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우가 막 재무제표를 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꺼져!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줄도 몰라?”문 앞에 선 송기명과 허영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들은 줄곧 송승우를 그들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 갑자기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송기명이 회사에 있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욕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자 계속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귀를 못 알아...”그가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송기명과 허영지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뒤에는 송기명의 비서가 보였다.송승우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는 원래 화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갈수록 좋아졌고 송문수가 회사를 점점 잘 이끌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겼다.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버럭 화를 낸 것이었다.“왜 여기에 있어?”송기명은 들어오면서 송승우에게 물었다.송승우는 그제야 자기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오는 이유를 몰랐다.며칠 전에 그가 특별히 전화해서 물어봤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쉬게 하고 빨리 회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회사에 제가 필요하는지 보러 왔어요. 문수가 혼자 회사에 있어서 걱정돼서요.”송승우는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송승우에 대한 송기명의 태도는 차가웠다.그는 자기의 사무실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송승우는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고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리 친부자 간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사실 송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기영은 자기의 의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앉지 않았다.분명 꺼려서 앉지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쓸 필요 없다.”송기명가 담담한 표정으로 한 말에는 송승우가 괜한 말을 했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송승우도 알아들었다.송문수가 회사를 이끌고 어려운 고비를 넘긴 후부터 모든 사람이 그를 다시 보게 된 건가? 그가 보기에 송문수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서 운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그는 늘 송문수를 얕잡아 보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송승우는 자기의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말했다.“그래.”송승우가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에 문 앞에 잠시 멈춰서 말했다.“저는 장안시에 출장하러 왔어요. 여기에 며칠 머물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갈 거예요.”“알었어. 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말해.”아주머니는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오씨 아주머니였다.송승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예전에 그가 돌아올 때마다 집에서는 늘 열정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아버지는 출근하지도 않고 그와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쌀쌀한 태도로 대하다니!송문수가 잘하고 있으니까 자기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송승우는 굳은 얼굴로 떠났다.허영지는 송승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좋은 말을 하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말하지 않았다.허영지는 송기명에게 다가가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문수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대견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우에게 차갑게 대하면 안 돼요. 예전에 우리가 문수에게 불공정하게 대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문수 때문에 승우에게 불공정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두 아이를 평등하게 대해야죠.”송기명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불쾌했다.어쨌든 자기는 아직 은퇴도 안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는데 송승우가 어찌 자기 사무실에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겠는가?그는 그동안 자기가 송승우에 대한 사랑과 칭찬이 너무 지나쳐서 그를 자고자대하게 만들었고 기본적인 예의와 공손함도 잊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
행실이 좋지 않아 평판이 나쁜 장안시(市) ‘왕년’ 최고 미녀의 약혼식.소식이 퍼지자, 상류 사회 전반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여자 화장실.이목구비가 또렷한 소이연은 프랑스식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남자친구 문서인과의 3년 연애 끝에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모두가 뒤에서 그녀를 조롱하고 욕하지만 3년 동안 그녀 곁을 지친 남자친구 문서인은 여전히 소이연을 사랑한다.소이연은 기대 섞인 미소를 지으며,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턱을 살짝 치켜들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이내 문틈으로 가느다란 연기가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기가 끊임없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화재인가?’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바로 코를 막고 나갔다. 시끌벅적했던 연회장은 연기만 가득 찬 채 텅 비어 있었고, 불길은 모든 것을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기억을 더듬어 출구 쪽으로 다급히 달려갔다.불빛 속에서 짙은 연기가 몰아쳤다.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녀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바로 이때.한 남자가 갑자기 밖에서 뛰어 들어왔는데, 그녀의 약혼자 문서인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마치 구원자를 보는 것 같았다."문서인, 나 여기 있어...... 헉, 헉......"그러나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초조한 얼굴로 사방을 뒤졌고, 마치 목표를 찾은 것처럼 주저하지 않고 소이연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위급한 상황.문서인은 홀 중간에 주저 앉아있는 여자를 안고 신속하게 밖으로 나갔다."서인 오빠, 날 구하러 올 줄 알았어......"소이연은 그 여자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두려움에 가득 차 떨리는 목소리."너무 무서워......"그 순간.소이연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바늘에 콕콕 찔리듯 마음이 쑤셔왔다.왜냐하면 그 목소리는… 그녀의 의붓여동생인 소나은의 목소리였다.문서인이 목숨을 걸고 구하고 싶은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심장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것 같았다.그녀는 숨이 올라
소이연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았다. 그녀와 같이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아이는 대여섯 살 된 남자아이다. 정교한 이목구비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잘 생겼다.소이연은 가슴이 미어졌다.마치 몸속 어딘가가 얽혀 있는 것 같은......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남자아이는 재빨리 소이연의 병상 앞으로 달려가 이내 짧은 다리로 재빠르게 그녀의 병상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말랑한 몸으로 그녀를 덥석 안았다."엄마, 나쁜 사람이 괴롭힌 거야?"그러고는 서투른 작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소이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까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아이의 행동은 정말 소이연의 마음을 녹여주었다......그녀는 눈앞의 아이를 전혀 모른다.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만졌다."아가야,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아니야! 우리 엄마야, 나랑 아빠가 앞으로 엄마를 지켜줄게."아이는 그녀가 자기의 엄마라 확신했는지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아빠는 성격이 더럽고 맨날 표정은 굳어있고 말도 잘 하지 않고…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고 항상 위가 아프다면서도 제때 밥도 먹지 않고 담배도 좋아하지만, 우리 아빠는 잘생겼고 돈도 많아. 그니까 엄마 이제 우리를 버리지 마.""......"소이연은 당황스러웠다."귀여운 꼬마야, 어떡하지? 난 네 엄마가 아니야.""아니! 우리 엄마 맞아. 난 다 알고 있어......""육민."병실 입구에서 갑자기 냉담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아이는 갑자기 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작은 머리로 뒤를 돌아보았다.소이연도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그녀 주변에는 아무리 잘생긴 남자가 많다 해도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확실히 달랐다.하얀 셔츠에 단추가 하나 풀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로 비치는 하얀색 살결. 섹시했다.미간에는 날카로움과 여유로움이 배어 있었고, 단정하고 곧은 자세에서는 자신감과 귀티가 흘러나왔다."아빠!"아이는 남자를 불렀다.소이연은 그제야
소이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문서인을 바라보았다.비록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삼 년 동안의 감정 때문에 그녀는 어제까지만 해도 문서인이 자기를 불길 속에 버리고 소나은을 구해준 이유가 듣고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문서인의 어떤 해명도 결국 그녀가 모욕을 자초하는 일이라 판단되었다.문서인은 소이연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상대의 정교한 비주얼에 문서인은 눈빛이 멈칫했다. 그러고는 이내 눈앞의 이 남자가 바로 어제 소이연를 구하기 위해 불 속을 뛰어들었던 소방관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당시 그 남자는 구조용 헬멧을 쓰고 있었기에 문서인은 그의 이목구비를 자세히 보지 못했으며 단지 키가 크다는 것만 보아낼 수 있었다."문서인, 우리 그만하자."소이연이 입을 열었다.삼 년의 감정은 이렇게 끝났다.문서인은 갑자기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그는 놀란 눈빛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이연을 바라보았다.화가 절정에 달한 그는 남자에게 삿대질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소이연, 이 남자가 대체 뭔데? 이 남자는 그저 소방관일 뿐이야. 그런데 단지 소방관 때문에 나랑 헤어지겠다고?!"육현경의 동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의 눈빛에는 조소와 음산함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육현경은 침묵을 택했다.육현경은 무뚝뚝하게 외면하는 표정이지만 전혀 자리를 비켜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소이연의 냉담한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어제 네가 소나은을 구하기로 한 순간, 모든 게 끝이라는 걸 생각 못했어?! 문서인, 더 이상 날 바보 취급하지 마!"문서인의 격앙된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는 할 말이 없다.문서인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복잡한 눈빛과 뒤죽박죽 한 머릿속, 그렇게 한참 뒤에야 문서인의 눈빛은 다시 석연해졌다."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문서인은 슬픈 눈으로 소이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서인은 병원을 떠나 소씨 가문의 별장에 도착했다.소승영이 다급하게 물었다."이영이가 파혼에 찬성한대?"문서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얌전한 소나은을 향해 자상하게 말했다."이미 헤어진 이상 파혼은 문제없어요. 다만 한동안은 나은이가 힘들어도 기다려야 해요.""힘들지 않아."소나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난 오빠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문서인은 소나은의 고분고분한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소나은을 택한 게 정확한 선택이다!문서인은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병원에 갔는데 병실에 남자가 있었어요. 그날 그 소방관이었어요.""개가 똥 먹는 것을 어떻게 고치겠어. 진작에 헤어져야 했어. 그 아이는 자네에게 어울리지 않아!"소승영이 단호하게 말했다.문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더러운 소이연!’"그 아이 말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마음대로 하라고 해, 나도 그렇게 얼굴이 두꺼운 딸은 없는 거로 칠 테니!"소승영은 소이연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었다. 소승영은 이내 화제를 돌렸다."듣자 하니 며칠 전 육씨 그룹의 큰 도련님인 육현경이 귀국했다 하던데, 기회가 되면 나은이가 은하 그룹 대표 신분으로 한번 만나봐.""아빠, 나한테 은하 그룹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세요?"소나은이 감격에 겨워 물었다.은하 그룹은 소이연의 어머니가 생전에 설립한 회사이다. 그녀는 소이연이 가장 원하는 것을 마침내 손에 넣었다."아빠, 고마워요. 절대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아요."소나은은 황급히 자기의 결심을 밝혔다."아빠는 당연히 널 믿어."소승영은 소나은을 지극히 애지중지했다."근데 방금 아빠가 얘기한 육현경은 장안시 제일 재벌 맞죠? 해외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생모는 알려지지 않았다는?"소나은은 궁금한 듯 물었다.소승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듣자 하니, 육씨 가문 어르신이 편찮아서 육현경이 기업을 상속받았다지. 최근 몇 년 동안 육현경은 줄곧 해외에서 해외 시장 매출을 수직으로 상승시켰다고 하더라고. 기
"민이 오늘 소이연 씨 기다리느라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잤어요."육현경은 입을 열어 어색함을 풀려고 했다.소이연은 마음이 살짝 떨리더니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사실 대표님은 민이에게 내가 엄마가 아니라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어요."육현경의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갑작스러운 침묵에, 소이연은 자기가 실수라도 한 줄 알았다.소이연은 별 고민 없이 말했다."화재는 사고일 뿐이에요. 대표님도 괜히 제 식사 신경 쓰실 필요 없고요, 간병인도 필요하지 않아요. 맞다, 휴대폰은 얼마죠? 계좌로 이체해 드릴게요.""난 소이연 씨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그래서 난 대체 뭐가 바보 같다는 거지?!’"민이는 엄마가 필요해요."육현경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당연한 듯이 말했다."그래서요?"소이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육현경은 그녀를 한참 동안 그윽하게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민이는 소이연 씨를 좋아해요. 이쯤 얘기하면 내가 소이연 씨를 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셨겠죠?""......"그녀는 정말 눈치채지 못했다.육현경의 행동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소이연 씨, 바로 답해 주지 않아도 돼요. 아무래도 우리는......"육현경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마치 적당한 표현을 생각해 낸 듯 마지막에 몇 글자를 덧붙였다."아직 친하지 않으니까요."분명히 단지,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일 뿐이다.소이연은 깊은숨을 내쉬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대표님, 사람 감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육현경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육현경은 쉽게 다가가기 힘든 비주얼이다. 하지만 이 순간 소이연은 그가 더 멀게 느껴졌다."대표님 아이가 절 좋아해서 대표님도 절 원한다고요? 그럼 저는 그저 꼭두각시라는 얘긴가요? 그럼 언젠가 민이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대표님은 또 다른 여자를 원할 건가요?"소이연은 다소 무거운 어조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대표님의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쓸 필요 없다.”송기명가 담담한 표정으로 한 말에는 송승우가 괜한 말을 했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송승우도 알아들었다.송문수가 회사를 이끌고 어려운 고비를 넘긴 후부터 모든 사람이 그를 다시 보게 된 건가? 그가 보기에 송문수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서 운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그는 늘 송문수를 얕잡아 보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송승우는 자기의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말했다.“그래.”송승우가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에 문 앞에 잠시 멈춰서 말했다.“저는 장안시에 출장하러 왔어요. 여기에 며칠 머물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갈 거예요.”“알었어. 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말해.”아주머니는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오씨 아주머니였다.송승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예전에 그가 돌아올 때마다 집에서는 늘 열정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아버지는 출근하지도 않고 그와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쌀쌀한 태도로 대하다니!송문수가 잘하고 있으니까 자기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송승우는 굳은 얼굴로 떠났다.허영지는 송승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좋은 말을 하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말하지 않았다.허영지는 송기명에게 다가가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문수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대견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우에게 차갑게 대하면 안 돼요. 예전에 우리가 문수에게 불공정하게 대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문수 때문에 승우에게 불공정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두 아이를 평등하게 대해야죠.”송기명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불쾌했다.어쨌든 자기는 아직 은퇴도 안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는데 송승우가 어찌 자기 사무실에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겠는가?그는 그동안 자기가 송승우에 대한 사랑과 칭찬이 너무 지나쳐서 그를 자고자대하게 만들었고 기본적인 예의와 공손함도 잊
송승우가 막 재무제표를 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꺼져!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줄도 몰라?”문 앞에 선 송기명과 허영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들은 줄곧 송승우를 그들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 갑자기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송기명이 회사에 있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욕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자 계속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귀를 못 알아...”그가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송기명과 허영지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뒤에는 송기명의 비서가 보였다.송승우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는 원래 화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갈수록 좋아졌고 송문수가 회사를 점점 잘 이끌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겼다.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버럭 화를 낸 것이었다.“왜 여기에 있어?”송기명은 들어오면서 송승우에게 물었다.송승우는 그제야 자기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오는 이유를 몰랐다.며칠 전에 그가 특별히 전화해서 물어봤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쉬게 하고 빨리 회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회사에 제가 필요하는지 보러 왔어요. 문수가 혼자 회사에 있어서 걱정돼서요.”송승우는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송승우에 대한 송기명의 태도는 차가웠다.그는 자기의 사무실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송승우는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고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리 친부자 간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사실 송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기영은 자기의 의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앉지 않았다.분명 꺼려서 앉지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사든지 말든지 그들이 결정하라고 하면 우리의 매출에 도움이 안 되잖아!”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문수에게 물었다.“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고 직원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것은 일종의 직원 복지이고 보상입니다.”송문수는 정중한 표정으로 설명하였다.“그동안 회사에 변고가 생겼는데 직원들은 우리와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겼어요. 이때 우리가 직원에게 복지를 주면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할 수 있죠.”“그럼 직접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이에 송승우는 비아냥거렸다.“직원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런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때 그들은 회사에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직원은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게 되죠. 반대로 우리가 적당한 보상을 주고 그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으면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 한 이사가 바로 입장을 밝혔다.“찬성합니다.”기타 이사도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나도 찬성하오.”“문수야, 어린 나이에 인심을 잘 아는구나. 참으로 대단한 친구야.”“송 회장도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네. 전에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거였어.”“다음에 송 회장에게 축하 인사라도 해야겠어. 이런 아들을 둬서 정말 복을 받았다고.”송문서처럼 뻔뻔한 사람도 지나친 칭찬에 민망했다. 옆에 있는 송승우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자 송승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언제부터 송문수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자기는 들러리가 되었지?회의가 끝난 후 각 부문은 신에너지 자동차의 홍보 마케팅을 합리적으로 분업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보름 후,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었다.출시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
“늦었으니까 일찍 쉬자. 회사가 힘든 고비를 빨리 넘겼으면 좋겠어.”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면서 말했다.“그래.”송문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럼 내 방으로 갈게.”“알겠어.”“잘 자.”“잘 자.” 하지수는 일어나서 가기 전에 뭐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송문수의 머리를 안고 그의 이마에 뽀뽀하였다.송문수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곧바로 폭풍우가 휘몰아친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그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하지수를 끌어안으려고 하였다.그러나 하지수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손가락은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났다.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1초간 멈칫하다가 포기하였다.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하지수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 기간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그와 하지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송문수는 하지수가 그의 방을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그는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다.송문수는 하늘이 드디어 그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늘이 그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크레지는 그의 팀을 거느리고 송씨 그룹에 왔다. 송문수를 비롯한 임원들은 최고의 대우로 맞이하였다.송문수는 송씨 그룹에서 여러 번 수정한 가장 완벽한 제안서를 크레지에게 보여주었고 크레지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그러고는 크레지를 데리고 신에너지 자동차를 참관하였고 그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그날 크레지는 바로 송씨 그룹과 합작해서 기술 투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다시 말하면, 세계 최정상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서의 최고 등급의 총책임자가 곧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이러면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대중의 인정을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승우 오빠, 우리 사이에 정말 끝났다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우린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사실 하지수는 화가 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송승우가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믿을까? 왜 이렇게 집착하지?송승우는 매서운 눈초리로 하지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후회하지 마, 하지수!”“쾅!”송승우는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세게 닫아서 차가 흔들렸다.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기사마저 소스라쳐 놀라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고 떠나야 할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가세요.”오히려 하지수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감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 대해 늘 환득환실하였다.기사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그들을 데려다주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하였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어느새 주차장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앞뒤로 차에서 내렸다.지금 두 사람은 모두 피곤하였다. 저녁 내내 난리 쳐서 벌써 새벽 3시 넘었고 이제 4시간 정도만 잘 수 있었다.“문수 씨, 먼저 씻어. 욕실에서 나오면 내가 방에서 약 발라 줄게. 당신 얼굴에 멍이 좀 들었고 손도 좀 부었잖아.”하지수는 피곤하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문수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대답하였다.“알았어.”하지수는 우선 방에 들어가서 샤워했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녀는 거실에서 약상자를 찾은 후 송문수의 방문을 두드렸다.송문수는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고 하지수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을 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다.하지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요오드포름과 상처치료용 연고를 꺼냈다.“문수 씨, 머리를 조금만 수그려줘. 바를 수가 없잖아.”하지수가 다정하게 말하자 송문수도 순순히 따라서 하였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