 씨랑 나은 씨... 정말 잘됐어요." 심아윤은 즐거워 보였다. "어서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소이연이 입을 다물며 진심으로 역겨움을 느꼈다. 심문헌은 그녀가 망설이자 곁에서 말했다. "정말 내키지 않으면 올라가지 마요...” 소이연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설령 심문헌이 심아윤을 불쾌하게 만든다 해도 심문헌에게는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본래 겉과 속이 다르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육현경의 곁을 지나 무대 위로 걸어갔다. 그 순간, 육현경이 손을 뻗어 소이연을 잡으려 하였다. 소이연은 손을 들어 피했다. 스쳐가는 촉감이 묘하면서도 마음에 남았다. 육현경은 손을 거두며 소이연이 치맛자락을 들고 여유롭게 무대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소나은은 수줍은 모습과 섹시한 몸매로 남자들에게 눈길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소이연이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가는 순간 모든 것이
그녀는 무대 위에서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그럼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진행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두 숙녀분과의 첫 번째 춤을 경매하겠습니다. 먼저 소나은 양부터 하죠. 나은 씨, 이리로 와요.” 소나은도 거절하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무대 앞으로 나왔다. "나은 씨, 자신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심아윤은 마이크를 그녀에게 건넸다. 마이크를 든 소나은은 여전히 수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자선 만찬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는데, 자선 만찬에 참석해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 너무 떨려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오늘 밤은 자선 모금을 마련하는 행사이나, 여러분께서 제가 오늘밤 첫 번째 자선 모금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경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나은은 영리했다. 자신이 소이연 앞에서는 강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선에 대해 언급하고 '첫 번째'라는 말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각계각층의 귀한 대접만 받아온 사람들이었기에, '1'이라는 숫자에 집착이 있었다. 소나은이 말을 마치자 누군가가 가격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4천만 원.” "6천만 원.” "1억.” "1억 6천.” "2억." 한 중년 남자가 패를 들었다. 소나은은 그를 보았다.경매 금액에 기분은 좋았지만 남자의 모습을 보니 내심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속마음을 숨기고 여전히 예쁘게 웃고 있었다. "2억. 2억 나왔습니다. 더 가실 분 있나요?" 심아윤이 물었다. 무대 아래에서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2억." 심아윤이 분위기를 띄웠다. “2억.” "마지막입니다! 2억!” 심아윤이 낙찰액을 확정 지었다. "장 선생님께서 오늘 밤 소나은 양의 첫 춤을 함께 하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또한, 오늘 밤 자선행사의 첫 모금을 해 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장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소나은은 물러서며 장 선생 곁으로 갔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경매가 시작되었다. 연회장 안이 조용했다. 아무도 팻말을 들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소나은은 소이연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마음이 불편했었다. 하지만 지금 아무도 소이연을 위해 팻말을 들지 않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디 계속 고상한 척해보지. 경매가를 부르는 사람이 없으니 얼마나 창피할까! 소나은은 속으로 비웃었다. 심아윤도 속이 후련했다. 사실 그녀는 소이연을 망신 주고 싶어서 참석자들에게 그녀의 경매에 참여하지 말 것을 은근히 부탁했었다. 하지만 소이연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미리 그럴듯한 말을 해서 아무도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 이렇게 낭패를 보게 될 줄 몰랐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당황스럽기는 했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소문이 나면 난감했기에 심아윤은 입을 열었다. "입찰하실 분 없으신가요?” 심아윤은 많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소이연은 오히려 침착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있었다. 아마 오늘 밤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녀는 당연하게 여길 것 같았다. "아무도 입찰하지 않으시면 다음 자선 경매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심아윤은 소이연을 보며 미안한 듯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 “소이연 씨, 정말 감사해요. 무대 아래로 내려가셔도 좋아요.” 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무대에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침착하면서도 여유롭게 드레스 밑단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억!” 갑자기 낮은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팻말을 든 사람은 육현경이었다. 첫 입찰가가 소나은의 다섯 배였다. 기쁨에 젖어 있던 소나은은 몸이 그대로 굳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육현경을 보았다. 육현경은 심아윤과 함께 자리에서 소이연에 입찰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심아윤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심아윤은 이렇게 감정을 숨기는데 능숙했지만 이번에는 안색이 바뀌었다. 육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그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담담한 눈빛의 육현경은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팻말을 계속 들고 있었다. 심아윤은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녀는 이미 곤란한 상황인데 육현경은 정말 조금도 그녀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 심아윤은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귓가에 소이연의 맑고 당찬 목소리로 들렸다. "40억.” 육현경은 말문이 막혔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소이연에게 다시 향했다. 그녀가 왜 자신에게 입찰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면, 그녀 자신이 이 가격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좀 너무 잘난 척하는 것 아닌가? "40억을 제 첫 춤에 입찰할게요." 소이연은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말했다. 연회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소이연의 패기에 모두가 놀랐다. "스스로에게 입찰하지 못한단 말은 못 들었어요. 그렇죠?" 소이연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심아윤에게 물었다. 소이연이 갑자기 입찰가를 부르는 바람에 어리둥절해 있던 심아윤이 정신을 차렸다. 소이연이란 여자는 평소 규칙대로 게임하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소이연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지조차 알 수 없었다. "심씨 그룹이 그동안 해 오신 자선사업을 존경하며, 저도 최선을 다해 인스타에 올려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소이연은 간단하게 말했지만 사실상 육현경과 심문헌의 입찰을 거절한 것이다. "물론이죠." 심아윤은 육현경이 또다시 입찰하기 전에 빠르게 대답했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체면을 지켜야 했다. "이연 씨가 그런 마음이라면 뜻을 존중해 드려야죠. 그럼 이연 씨의 오늘 밤 첫 춤은 스스로 낙찰 받으신 것으로 하겠습니다. 심씨 그룹의 자선 사업에 대한 소이연 씨의 지원에 매우 감사드립니다."심아윤이 먼저 소이연과 악수를 청했다. 의례적인 악수를 나눈 뒤 소이연은 우아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연화장 안에 격렬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참석자들 모두 소이연의 마음에 진심으
소이연은 정원으로 나와 바람을 쐬었다. 마음이 답답해서 연회장에 있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발목이 조금 아파 쉬고 싶었다. 아까 레드 카펫 위를 걷다가 삐끗했었다.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 않았는데 무대에 오래 서있다가 내려오니 참기 힘들었다. 그녀는 뒷마당 의자에 앉아 하이힐을 벗고 발목을 주무르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육현경을 보았다. 빛을 등지고 그가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았기에 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그의 깊은 눈동자는 한눈에 들어왔다. 소이연은 시선을 돌려 계속 허리를 구부린 채 자신의 발목을 마사지했다. 그녀가 마사지를 하고 있자 하얗고 길쭉한 큰 손이 그녀의 작은 발을 받쳤다. "치워." 소이연의 목소리는 작지도 크지도 않았지만 말투는 좋지 않았다. 육현경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듯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발목을 만졌다. 소이연이 아픔을 참으며 이마를 찡그렸다. "육현경!"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가뜩이나 아픈데, 일부러 이렇게 복수하러 온 것인가?오늘 밤 그녀는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의 생각을 거스르고, 자선행사에 참석하러 낙성 시에 왔을 뿐이다. 하지만 왜 무슨 근거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 왜 집에만 있어야 하지? 그녀는 새장에 갇힌 애완용 새가 아니다.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났다. "참아." 육현경은 그녀의 발목을 만져주며 말했다. 소이연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 소이연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육현경이 힘주어 자신의 발목을 비트는 느낌을 받았다. 소이연은 하마터면 육현경의 얼굴을 발로 찰 뻔했다. "육현경, 너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거야?!” 소이연은 화가 났다.그에 대한 인내심 또한 한계에 다다랐다. "좀 나아졌나 봐." 육현경은 그녀가 화를 내든 말든 태연하게 하이힐을 신겨주고 일어섰다. 소이연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발목이 좀 괜찮아
송문수는 깍지를 끼고 있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심장은 더욱 빨리 뛰고 따뜻함은 배가 되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송문수 역시 더욱 세게 손을 잡았다.하지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로, 로비로 들어갔다.그곳에는 문수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문수의 형, 송승우도 앉아 있었다.둘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승우의 눈에는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도발하는 건가? 송문수와 하지수가 일부러 도발을?송문수의 부모님 역시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이 얼마나 바라왔던 일인가.문수의 어머님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시며 말씀하셨다.“얼른 들어와, 지금 바로 저녁 준비하라고 할게.”“네, 엄마.”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어머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도 그런 문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그녀는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게 이렇게도 설레는 일인지 처음 깨달은 듯싶었다.그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송문수와 하지수는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유독 송승우만 얼굴이 굳은 채로 한 술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고생 많았어. 오늘은 특별히 너희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했으니까 많이 먹어.”송문수 어머님은 반찬을 덜어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송문수 아버님도 문수의 업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질문도 하시곤 하셨지만, 문수를 지지해 주시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저녁 식사는 시끌시끌하였다. 송승우만 빼고 말이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혼자만 쓸쓸한 저녁 식사였다.식사가 끝난 후, 수다는 계속되었다. “곧 너의 아버님 환갑인데 난 시끌벅적 크게 보내고 싶은데 어때?”“좋아.” 송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원하는 대로 해. 엄마랑 아빠가 기분 좋은 게 최고
업무를 마친 송문수가 고개를 들자, 하지수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문수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지수?”지수는 화들짝 놀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송문수를 바라보다가 넋이 나간 것이었다.전에는 문수가 멋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멋져 보였다.선명한 옆선, 뚜렷한 이목구비…문수의 얼굴에는 남성미가 흘러넘쳤다.눈에 콩깍지가 씌었나?지수는 마치 첫사랑을 만나기라도 한 듯 심쿵하고 말았다.그녀는 작심이라도 하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더 이상 문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그러고는 용기를 내어 돌아서서 송문수와 눈을 마주쳤다.송문수 역시 지수가,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의 눈길이 오가는 순간, 송문수는 자신이 그녀를 원하고 있음을 느꼈고 그녀를 꽉 끌어안고 싶었다.사무실 분위기는 어느새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었다.그때, 송문수의 전화벨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타오르던 분위기가 천둥번개를 맞은 것처럼 부서지고 말았다.하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한편으론 자신의 일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송문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전화를 받았다.“엄마.”“아직도 퇴근 안 했어?” 전화기 너머로 문수 어머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퇴근하려고.”“기다리고 있을게.”“알겠어.”송문수는 통화를 마치고 하지수한테 말했다.“엄마가 빨리 오라고 하시네.”“그래.”하지수는 가방을 챙기고 송문수랑 같이 퇴근했다.차에 탄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해하고 있었다.평소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업무를 논의하던 두 사람이 오늘은 서로의 눈은커녕 얼굴을 마주보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하지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썼다.송문수도 역시 창밖을 내다보았다.그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뛰기 시작했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가 하지수한테 빠지다니!그녀 앞에만 서면 심장이 고장 날 것만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쓸 필요 없다.”송기명가 담담한 표정으로 한 말에는 송승우가 괜한 말을 했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송승우도 알아들었다.송문수가 회사를 이끌고 어려운 고비를 넘긴 후부터 모든 사람이 그를 다시 보게 된 건가? 그가 보기에 송문수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서 운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그는 늘 송문수를 얕잡아 보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송승우는 자기의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말했다.“그래.”송승우가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에 문 앞에 잠시 멈춰서 말했다.“저는 장안시에 출장하러 왔어요. 여기에 며칠 머물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갈 거예요.”“알었어. 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말해.”아주머니는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오씨 아주머니였다.송승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예전에 그가 돌아올 때마다 집에서는 늘 열정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아버지는 출근하지도 않고 그와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쌀쌀한 태도로 대하다니!송문수가 잘하고 있으니까 자기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송승우는 굳은 얼굴로 떠났다.허영지는 송승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좋은 말을 하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말하지 않았다.허영지는 송기명에게 다가가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문수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대견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우에게 차갑게 대하면 안 돼요. 예전에 우리가 문수에게 불공정하게 대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문수 때문에 승우에게 불공정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두 아이를 평등하게 대해야죠.”송기명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불쾌했다.어쨌든 자기는 아직 은퇴도 안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는데 송승우가 어찌 자기 사무실에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겠는가?그는 그동안 자기가 송승우에 대한 사랑과 칭찬이 너무 지나쳐서 그를 자고자대하게 만들었고 기본적인 예의와 공손함도 잊
송승우가 막 재무제표를 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꺼져!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줄도 몰라?”문 앞에 선 송기명과 허영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들은 줄곧 송승우를 그들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 갑자기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송기명이 회사에 있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욕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자 계속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귀를 못 알아...”그가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송기명과 허영지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뒤에는 송기명의 비서가 보였다.송승우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는 원래 화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갈수록 좋아졌고 송문수가 회사를 점점 잘 이끌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겼다.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버럭 화를 낸 것이었다.“왜 여기에 있어?”송기명은 들어오면서 송승우에게 물었다.송승우는 그제야 자기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오는 이유를 몰랐다.며칠 전에 그가 특별히 전화해서 물어봤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쉬게 하고 빨리 회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회사에 제가 필요하는지 보러 왔어요. 문수가 혼자 회사에 있어서 걱정돼서요.”송승우는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송승우에 대한 송기명의 태도는 차가웠다.그는 자기의 사무실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송승우는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고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리 친부자 간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사실 송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기영은 자기의 의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앉지 않았다.분명 꺼려서 앉지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사든지 말든지 그들이 결정하라고 하면 우리의 매출에 도움이 안 되잖아!”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문수에게 물었다.“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고 직원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것은 일종의 직원 복지이고 보상입니다.”송문수는 정중한 표정으로 설명하였다.“그동안 회사에 변고가 생겼는데 직원들은 우리와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겼어요. 이때 우리가 직원에게 복지를 주면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할 수 있죠.”“그럼 직접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이에 송승우는 비아냥거렸다.“직원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런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때 그들은 회사에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직원은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게 되죠. 반대로 우리가 적당한 보상을 주고 그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으면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 한 이사가 바로 입장을 밝혔다.“찬성합니다.”기타 이사도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나도 찬성하오.”“문수야, 어린 나이에 인심을 잘 아는구나. 참으로 대단한 친구야.”“송 회장도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네. 전에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거였어.”“다음에 송 회장에게 축하 인사라도 해야겠어. 이런 아들을 둬서 정말 복을 받았다고.”송문서처럼 뻔뻔한 사람도 지나친 칭찬에 민망했다. 옆에 있는 송승우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자 송승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언제부터 송문수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자기는 들러리가 되었지?회의가 끝난 후 각 부문은 신에너지 자동차의 홍보 마케팅을 합리적으로 분업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보름 후,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었다.출시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
“늦었으니까 일찍 쉬자. 회사가 힘든 고비를 빨리 넘겼으면 좋겠어.”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면서 말했다.“그래.”송문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럼 내 방으로 갈게.”“알겠어.”“잘 자.”“잘 자.” 하지수는 일어나서 가기 전에 뭐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송문수의 머리를 안고 그의 이마에 뽀뽀하였다.송문수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곧바로 폭풍우가 휘몰아친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그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하지수를 끌어안으려고 하였다.그러나 하지수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손가락은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났다.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1초간 멈칫하다가 포기하였다.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하지수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 기간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그와 하지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송문수는 하지수가 그의 방을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그는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다.송문수는 하늘이 드디어 그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늘이 그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크레지는 그의 팀을 거느리고 송씨 그룹에 왔다. 송문수를 비롯한 임원들은 최고의 대우로 맞이하였다.송문수는 송씨 그룹에서 여러 번 수정한 가장 완벽한 제안서를 크레지에게 보여주었고 크레지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그러고는 크레지를 데리고 신에너지 자동차를 참관하였고 그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그날 크레지는 바로 송씨 그룹과 합작해서 기술 투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다시 말하면, 세계 최정상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서의 최고 등급의 총책임자가 곧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이러면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대중의 인정을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